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엘리엇은 세상이 끝나는 방식은 쾅하는 포성이 아니라 훌쩍임과 같이 온다고 했다. 이보다 더 한겨울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온수가 안 나오는 것을 잘 묘사할 수 있는 표현이 세상에 다시 있을까 의문이다. 그것도 간밤에 온수 쪽으로 수도를 똑 똑 틀어놓았는데도 그렇다면 말이다. 쫄쫄 틀어놔야 하는 집도 있는 것을 명심하자.
만약 당신의 수도꼭지에서 냉수도 나오지 않거나 심지어 수도계량기까지 깨졌다면 이미 매티스의 시간이고, 할 수 있는 건 수도사업소와 업체에 전화하는 것 밖에 없겠지만 난방과 냉수 배출은 잘 되는 가운데 온수만 나오지 않는다면 아직 틸러슨의 시간이다.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추울 때는 보일러나 수도 동파되는 집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업체를 불러도 온다는 보장이 없다. 침착하게 행동하자.
요즘 보일러는 기본적으로 동파 방지 기능이 있어서 추우면 자동으로 동작해서 자체 동파를 막는다지만, 온수배출관에 고여있다가 어는 물을 어떻게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기온이 너무 내려가면 수도를 온수 쪽으로 확 제끼고 물이 쫄쫄 흐르게 해놓아 동파를 예방하는 것이 우선이다. 앞서도 이야기했듯 똑 똑 틀어놔도 얼었기 때문에 수도와 가스 요금이 더 나오더라도 물줄기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틀어야 하는 집도 있다.
그렇게 하지 못해 온수배출관이 얼어 붙어 온수가 나오지 않는다면 먼저 보일러 매뉴얼을 찾아서 온수배출관을 찾아봐야 한다.
우리 집 보일러의 배관도를 찾아보니 다음과 같았다. 우선 보일러 전원 코드를 빼고, 온수 쪽으로 수도꼭지를 크게 틀어놓은 후 세번째 있는 온수출탕, 즉 온수배출관을 드라이기로 지지기 시작했다. 원래는 단열재를 벗기고 배관에 뜨거운 바람을 골고루 쏴줘야 한다는데 솔직히 그렇게까지 했다가는 단열재 다시 씌울 뒷일이 너무 귀찮을 것 같아서 일단 단열재가 덮혀 있지 않은 보일러 - 배관 연결부 / 단열재 없이 바깥에 노출된 부분 / 꺾인 부분 위주로 20분 정도 쏴주니 쏴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업소용 드라이기를 사놓은 선견지명에 감사하며 온수를 만끽했다.
만약 이렇게 해도 안되면 어쩔 수 없이 열선 사와서 단열재 벗기고 관을 녹인 후 다시 새 단열재 덮든가, 녹을 때까지 전열기를 틀어놓는 방법밖에 없는 듯 하다. 혹자는 심하게 추운 날엔 열선을 감아놓으면 괜찮지 않겠냐는데, 일단 관리도 어려울 뿐더러 2016년 한 해에 수도관에 열선 감아놓았다가 난 화재만 298건이라니 밤낮으로 보일러 배관 살필 것도 아니라 솔직히 하기가 꺼려진다. 싸구려 열선 쇼트나는 게 예고를 하고 그러는 것도 아니고..
2018년 1월 26일 금요일
2017년 10월 1일 일요일
예당 러시아 클래식 100선 앨범 커버 모음 / Yedang Best Russia Classic Gold 100 Audio CD covers
박스셋을 기획한 회사가 지금은 인터넷 홈페이지도 열리지 않아 정보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 올려두지만, 권리자에게서 요청이 들어오면 즉각 삭제 예정.
Download(클릭)
2017년 7월 7일 금요일
애플 ID 해킹 당하고 결제까지 된 이야기
재작년 연말부터 작년 초까지 가지고 있던 아이폰, 패드를 다 팔고서 헬지의 망작 G4와 대륙의 수작 샤오미 미 맥스를 계속 쓰다보니 애플 ID 쓸 일이 없었다. 그런데 1년 3개월쯤 지난 올해 5월 15일에 메일이 4개 연달아 도착했다.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5월 14일 오후 11시경 아이폰6로 내 미국 애플 계정에 접속하였으며, 자기 계정과 아이튠즈 가족 공유를 신청했고 라그나로크 모바일 중국판을 다운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왜 즉시가 아니라 12시간이 훌쩍 지난 후에 로그인 알림 메일을 발송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나도 16일에나 메일을 확인했고 결제가 된 건 없이 다운로드 알림만 있었기 때문에 계정 보안만 재설정하고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올해 7월 2일, 신도림 아이폰 재고떨이를 맞아 하나 주워와서 개통된 3일에 애플 ID 넣고 앱스토어 들어가니 결제 정보를 갱신하라는 알림창이 떴다. 얼마 전에 카드를 갱신했기 때문에 그런가보다 하고 새 카드 입력을 하니 문자가 띵 왔다. 결제 확인용 1달러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19.99달러였다. 이거 실화냐?
놀라서 자세한 구매 목록에 들어가보니 다음과 같은 게 있었다.
5월 14일 오후 11시 반에 라그나로크 모바일 게임머니를 산 것 같다. 놀랍게도 중국인은 게임 다운받은 거 구매 목록 삭제까지 마친 것 같다. 앱스토어 리뷰란에 허구헌날 구매 목록 삭제해주세요 그러는 사람들보다 훨씬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기존 카드가 만료되어 구매가 홀딩되어 있다가 내가 새 카드 정보를 입력한 순간 돈이 빠져 나간 것 같다.
메일함으로 가보니 7월 3일 날짜로 구매가 완료되었다는 영수증 메일이 왔다. 우선 저기 있는 Report a Problem을 눌러 링크를 따라가 내가 산 게 아님 사유를 선택했더니 메일로 할 것인지, 전화로 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창이 떴다. 미국 계정이라 영어로 전화를 해야되나 싶었지만 걸려온 전화는 한국 직원이었다. 사정을 설명했더니 당장 처리할 수 없는 문제라며 다음날 다시 연락하겠다고 예약을 잡았다. 카드사에도 결제 취소가 가능한지 문의하였더니 만약 앱스토어 측에서 처리가 되지 않으면 차후에 이의제기를 거쳐야 한다고 한다.
