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9일 화요일

(발번역) 학창시절 학대를 받았던 구로다 히로키

 원문 링크

 재작년 이맘때 기사인데, 관련 사이트에 발번역해 올렸다가 개발퀄이라 삭제했던 글이다. 엊그제 구로다 등판 보고 생각난 김에 다시 했다.


2014년 7월 27일 일요일

국산 패키지 게임에 황금기는 있었나

 다양한 게임을 플레이한 게이머들은 다원적 게임관을 가지고 있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대개 게이머들은 자기가 하지 않은 수많은 플랫폼/장르/시리즈들을 망겜이라고 생각하고, '야구란 무엇인가'에 나오는 것처럼 '빛나는 과거의 황금시대'를 누구나 가슴에 3천원 하나씩은 있듯 품고 살고 있다.


 많은 게이머들은 국산 패키지 게임의 황금기가 있었고, 이후 몰락했다고 생각한다. 몰락의 원인이 게임잡지 번들 경쟁이건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에 기인한 불법 복제건 혹은 리니지1 이후의 온라인 게임이건 한 때 어느 정도의 시장이 존재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 시장은 과연 지속, 유지할 수 있을만한 규모를 갖췄을까. 

 90년대 중반까지 상업적으로 성공했던 국산 패키지 게임을 꼽으면 어스토니시아 스토리(94년, 10만장 이상 추정), 창세기전2(96년, 7만장 이상 추정)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이 게임 둘은 모두 RPG 요소를 갖춘 것을 제외하고도 기초적인 불법복제 방지책을 갖추고 있었는데, 매뉴얼에 암호표 / 마법 룬 조합표가 동봉되어 있었다.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던 이 게임들의 후속작은 자연스레 높은 기대를 받게 되었고, 그것이 각각 97년 말과 98년 초에 발매된 포가튼 사가 - 창세기전 외전 : 서풍의 광시곡이었다. 97년을 전후해 속속 다른 국산 게임들도 발매되었는데 임진록1, 카르마, 코룸, 아트리아 대륙전기, 쥬라기 원시전, 야화 등 국산 패키지 시장 맹아론의 시작은 이때를 기점으로 잡아도 무리가 아니다. 

 국산 패키지 게임은 같은 시기의 외산게임에 비해 여러모로 부족했고(단적으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1과 파이널 판타지6는 같은 해에 출시된 게임이다), 장르도 워크래프트2나 레드얼럿의 영향을 받은 RTS나 전통적으로 개발되어온 일본식 RPG(혹은 SRPG)에 편중되어 있었다. 90년대말 게임잡지의 게임 순위를 싣은 링크를 통해 당시 추세를 간략히 살펴볼 수 있다. 그렇지만 외산 게임에 밀렸다는 것이지, 판매량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포가튼 사가는 수많은 악평에도 불구하고 출시 3개월 만에 6만장을 팔았고, 서풍의 광시곡도 유통사 부도로 돈을 떼먹혀서 그렇지 10만장을 팔았으니 요즘 같아선 상상할 수 없는 수치다. 게임 시장이 저렇게 커질 수 있었던 데는 윈도우95 이후 PC 시장 증가, 게임 잡지 등장, 대기업들의 유통 시장 진출 등 여러 이유가 있었겠고, IMF를 피할 수 있어서 대규모 유통사들이 쓰러지지 않았다면 선순환이 계속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1의 출시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현 한국 콘텐츠진흥원과 통합)에서 2000년도에 발표한 '1999년도 국내 게임산업 동향 조사'에서 당시 상황을 엿볼 수 있다.  당시 게임산업 규모는 다음과 같다.


 PC방의 영향으로 100만장 이상 판매되었던 스타크래프트의 위상은 그야말로 절대적이라, 아래의 분석까지 이끌어내게 된다. 


