2016년 5월 19일 목요일

일간 김성근을 보는 피곤함

 투혼이라는 이름의 유령이 프로야구판을 배회하고 있다. 한동안 위세를 떨치던 그 유령은 가을바람 불고 조금 잠잠해지나 싶었지만, 올해도 또 나타나 프로야구판 하향평준화에 힘쓰고 있다. 다행인 것은 더 이상 저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가 알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불행한 것은 아직도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내년까지 한 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을 거라는 예상이다.

 많은 야구팬들이 자기 팀에 김성근 감독을 데려오라고 요구하던 이유는 그가 야구계 안팎에서 대단히 존경받는 인격자이거나 한국야구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리더여서가 아니라, 좋은 성적을 내는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누가 김 감독이 투수 혹사, 구설수, 프론트와 기싸움 많은 감독인걸 모른단 말인가? 그런데도 한화팬들이 1인 시위까지 해가며 김성근 감독 데려오라고 한 건 성적을 내서 5886899 암흑기를 끊어달라는 것 외 다른 이유가 없다. 물론 지금 시점에서 보면 팬심이 자기 팀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사고사례로 KBO 역사에 남겠지만, 어디 야구판에서 팬이 좋은 의도랍시고 한 일이 망한 게 한둘인가. 파울볼만 떨어지면 100미터 밖에서 젖먹이 안고 쫓아온다는 21세기의 황구첨정 '아주라'도 내가 어릴 땐 좋은 문화라고 그랬다. 따지고보면 김성근 감독을 자기 팀에 데려오라고 하던 사람이 한둘이었나, 그 사람들은 그저 한화팬들에 비해 운이 좋았을 뿐이다.

이런 사진 올라올 때만 해도 다 좋아하지 않았나
 반대로 지금 김성근 감독이 욕먹는 여론만 들리고 온갖 과거사들이 모조리 발굴되는 것도 성적이 안 나오기 때문이지 예전과 다른 야구를 해서는 아니다. 올해 한화의 극심한 부진도 시즌 전 IF가 모조리 다 워스트로 발현되고 선수들이 퍼져서 저 모양이 된거지 운용 자체는 작년이랑 특별하게 다를 것도 없다. 이 기사1(링크), 기사2(링크), 한 팬의 수작업(링크)를 참조해 2015,16시즌 퀵후크 1위인 한화, 2015년 기준 퀵후크 2위팀 SK,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2010년 SK와의 간략한 비교를 해봤다.


 보다시피 별로 차이가 없다. 김광현, 카도쿠라, 글로버, 송은범있던 2010년 전반기 선발 방어율 1위팀이 저렇게 퀵후크를 했다는 말이다. 그냥 SK시절은 1위를 달렸으니까 침묵하고, 작년에 성적이 잘 나올때도 불펜을 3연투 4연투 굴려도 '패배의식을 씻어내기 위한 투혼'으로 포장을 하고, 올해는 팀타율과 팀승률이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고 있으니까 그때 묵시적으로라도 동조하던 사람들이 김성근OUT 이모티콘 붙이고 와서 아우성치는거지 혹시라도 작년에 가을야구 맛이라도 봤었으면 지금도 혹사 얘기 나오면 성적 내줬더니 고마운 줄 모른다고 되려 큰소리치는 작자 여럿 있었을 것을 확신한다.

출처 : http://mlbpark.donga.com/mlbpark/b.php?m=search&p=1&b=kbotown2&id=2450654

 지금 한화의 성적이 이 모양인 게 온전히 감독 탓은 아니나 저런 윈나우 사채볼을 땡기고도 꼴찌면 김성근 감독의 한화 커리어는 그냥 망한 것이다. 그것도 혼자서 망한 게 아니라, 팀의 미래도 같이 망했으니 최악의 감독이다. 거기다 대고 '지금 한화의 부진이 전부 김성근 탓은 아니죠' 이러는건 틀리지도 않지만 쓸모있는 말도 아니다. 또 예전엔 '김성근 야구'가 틀렸다고 말하고 싶으면 이기고 이야기하라는 말도 수없이 들었는데, 그럼 이젠 반대로 한화 성적이 압도적인 꼴찌니까 '김성근 야구관'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김 감독이 다음 프로구단에 재취업될 때까지 아무 얘기도 안할 것인가? 평생 야구 이야기를 못할테니 거참 답답하겠다.

그때도 유난스러웠지만 지금은 역대급 흑역사가 되어버렸다

 아직도 저 사람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긴 한다만 성적이 잘 나와도 잘못된 게 있을 수 있는거고 그 반대도 있을 수 있는데 팀 성적에 따라 비판하는 사람이 어그로에서 선지자를 왔다갔다하는 흐름을 이해할 수 없다. 김성근 감독의 야구가 사채볼을 넘어 도태볼에 이르른 것은 그냥 필연적인 -다행스럽긴 한- 흐름인 것이고, 저런 막장 야구도 성적 앞에선 투혼으로 포장하며 열광하다 성적 떨어지면 별 일도 아닌 것까지 다 들고나와서 물어뜯는 행태 자체가 매우 피곤하다. 저런 짓거리하면 망한다는 걸 만천하에 알린 것이 김성근 감독이지만, 그 태산에 가렸을 뿐이지 충분히 심각한 감독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너무 타겟이 한쪽으로만 몰리는 감이 있는터라 그 점도 우려스럽다. 감독 임기 끝나도 야구단 계속 운영해야할 프론트가 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저렇게 감독이 폭주할 때마다 개입해야할 이유다. 팬들이야 저렇게 성적에 따라 움직여도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들이지만 프론트는 그렇지 않다.

2016년 5월 2일 월요일

참여정부는 입학사정관제의 꿈을 꿨는가

 참여정부는 분권과 시스템 구축에 많은 힘을 기울였다. 거기에 따른 공도 있고 과도 있지만 그 중 교육정책은 정부나 대학, 학생 모두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설프게 자율을 부여했다가 대차게 망한 면이 많다. 하지만 지금 시행되고 있는 학생부 종합 전형, 구 입학사정관제의 부작용까지 참여정부 탓이라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우선 입학사정관제는 고교등급제와 논술강화로 인한 본고사 부활 논란이 한바탕 파란을 일으키고, 3불 정책을 일부 우회하는 범위 내에서 대학의 자율권을 보장해준다는 취지로 고안된 것이다. 당시 구체적으로 어떠한 배경이 있었는지는 몇가지 기사를 첨부한다.