다음날 약속한 시간에 애플 측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제와는 다른 담당자였는데 다시 소명을 하라고 해서 짧지 않은 얘기 다시 하기는 조금 짜증이 났다. 2주 내 환불이 된다고 했고, 대신 이번에 결제에 쓰인 카드는 밴이 된다고 했다. 두 달을 홀딩되어 있다가 카드 정보 갱신하자마자 결제가 된 건데 그렇게 해야되냐고 말해봤지만 소용은 없었고 3일 후인 7일 오늘 환불이 완료되었고 다른 카드를 입력하고 결제정보를 갱신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동안 카드랑 연결된 사이트마다 계정 패스워드를 다르게 했고, 애플 아이디와 이메일 계정도 당연히 각기 다른 패스워드를 썼는데 뚫렸다는 것이다. 지금은 아이폰을 쓰고 있기 때문에 이중 인증을 활성화시켜 두었다. 사드보다 확실히 중국을 견제할 수단이면 좋겠다.
3줄 요약
1. 생각보다 빠르게 결제 취소 절차가 완료되었다
2. 카드는 밴이 되었다
3. 애플 계정은 타 사이트와 패스워드를 달리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해킹 경로는 의문이다
3줄 요약
1. 생각보다 빠르게 결제 취소 절차가 완료되었다
2. 카드는 밴이 되었다
3. 애플 계정은 타 사이트와 패스워드를 달리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해킹 경로는 의문이다
2017년 5월 13일 토요일
19대 대통령을 맞이하며
지난 1년여 동안 나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보던 신문도 바꾸고, 현 여권에 우호적인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조갑제닷컴이나 아크로 같은 사이트도 종종 눈팅을 하곤 했다. 내 입장에서는 아주 황당무계한 논리를 펼치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근왕파 잔존세력과 버릴 건 버리고 보수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수정주의자들의 내전은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였다. 헌데 DJ는 종북이 아니었으나 문재인은 종북이 맞다고 생각하는 교조적 지역주의자는 처음 발견했기 때문에 신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도 공동체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었고, 동의하기 어렵다 뿐이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그 사이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다. 대통령이 6개월이나 유고상황이었고 그 이전에도 비선실세들이 국정 전반을 주물럭거렸지만 나라가 망하지는 않는 것을 지켜보았다.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라고는 하나 이제는 우리도 어느 정도 시스템을 갖게 되었구나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새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급한 현안들을 처리하는 것을 보니 확실히 대통령의 권한은 매우 크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최측근을 비서실이 아니라 내각에 두는 것을 고려한 듯한 인사는 여태까지는 마음에 들고 있다.
그 사이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다. 대통령이 6개월이나 유고상황이었고 그 이전에도 비선실세들이 국정 전반을 주물럭거렸지만 나라가 망하지는 않는 것을 지켜보았다.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라고는 하나 이제는 우리도 어느 정도 시스템을 갖게 되었구나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새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급한 현안들을 처리하는 것을 보니 확실히 대통령의 권한은 매우 크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최측근을 비서실이 아니라 내각에 두는 것을 고려한 듯한 인사는 여태까지는 마음에 들고 있다.
전임 박근혜 정부에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기에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에 이르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 두 개는 과도하게 이념갈등을 조장하고 국회를 무시하는 것이었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논란은 그 대표적인 예인데, 시작은 저 노래에 어거지로 종북 논란을 갖다 붙여서 대신 '얼씨구 절씨구 자진 방아로 돌려라' 로 시작하는 자진방아타령을 연주하려는 한심한 행동은 이명박 정부에서 한 것이지만 박근혜 정부에서의 대처는 그야말로 기가 막혔다.
우선 저 노래에 종북 논란이 붙는 거 자체부터가 문제인데, 작사가가 나중에 방북을 한 것을 소급시켜 문제를 삼는다면 작가 이문열 씨도 허구헌날 홍위병 타령을 하면서도 본인은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였으니 <황제를 위하여>에서 정 처사의 아들 황제를 따르는 덜떨어진 일당들을 충직한 인물들로 묘사한 것은 훗날 박 대통령의 딸 박 대통령2를 추종하는 세력을 미화하기 위한 찬양 및 고무 목적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고, 그 찬양의 대상이 헌법 수호 의지가 없기 때문에 탄핵된 인물이므로 이 소설도 반국가적 작품이라는 말인가? 아마 그렇게 허무맹랑한 생각을 하는 이는 매우 드물 것이다. 톡 까놓고 5.18 기념식이 아니라 부마항쟁 기념곡이었다면 저런 얼치기 매카시즘 자체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인 2013년에는 국회의원 재적 200명 중 158명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곡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에 찬성해 통과시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승춘 보훈처장이 온갖 핑계를 갖다 붙이며 방해하니 163명의 야당 의원이 보훈처장 해임촉구 결의안을 발의했으나 박 전 대통령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새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보훈처장의 사표를 받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곡으로 지정한 것은 사필귀정이다.
