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6일 토요일

최준용 사건에 대한 생각

 지난 12월 7일,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던 SK나이츠 소속 최준용이 방송 중 핸드폰 조작을 잘못해 사진첩을 노출하는 사고가 있었다. 문제는 그 사진첩 안에 동료의 알몸이 찍힌 사진이 있었다는 데에 있다. 사진첩을 노출한 건 실수이나 사진을 찍은 것과 보관하고 있던 것은 고의고 내 기준에서 후자의 두 행위는 성범죄의 영역에 있다.

 나는 그 라이브 방송을 보지 않았고 검은 칠해 돌아다니는 캡쳐본도 즉각 뒤로가기로 대응했기 때문에 정확한 사진은 보지 못했고 그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며 알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이미 그런 짤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이상 누군가는 검은 칠이 되지 않은 캡쳐본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가해자는 피해자와 친하다는 이유로 장난으로 촬영을 했지만 친하다는 이유로 사진을 찍힌 피해자는 언제까지고 언제 캡쳐본이 어디에 다시 유포될지 모른다는 공포를 안고 살아야 한다. 피해자가 겪을 공포의 크기를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최준용은 곧바로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올리고 구단측이 자체 3경기 출장정지 징계에 이어 KBL에서도 5경기 출장정지에 제재금 300만원 징계도 내렸으나 내가 볼 땐 터무니없는 솜방망이 수준 징계다. 물론 KBL은 소속 선수가 국대소집기간에 주차요원의 지시에 불응하고 오히려 주차요원을 밀쳐 의족을 부러뜨려도 아무 징계없이 넘어가지만(농구협회의 경징계만 있었지 KBL은 그냥 넘어갔다) 유재학 감독에게 외국인선수가 뻐큐를 날리면 지체없이 제재금 500만원을 날려온 리그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이 사건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를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문경은 감독이 기자들 앞에 나서서 피해자를 보호해줄 것을 호소하고 다독인 것은 잘한 일이지만 그동안 문 감독이 방 아무개 선수, 변 아무개 선수에게 했던 걸 생각해보면 최준용 역시 별다른 추가징계나 징계성 트레이드 없이 경기장에서 볼 수 있을 것은 자명했고 실제로 5경기 출전정지가 끝나자마자 농구로 보답하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링크)와 함께 최준용은 복귀전을 치렀고 잘 뛰고 있다. (나는 최준용 징계가 마음에 들지 않아 SK 경기를 보이콧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본 건 아니고 기록지를 보면 그래보인다)

 최준용은 그동안 소소한 사건 사고를 일으키기도 했으나 코트 위에서의 허슬 플레이와 코트 밖에서의 팬서비스로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역대 KBL에 이런 선수가 있었나 할 정도로 업보스택도 빠르게 쌓고 있다. 7월 말 스톡킹 이종현 사건, 11월 초 이종현 #날개달다, 두부 사갈게 사건, 11월 중순 팀 언해피 사건, 12월 초 오리온전 대패 후 팀원들 도열해있는데 혼자 이대성, 이종현 패밀리에게 인사하러 가는 사건 등등 코트에서 보여주는 열정과는 별개로 최준용은 문제의 중심에 있었고 그 다음날에 이번 사건까지 일으킨 것이다. 분명 뭔가 이상했기 때문에 문경은 감독도 자기 딸보다 신경을 더 쓰고 있다는 말을 했을 것이고 나름 관리를 해왔을 테지만 결국 SNS 사고를 막지 못했다.

 이 사건의 문제는 선수의 SNS 사용이나 그 부작용이라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우리는 이미 다른 추가적인 교육이 없어도 다른 사람의 알몸을 찍거나 보관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걸 연맹이나 팀에서 교육하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겠지만 출장정지 5경기는 경각심을 주기에 턱없이 모자란 징계이며 설령 이 사건을 계기로 최준용이 성숙해진다고 하여도 최준용 본인에게 좋은 일이지 피해자의 고통과는 무관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더욱 엄중하게 처리했어야 했고 선례가 될 수 있는 일이었는데 KBL은 이번에도 허망하게 기회를 놓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