전국 대학 입학처장 “3불정책 지켜져야” - 한겨레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8&aid=0000082893

CEOㆍ교육학자 "교육부 3不정책 폐지해야" - 매경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9&aid=0000401889

사립대 `논술·면접 선발` 잇따를듯 - 문화일보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1&aid=0000105282

도전받는 교육부의 '3不 정책' -한국일보 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38&aid=0000282359

 "3불정책에 대해서는 법제화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3불정책 중에 고교입학제나 기여입학제는 현재 입시문화에서는 허용해도 선택하기 쉽지 않다. 본고사와 관련해서는 현재도 대통령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본고사 금지 조항이 들어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이 똑같다. 대학관련 제도를 입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대학이 입학자율권을 발동해서 입학사정관이 다른 입학 조건이 같으면 권한을 발동해 뽑을 수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입시가 워낙 치열하다보니 대학이 할 수 있겠는가." -2005년 7월 20일 김진표 교육부총리

 그리고 이 입학사정관제는 당시 여야가 모두 찬성한 상태에서 시범 도입을 해보게 되고 2006년 연말에 6~10개학교를 선정할 예정으로 2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당시 야당도 찬성했다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한나라당은 이와 관련해서 특성화된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을 보장하는 자율형 사립학교 도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이미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또한 대학의 학생평가 자율성과 더불어서 질적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입학 사정관제 도입을 위해서 2007년 정부 예산안에 입학사정관 시범실시 예산을 배정한 바 있다는 점도 여러분에게 말씀드린다." -2007년 1월 16일 이주영 한나라당 수석정조위원장

 결국 2007년 가톨릭대, 건국대, 경북대, 경희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인하대, 중앙대, 한양대 이렇게 10개 대학을 선정해 2008 대입 수시 2차부터 시범 도입을 한다. 그러나 시범인만큼 서울대는 정원외 농어촌학생 특별전형, 특수교육 대상자 특별전형에 그쳤고 중앙대는 20명을 뽑는 등 어디까지나 제도 마련을 위한 테스트 차원이었다. 2009년 입시부터는 뭐 MB정부 때지만 이것도 참여정부의 영향이라고 치면 16개 대학에서 321명을 선발했으니 한 학교에 20명 꼴인데 많은 인원이라고 보기는 힘들지 않은가? 입학사정관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개입한 후이다.

 "과외해서 남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창의력이 없어진다" "입학사정관제를 하면 주요 대학에서 논술, 입시보다 면담으로 선발한다" "특정 지역, 특정 도시의 과외 받고 성적 좋은 사람만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에 다니면서 인정받는 시대는 마감하겠다" "우리 사회도 대학가지 않아도 자기 꿈을 펼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다 대학을 가야만 좋은 거라 여기고, 안 간다고 해서 웅크릴 필요 없다"고 주장하고 "또 대학도 논술도 없고, 시험도 없는 100% 면담만으로 가는 시대가 곧 올 것" -2009년 7월 24일 이명박 대통령

"내년부터 상당한 부분 대학들이 그렇게 가고 제 임기 말쯤 가면 아마 상당한 대학들이 거의 100% 가까운 입시사정을 그렇게 하지 않겠느냐 하는 그런 기대를 하고 있기 때문에" -2009년 7월 27일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 연설

 곧바로 10 대입에서 입학사정관제 선발 비율은 97개 대학 24,622명 (총 모집인원대비 6.5%), 11 대입에서는 118개 대학 37,628명(9.9%), 13대입에선 입학사정관제 선도대학 30개 중 신입생의 24.5%가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되었다. 서울대는 80%, 한양대는 40.9%에 달했고 정부지원금도 391억원까지 늘었다.

 저렇게 폭발적으로 증가한 입학사정관제가 성공적이었는지 어땠는지는 각자 판단할 일이지만 2010년 이후 월 소득 100만원 이하 가구에서 교육비 지출이 23,489원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그 중에서도 학원 및 보습교육에 투자하는 돈이 가장 크게 감소했으니 정부의 의지가 사교육 지옥을 막아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경제도 일단 죽여야 살릴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소득층이 자녀교육을 포기했다고 생각하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어 집권한 박근혜 정부는 그 대부분의 사람들과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는지 입시 간소화와 사교육 부담 경감을 목표로 입학사정관제 폐지를 밝혔다.

 -교육부 고위관계자는 27일 "입학사정관제 폐해가 적지 않은 만큼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방침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스펙쌓기에 몰리면서 학습 부담과 사교육비가 급증하고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http://www.nocutnews.co.kr/news/1017986#csidxf35d1a84a9b7119a90e10e56b402c3f
  
 그러나 여전히 정책은 시행되어 '대입전형에서 수시가 차지하는 비율이 69.9%에 이르고, 전체 대입전형 중에서 학생부교과전형은 39.7%, 학생부종합전형은 20.3%에 이른다. 하지만 서울의 주요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은 압도적으로 높다. 따라서 지금 대입제도의 대세는 학생부종합전형이다.' ( http://www.g-enews.com/ko-kr/news/article/news_all/201602041349528794697_1/article.html ) 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실정. 학생부 종합 전형은 입학사정관제의 개량형이니 폐지되긴 커녕 확고해진 셈이다.



 2008년 시범도입부터 2013년까지 6년 동안의 변화이다. 2012 대입은 글 쓰다보니까 찾기 귀찮아서 자료를 찾아보지 않았지만 큰 지장은 없을 것이다.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이 입학사정관 강화를 천명하자마자 시행하는 대학, 선발 인원 모두 엄청나게 증가한 것을 볼 수 있고 즉 정권 차원의 의지가 확고했던 사업이었는 것을 잘 증명하고 있다. 저게 참여정부 탓이라면 그럼 논술로 사실상의 본고사를 부활시킨려던 상위권 대학들을 강제로 찍어누르고 아무 대안도 마련해주지 않았어야 하나 아님 반대로 본고사를 부활시켜 봤어야 되나? 나중에 이명박 정부에서 총리까지 지낸 서울대 총장을 필두로 연일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했던 대학과 언론들을 나만 기억하는 것은 아닐텐데, 대안을 탐색하고 3불 정책을 유지하는 선에서 저 정도 테스트면 서로 납득할 수 있는 실험이었다고 본다.