전임 박근혜 정부는 매번 저런 식으로 국회를 무시했다. 국정 역사 교과서야 아버지를 위한 트리뷰트라고 쳐도 국회법 여야 합의안을 거부하며 여당 원내대표를 찍어내고, 장관 해임건의안도 거부하는 폭정을 펼쳤으니 임기가 하루라도 더 빨리 줄어들지 않은 것이 국가의 불행이다. 이제 와서 자한당은 국정 교과서를 야당과의 협의 없이 폐지했다고 항의해보지만 그럼 뭐 저 수준 미달의 교과서를 만들 때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협의를 통과해서 만들었다는 것인가. 어차피 결의안 내봐야 통과도 못 시킬 거 가져가고 싶으면 직접 와서 수령해가면 몇 권 정도는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전임 박근혜 정부는 매번 저런 식으로 국회를 무시했다. 국정 역사 교과서야 아버지를 위한 트리뷰트라고 쳐도 국회법 여야 합의안을 거부하며 여당 원내대표를 찍어내고, 장관 해임건의안도 거부하는 폭정을 펼쳤으니 임기가 하루라도 더 빨리 줄어들지 않은 것이 국가의 불행이다. 이제 와서 자한당은 국정 교과서를 야당과의 협의 없이 폐지했다고 항의해보지만 그럼 뭐 저 수준 미달의 교과서를 만들 때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협의를 통과해서 만들었다는 것인가. 어차피 결의안 내봐야 통과도 못 시킬 거 가져가고 싶으면 직접 와서 수령해가면 몇 권 정도는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국회 무시, 이념 대결 이 두 개의 뿌리는 대통령 본인의 시대착오적인 역사관에 있었다. 한 가지 걱정이 되는 것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한 줌 주사파는 남아있듯이 탄핵당한 전 대통령의 추종세력도 잔존해 있을 거라는 이야기인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선출직에 당선되면 탄핵심판,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철퇴를 맞은 무리의 상징을 취임식장에 비치하고 후미에 시키는 것까지도 찬성한다. 지도자가 저렇게 편협한 역사관을 가지는 한 미래는 어두워진다. 선거기간 중 당시 문재인 후보가 좋아하는 책으로 전환시대의 논리를 꼽았을 때 내가 약간의 불만족을 느꼈던 것도 비슷한 이치였다. 이제는 효용을 다 해가는 책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새 대통령은 전임자와는 넘사벽의 소통, 공감 능력을 지녔기 때문에 의식이 그 시대에 멈춰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새 정부가 뭘 해도 좌우에서 치이는 언론 지형의 한계로 제 평가를 받지 못할 거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여러 현안들을 슬기롭게 처리할 수 있다면 일정 이상의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지난 4년을 반면교사 삼아서 국회와 긴밀한 협조를 구해야 함은 물론이다. 현재 5당 체제로 개편된 정계 지형이 당, 정에 불리한 것도 아니다. 앞서 언급한 정치적 극단주의자들마저 만족시키는 정치를 펼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해 할 수 있는 일에만 매진한다면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새 정부가 뭘 해도 좌우에서 치이는 언론 지형의 한계로 제 평가를 받지 못할 거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여러 현안들을 슬기롭게 처리할 수 있다면 일정 이상의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지난 4년을 반면교사 삼아서 국회와 긴밀한 협조를 구해야 함은 물론이다. 현재 5당 체제로 개편된 정계 지형이 당, 정에 불리한 것도 아니다. 앞서 언급한 정치적 극단주의자들마저 만족시키는 정치를 펼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해 할 수 있는 일에만 매진한다면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2017년 5월 2일 화요일
현 시점 대선후보들에 대한 좀 더 긴 평가
1. 문재인
동의하지 않는 이도 있겠지만 나는 문재인 후보의 과거 삶에 합격점 이상의 점수를 주고 있다. 거기다 소속 정당은 DJ 이후 최초로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원내 최다석 정당이다. 또 후보의 정책을 만들어내는 싱크탱크의 규모와 질 모두 문재인 후보 측이 가장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의 발언을 통해 리더의 살아온 길 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길을 갈 것인지도 가늠해 볼 수 있다. 공안몰이, 블랙리스트 때문에 인권 의식이 2002년 대선에 비해 두 발자국 후퇴하고, 수치를 모르는 극단주의자들이 다수 출몰한 지금, 문재인 후보의 동성애 발언은 여러 가지 사정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실망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최소한 홍준표 후보의 원색적인 '후미에'를 에둘러 비켜갈 수 있는 방법은 있었기 때문이다.
2. 홍준표
미세먼지 대책과 2,000cc 미만 유류세 50% 감면이 공존할 수 있는 정책은 아니다. 만사를 저렇게 아무 생각없이 질러대도 25% 가까이 득표할 것이다.
3. 안철수
아름다운 일주일을 보내고 멸망했다. 악당에 투표하는 사람은 있어도 찐따에 투표하는 사람은 드물다. 안철수 후보는 그동안 자기가 문재인 후보보다 나은 대안임을 꾸준히 어필해왔다. 안희정으로 문재인을 막을 수 없다는 게 기정사실화 되고나서 反문표들이 곧바로 안철수 후보에게 결집한 것은 그동안 써왔던 전략이 유효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문제는 그 반문표들은 문재인이 싫어서 안철수에게 모여있던 것이지, 안철수가 좋아서 모여있던 것은 아니었다. 일단 문재인과 맞서 승산이 있으면 저 정도 지지율은 나온다는 것은 반기문 - 황교안 - 안희정이 증명해 준 바 있다. 그런만큼 표들의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해 후보가 보수-진보 사이에서 삐끗하기라도 하면 비 온 후의 벚꽃처럼 우수수 떨어져 나갈 것임은 자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안철수 후보는 'A도 겪어봤고 B도 겪어봤지만 다 실패하지 않았냐'는 특유의 스탠드를 구사하는 게 옳았다. 하지만 그걸 구체적인 정책에도 가져다 쓰면 안 됐다. 시범사업만 8조가 드는 사업인데 왜 꼭 저렇게 해야하는지 설명이 제대로 안 되는 순간 5년을 베타테스트로 날리겠네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다. 4차 산업혁명 말만 하지 말고 이 중에서 코딩 한 줄 해 본 사람이 저밖에 더 있습니까 식으로 어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네거티브 공방전과 병설형 단설 유치원 파문은 안 후보의 참신함을 모두 다 날려버렸고, 국회의원직 사퇴나 공동정부론은 전혀 파급력이 없었다. 자기가 사퇴하는 게 아니라 박지원 대표의 정계 은퇴를 걸었으면 조금은 효과가 있었을 것이지만 당 장악력이 없으니 불가능하긴 했을 것이다. 지지율이 급락하니 급기야 총선을 앞두고 서로를 향해 날선 공방을 벌이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영입한 것은 실착 정도를 넘어 한심할 지경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의 역사 인식이다. 이념에 연연하지 않는 것도 자기가 확고한 이념을 가지고 있어야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의대생 시절에 V3까지 만드느라 고생하고, CEO 하느라 바쁘고, 교수 하느라 공부 열심히 한 건 알겠는데 리더가 되려면 역사 공부 준비도 더 해야했다. 기본이 안 되어있으니까 임시정부 법통 논란이 계속 튀어나오는 것이다. 이 사람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바로잡을 기회는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생각해봤는데, 애초에 호남 중진 사채를 끌어다 쓴 순간 어떻게 해도 힘들었을 것 같다.
