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4일 월요일

망하거나 팔지 않고 살 수 있겠니 - 넥센 히어로즈 수난사

 써놓고 마음에 드는 글은 대부분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써내려갈 때 나오던데 돈되는 일도 아니고 내 블로그에 내가 쓰는터라 써보고 싶은 소재도 몇 주 걸리는 게 예사다. 넥센 히어로즈에 대한 이 글도 허접하다 뿐이지 참 오랫동안 썼던 글인데 쓰는 사람 마음에도 차지 않으니 길기만 하고 영양가없지만 추린다고 최대한 추려보았다. 4월에 쓰기 시작한 글인데 롤 랭겜 돌리고 와우하느라 이제야 업로드하게 되었다.

 I. 개요

 돈으로 흥한 현대 유니콘스는 돈 때문에 망했다. 어떻게 건질 수도 없는게 일찌감치 연고지 먼저 팔아먹고 진작 보증금 다 까먹은 무단 월세 살고 있는 판이었다. KBO가 운영비를 대주고 선수협이 10억을 모금했으나 고별 시즌이라도 치룰 수 있었던 게 다행이었다. 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는 바로 이때 야구판에 등장한다. 박동희 기자의 칼럼에 따르면 이장석 구단주는 본래 구색갖추기용 버리는 카드였던 모양이다. KBO는 이장석 구단주와 협상하며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않았고, KT 인수가 불발되고 나서야 매달리기 시작했다. 이장석 구단주가 오퍼나 들어보자는 심정으로 KBO를 방문했을때 이미 기자들을 잔뜩 불러놓은 상황이였다하니 타들어가는 폭탄이 얼마나 급했는지 알 수 있다. 명목상 센테니얼이라는 투자자 그룹이 우리 담배라는 업체의 네이밍 스폰을 받아 우리 히어로즈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2. 히어로즈의 탄생

 연고지도 없고 돈 문제도 복잡한 팀을 계승하길 원하는 사람은 없으니 히어로즈는 유니콘스 해체 후 재창단 형식을 밟았다. KBO-히어로즈-선수단 세 측 모두 양보하거나 혹은 양보를 강요당했다. KBO는 현대 운영비를 모두 회수하진 못했겠지만 폭탄을 넘겼고, 히어로즈는 SK 와이번스와 같은 재창단 신생팀 혜택을 받진 못했지만 알토란같은 선수단(+현대의 해외파 특별지명픽까지)을 모두 인수했고, 선수단은 하한선 없는 연봉 삭감과 FA 계약 파기를 강요당했다. 2007년 현대 유니콘스의 페이롤 총합은 41억 2970만원이었으나, 2008년 우리 히어로즈의 페이롤은 26억 6900만원이었으니 그 해 겨울이 추웠던 건 대대 왕고로 혹한기 훈련을 뛰었던 나 뿐만은 아니었으리라. You will never walk alone.

 히어로즈가 재창단을 했기 때문에 현대 유니콘스 시절 계약을 무효화하려는 것은 납득이 된다. 그러나 장원삼은 현대에게 다 못 받은 입단 계약금 미지급분을 히어로즈로부터 받았으니 지명권을 인정할 수 있는 것처럼 계약이 없으면 선수 보유권도 같이 잃는 것이 옳다. 특히 2005년 현대와 FA계약을 맺으며 계약금 없는 3년 계약을 한 송지만을 주목할만하다.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한 건 현대 유니콘스이고, 송지만 본인의 귀책사유는 전혀 없다. FA 보장 금액은 인정하지 않는데 히어로즈의 보유권 승계는 인정하는 신묘한 유권해석 덕에 무려 3억 8천만원을 삭감당한 새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야 했다. 팀이 계약을 승계할 의사가 없다면 송지만을 곧바로 무적 선수로 공시하거나, 최소한 가입금 받은 KBO에서 원래 연봉과의 차액을 보장해야 했다. 그렇게 뒤숭숭한 와중에도 KBO 총재는 연봉 1억 8천에 월 1000만원 판공비 따박따박 챙겨갔으니 세상이 말하는 고통 분담이란 가장 약한 자에게 가장 큰 짐을 안겨주는 것이다. 전준호, 김수경도 비슷한 대우를 받았다. 정민태는 그냥 방출되었지만 배려라기보단 전력 외 방출이었다. 시즌이 끝나고 저 세 선수들에게 FA 자격을 부여하긴 했으나 조건없는 자유계약 선수로 공시했어야 마땅하다. 보상금, 보상선수 생각하면 저 선수들 데려갈 곳 찾기 어렵다.