 거기다 2위 게임이 12만장이 팔린 레인보우 식스라는 것을 감안하면 국산게임의 자리가 얼마나 있었을까. 98년 말에 출시된 창세기전 외전 2 : 템페스트는 전작의 여세로 판매량은 상당했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 작품은 플레이하기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고, 소프트맥스의 이미지를 깎아먹으면 깎아먹었지 그리 득이 된 작품이라고 할 순 없을 것 같다. 다만 시대를 앞서 간 여러가지 요소들로 캐릭터 게임의 서막을 연 그 정도 의미는 있겠다.

 특기할만한 점은 표[10]에서 보이듯 99년부터 온라인 게임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바람의 나라'의 넥센과 '리니지'의 NC가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했지만 분명히 새 시장의 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2000년 10억을 들여 개발한 악튜러스, 2001년 35억원을 투자한 쥬라기 원시전2가 5만장 정도를 파는데 그치며 사실상 국산 패키지 게임 시장은 끝났다.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 3 파트1과 파트2가 성공했으나 역시 거액을 들여 제작한 마그나카르타는 흥행과 작품 모두 멸망했고 이후 국산 대작 타이틀을 볼 수 없었다. 

많은 유저들에게 빅엿을 선사한 '만들다 말았다'


 그렇다고 외산 패키지 게임들이 크게 흥행했다고도 볼 수 없다.


 이 표를 보면 알 수 있듯 블리자드 게임들을 유통하는 한빛소프트의 매출에 따라 시장이 요동칠 뿐이었고, 그나마도 플스2와 엑스박스가 정발되고 PC는 온라인 게임으로 완전히 대세가 넘어간 2002년으로 가면 삼성전자부터 패키지 유통에서 발을 빼는 등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국산 패키지 게임들의 한계는 명확했다. 90년대말 해외 게임 시장은 이미 EA, 액티비전, 인터플레이 등 거대 퍼블리셔들이 대두하고 있었고, 아직 최근처럼 본격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통용되고 있지는 않았을지 몰라도 한국 개발사들의 해외 시장 진출이 족족 실패하고, 위의 표에서 보듯 가정용 시장이 없는거나 다름없기에 PC 내수로만 먹고 살아야하는 상황에서 더이상 (나름) 큰 자본을 들여 패키지 게임을 만드는 것은 무모했다. 갈라파고스화 되어서 PC게임 망했다고 까이는 일본 시장도 적어도 콘솔시장에선 나름 합병을 통해 덩치를 불리고, 개발 스튜디오 시스템을 추진했는데 한국에선 덩치 키우기를 바라기도 어려울 정도로 그전에 픽픽 쓰러져 나갔다. 우리와 다르게 내수가 뒷받침되다보니 10만원 넘는 PC게임도 팔리는게 우리랑 다른 점이다.

 초기 온라인 게임들은 제작비도 그리 크지 않았다는 점도 온라인으로의 이탈을 가속화했다. 리니지1이 3억원, 악튜러스에서 사용된 엔진을 개량했다지만 라그나로크 온라인도 그 정도 선이었다고 하니 누구나 달려들기 좋은 시장으로 보였을 법도 하다. 물론 불과 몇년 후 RF온라인과 리니지2같은 블록버스터 MMORPG의 제작비는 수십억대로 치솟지만 거긴 수출이라는 길이 어느 정도 열려 있었다. 

 이 후 패키지 게임 시장은 계속 쪼그라들어 매출액이 2003년 937억원, 2004년 534억원 시간이 흘러 2011년엔 고작 96억원에 그치나 2012년엔 놀랍게도 680억원까지 치솟는데, 그 이유는 바로 디아블로3가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체 게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디아블로3 출시를 등에 업고도 고작 0.7%로 콘솔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온라인 게임을 필두로 한 전체 게임시장은 크게 성장했지만, 패키지 게임에 파이가 돌아가진 못했다. 