4. 유승민
유승민 후보의 토론 스킬은 많은 칭찬을 받았지만, 어디 한군데 꽂히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은 리더의 모습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전술핵 재배치, 사드 배치, 벤처 창업과 중소기업 지원 모두 비슷한 태도로 일관했다. 군소후보가 다른 후보의 헛점을 지적하는데 성공했다면 물고 늘어지는 것보다는 알겠습니다 하면서 자기 장점을 어필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또한 원조친박이었지만 경제정책에는 끝까지 반대했다는 하나마나한 이야기보단, 그 자리를 더 일찍 박차고 나오지 못한 그 시절을 반성했어야 했다. 생각해보면 유승민 후보의 정치 인생은 매번 저랬다. 원내대표 시절 남이 쫓아내기까지 자기 자리를 던지지 못했고, 자기 라인이 다 짤려나갈 동안 탈당도 백의종군 선언도 하지 못했다. 간신히 김무성 전 대표의 무공천에 힘입어 대통령 '존영' 걸고 선거했고, 탄핵정국 속에서도 정치적 후원자인 김무성 전 대표의 재탈당 권유도 처음엔 거절했다. 대구 유세에서 한 시민에게 (전 대통령과) 한 배를 탔으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는 일갈을 들을 만하다 생각한다. 하지만 본인은 정말로 선을 그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5. 심상정
나름의 색깔을 확실하게 들고 나왔고 성과도 있었다.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를 지지율에서 미세하게나마 제치고 있는 것. 당선 확률은 희박하겠지만 소수자들의 의견을 반영할 창구가 꼭 필요하므로 소신 투표하는 이들의 표를 받는 것이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세훈, 한명숙 둘 다 싫다고 노회찬 찍었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았다.
동의하지 않는 이도 있겠지만 나는 문재인 후보의 과거 삶에 합격점 이상의 점수를 주고 있다. 거기다 소속 정당은 DJ 이후 최초로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원내 최다석 정당이다. 또 후보의 정책을 만들어내는 싱크탱크의 규모와 질 모두 문재인 후보 측이 가장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의 발언을 통해 리더의 살아온 길 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길을 갈 것인지도 가늠해 볼 수 있다. 공안몰이, 블랙리스트 때문에 인권 의식이 2002년 대선에 비해 두 발자국 후퇴하고, 수치를 모르는 극단주의자들이 다수 출몰한 지금, 문재인 후보의 동성애 발언은 여러 가지 사정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실망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최소한 홍준표 후보의 원색적인 '후미에'를 에둘러 비켜갈 수 있는 방법은 있었기 때문이다.
2. 홍준표
미세먼지 대책과 2,000cc 미만 유류세 50% 감면이 공존할 수 있는 정책은 아니다. 만사를 저렇게 아무 생각없이 질러대도 25% 가까이 득표할 것이다.
3. 안철수
아름다운 일주일을 보내고 멸망했다. 악당에 투표하는 사람은 있어도 찐따에 투표하는 사람은 드물다. 안철수 후보는 그동안 자기가 문재인 후보보다 나은 대안임을 꾸준히 어필해왔다. 안희정으로 문재인을 막을 수 없다는 게 기정사실화 되고나서 反문표들이 곧바로 안철수 후보에게 결집한 것은 그동안 써왔던 전략이 유효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문제는 그 반문표들은 문재인이 싫어서 안철수에게 모여있던 것이지, 안철수가 좋아서 모여있던 것은 아니었다. 일단 문재인과 맞서 승산이 있으면 저 정도 지지율은 나온다는 것은 반기문 - 황교안 - 안희정이 증명해 준 바 있다. 그런만큼 표들의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해 후보가 보수-진보 사이에서 삐끗하기라도 하면 비 온 후의 벚꽃처럼 우수수 떨어져 나갈 것임은 자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안철수 후보는 'A도 겪어봤고 B도 겪어봤지만 다 실패하지 않았냐'는 특유의 스탠드를 구사하는 게 옳았다. 하지만 그걸 구체적인 정책에도 가져다 쓰면 안 됐다. 시범사업만 8조가 드는 사업인데 왜 꼭 저렇게 해야하는지 설명이 제대로 안 되는 순간 5년을 베타테스트로 날리겠네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다. 4차 산업혁명 말만 하지 말고 이 중에서 코딩 한 줄 해 본 사람이 저밖에 더 있습니까 식으로 어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네거티브 공방전과 병설형 단설 유치원 파문은 안 후보의 참신함을 모두 다 날려버렸고, 국회의원직 사퇴나 공동정부론은 전혀 파급력이 없었다. 자기가 사퇴하는 게 아니라 박지원 대표의 정계 은퇴를 걸었으면 조금은 효과가 있었을 것이지만 당 장악력이 없으니 불가능하긴 했을 것이다. 지지율이 급락하니 급기야 총선을 앞두고 서로를 향해 날선 공방을 벌이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영입한 것은 실착 정도를 넘어 한심할 지경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의 역사 인식이다. 이념에 연연하지 않는 것도 자기가 확고한 이념을 가지고 있어야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의대생 시절에 V3까지 만드느라 고생하고, CEO 하느라 바쁘고, 교수 하느라 공부 열심히 한 건 알겠는데 리더가 되려면 역사 공부 준비도 더 해야했다. 기본이 안 되어있으니까 임시정부 법통 논란이 계속 튀어나오는 것이다. 이 사람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바로잡을 기회는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생각해봤는데, 애초에 호남 중진 사채를 끌어다 쓴 순간 어떻게 해도 힘들었을 것 같다.