 따라서 입학사정관제 시범도입이 로스쿨이랑 같이 묶여 참여정부 교육정책 흑역사 목록에 올릴 정도는 아니며, 굳이 따져보면 가장 중요한 목적은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 보장을 위한 절충안이었던 입학사정관 제도가 사교육비 절감 효과가 있다는 희한한 주장을 하며 매년 몇백억씩 쏟아부은 다음 정권의 실책이라 보는 게 합당하지 않은가?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가 구축한 시스템이라면 경끼를 일으키며 번복하려 했던 것은 둘째치고 보수 언론조차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첫 손가락에 꼽는 것이 입학사정관제일 정도인데, 그 제도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추진한 정책임을 애써 도외시할 필요가 무엇이 있는가. 하물며 거기서 더 나아가 참여정부 스노우볼이 굴려져서 입학사정관제가 갑자기 활성화되었고 그 결과로 신분제 고착화를 야기했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탑골공원식 2만원짜리 논리 비약이다.

2016년 4월 15일 금요일

20대 총선 후기, 그리고 자기 반성

 여권을 비토하는 입장에서 이번 선거는 최악의 구도였다. 야권은 서로 찢어져 반목하고 있었고,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싸움에 진보정당은 그대로 묻혀버렸다. 선거구 조정 결과 비례 몫이 줄어든 것도 긍정적인 요소가 아니었다. 3당 구도로 정계가 재편되며 최대 격전지 수도권에서 야권이 양패구상하며 어부지리로 여당이 압승하리라는 예측이 많았고, 나도 거기 동의했다. 

 개판 5분전인 야권 내분에 청와대와 여당도 막장으로 화답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레임덕을 막기 위해 당대표 김무성의 반발을 찍어누르고 친박 이한구를 공천위원장에 앉혔다. 선거 5주전인 3월 2주차에 여당의 지지율은 정점에 달했다. 북한 안보리 제재를 이끌어낸 대통령 개인의 국정수행 지지도도 부정에서 긍정으로 반등했으며 텃밭 TK의 지지율은 무려 69.9%로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욕심이 너무 과했다. 분명 명분은 상향식 공천을 주장한 김무성 대표에게 있었음에도 친이계, 유승민계를 공천에서 배제하고 그 자리를 진박으로 채우려들며 공천 과정에서 계파갈등이 극에 달했다. 

 더민주의 공천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 김종인 대표에게 막강한 권한이 쏠리며 사실상 전임 문재인 대표가 주장하던 시스템 공천은 폐기되었고, 그동안 당내 탱커 노릇을 하던 현역 의원들이 컷오프되고 특정계파 비례대표 후보자들의 자격논란이 제기되었다. 문재인 전 대표가 긴급 등판하고 컷오프자들이 결과를 수용하며 당장의 불만은 막을 수 있었지만 비례대표 문제는 끝내 해결하지 못했다. 이렇게 양당이 나란히 삽질을 하며 3월 3주차에 지지율 하락 성적표를 받아들고, 반사이익를 얻은 것은 고사해가던 국민의당이었다. 

 여당에서는 TK 진박공천에 반발한 김무성 대표가 공천장에 도장을 찍는 걸 거부하고 지역구 PK로 내려가버렸으며, 그동안 더민주의 텃밭이었던 호남은 대안으로 나타난 국민의당에 지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또 수도권은 호남으로 내려간 안철수에 대한 지지를 거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삼당합당 이후 굳어져있던 지역간 대립 구도가 새로운 형태로 희한하게 개편되고 있었다. 

 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의회정치에 대한 고찰이 부족하고 정치무관심층에 대한 어필에 천착하는 사람으로 여겼기 때문에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가 새정치 민주연합을 탈당하기 직전까지는 일단 기다리고 믿어보자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혁신전대는 당위성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혁신위원장 제의를 거부하는 것은 보상보다 책임이 훨씬 큰 일을 굳이 받을 필요는 없다고 이해했다. 그러나 소리 높혀 혁신을 이야기하던 사람이 탈당 후에 양당 구도를 깨자며 수도권이나 PK로 가는 게 아니라(TK는 갈 거라고 생각치도 않았다) 미리 합을 맞춰둔 호남 탈당파들 데리고 호남에 본진차리는게 새정치인가 싶었다. 

 국민의당 지지자들의 이야기들은 과정은 동의하는데 결론은 동의할 수 없었다. 예컨대 나는 조선후기 자본주의 맹아론보다 식민지 근대화론이 훨씬 더 설득력있다고 생각하지만 논의가 식민지 지배 옹호로 흐르고 더 나아가 이승만 쉴드에까지 이르면 그런 부류와 더 이야기를 할 실익이 뭐가 있겠는가?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유권자에게 거대 양당을 벗어나 한 가지 선택지가 더 제공되는 것이 나쁘지는 않다. 그런데 정동영, 천정배, 김한길, 박지원을 데리고 호남에 베이스캠프를 차리는게 새로운 시도라고 믿는 건, 결론은 안철수 대표 하나를 믿고 그 사람들을 감수한다는건데 거기에 대한 내 평은 짤 한 장으로 대신하겠다.


 내 눈에는 단물이 빠지다 못해 이젠 쓴물이 나는 인사들로 보인다. 하나만 봐 보자. 천정배는 민주당에 있을땐 지역구 공천 15% 여성할당제를 관철하려 하는 등 분명 진보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번에 각 정당이 지역구에 여성을 공천한 숫자와 비율을 보면 새누리당 16명(6.5%), 더불어민주당 25명(10.6%), 국민의당 9명(5.2%), 정의당 6명(11.7%) 이런데 저기 무슨 변화가 있는가. 설마 천정배가 공천에 지분이 없어서 저랬겠나. 정당들은 정책뿐만이 아니라 공천 과정에서도 더 여성을 배려해야 하고 압박을 받아야 한다. 트위터에서만 죽창운동하는 분들 생각과는 다르게 지역구 여성 출마는 현재 지형에선 그 자체가 험지출마고 따라서 훨씬 조직빨 정당빨을 더.. 어휴 굳이 멍청이들 얘기할 필욘없지. 아무튼 물론 안철수 대표가 처음 만든 정당이니 사람 구하기 어렵고 그런 건 있었겠지만 오히려 전보다도 퇴보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실망스러웠다.