 히어로즈에게 대금 결제 문제가 자주 있던 것만 봐도 실탄이 빡빡했고, 메인스폰서도 그다지 입금일을 잘 지키는 편은 아니었던 듯하다. 폭탄을 떠넘긴 KBO는 입을 씻은지 오래고, 다른 구단은 애초에 도와줄 생각이 없었다. 다섯번에 걸쳐 내야할 가입금 120억원, 창단 당시에 12억원을 먼저 계약금 조로 건네고 나머지 108억원을 4번에 걸쳐 분납하기로 했다. 그러나 두번째 납부일인 2008년 6월부터 문제가 생겼다. 5,6월 스폰서비가 연체되며 당장 실탄이 없었던 모양이다. 메인스폰서를 구해주기로 한 KBO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듯 가입비 납부 유예 요청도 거부되었고, 이장석 대표가 언론플레이로 시간을 끄는사이 어렵게 돈을 마련해 납부했다. 최근 이장석 대표와 송사를 벌이고 있는 홍성은 레이니얼 그룹 회장이 대여금(혹은 투자금) 20여억원을 전달한 것도 이 즈음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우리담배는 이장석 대표의 시간끌기를 빌미로 스폰서 계약을 해지했고(그리고 이 회사는 히어로즈보다 훨씬 빨리 망했다) 시간은 흘러 세번째 납부일인 12월이 다가왔다.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이장석 대표가 선택한 길은 이미 쌍방울의 전례가 있던 장기밀매였다.

 정리해보면, 히어로즈는 장원삼-이현승-이택근-황재균-마일영-고원준을 보내며 박성훈-김상수(유격수 아님)-금민철-강병우-박영복-김수화-김민성-마정길-58억원+@를 받았다. 일반적인 야구팬이라면 히어로즈가 보낸 선수들의 이름이 받은 선수들보다 훨씬 익숙할 것이다. 받은 선수들은 굳이 기억하지 못해도 연말 시상식 보는데 별 지장은 없다.

 3. 의외의 행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그 와중에도 7위-6위-7위를 거둔 히어로즈를 칭찬해야할지 만신창이 팀보다도 못한 적 있는 팀들을 비웃어야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콩팥을 한두개도 아니고 와장창 떼다 판 히어로즈의 전력은 점화맞고 부쉬로 달아나는 티모처럼 불안해보였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징후가 있었다. 분명 내일 문닫을 팀처럼 핵심 전력들을 현금화하고 있는데, 다른 운영은 길게 보고 하는 것이 보였다.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르는 연예인 시구 대신 환경미화원, 소외계층 등을 마운드에 올려 '개념 시구'를 하는 거야 백번 양보해 일회성 이벤트라고 쳐도 '돈드는 일'을 아끼지 않았다는게 신기했다. 현대 시절 그대로 플로리다에 전지 훈련을 보내고(이듬해부터는 일본으로 바꿨지만 연습 상대팀 문제이지 재정 문제는 아니다), 재활군은 필리핀으로 보냈다. 외부 영입 없이도 페이롤 상승분도 리그 2위에 달할 정도로 상당했다. 더 칭찬받아야 할 점은 아마야구 지원에 인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면 드래프트는 2008년부터 실시되었다.
출처 : 국회의원 전병헌 블로그
  KBO 하는 일이 매번 그렇듯 연고지 드래프트 폐지라는 중요한 일을 결정하며 아마야구 공동지원에 대한 합의도 도출하지 못했으니 시작과 동시에 공유지의 비극이 연출될 거라는 건 뻔했다. 전면 드래프트를 찬성하던 삼성, 엘지, 두산, 한화는 곶감만 빼먹고 입을 씻었고, 반대하던 구단들은 발을 뺐다. 히어로즈는 달랐다. 없는 살림에도 불구하고 꽤나 큰 지원을 했다. 임수혁 데이같은 행사도 감동적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2010년부터 넥센 타이어를 메인 스폰서로 잡으며 일단 자금난 우려도 해소할 수 있었다. 되도않게 창단 초기에 삼청태를 은근슬쩍 구단 역사로 잡으려는 역사 조작질을 하려고 한 것은 그냥 해프닝으로 넘어가자.

