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12일 토요일

SK나이츠 20-21시즌 총평 겸 문경은 감독의 10년

 자밀 워니의 부진과 최준용의 사고로 팀이 흔들렸고 우승후보 1위에서 단박에 플옵 탈락까지 꼴아박았다. 안영준의 스텝업, 최성원의 2년 연속 수비 5걸 선정, 오재현의 신인왕 수상, 최부경의 투혼, 마지막 기회를 살려낸 양우섭 등 좋은 소식도 있었으나 대권을 노리던 팀이 한순간에 터져버리는 것을 생생하게 목도했기 때문에 좋은 말을 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계약기간 1년 남은 감독을 자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벌써 문경은 감독이 잘리고 김민수가 은퇴했으며 전희철이 신임감독이 된 지도 한 달이 지났다.

 만약 문경은 감독이 물러나게되면 그 동안 함께 했던 전희철 코치도 같이 물러나게 되지 않을까 싶었고 그래서 전희철 코치가 번번이 대학 감독 오퍼를 거절했다는 게 좀 마음에 걸렸는데 전희철 감독에게 지휘봉이 넘어가는 과정 자체는 뭐 요순시대 선양을 보는 것처럼 의 상하지 않게 잘 마무리됐다고 (밖에서는) 보인다. 아무튼 새 시대가 열린 셈이다.



 물론 그 와중에 문띵 짤리고 전희철 취임했다고 넌씨눈 시전한 워니 인스타인낭은 사람을 열받게 하기 충분했는데 -문경은 짤린 거 지분 40%는 너 아닐까- 어차피 또 볼 선수는 아닌 것 같아서.. 라고까지 써놨는데 최근 소식으로는 재계약 확률이 없는 게 아니라고 해서 무섭다. 

 아무튼 그동안 각종 커뮤니티에서 문경은 감독에 대한 평은 그래도 구단 역사상 최고 감독이다부터 10년 동안 헤인즈 없이 6강 한 번 못 갔다까지 극과 극이었다. 둘 다 사실이지만 서장훈 ERA가 아니라 방성윤 입단 후부터 이 팀을 응원해온 내 입장에서는 6강 한 번 가보겠다고 별 짓거리를 다하던 시절이 너무 길었기 때문에 아무튼 챔결 두 번 구경시켜주고 우승경기 직관하게 해준 문경은 전 감독에게 성적 면에서 별 불만은 없다. 

 문경은 감독이 팀 지휘봉을 잡은 시기는 크게 1기, 2기로 나눌 수 있는데 대행 시절이었던 외인 1인 보유 시즌 때 알렉산더 존슨을 데리고 5할 승부하다 존슨이 시즌아웃 당하며 꼴찌만 면한 걸로 시작했고 지명권으로 1차 드래프트(08학번)에서는 최부경, 2차 드래프트(09학번)픽으로는 박상오 트레이드를 해온 것으로 정식 감독 생활을 시작했다. 이 당시 브라이언 킴을 살려보려고 많이 애를 썼지만 프로아마 최강전에 선발로 냈다가 연대 천기범한테 털리는 등 전혀 효과는 없었다. 
 
 1기는 김선형-주희정-변기훈-박승리-박상오-김민수-최부경-헤인즈 등이 주축이었고 이 멤버로 정규시즌 우승까지는 했으나 챔결에서 모비스에 치이고 다음에는 전자랜드에 업셋 당하며 마침표는 찍지 못했다. 

 그 후 어영부영 박승리 귀화가 물 건너가고 주희정과 박상오를 보내고 이정석, 이승준, 이동준, 오용준 등을 데려온 게 대실패하며 자발적이지 않은 리툴링 기간을 거쳐야 했다. 