4. 유승민
유승민 후보의 토론 스킬은 많은 칭찬을 받았지만, 어디 한군데 꽂히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은 리더의 모습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전술핵 재배치, 사드 배치, 벤처 창업과 중소기업 지원 모두 비슷한 태도로 일관했다. 군소후보가 다른 후보의 헛점을 지적하는데 성공했다면 물고 늘어지는 것보다는 알겠습니다 하면서 자기 장점을 어필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또한 원조친박이었지만 경제정책에는 끝까지 반대했다는 하나마나한 이야기보단, 그 자리를 더 일찍 박차고 나오지 못한 그 시절을 반성했어야 했다. 생각해보면 유승민 후보의 정치 인생은 매번 저랬다. 원내대표 시절 남이 쫓아내기까지 자기 자리를 던지지 못했고, 자기 라인이 다 짤려나갈 동안 탈당도 백의종군 선언도 하지 못했다. 간신히 김무성 전 대표의 무공천에 힘입어 대통령 '존영' 걸고 선거했고, 탄핵정국 속에서도 정치적 후원자인 김무성 전 대표의 재탈당 권유도 처음엔 거절했다. 대구 유세에서 한 시민에게 (전 대통령과) 한 배를 탔으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는 일갈을 들을 만하다 생각한다. 하지만 본인은 정말로 선을 그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5. 심상정
나름의 색깔을 확실하게 들고 나왔고 성과도 있었다.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를 지지율에서 미세하게나마 제치고 있는 것. 당선 확률은 희박하겠지만 소수자들의 의견을 반영할 창구가 꼭 필요하므로 소신 투표하는 이들의 표를 받는 것이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세훈, 한명숙 둘 다 싫다고 노회찬 찍었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았다.
2017년 3월 21일 화요일
꼭대기가 있으면 골짜기도 있다 : 김인식 감독의 마지막 국가대표팀을 보내며
2013년 WBC에서 류중일호가 조별예선 통과에 실패하며 링크(클릭)과 같은 관전평을 쓰기도 했었는데, 어느새 4년이 지나 다음 WBC가 열렸다. 그 사이 김인식 감독이 국가대표팀을 다시 맡아 프리미어12 우승이라는 깜짝 성과를 냈고, 이번 WBC에선 1라운드 경기를 고척돔에서 치르게 되며 더욱더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개막하자마자 우리 대표팀은 이스라엘과 네덜란드에 연달아 패배하며 경우의 수 놀음을 하다가 무기력하게 탈락했다.
그나마 마지막 경기였던 대만전에서 답답하던 타선의 물꼬가 터지며 무려 11득점을 뽑아냈지만 꼴찌 결정전에 불과했고 예선 라운드 강등을 당하지 않아서 시즌 진행 중에 2군 상비군들 뽑아서 몽골 파키스탄 이런 나라들과 경기는 안 해도 된다는 것에 애써 의미를 둬야 하는 결과였다. 흥행 측면에서도 서울 라운드는 도쿄, 마이애미는 물론 할리스코 라운드에도 크게 뒤졌다. KBO, 선수단, 팬, 방송사 모두에게 큰 상처를 남긴 셈이다. WBC가 역대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며 연일 꿀잼 경기 속에 마지막으로 치닫는 와중에 우리 대표팀이 저기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을 저절로 하게 된다.
그나마 마지막 경기였던 대만전에서 답답하던 타선의 물꼬가 터지며 무려 11득점을 뽑아냈지만 꼴찌 결정전에 불과했고 예선 라운드 강등을 당하지 않아서 시즌 진행 중에 2군 상비군들 뽑아서 몽골 파키스탄 이런 나라들과 경기는 안 해도 된다는 것에 애써 의미를 둬야 하는 결과였다. 흥행 측면에서도 서울 라운드는 도쿄, 마이애미는 물론 할리스코 라운드에도 크게 뒤졌다. KBO, 선수단, 팬, 방송사 모두에게 큰 상처를 남긴 셈이다. WBC가 역대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며 연일 꿀잼 경기 속에 마지막으로 치닫는 와중에 우리 대표팀이 저기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을 저절로 하게 된다.
이번 대회의 졸전에도 불구하고 김 감독을 비판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김인식 감독은 이미 현대 야구에 적응하는 것에 실패했기 때문에 프로팀 지휘봉을 놓았던 사람이다. 베테랑 위주, 쓰는 선수만 쓰는 혹사 문제는 드래프트에서 선수 제일 적게 뽑던 소속팀 한화 이글스의 근시안적인 정책과 맞물려 현재까지 진행 중인 암흑기의 초석이 되고 말았다. 그럼 뭐 국가대표에서는 달랐나? 팔에 담 걸려서 등판 어렵다던 구대성 155구 완투시킨 시드니 올림픽은 이제 너무 오래된 일이니 그렇다쳐도 WBC 이전에 일본팀 상대로 김광현이 3경기 다 잘 던지니까 WBC 일본전에도 그대로 표적 등판시켰고, 미리 대비해 칼을 갈고 있던 일본한테 그야말로 떡실신 당하고서 봉중근을 올리고, 잘하니까 같은 대회에서 2번이나 더 일본전에 표적 선발 시킨 운용이 보여주듯 국가대표팀에서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러나 그가 마지막 대회에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고 비판하기 어려운 이유는 업적과 투혼 때문이다. 코치로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감독으로 2002년 부산 AG 금메달, 2006년 WBC 4강, 2009년 WBC 준우승, 2015년 프리미어 12 우승이라는 성적을 보여줬다. 또 분명 선수를 혹사시키는 감독이긴 하지만, 김성근 감독이 무슨 KBO가 자기한테 성의를 다하지 않았다고 국가대표팀 걷어차니까 뇌졸중으로 쓰러져 고생했던 김인식 감독이 소속팀 임기 마지막 해를 앞두고서 나라가 있어야 야구도 있다면서 국가대표팀 감독을 떠맡지 않았던가. 모기업의 '위대한 도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연일 기사화시키며 WBC 준우승이라는 성적을 거두고도 본인 소속팀 성적이 나오지 않아 재계약 못했으니 한화팬들이면 몰라도 다른 팀 팬들은 인간적으로 뭐라고 얘기하기가 어렵다.