 정리해보면, 국산 패키지 게임은 리즈 시절에도 외산 게임의 벽을 넘은 적이 없었다. 서풍의 광시곡 정도가 게임잡지 순위 탑을 차지한 적은 있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또 외산 게임을 포함한 패키지 게임 시장도 블리자드-EA의 지분이 대다수였고, 저 회사들의 주력 제품이 주로 PC방에 납품되었을 것을 생각하면 한국 패키지 시장에 황금기가 있었다고 생각하기도 민망하다. 그때는 그래도 정식 경로로 유통되는 게임들이 있긴 했다고 생각하면 또 모르겠다. 흔히 코어 게이머들에게 개무시당하는 리니지1의 연매출이 2000억원을 넘는데, 국산 패키지 게임의 전체의 연매출은 그 1/10을 넘어본 적도 없었다. 물론 불법복제와 번들CD가 시장에 끼친 영향도 없지 않았다. 창세기전 시리즈의 총 판매량이 100만장에 육박하는 것은 분명 대단하지만, 삼성전자에서 유통하던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도 총 100만장을 넘게 팔았다. 저연령층을 타겟으로 한 게임이었기에 그만큼 불법복제에서 자유로워서 이득을 본 요소가 클 것이다. 그렇지만 복돌이들은 언제 어디에나 있는거지 딱히 한국만 복돌이때문에 망한 거라고 볼 근거는 딱히 없다. 불법복제를 철저하게 단속했더라도 쟤들이 굳이 다른 게임 놔두고 국산 패키지 게임을 돈주고 샀을까 생각하면 극히 회의적이다. 

 마찬가지로 한국 패키지 게임이 한국적이지 않아서 실패했던 것도, 반대로 심하게 한국적이라 수출에 실패했던 것도 아니다. 춘향이 심청이 장화 홍련 옹녀 그런 애들 나오는 연애 시뮬레이션 그런 거 내놓든 구운몽 그래픽 노블을 내놓든 박문수의 역전 암행어사가 나오든 어차피 이 좁디 좁은 내수시장에서 패키지팔아서 수익을 기대하기란 힘들다. 어차피 그때 나온 국산 게임들도 양놈들이 양놈무기 들고 다니는 게임이 절대 대다수였는데 정서만 안맞아서 수출 못했다는 것도 낯 부끄럽고 결국 인건비=개발비인 산업 특성상 영세업체들이 최선을 다했지만 한계를 맞이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 이후의 온라인게임 시대가 나름 10여년을 거치며 대형화되서 현재의 형태로 자리잡은 일련의 과정이 대단하다면 모를까, 실상 국산 패키지 게임에 황금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깜깜한 밤하늘에 별 몇 개가 보였을 뿐이다. 

2014년 7월 19일 토요일

윈도우7에서 삼국지3 에디터 실행시 글자 깨짐 현상

 요새 삼국지3 같은 도스 게임을 할 때 도스박스를 이용해 실행할텐데, 에디터 같은 외부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 과거 한글 MS-DOS처럼 부팅 시에 한글 폰트를 띄워주는 게 아니라 그런지 글자 깨짐이 발생할 때가 있다. 해결법은 도스박스에서 한글 폰트 지원 프로그램인 hbios를 띄운 후 명령 프롬프트 창에서 에디터를 실행해주면 된다.

 간략하게 스크린샷으로 살펴보면

 1. 에디터를 직접 실행하면 글자가 깨지는 상황


 2. 도스박스를 이용해 hbios 실행 



 3. 명령 프롬프트에서 에디터 파일명을 입력해 직접 실행 


 hbios를 실행한 위치를 dosbox에서 c: 드라이브로 마운트해주기 때문에 도스 시절의 추억을 살려 cd.. cd koei cd sam3 그런 명령어 칠 생각이 없으면 hbios 파일을 게임과 에디터가 있는 디렉토리에 같이 넣어두는 것이 편하다. 

  4. profit!



2014년 7월 12일 토요일

(발번역) 불확실함의 시작 : 09-10시즌 르브론의 마지막 경기가 끝난 뒤

 르브론 제임스가 클리블랜드로 돌아왔다. 클블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뛴 경기는 2010년 보스턴 셀틱스와의 플레이오프 2라운드 6차전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뉴욕 타임즈에서 올린 기사를 발번역해서 관련 사이트에 올렸었는데, 그가 다시 클블로 돌아오게 되니 그 기사가 생각나서 다시 한번 다듬어 올려본다. 원문은 여기서 볼 수 있다.