 '한 손님이 식당에 갔습니다. 주인에게 뭐가 맛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옆집은 맛이 없다고 합니다. 다시 여기는 뭘 잘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옆집은 재료가 나쁘니까 절대 가지 말라고 합니다. 손님은 나가버렸습니다' 이러던 손님이 옆집에서 주방장이랑 잔반들 가지고 나와서 새 식당을 한다는데, 잔반 재활용 가게는 구청 위생과에 신고를 해야지 어떻게 신뢰할 수 있었겠는가? 

 안철수 개인의 확장성이 없다고 여기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새누리표 5% 가져오고 더민주 15% 가져오면 패시브로 35% 지지는 항상 가지고 있는 새누리당만 웃는 일일테니 모두가 망하는 길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한길, 천정배, 정동영 류의 지분 장사하는 사람들을 휘어잡고 별 잡음없이 공천을 잘 마무리한 것이 좀 신기하긴 했는데 이미 망한 선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신경쓸 여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표가 선거 직전에 호남에 가서 정계은퇴까지 거론하며 지지를 호소한 것도, 그 동안 지지했던 사람들에 대한 도리를 다해야함은 이해하지만 수도권 접전지역에 가는 것이 더 나은 판단이라고 느꼈다.

'남의 상품을 못 쓰게 해서 자신이 이기겠다고 하면 그것은 모두가 다 망하는 길'
2007년 경선에서 가카가 남긴 명언이다
 이쯤에서 각당의 20대 총선 예상과 밑밥을 정리해보면 먼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줄곧 180석 이상을 노리겠다고 하다 3월 공천파동 이후 150석으로 목표의석을 조정했고 산하 싱크탱크는 125석~130석 설도 제기했으나 지난 19대 총선에서도 블러핑을 친 전례가 있기에 종편조차 엄살로 치부했다고 한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107석 미만이면 당을 떠나고 비례대표도 그만두겠다고 공언했으나, 확실한 의석은 70석 정도라고 밑밥을 깔았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최소 20석, 최대 40석을 예상하며 목표에 못 미칠 시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두자릿수 의석을 목표했다.

 내 예상은 대략 165석/100석/20석/4석/나머지 이 정도였는데, 이것도 사실 별 자신은 없었다. 새누리 180석 대폭발만 아니라면 좋겠다 그 정도 마음가짐이었다고 해야 맞는 것 같다. 우리 지역구도 결과가 정해진 곳이라 별 의욕도 없었다. 투표소 열자마자 가서 투표를 하고 집에 와서 다시 잤다. 평소에 이 시간에 투표를 하면 노인층 사이에 껴서 하게 되는데, 이 날은 젊은 사람들이 많아서 좀 이상하긴 했지만 뭐 비도 오고 투표소 위치가 바뀌어서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다지 의미를 둘 만한 건 아니겠지만.. 그리고 종일 놀다가 오후 6시가 다 되어가길래 출구조사만 보고 끄려고 TV를 켰더니 이런 광경이 보인다.



  불편한 기분으로 편하게 내려놓았다. 곧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저걸 보면서 생긴 의식의 흐름은 다음과 같았다.

 생각보다 잘 됐다 -> 안철수 대박이네 -> 수도권은?

 개표가 진행될수록 더더욱 신이 났다.

출처 네이버 선거섹션
  감히 정알못인 내가 갓철수-갓태규님을 의심하는 불경을 저질러 송구했다는 것을 자인한다. 국민의당은 실제로 온건 보수층에게 어필했다. 호남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구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였으나, 비례대표에서 새누리당의 득표를 35% 아래로 끌어내리고 더민주보다도 많은 득표를 기록하며 비례대표 공천이 훌륭했다는 것과 지역구 결과는 유권자들의 전략적 투표 결과임을 증명했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 안 대표임은 확실하다. 조직과 사람을 더 갖추고 차기 선거에 임한다면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호남 지역구에서의 지지층과 수도권 비례대표에서 국민의 당을 선택한 지지층의 성격이 상이한 것은 불안요소이고 이를 노린 당내 꾼들이 야권통합을 외치며 기어오르겠지만 안 대표의 일관된 입장을 보면, 정책적인 연대는 할지언정 앞으로도 당 대 당 차원에서 통합이나 후보단일화는 고려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소선거구제 폐지와 결선투표제 도입이 야권 입장에서 중요한 이유이다. 많은 변화를 이끌어내길 바란다.

 전통적 지지 지역인 호남을 잃으며 벼랑에 몰린 더민주는 수도권에서 압승을 거뒀다. 본의는 아니었겠지만 호남색이 빠진 역작용으로 꾸준히 추진해온 동진정책-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보면 수도권에서 PK 진출을 한 남진 구도가 되었지만-도 드디어 결실을 맺어 호남 없이도 원내 1당이 되어버린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었다. 선거 망하고 비대위원장 할 줄 알았던 문희상 의원이 졸지에 국회의장 후보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공은 문재인 전 대표에게 돌아가야 마땅하다. 이번에 안철수가 확장성을 보여줬다면, 문재인은 결집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호남에서 문 전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고 읍소하였으나 지역구에서 국민의당이 약 47%, 더민주가 38% 정도를 득표하며 애매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은 부담이다. 그렇다고 수도권과 PK에서 대승을 거둔 제1당의 대선주자가 호남 부진을 이유로 은퇴한다? 이건 문 전 대표가 다시 호남을 방문해 선거용 무리수였음을 인정하고 깔끔히 사과한 후 용서를 구하는 걸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문재인과 투트랙으로 나서 경제민주화와 포용적 성장을 영업한 김종인 대표도 공신 목록 두번째에 이름을 올리겠지만 대선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 큰 득을 보진 못할 것이다. 여러 계파가 난립한 17대 총선과 달리 탈당파가 국민의당으로 이미 갔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이다.