거기다 2013 WBC에서 류중일호가 망하고 대표팀 감독 아무도 안하려고 하니까 야인으로 있다가 프리미어12 떠맡고, 이번 WBC까지가 사실상 저 양반의 마지막 대회니까 나같은 경우엔 선수 선발 과정에서부터 잡음 나오는 거 어차피 이번엔 성적 나오기 힘들 것 같지만 영감 마음대로 하게 두고 뭐라고 얘기 안 해야겠다 그런 생각까지 했다. 설령 이번 대회에서 다른 감독 희망자가 있었더라도 지금 김인식호에 선동열, 김시진, 이순철 코치 등 전직 감독 출신들이 즐비했기 때문에 선수 차출에서도 득을 봤음은 자명하고, 그동안 노감독이 해온 것만으로 마지막 기회를 줄 이유와 명분은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이미 보여줄 것을 다 보여주고 한계에 부딪힌 김인식 감독 체제로 계속 가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모든 문제를 인선의 문제로 치환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제 김인식 감독을 보내주는 것을 시작으로 새 판을 짜야 할 때다. 그 첫번째는 전임감독제 도입이 될 것이다. 물론 일부 팬들이 생각하는 '젊고 능력있는 감독을 데려와 세대교체 체질개선' 이런 건 망상에 가깝다. 애초에 그럴 능력이 있는 젊은 지도자가 있는지도 미지수이지만, 그럴 사람이 뭐하러 프로팀에 안 가고 경기도 듬성듬성 있는 대표팀에 와서 박봉에 감독을 지내겠는가? 종목은 다르지만 농구 대표팀 전임감독이었던 김남기 감독이 박봉을 이유로 프로팀으로 떠난 것을 상기해 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또 어째서 이번 대표팀이 실패했는가에 대해선 이미 여러 의견이 나와 있다. 메이저리거들이 참가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세대교체를 했었어야 했다, 선발 라인업이 아쉽다, 경기 중 작전이 심하게 소극적이었다부터 선수들이 배가 불러서 정신상태가 나약하다까지 다양하다. 증명할 수도 없고 동의하기도 어려운 마지막 항목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다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그냥 실력이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투수들 구속이 안 나왔긴 하지만 홈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무슨 컨디션 조절을 실패했다 이런 변명 하기도 민망한 노릇이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지 못했던 탓이다. 2006 WBC 에이스는 현역 메이저리거였던 박찬호 서재응이었다. 또 베이징 올림픽, 2009 WBC에는 류김윤이라는 영건이 있었는데 이젠 그만한 선수들은 커녕 동시대에 그들보다 한 수 아래이던 장원준 우규민 양현종이 선발로 나와야 한다.
옆나라 일본과 비교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일본은 투수조에서 90년대 출생자가 반 이상이지만, 이번 우리 대표팀에서 90년대 출생 투수는 심창민 한 명이다. 그렇다면 잘하는 어린 투수를 안 데려간 것일까? 스탯티즈 기록을 참조하면 올해 투수 WAR TOP 20에서 심창민은 20위를 기록했는데, 유일한 90년대 출생자였다. 2006년 세계 청소년 대회 멤버들이 프로에서 꽃을 피우고 난 후 유망주가 끊겼다는 증거다. 2006년에 투수 WAR 상위 10명 중 국내 선수는 류현진 오승환 손민한 배영수 장원삼 박준수 여섯, 2009년엔 류현진 봉중근 양현종 전병두 김광현 조정훈 윤성환 이렇게 일곱 명에 달하던 것이 2016년엔 양현종 장원준 신재영 유희관 넷에 불과하다. 그 원인이야 2002년 월드컵과 저출산이 가장 클 것이고, 1차 연고제 폐지로 구단의 연고 학교 지원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반대로 축구를 보면 슈틸리케호 이번 중국전 소집명단 23명 중 90년대 출생자가 12명에 달하고 제일 나이 많은 필드 플레이어가 86년생 이용일 정도로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가 되고 있다. 최연장자 골키퍼 권순태조차 이대호-정근우-김태균보다 어리다.