 4. 영웅의 역습

 2011 시즌이 시작됐다. 헌혈만 해도 반나절은 어지러운데 장기를 저렇게 떼어다 팔았으니 팀 전력이 나올리가 없다. 어떻게 비집고 성장한 선수도 있었지만 그렇잖아도 여럿 나간 자리에 이제 떠날 준비를 하는 사람들까지 겹치니 잘봐줘도 본전치기다. 그때 KBO의 산타클로스 엘지가 손을 내밀었다. 8년 연속 4강 탈락의 사슬을 이어나가지 않으려고 노력하던 엘지는 불펜 보강이 절실했다. 히어로즈에 전화를 걸었고, 히어로즈는 송신영과 김성현을 보내는 조건으로 박병호와 심수창을 내줬다. 믿을만한 베테랑 불펜과 덜 긁은 영건을 급한 팀에게 주고 긁은 복권 두 장을 받아왔으니 현금이 끼지 않았다는 해명은 TV동물농장 이웅종 소장이나 되야 알아먹을법한 개소리다. 김성현은 아깝지만 송신영은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취득하는데다 연봉 3천만원 받는 심수창이야 예비 전력으로라도 부담없고 히어로즈도 이숭용 자리에 누군가 채워넣긴 해야했기에 2군에서 ops 1.1찍던 박병호면 지금까지 받아온 카드에 비교하면 특급이니 가마솥 떼주고 엿한가락 얻는 셈 치고 넘어가려는데..

 트레이드 당시 포텐이 어떻든간 1군에서 600타수를 넘게치는 동안 타율 .190에 BB:K 비율이 0.3에 불과하던 선풍기가 2012년 MVP로 클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물론 엘지로 간 송신영도 나름의 활약을 했지만 4강 진출은 실패했고 시즌 후 한화로 이적하며 엘지를 떠났다. 김성현은 야구꿈나무 대신 이웃집 토토로의 길을 걸었다. 여기서 영웅의 진격은 멈추지 않았다. 현대의 해외파 특별지명을 승계받아 김병현을 영입한데 이어 FA 자격을 얻은 이택근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며 자팀 FA 후려쳐보려던 엘지의 품에서 다시 데려온다.


 영리하게도 유망주들을 협상 전에 대거 입대시켰기에 엘지는 보상선수를 고르기도 어려웠고, 경찰청에 입대 예정인 윤지웅을 픽하며 2년을 그냥 보내게 되었다. 게다가 주전 포수였던 조인성의 SK 이적 공백을 메우지 못했기에 서동욱을 주고 최경철을 받은 것도 한쪽으로 쏠리는 트레이드다. 이장석 대표는 2013년엔 NC와의 트레이드로 송신영도 다시 복귀시켰으니 히어로즈와 엘지의 선수 이동을 최종적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히어로즈 IN - 이택근, 송신영, 박병호, 심수창, 서동욱, 30억+@

 LG IN - 최경철, 윤지웅, 나성용(송신영 FA 보상선수), 김성현, 8억 4천만원(FA 보상금)

  또한 히어로즈는 두산에 백업 1루수 오재일을 보내고, 외야수비가 가능한 DH슬롯 이성열을 영입하는 스틸 트레이드를 성사시키기도 한다. 나는 두산 김진욱 감독의 타격론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데, 오재일 영입이 대실패로 돌아가고 김진욱 감독 역시 자신의 타격론에 의문을 가졌던지 홍성흔을 영입해 1루/DH슬롯 뎁스만 김동주, 홍성흔, 오재일, 오재원, 윤석민, 김재환 요일별 뎁스를 구축하는 희안한 행보를 보였다. 김시진 감독과 결별하고 엘지에선 무슨 흑막 취급을 받던 염경엽 코치를 감독으로 선임한 것도 현재까지는 성공으로 보이지만 아직 전반기도 안 지난 시점이니 아직 평가는 보류하고 싶다.