너무 나갔다

 새누리당의 참패원인은 근왕파와 공화파가 대립한 공천 탓도 있으나 경제실책과 폭정에 소위 합리적 보수층이 대거 이탈한 결과이다. 경제민주화 폐기로 시작되는 친재벌 드라이브는 낙수 효과 뻥카가 드러난 후에도 지속되었고, 여야의 합의를 청와대가 뒤집는 건 예사에 비판세력을 탄압하는데 정치력을 너무도 많이 소모했다. 특히 선거를 앞에 두고 추진한 개성공단 폐쇄, 테러방지법 제정,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 등은 누가 봐도 이유로 든 합목적성보다 선거용 프로파간다로서의 의미가 큰 정책이었기에 온건 보수지지자들이 질려 떨어져 나갈 수 밖에 없었다. 거기에 명분없는 공천파동까지 더해진 것이 한심함의 정점을 찍었다. 야권분열의 꽃놀이패를 믿고 안이했다. 김무성을 필두로 오세훈, 김문수 같은 예비 대권주자들이 대거 체면을 구긴 것도 큰 부담이다. 뭐 야권지지자 입장에서야 새누리가 아직도 정신 못 차린 개인 팬덤 말 듣고 계속 배신의 정치 응징하면 재밌긴 하겠지만, 질낮은 말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없다. 만약 청와대가 정치적 노림수로 깜짝 반등을 노린다면 남북정상회담 카드 정도가 있겠는데, 지금까지 보여준 정치적 감각으로 저거 만졌다가는 손목이 날아간다. 위안부 합의, 세월호 참사 때의 무능한 대처같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그 사람들 청와대에 초청해서 위로하고 노력하겠다는 액션만 취했어도 반대파들을 반정부세력으로 라벨링하는 정치혐오 전략이 훨씬 잘 먹혔을 것이다.

 정의당은 목표 의석을 달성하지 못하였으나, 3당 체제 유탄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정도로 이야기하면 되겠다. 가는 데마다 다른 야권후보 잡아먹으면서 연전연패하던 노회찬이 마침내 승리를 거뒀다는 것도 뭐 성과라고 둘 수 있겠다.

 내 선거 예상이 틀린 이유는 단순하다. 안철수의 확장성을 과소평가했던 것이 먼저고, 사람의 변화를 믿지 않고 콘크리트가 깨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마음 속에 먼저 사람을 판단하는 선을 그어놓았다는 것을 느끼고 선악론과 국개론에 매몰된 것이 아니었나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정치는 타협과 설득을 바탕으로 하는게 마땅하다. 물론 어느 세력이나 대화가 불가능한 콘크리트는 있다. 그런 사람들과 시간낭비할 필요는 없겠지만 일단 논리를 가지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나 또한 언제든 설득될 준비를 해야할 것이다.

2016년 3월 29일 화요일

중앙대 쪽문 위치

 저 길 쓰는 사람은 은근 많지만 가는 길을 누가 적어놓은게 없어서 늙은 내가 적는다. 중문 옆 쪽문은 요즘 막힌 것 같고, 센트레빌2차와 은로초등학교 쪽으로 빠지는 쪽문 가는 길이다.

 학관 왼쪽 아래로 내려오는 통로를 따라가면 구두&열쇠방이 있고 계속 지나가면 쪽문이 나온다.


 정면으로 나가면 쪽문, 건물 뒤 오른쪽 비포장 통로를 지나면 영죽무대/공대 가는 길. 


  입구를 되돌아보면 이렇다.



 나와서 왼쪽을 보면 이런 구도가 보이고 길을 따라가면 아래 사진같이 트인 길로 나오게 된다. (아니면 사진엔 없지만 오른쪽 단지 내 통로를 쭉 따라간다)


 트인 길로 나오거나 단지 내 통로를 빠져나오면 오른쪽 109동 말고 정면에 보이는 114동 쪽으로 걸어간다. 안전펜스 아래로는 은로초등학교와 재개발로 철거된 구 주택가 현 공터가 보인다. 114동 왼쪽에 붙어있는 상가 입구로 들어가 국민은행 ATM기 있는 반대편 출구로 나와서 단지를 벗어날 수 있다. 단지 정문으로 나오고 싶으면 쭉 더 위로 올라가면 된다.

 상가 반대편 출구를 이용하면 이렇게 나오게 된다.



 한편 학관 왼쪽 길이 아니라 봅스트홀 뒷편 주차장도 쪽문과 통한다.



 좌측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봅스트홀에서 쪽문을 가려면 대나무밭을 가로지르는 비포장 통로를 통해 가는데 은근 경사도 있고 흙바닥이라 딱 각개전투 교장 가는 기분이다. 비오는 날 눈오는 날 이런 날은 가고 싶지 않다.

 2017년 7월부터 12월까지는 구 학관 철거공사로 인해 쪽문이 폐쇄되었다.

2016년 3월 24일 목요일

LG G4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통화만 되고 오디오 기능이 안되는 증상

 일전에 G4 와이파이 문제로 보드 교환한 이야기는 포스팅했지만, 사실 블루투스도 살짝 이상한 폰이다. 단순히 가끔 블루투스가 끊긴다 이 정도 수준은 아니다. 소프트웨어 문제인지 하드웨어 문제인지 아니면 내 뽑기 문제인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고-서비스센터 가면 롤리팝으로 센터 초기화나 해주고 난 하루종일 공인인증서 다시 깔겠지- 증상을 적어보면


 이게 정상상태, 블투로 전화-오디오가 모두 잘 된다.


 이상상태, 블투로 통화는 되고 오디오는 본체에서 나오고 왜 그런지는 모른다.


 1) 설정 메뉴로 들어가서 저 체크된 부분을 모두 해제하고 다시 체크하거나 2) 블루투스를 껐다 키거나 3) 페어링을 다시 잡거나 4) 재부팅을 하면 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다.

 집에 굴러다니는 다른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다시 테스트를 해볼수는 있지만 하늘 아래 새로운 뽈딱은 없으니까 비슷한 케이스를 좀 찾아보기로 했다.