다행히 베이징 올림픽 이후 늘어난 야구 붐 덕에 지금 고등학교 1,2학년 투수팜은 일본과 비교해서도 풍족한 편이다. kbreport.com의 기사(링크) 에 따르면 강속구 투수의 질로나 양으로나 일본을 앞서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저들이 프로에 와서 바로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1라운드 지명감이라고 해도 스카우터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구속만을 쥐어짜는 경우도 많고, 아마야구에 제대로 된 투수 코치도 없어 잘못된 폼을 가지고 있기 일쑤다. 그 결과가 연례 행사가 된 입단 후 수술이고 그 후 2,3년 적응 과정에 군복무를 거친다고 해도 교정된다는 보장도 없다. 현실적으로 모든 중고교팀에 좋은 코치를 데려다 줄 수도 없으니 결론은 연령별 상비군에서 유망주들을 케어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지금처럼 연령별 대표팀에서 장채근, 이정훈 이런 감독들 보면 관리는 커녕 이것이 리-얼 혹사다 보여주는 것이 프로 오기 전에 은퇴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일본은 자국에서 올림픽이 열리고 야구를 종목으로 넣으니까 2016년부터 프로와 아마추어가 모두 참여하는 일본 야구 협의회를 만들어서 국가대표팀/사회인 야구 대표팀/연령별 대표팀/여성대표팀 등을 관장케 하고 있는 것이 힌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안의 자산을 가지고 버티던 잃어버린 10년이 더 이어지지 않으려면 이젠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그가 마지막 대회에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고 비판하기 어려운 이유는 업적과 투혼 때문이다. 코치로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감독으로 2002년 부산 AG 금메달, 2006년 WBC 4강, 2009년 WBC 준우승, 2015년 프리미어 12 우승이라는 성적을 보여줬다. 또 분명 선수를 혹사시키는 감독이긴 하지만, 김성근 감독이 무슨 KBO가 자기한테 성의를 다하지 않았다고 국가대표팀 걷어차니까 뇌졸중으로 쓰러져 고생했던 김인식 감독이 소속팀 임기 마지막 해를 앞두고서 나라가 있어야 야구도 있다면서 국가대표팀 감독을 떠맡지 않았던가. 모기업의 '위대한 도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연일 기사화시키며 WBC 준우승이라는 성적을 거두고도 본인 소속팀 성적이 나오지 않아 재계약 못했으니 한화팬들이면 몰라도 다른 팀 팬들은 인간적으로 뭐라고 얘기하기가 어렵다.
거기다 2013 WBC에서 류중일호가 망하고 대표팀 감독 아무도 안하려고 하니까 야인으로 있다가 프리미어12 떠맡고, 이번 WBC까지가 사실상 저 양반의 마지막 대회니까 나같은 경우엔 선수 선발 과정에서부터 잡음 나오는 거 어차피 이번엔 성적 나오기 힘들 것 같지만 영감 마음대로 하게 두고 뭐라고 얘기 안 해야겠다 그런 생각까지 했다. 설령 이번 대회에서 다른 감독 희망자가 있었더라도 지금 김인식호에 선동열, 김시진, 이순철 코치 등 전직 감독 출신들이 즐비했기 때문에 선수 차출에서도 득을 봤음은 자명하고, 그동안 노감독이 해온 것만으로 마지막 기회를 줄 이유와 명분은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이미 보여줄 것을 다 보여주고 한계에 부딪힌 김인식 감독 체제로 계속 가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모든 문제를 인선의 문제로 치환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제 김인식 감독을 보내주는 것을 시작으로 새 판을 짜야 할 때다. 그 첫번째는 전임감독제 도입이 될 것이다. 물론 일부 팬들이 생각하는 '젊고 능력있는 감독을 데려와 세대교체 체질개선' 이런 건 망상에 가깝다. 애초에 그럴 능력이 있는 젊은 지도자가 있는지도 미지수이지만, 그럴 사람이 뭐하러 프로팀에 안 가고 경기도 듬성듬성 있는 대표팀에 와서 박봉에 감독을 지내겠는가? 종목은 다르지만 농구 대표팀 전임감독이었던 김남기 감독이 박봉을 이유로 프로팀으로 떠난 것을 상기해 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또 어째서 이번 대표팀이 실패했는가에 대해선 이미 여러 의견이 나와 있다. 메이저리거들이 참가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세대교체를 했었어야 했다, 선발 라인업이 아쉽다, 경기 중 작전이 심하게 소극적이었다부터 선수들이 배가 불러서 정신상태가 나약하다까지 다양하다. 증명할 수도 없고 동의하기도 어려운 마지막 항목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다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그냥 실력이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투수들 구속이 안 나왔긴 하지만 홈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무슨 컨디션 조절을 실패했다 이런 변명 하기도 민망한 노릇이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지 못했던 탓이다. 2006 WBC 에이스는 현역 메이저리거였던 박찬호 서재응이었다. 또 베이징 올림픽, 2009 WBC에는 류김윤이라는 영건이 있었는데 이젠 그만한 선수들은 커녕 동시대에 그들보다 한 수 아래이던 장원준 우규민 양현종이 선발로 나와야 한다.
옆나라 일본과 비교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일본은 투수조에서 90년대 출생자가 반 이상이지만, 이번 우리 대표팀에서 90년대 출생 투수는 심창민 한 명이다. 그렇다면 잘하는 어린 투수를 안 데려간 것일까? 스탯티즈 기록을 참조하면 올해 투수 WAR TOP 20에서 심창민은 20위를 기록했는데, 유일한 90년대 출생자였다. 2006년 세계 청소년 대회 멤버들이 프로에서 꽃을 피우고 난 후 유망주가 끊겼다는 증거다. 2006년에 투수 WAR 상위 10명 중 국내 선수는 류현진 오승환 손민한 배영수 장원삼 박준수 여섯, 2009년엔 류현진 봉중근 양현종 전병두 김광현 조정훈 윤성환 이렇게 일곱 명에 달하던 것이 2016년엔 양현종 장원준 신재영 유희관 넷에 불과하다. 그 원인이야 2002년 월드컵과 저출산이 가장 클 것이고, 1차 연고제 폐지로 구단의 연고 학교 지원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반대로 축구를 보면 슈틸리케호 이번 중국전 소집명단 23명 중 90년대 출생자가 12명에 달하고 제일 나이 많은 필드 플레이어가 86년생 이용일 정도로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가 되고 있다. 최연장자 골키퍼 권순태조차 이대호-정근우-김태균보다 어리다.