 이 기간 동안 데이빗 사이먼을 2픽으로 데려왔으나 사이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고 걔는 걔대로 팀원에게 짜증내는 것만 보다가 '사이먼으로는 우승할 수 없다'며 계약해지하자마자 인삼공사가 주워가서 통합우승을 해버린 건 문감독에겐 뼈아픈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준용-안영준이라는 상위픽이 터지며 곧바로 문감독 2기에 들어갈 수 있었고 시즌 최종전 KCC와의 대결에서 헤인즈의 시즌아웃 부상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거두며 4강 직행으로 시간을 벌고 대체외인 메이스 카드가 적중하고 챔결 MVP 화이트의 맹활약으로 패패승승승승으로 결국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뤄냈다. 3차전 김선형의 역전 쇼타임, 최원혁의 버튼 수비, 복덩이 신인 안영준 등등 이 시즌을 생각하면 아직도 기쁘다.

 다만 이후 리핏을 노리며 주축 선수들 입대를 미룬 시즌에서 메이스 대신 헤인즈를 선택한 게 헤인즈 부상 재발 등과 대체외인 연쇄참사로 어그러지며.. 까지 썼는데 글에 도대체 헤인즈 얘기가 몇 번이 나오는 건지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헤인즈의 에이징 커브와 함께 팀의 성적도 좌우되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 다음 시즌도 1옵션으로 데려온 새 얼굴 자밀 워니가 잭팟이 터지고 2옵션 헤인즈도 활약은 예전만 못했지만 워니 멘탈케어는 잘해주며 V3를 노리던 시즌이었으나 코로나가 터지며 시즌이 어영부영 공동 1위로 김 빠지게 끝난 건 어쩔 수 없는 부분. 

 드디어 헤인즈를 포기하고 워니 재계약, 삼성 1옵션이었던 닉 미네라스를 2옵션으로 데려오며 야 진짜 우승하는 거 아니냐 외인 쩔지 않냐 그렇게 20-21시즌을 맞이했으나 판데믹 특수로 더 좋은 경력을 가진 외인들이 우수수 들어온데다 시즌 중 팀 케미스트리가 바사삭~박살내며 문경은 감독의 마지막 시즌은 6강도 못 간 채 끝나게 되었다. 

 시즌 내내 워니가 몸관리가 제대로 안 됐으며 혼자하는 농구를 했다곤 해도 워니한테 보장계약까지 줘가며 눌러앉힌 거 자체가 잘못이라거나 워니 혼자 못했다는 생각은 안한다. 아무튼 직전시즌 외국인 MVP였고 1위 공신이었으니 그건 이해가 되는데 문제는 다른 팀 외인의 수준이 너무 높았다는 데 있다. 사실 평상시 같았으면 숀 롱만큼 하면 KBL 최상급 외인인데 이번 시즌에는 타일러 데이비스 같은 생태계 교란종이 있었고 급기야 시즌 후반에는 제러드 설린저같은 대괴수까지 나타났는데 이것까지 미리 감안하고 외인을 구하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시즌엔 문경은 감독의 형님 리더십, 막걸리 리더십이 통하지 않았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자기 딸보다 신경쓴다는 최준용이 계속 사고를 쳤고 어떻게든 살려서 써 보려고 했던 워니도 자기가 부진한 것은 간과한채 언해피를 터뜨려댔고 시즌 초반 출장시간 문제로 불만을 토로한 미네라스도 중반 넘어서야 살아났으나 그래봐야 4쿼터에 워니 다시 넣고 경기 날리는 경우가 꽤나 있었다. 시즌마다 3,4번 정도는 막걸리 회식하고 부활한다는 변모 슈터도 올해는 부활에 실패했고 김선형도 슬슬 내려오고 있으며 김민수와 송창무도 경기장에서 보기가 어려웠는데 팀에 계속 부족했던 것들은 채우지 못했고 장점이었던 것들은 그렇게 녹슬어갔다. 

 어떻게 보면 문경은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이 남은 채 이별하게 되었으니 만감이 교차한다. 어느 팀에서든지 한번은 더 기회를 받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전희철 신임감독도 변모씨를 보내고 이원대를 받아오거나 FA로 허일영을 데려오는 등 취임하자마자 자기 계획을 진행해나가는 것 같아 보기 좋다. 딱 하나 한 시즌을 후루룩한 트러블메이커 처분을 못한 게 아쉬운데 그거야 뭐 안한 게 아니라 못한 거에 가까워서 감독이 오롯이 책임질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