  난 글이 한 300개쯤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없어서 좀 의아했다. 그러면 특수한 사용환경에 원인이 있을 수 있다. G4가 두 개 이상의 블루투스 디바이스 혹은 앱과 동시에 사용하기 힘들다면? 나는 시럽이나 오케이캐쉬백처럼 블투 쓰는 통신사 앱은 안 깔아놨으니 당장 생각나는건 샤오미 미밴드 앱이었다. 미밴드도 폰이랑 블루투스로 연결되는 거니까 ㅇㅇ 저걸 지우면 미밴드를 못쓰겠지만 노래 한 번 들을 때마다 폰 재부팅하는 것보다야 저게 낫지 싶어서 지웠다. 다시 블루투스 이어폰을 켜보았다. 거짓말처럼 잘 된다. 그럼 G4에 LG스마트워치랑 LG블루투스 헤드셋 이렇게 두 개를 물려써도 이럴까 잠깐 궁금했으나 어차피 내가 미치지 않은 이상 저 두 개 살 일은 없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한 줄 요약 : 다른 블루투스 디바이스 / 사용 앱을 모두 지우세요

 추신 - 최근 G4 사용자 카페의 메인 이슈는 무한부팅에서 크랙으로 넘어가는 듯하다.

2016년 3월 17일 목요일

ES탐색기+MX플레이어로 특정 코덱 스트리밍시 앱이 멈추는 증상

 베가 시크릿노트와 G4 모두 겪었던 증상이다. 핸드폰 ES탐색기 앱으로 (LAN이든 FTP로든) 내 NAS에 들어가서 특정 코덱을 쓰는 동영상을 스트리밍으로 재생하면 한 5초쯤 잘 재생되다가 화면이 멈춘 후에 좀 있으면 MX플레이어가 프리징되고, 앱을 껐다가 재시작해도 폰을 재부팅하기 전엔 다른 동영상도 제대로 재생되지 않았다. MX플레이어 외부 코덱은 설치한 상태였다.



 그냥 설정에서 SW디코더(로컬), SW디코더(네트워크)를 체크해주고 보면 잘 되었다.

서비스센터 삼고초려 : LG G4 단점 위주 후기

 나는 되도 않게 쉴드치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복장이 터지는 병이 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리뷰는 단점 위주로 적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약정기간이 꽤 남아서 번이 대신 기변을 해야했기 때문에 아이폰이나 갤럭시S 시리즈는 어려웠고, 갓-삼성의 보급형 A7 2016과 헬-지의 전전세대 플래그쉽 G4 중 후자를 골랐다. 몇년전 강남 교보문고 뒷편에서도 안터지는 옵큐1,2의 헬헬 조합을 많이 만져봤기도 하고 또 매번 반복되는 LG폰 결함시리즈도 보면서 헬지는 웬만하면 걸러야 한다는 것은 아주 잘 알고 있었지만, 이제 팬택이 존재하지 않는 시대에 저 정도 금액대에선 별로 선택권이 없다. 'TG'에서 유통하는 '중국폰'보다야 LG가 딱히 못한 것도 없지 않은가? 그렇게 2월 말에 G4를 샀다. 보통 전자제품은 한달은 써보고 리뷰를 쓰는데, 이번엔 더 사용해봐야 별 거 없을 것 같아서 지금 쓴다.

 우선 이 제품을 사기 전에 미리 파악한 주요 단점들은 다음과 같다.

 1) 제조사가 LG
 2) (냉납 현상으로 추정되는) 무한 부팅 이슈가 있음 - 초기 생산주차 제품들을 피해야함
 3) 스냅드래곤 810 발열 문제로 808를 차용하고 1440p 해상도 - 필연적인 저성능
 4) 액정 잔상 - 이건 2)에 비해 적은 빈도로 나타나는 것 같다
 5) 퀵차지 2.0 충전기 미탑재 - 폰은 퀵차지 2.0을 지원하지만 번들 충전기는 일반형

 2번에 대해서 부연설명하면, 사용자 카페에 매일 한두명씩은 드디어 걸렸다고 수리 후기가 올라오는 수준이다. 그런데 IT기기를 쓰면서 사용자 카페에 가는 사람도 별로 없겠지만 후기까지 쓰는 비율이 얼마나 될 것이며 또 주변에서 G4 쓰는 사람을 본 적이 얼마나 있는가? 난 아이폰을 한 5년 쓰면서 단 한번도 카페에 글을 적어본 적이 없다. 뭐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하면서 등업글은 적었을런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런 것까지 생각하면 뭐 100% 걸린다 생각하는게 나을 것 같다.

 아무튼 새 전자제품이 오는 건 기쁘니까 반갑게 택배님의 존안을 뵙고 제품을 열어보니 2015년 4월 생산 제품이었다. 이 제품이 15년 4월 29일에 출시되었으니까 어지간히도 안 팔렸나보다. 구성품은 본체, 배터리 2개, 배터리 거치대, USB 케이블, 충전기, 번들 쿼드비트 이어폰, 매뉴얼 이 정도고 별로 좋지 않은 품질의 기본 필름이 기계 전면과 측면에 붙어있다. 안드폰을 써본 적은 있기 때문에 우선 받자마자 공초를 하고, PC를 통해 마쉬멜로우 판올림을 하고, OTA 방식으로 진행되는 패치도 받아 깐 후에 이것저것 필요한 앱들을 다운받았다. 그리고 첫번째 난관에 봉착했다. 왜 지갑 위에 핸드폰을 올려놓으면 소리가 나지? 외모와는 달리 IT 관련 학과에 있는 김모 박사에게 문의를 해보았다. NFC인가 뭔가랜다. 그게 뭐냐니까 또 버럭버럭 성질을 쳐내면서 그냥 NFC를 끄라길래 그렇게 했더니 소리가 안 난다. 뭐 저게 내가 위험에 쳐했을때 자동으로 112나 119를 부르는 기능이 아닌 이상 꺼도 별 상관은 없을 것이다.

 두번째 난관도 곧 찾아왔다. 3시간쯤 물려놨는데 충전이 2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예상보다 빠른 교품각인가 싶었지만 다른 충전기, 케이블을 사용해보니까 또 잘 된다. 서비스센터에 들고 갔다. 멀티탭 문제일 수 있지만 일단 충전기와 케이블을 바꿔준댄다. 집에 돌아와서 교환받은 걸로 다시 해보았다. 이번엔 잘 된다. 혹시 몰라서 무한 부팅 이슈에 대해 물어봤는데, G4 판매량 대비 증상 발생이 많은 편은 아니라는 안내를 받았다. 음..