 5. 성공 비결은?

 아무튼 히어로즈는 '공짜로도 안 데려갈' -엄연히 KBO 관계자 입에서 나온 소리다- 천덕꾸러기에서 벗어나 서울 한켠에 자리를 잡았다. 작년 700만 관중 돌파에서 1/8 쯤의 공헌은 한 셈이다. 결코 이장석 대표 혼자한 일은 아니지만 숟가락 얹을 자격은 넘친다. 히어로즈가 다른 구단과 달리 트레이드나 외부 영입에 적극적일 수 있었던 것은 구단 수뇌부가 보고나 받고 돈 타다쓰는 바지 사장이 아니라 최종 결재권자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무엇보다도 이장석 대표 본인부터 프로 뿐만 아닌 아마 야구까지 스카우터 수준으로 꿰는 전문가 수준이라는 평가다. 무슨 세이버 스탯을 가지고 판단한다 그렇게 보이지도 않는 게 선수 시장 가치에 대한 분석이 놀라운 수준이다. 드래프트나 트레이드 때마다 오랫동안 지켜본 선수 가치에 대한 정보와 평가가 확고하게 있으니 마치 주식장에서 개미 가지고 노는 기관을 보는 듯하다. 가령 히어로즈에서 지방팀으로 (팔려)간 투수는, 재능이야 훌륭하다만 분명 워크 에식에 문제가 있었다. 어차피 운영비로 누군가 팔아야하는거 고점에서 비싸게 판 셈이다. 반대로 박병호는 말할 필요도 없이 저점에서 산 케이스다.

 비록 경질되었지만 꼴찌 전력을 가지고 고군분투한 김시진 감독 이하 코칭스탭의 공도 크다. 운영에선 분명 미흡한 면이 있었지만 굳건하게 팀을 지켰고, 온갖 악재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연봉 삭감에도 불구하고 팀을 지킨 송지만, 전준호, 김수경도 분명 팀의 버팀목이 되었으리라.

 게다가 히어로즈는 다른 야구단만 호구를 잡은 것도 아니고, 언론 노출을 필요로 하던 지자체나 단체들에도 호구를 잡았다. 경제성 제로라 지어질리 만무하던 안산돔 이전 협약을 맺는 대가로 20여억원을 받았다. 물론 돌려줄 필요가 없는 꽁돈이었다. 선문대에 2군 구장을 산학 협력 명목으로 지은 것도 자기 돈 한 푼 안 들이고 연습구장을 마련한 좋은 약장사였다.

 6. 불안요소는 없을까.

 베이징 올림픽 이후 지금까지 프로야구는 선순환을 거듭해왔다. 2000년 50억원 대이던 중계권료는 2012년 250억원 수준으로 올랐고, 관중은 동기간 270만 명에서 7백만까지 올랐다. 객단가 역시 4,480원에서 8,853원까지 올랐으니(링크 참조) 대단한 성장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봤을 때, 프로스포츠에 오가는 돈의 규모는 그렇게 크다고 보기 어렵다.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프로야구는 어느 종목과도 비교할 수 없는 절대강자다. KBO는 2012년 역대 최다 매출을 거뒀다며 350억원을 벌었다고 공시했는데, 이 때 모바일 게임 개발사인 게임빌, 컴투스는 각각 650억원 이상을 매출로 공시했다. 700만 관중이 대단하긴한데 영화도 1년에 한번꼴로는 천만관객 나오는 판이고 블록버스터래봐야 야구단 1년 운영비 예산보다 훨씬 적게 든다. 이유야 심플하다. 모바일 게임과 영화가 잡고 있는 큰 손 중장년층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처럼 농구장은 표 싸니까 자주 간다지만 야구장 갈 때는 예매 사이트 가격 공고보고 손떠는 사람들이 돈을 써봐야 뭐 얼마나 쓴단 말인가. 더구나 인터넷에서 쉽게 프로야구를 볼 수 있는 것도 한번 더 생각해봐야하는데, 네이버 같은 경우엔 게임데이만 안나올 뿐이지 MLB TV 뺨치는 서비스를 자랑하지만 무료 컨텐츠니 저게 구단 수입에 직접적으로 큰 도움이 될지, 혹은 수익이 더 나올 수 있게 유료 전환했을 시엔 얼마나 볼지 생각하면 암담하다. 그만큼 광고에만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순환이 끊긴다면 다른 돈줄이 적은 히어로즈는 키코 크리 맞은 중소기업처럼 휘청일 수 있다.