다행히 베이징 올림픽 이후 늘어난 야구 붐 덕에 지금 고등학교 1,2학년 투수팜은 일본과 비교해서도 풍족한 편이다. kbreport.com의 기사(링크) 에 따르면 강속구 투수의 질로나 양으로나 일본을 앞서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저들이 프로에 와서 바로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1라운드 지명감이라고 해도 스카우터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구속만을 쥐어짜는 경우도 많고, 아마야구에 제대로 된 투수 코치도 없어 잘못된 폼을 가지고 있기 일쑤다. 그 결과가 연례 행사가 된 입단 후 수술이고 그 후 2,3년 적응 과정에 군복무를 거친다고 해도 교정된다는 보장도 없다. 현실적으로 모든 중고교팀에 좋은 코치를 데려다 줄 수도 없으니 결론은 연령별 상비군에서 유망주들을 케어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지금처럼 연령별 대표팀에서 장채근, 이정훈 이런 감독들 보면 관리는 커녕 이것이 리-얼 혹사다 보여주는 것이 프로 오기 전에 은퇴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일본은 자국에서 올림픽이 열리고 야구를 종목으로 넣으니까 2016년부터 프로와 아마추어가 모두 참여하는 일본 야구 협의회를 만들어서 국가대표팀/사회인 야구 대표팀/연령별 대표팀/여성대표팀 등을 관장케 하고 있는 것이 힌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안의 자산을 가지고 버티던 잃어버린 10년이 더 이어지지 않으려면 이젠 계획을 세워야 한다.
2017년 3월 13일 월요일
승복하고 반성하라
과반이 넘는 지지를 받고 선출된 국가수반이 임기 내내 정체 모를 사인의 지령을 따라 그의 이익을 도모하다 급기야 파면까지 당했다.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하기는 커녕 은폐하기 바쁜 것도 탄핵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있는데, 내 생각에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했으면 더 빨리 파면을 당했을 것이다. 이러한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에 개탄스러운 일이 어디 한 두가지였겠냐만은, 특히 심판절차 중 두문불출하던 전 대통령이 외부에 의사를 드러내는 방식은 너무도 졸렬해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다음 세가지 망동이 특히 경악스러웠다. 첫번째로 사법기관 출석은 물론 언론과의 질의응답도 하지 않다가 자기 입맛에 맞는 인터넷 방송에 출연한 것, 두번째로 자기 팬클럽에 국가수반 명의로 감사의 편지를 전달한 것, 마지막으로 파면 당하고 이 핑계 저 핑계로 퇴거를 미루다가 주말을 다 보내고서야 자택으로 돌아가고 지지자들이 도열해 있으니 개선장군마냥 한바탕 쇼를 한 것들인데 모두 지도자로서 최소한의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면 저런 행동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 국민들이 기대했던 최소한의 사과와 승복의 메시지는 보이지 않았다. 본인은 2004년 탄핵 사태, 수도이전 사태부터 통진당 위헌정당해산까지 번번이 헌재의 결정에 승복할 것을 강조해왔음에도 정작 자기가 심판의 대상이 되자 조사에 협조는 커녕 나라는 내팽개치고 선고 지연에만 연연했다. 결정이 난 지금도 전혀 반성은 하고 있지 않아보인다. 파면된 다음날 새벽에 소복에 보따리 하나 들고 나와서 기도원이라도 들어가면 향후는 도모할 수 있었을텐데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는 차라리 저렇게 혜경궁 홍씨가 아니라 경빈 박씨의 길을 가서 그나마 있던 동정표를 활활 불태우는 것이 다행이다 싶다.
물론 전 대통령 스스로는 뭔가 억울할 수도 있다. 변호를 맡긴 대리인단이 법정에서 국기를 펼치는 퍼포먼스나 하면서 막말이나 하고 있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건 저 따위 변호인단을 구성한 본인의 사정이다. 앨 고어는 플로리다주에서 석연찮은 개표 사건을 겪고도 법원의 결정에 승복하였고,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한 게 발각되어 국정원장이 감옥에 간 지난 대선에서도 문재인 전 후보는 대선 결과에 승복하였다. 또 전 대통령 본인부터 지난 2007년 당내 경선에서 패배를 승복하고 화합을 주문해 큰 반향을 얻기도 하였다. 그때는 승복하고 지금은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제 도모할 미래가 없기 때문에 책임을 방기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밖에 없다.
큰 갈등이 있은 후 패배의 책임을 져야할 사람이 결과에 승복하지 아니한 결과가 바로 지난 토요일 탄핵반대집회의 사망자들이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의 수호자여야 할 대통령이 그에 반할 때 저지할 수 있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이다. 탄핵 찬반 여론은 늘 8:2 정도였고,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는 여론은 9할을 넘어섰다. 국론이 양분되었던 것은 사실이나, 그 양 극단의 크기는 엄청나게 차이가 났다는 이야기고 탄핵 결정 후에는 역대급으로 국론이 통일되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간혹 미국의 탄핵 제도를 운운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번 사안에서는 그나마 헌법적 검토를 하는 헌법재판소를 거치는 것이 미국처럼 국회에서 바로 탄핵을 결정하는 것보다 피소추인에게 유리하면 유리했지 불리하지는 않다. 형사절차를 준용하는 것과 형사재판의 차이도 구분 못하는 이야기는 언급할 가치도 없는 일이다.
물론 개개인의 양심은 상이하니만큼 도저히 탄핵 결정을 인정하지 못하는 극소수 일부가 존재할 수는 있다. 그래서 전 대통령이 용단을 내려 즉각 승복하고 광신도들을 달래는 자세가 중요했다. 지금 상황에서 만약 충돌 사태가 일어나 전 대통령 대리인단이 주장하던 대로 '서울 아스팔트길 전부 피와 눈물로 덮일 것'이라면, 그 피가 누구의 피인지가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폭동의 결과로 3명의 피가 안국역 앞에 흘렀던 것이 그를 증명한다.
그것도 모자라 여당 서울시당의 부대변인인 현직 구의원이 단톡방에서 경찰에 화염병을 던지고 사상자를 발생케하여 계엄령을 선포했어야 했다는 선동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을 전제로 돌아가나 저런 RO를 연상케하는 내란선동까지 품을 수는 없다. 국민은 커녕 기르던 개도 나 몰라라 방기하고 떠난 자에게 너무 큰 것을 바라는 것일지는 몰라도 이제는 승복 선언을 하고 저들을 달랠 때도 된 것 같다. 어차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아서 더 늦으면 그때는 나라를 위해 뭔가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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