 세번째 난관은 쓴지 한 사흘쯤 되던 때 찾아왔다. 공유기 바로 옆인데 자꾸 와이파이 신호를 놓쳤다면서 LTE로 넘어가려고 한다. 자동 전환 옵션을 껐더니 와이파이로 하스스톤을 두 판쯤 돌리면 다음 판 중간쯤에서 접속 종료가 되기 일쑤다. 처음에는 일시적인 게임 문제인 줄 알았다가 그땐 다른 앱으로 인터넷 접속도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게 계속 반복-재현 되는 현상이라는 것까지 다다랐다. 꼭 하스스톤할 때만 그런 것도 아니고 발열이 좀 있다 싶으면 높은 확률로 그랬다. 이럴 땐 와이파이를 껐다 키든가, 5GHZ에서 2.4GHZ로 또는 그 반대로 전환을 해서 아무튼 신호를 새로 잡아줘야 원상복구가 된다. 아니면 아예 LTE를 쓰든가. 와이파이 설정 초기화 그런 건 별 소용이 없었다. 히든메뉴 진입이 아니라 후면키를 이용한 방식으로 공초를 해봤다. 한시간 만에 다시 똑같은 증상이 생겼고 빈도는 줄었지만 간헐적으로 계속 나타났다. 어떻게 사용할 때 이런 증상이 나타나나 대충 정리를 해보았다. 1) 블루투스를 켜고 2) 5GHZ 와이파이를 잡고 3) 발열이 심해질 때 주로 나타났다. 한 번 증상이 발생하면 재부팅 혹은 배터리를 교환해도 단시간 내 발열 있는 앱 사용시엔 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동 시간 다른 와이파이 사용 기기들은 전혀 이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건 내가 센터 보여주려고 찍은 동영상이다. (업로드를 위해 저용량으로 재인코딩) 혼자서 한손으로 G4 조작하고 한 손으로 촬영하느라 찍기도 어려웠고, 저런 걸 언제 또 해본 것도 아니라 조작 실수가 좀 있다. 우선 접속 안 되는 처음 화면은 크롬이고, 나중에 재연결한 후에 켠 앱은 네이버라든가 디버그 스크린은 찍은 기기 화질이 구려서 보이지도 않고 거기서 WIFI 메뉴를 들어가지도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도 나오지 않고 뭐 그렇지만 대충 무슨 증상을 겪었는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공유기와 호환 문제가 있을수도 있기에 적어보자면 내가 사용하는 공유기는 ipTIME A3004다. 저 회사 2014년 후반기 플래그쉽 제품에서 간이 NAS기능만 뺀거라, 내 생각엔 방 하나에서 쓰기엔 넘치는 제품이다. PC 두 대에 아이폰5, 아이패드4, 서피스 프로3, 베가 아이언2, 베가 시크릿노트, 크레마 샤인, 울트라씬 노트북 등 꽤 많은 기기들과 연결해서 사용하며 문제를 겪은 적이 딱히 없다. 평소에 펌웨어 업글도 생각날 때 마다 하고 저 증상이 처음 보였을때 공유기 펌웨어 업데이트도 다시 확인하고 와이파이 채널도 바꿔봤다. 별 소용은 없었다. 센터에 방문했더니 특별한 이상을 보이진 않으며 서머너즈워가 에러 로그를 많이 남겼다는 소견과 함께(증상이 발생한 날짜/시간대와 로그는 일치하지 않았다) 마쉬멜로우는 업데이트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럴 수 있다고 롤리팝으로 다운그레이드를 추천했다. 기기 간 궁합이 있을 수 있다는 건 나도 잘 이해하고 있지만, 11월에 판올림이 있었고 지금이 3월이고 그동안 몇번의 패치도 있었으니까 내 입장에선들으면서도 해결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일단 따랐다. 센터에서 롤리팝 상태로 돌려주겠으니 2주 정도 메신저 앱 정도만 깔고 사용해보라고 했다. 사실 센터측에서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고 일리없는 이야기도 아니다.

 네번째 난관은 곧바로 찾아왔다. 센터에서 직접 공초 및 롤리팝 판내림을 받고 집에 오자마자 와이파이 잡고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누르는 순간 연결되지 않음이 떴다. 와이파이를 끄고 LTE로 접속을 하니까 잘 됐다. 다시 와이파이 상태로 전환하고 앱 하나를 다운받았다. 그리고 다음 앱을 받으려고 새로 플레이스토어 검색을 하니 다시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구글 도움말을 따라 열심히 따라해봤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공초를 또 하니까 또 되긴 된다. 그냥 헬지는 그렇게 쓰는 겁니다 하면서 쓰려다가 며칠 후 또 그러길래 전후사정을 전화로 설명하고 세번째로 센터를 찾았다. 이 증상은 보고된 바가 없고 딱히 하드웨어상 문제는 보이지 않지만 보드를 교환해준다고 했다. 난 교품날짜가 지난 줄 알았는데 오늘까지 된다고 설명을 받아서 교품증을 끊으려다 먼 대리점 가기 너무 귀찮아서 그냥 보드 교체를 받기로 했다. 그런데 정말 보고된 바가 없을까?

http://www.ppomppu.co.kr/zboard/view.php?id=phone&page=1&divpage=588&search_type=subject&keyword=g4+%BF%CD%C0%CC%C6%C4%C0%CC&no=3126565

https://www.reddit.com/r/lgg4/comments/3t4q7q/wifi_never_works_properly/

https://www.reddit.com/r/lgg4/comments/46onjz/wifi_connected_but_no_data/

 사용자 카페에서도 G4 사촌격인 V10을 사용하는 이용자도 똑같은 증상을 겪고 보드를 교환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는 글도 있었고, 댓글에서 G3 cat 6 이용자가 자기도 겪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니까 우리 지구촌 친구들이 모두 보고를 하지 않았던 듯 하다. 여담으로 보드 교체를 받고 개선된 점이 분명히 있었다. 전엔 재부팅을 하고 20-30초는 지나야 와이파이를 잡았는데 이젠 바로 잡고, 전화 수신률 수치도 소폭 상승이 있었다. 개선품 보드로 교체했을테니 이제 무한 부팅 걱정도 덜어도 되겠지.

 다섯째, 그러나 보드를 교환한 날 저녁 증상은 다시 찾아왔다. 초기화하고 업뎃하는 것도 지쳐서 그랬는지 이번엔 OTA로만 할 수 있는 마지막 업뎃 하나를 안했길래 그거나 마저했다. 그냥 블루투스 안 쓸 땐 끄고 와이파이도 문제가 발생하던 5GHZ 대신 2.4GHZ 위주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러고나니 어제 오늘은 좀 잠잠한 것이 원래 헬지는 이렇게 쓰는건가보다. 우리 지포 미쳐.