 20년 동안 우승을 하지 못한 팀은 존재 가치가 없다는 무가치한 팀의 무가치한 사장의 말대로 성적도 성공의 중요한 판단기준이다. 상위권 성적을 내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때, 히어로즈가 파이어세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런진 모르지만 반대로 상위권 성적을 낼 수 있어도 과연 우승을 목표로 거액의 지출을 할 수 있을 것인가도 생각해볼 문제다. 리빌딩의 마지막 퍼즐은 십중팔구 고비용 고효율의 외부 영입 선수이기 쉬운데, 포스트시즌 배당금과 따라붙을 광고들은 불확실한 수입이고 인건비는 고정비니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히어로즈의 대권도전 적기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이택근-박병호가 건재한 가운데 강정호가 FA로 풀리기전이니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올해부터 1,2년 정도가 가장 중요하다. 다른 FA선수들을 잡지 않는 이상 외국인 선수만한 전력이 없는데 물론 지금 나이트-헤켄이 잘해주고 있지만, 이들을 놓치거나 교체해야할 때 아무래도 해외 스카우팅 시스템이 타팀보다 양적으로는 덜 구축되어 있을 히어로즈가 저들만한 선수를 쉽게 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민사소송이 이장석 대표의 경영권이 흔들리는 쪽으로 흘러갔을 때 팀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여부도 큰 변수이다. 가능성은 무척 매우 아주 희박하지만 다른 구단들이 그룹 승진인사에서 상대적으로 밀린 사람이 아닌 전문 스포츠 경영인을 앉힌다면 히어로즈의 상대적 무기 우위도 퇴색될 수 있다. NC가 롯데에서 이상구 단장을 영입했듯 다른 팀도 그러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지는 않다.

 7. 총평

 전후사정이 어땠든 히어로즈가 지속적으로 팀의 주축 선수들을 대거 파이어세일한 것은 사실이니 팬들의 분노를 물론 이해한다. 트레이드 대박이 어쩌고 해도 결국 트레이드는 트레이드 당시의 가치로 평가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그건 현대 유니콘스가 다른 가난한 팀에게 했었던 짓과 크게 다르지도 않고, 자기가 만든 버블에 허우적대다 돈줄 끊기고 독자생존 안되던 그 팀이 그 정도 가치를 가지고 있던 것도 사실이다. 선수들이 뿔뿔히 흩어져 7개 구단으로 리그를 파행 운영하는 것보다 이장석 대표가 오늘날 만들어놓은 8번째 구단의 가치가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훨씬 높다고 본다. 주축선수를 보내고 현금을 받아온 걸 비판하는 사람들 말대로 베테랑을 보내고 유망주를 받아왔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막말로 송지만 받고 가입비 대납에 유망주도 얹어줄 팀이 세상에 있는 것도 아니고, 모금운동 해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선수 안팔고 개인 빚으로 가입비 냈으면 2009시즌에 시즌권 17장 팔린 저 구단 대표는 지금쯤 노역장에서 빚갚고 있던가 국민행복기금 절차밟고 있을텐데 전자는 내 알 바 아니라고 해도 후자는 내 세금인데 그렇게 하라곤 못하겠다.

 아무튼 히어로즈는 템파베이처럼 금융인 출신이 전면에 서면서 나름 재미를 보고 있고, 최고의 재능을 드래프트하진 못했지만 템파베이가 싹수보이는 애들 장기 노예계약 하는 것과 비슷하게 KBO 제도가 보장하는 무려 8,9년의 FA 자격 취득 시스템의 꿀을 제대로 빨며 현재까진 나름 괜찮은 성과를 내고 있다. 템파베이가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한다거나 음식 반입을 허가하는 것처럼 히어로즈도 팬서비스를 확대하면 좋겠지만 템파야 구장 입지가 헬이고 히어로즈는 서울팀인데 그럴 필요를 못느낄 것이니 지역 밀착 마케팅을 지속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