 와이파이 문제는 충분히 적었고, 이제 알려진 다른 단점에 대해 우선적으로 여기는 부분부터 간략히 적어보겠다.

 1) 성능 : 서머너즈워라는 저사양 게임을 돌려보았다. 동영상에서 위는 베가 아이언2(2014년 5월 출시, 스냅 드래곤 801, 1080p), 아래가 G4이다. 역시 업로드를 위해 저용량으로 재인코딩을 했다.


 로딩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이거랑 하스스톤말고 다른 게임을 해본 건 아니지만, 다른 게임도 뭐 다를 이유가 없을 것이다. G4는 1440p를 차용한 탓에 분명히 느리다. 아니 5.5인치 핸드폰에 1440p를 쓸 일이 뭐가 있나, 현실적으로 G3에도 1440p넣었는데 G4에 1080p 넣을 순 없었겠지만 그거야 걔네 사정이고 핸드폰이 아니라 PC 모니터도 아직 27인치까지는 1080p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2) 발열 : 충전하면서 게임하면 뜨끈해지기는 하는데, 내가 보드를 갈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글쎄 이걸 심하다고 할 수준인지는 잘 모르겠다. 여름되면 또 다르려나.

 3) 액정 잔상 : 아직 겪지 않았다.

 4) 충전기 : 알려진대로 번들 충전기는 퀵차지 2.0을 지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퀵차지 2.0 지원 충전기를 따로 사기도 애매한게 어차피 G4는 착탈식이라 배터리 딸랑거리면 교환하면 그만이고 난 보조 배터리도 있다. 또 거치대 충전은 고속충전이 되는 것도 아니라 잘 쓰지도 않는 본체 충전땜에 멀쩡한 충전기 냅두고 사기도 내키지 않는다. 원가절감같은건지 모르겠는데 왜 저런 짓을 했지? 이건 별개 일인데 서피스 프로3 어댑터에 USB 포트가 있는데 그걸로 충전하면 케이블을 가린다. G4, 아이언2 번들 케이블을 물리면 충전이 됐다 안됐다 하고 따로 구입한 LG 모바일(LG전자와는 다르다고) 케이블도 마찬가지다. 퀵차지 2.0 지원기기들을 물리면 이렇다는데 신기한 건 중국산 블루투스 이어폰 살 때 따라온 짧은 케이블로는 또 충전이 잘 된다.

 5) 배터리 : 사람들이 또 많이 단점으로 지적하는 부분이다. 아몰레드 쓰는 아이언2보다는 확실히 못한 것 같은데, 내가 전에 쓰던게 아이폰5랑 베가 시크릿노트라 그거랑 비교한다고 하면, 같은 IPS인 쟤들에 비해서 G4가 광탈이 심하다고 이야기하긴 어렵다.

 6) 후면키 : 후면키에 대한 불만이 올라오면 어차피 노크온으로 화면은 껐다 키고 후면키 사용비중 낮잖아요 하는 게 주요 레파토리이다. 그러면 측면 물리키도 있고 노크온도 있는 게 더 좋은 거 아닌가? 이게 카툭튀 디자인까진 아니지만 배터리 커버도 얇고 후면에 키까지 달렸는데 그게 노출까지 되니까 바닥에 폰 두기가 애매하다. 그렇다고 액정을 아래로 하고 놓는 것도 그닥 내키지 않는다. 개통 대리점에서 투명 젤케 준 거 끼니까 케이스 두께가 있어서 바닥에 바로 닿지는 않겠더라.

 7) 소프트키 : 내 기준에선 물리키보다 좋다.

 8) 기타 : 갤6만하겠지? 싶었는데 생각보다 10% 정도 더 컸다. LG백업도 영혼까지 백업해준다길래 아이튠즈 같은건가 기대했는데 막상 써보니까 그 정도엔 못 미치고 로그인 설정까지 복원되는 앱도 있고 아닌 앱도 있고 뭐 없는 것보다는 편한 정도. 쌩폰으로 바닥에 두고 쓰기 힘든 곡면 디자인도 이게 무슨 장점이 있는지 난 잘 모르겠다.

 단점을 길게 적었으니까 장점은 간략하게만 적자면,

 1) 카메라 : 생각보다도 좋았다

 2) 착탈식 배터리 : 편함

 3) 마이크로 SD 지원 : 16기가 폰 쓰다가 기본 32 + SD카드 조합쓰면 신난다

 4) AS센터 : 팬택이 망하고 이제 서울에는 센터 6개 남은 것을 알고 있는가? 동네 팬택 센터 직원들이 참 친절했는데 하루 아침에 센터 없어지고 그 양반들 다 어찌됐는지 참.. 고장 안나는 게 최우선이긴해도 주변에 센터 많은 건 좋은거다.


 총평하자면 위 짤 같은 느낌이었다. 사람의 탈을 쓰고 어떻게 2주 동안 센터 3번 가고 보드 교체한 핸드폰을 다른 사람한테 추천할 수가 있겠는가? 물론 개개인마다 뽑기 운이 있고 사용 환경이 다르니까 이런 고통을 겪은 게 그냥 운이 없어서일수도 있고, 지금 저 사단을 겪고난 후 폰을 내가 못 쓸 정도는 결코 아닌데 저런 거 다른 사람 해줬으면 해주고도 욕먹었겠다. 애플도 싫고 삼성도 싫어서 그나마 LG가 나을 거라는 이명준같은 이가 있다면 그래도 남한이 낫지 않겠습니까 말을 하긴 오지랖이겠지만, 쟤네 폰은 출시된지 6개월 넘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번엔 무슨 문제가 발생했는지 나오고 사라는 조언만이라도 해주고 싶다. 난 햅틱착 이후로 쓴 폰엔 전부 다 메이커 필름을 사서 부착서비스까지 받았고 케이스도 신경써서 샀는데 이번 폰엔 개통점에서 준 싸구려 필름이랑 케이스만 쓸거라는 걸로 이 폰에 대한 내 생각을 마무리하겠다.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파손보험은 남겨둬야겠다.

 한줄 평 : 싼 게 다 그렇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