 목요일 밤. 깊은 실망과 미지수로 가득찬 미래로 향하는 빠르고 효과적인 걸음으로, 오하이오 주 애카론의 자랑이 침묵 속에서 떠났다.

 르브론 제임스는 플레이오프에서 멀어졌다. 아마도 클리블랜드와도 멀어질 듯 하다. 한번 더 그의 우승 반지는 달아났다.이번엔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보스턴 셀틱스에게 일격을 당했다. 6번째 게임에서 셀틱스는 캐벌리어즈를 94-85로 꺾었다. 셀틱스는 올랜도 매직과 이스턴 컨퍼런스 결승전에서 만나게 된다. 르브론은 수많은 물음과 마주칠 것이다. 무엇이 틀렸던 것인지, 다음은 무엇이 올 것인지.

 7월 1일 FA 시장이 열리면 뉴욕 닉스, 뉴저지 네츠, 시카코 불스, 마이애미 히트(웨이드는?) 그리고 다른 팀들이 르브론에게 오퍼를 넣을 것이다. 오전 11시에 버저가 울리고, 르브론이 FA 자격을 취득하는 즉시 아마도 가장 시끄러울 NBA의 오프시즌이 시작될 것이다.

 한시간 후, 검/흰 바람막이를 입은 르브론은 인터뷰 자리에 앉았다. 완전히 진이 빠져 보이고, 머리를 긁적였다. 그에게 수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나 그는 감정이나 계획을 누설하진 않았다.

 "다가오는 여름을 옳은 마음가짐으로 맞을 겁니다. 팀과 함께 최선의 기회를 찾아 봐야죠. 이 도시를 사랑합니다. 물론 팬들도요. 또다시 실망스럽게 시즌이 끝났지만 최소한 이렇게 말할 수는 있겠죠. 우린 또 한 번 위대한 순간을 함께 했다고요. 무슨 일이 있어날지는.. 보게 될 겁니다."

 제임스는 셀틱스는 강력했고, 시리즈 내내 더 재능있었고 끈질겼다고 반복하며 실의를 토해냈다. 아픈 오른쪽 팔꿈치는 계속 그를 괴롭혔다. 그는 플레이오프 동안에 26.8득점, 7.2 어시스트, 9.3 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의 슛은 불완전했고, 마지막 3경기에서 19개의 턴오버를 범했다. 그 경기에서 캐벌리어즈는 모두 졌다.

 보스턴은 효과적으로 르브론이 페인트 존 밖으로 몰아내서 점퍼를 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제임스는 정규시즌에서 백-투-백 MVP를 받았지만, 시리즈 내내 론도의 활약에 가려졌다. 그리고 마침내 보스턴의 빅3 가넷 - 알렌 - 피어스가 가동됐다.

 마지막 버저가 울린 뒤, 르브론-작년에 올랜도한테 지고 화내면서 나갔다고 까인-은 경기장에 남아 셀틱스 선수들과 포옹하며 축하의 말을 건넸다. 그리고 르브론은 코트를 빠져 나가며, 그의 클래블랜드 유니폼을 벗었다.

 마지막으로 그가 입는 클리블랜드 유니폼이 될지 모른다.

 "무엇보다도 저는 승리를 원합니다." 르브론이 말했다. "그게 내 모든 것이고, 모든 관심사입니다."

 르브론은 구단은 이기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했다. 작년에 클블은 샤킬 오닐, 재미손을 영입했다. 그러나 포스트 시즌에서의 실패는 르브론의 잔류를 의심케 한다. 클블은 제임스의 뒤를 이을 진정한 세컨드 카드를 영입하지 못했다. 그들의 재능은 올랜도, 셀틱스, 레이커스에 미치지 못한다.

 2년 연속으로 클리블랜드는 정규시즌 챔피언이었다. 그리고 르브론은 "확실히 놀랐다"며 플레이오프 광탈의 소감을 밝혔다.

 "내 친구들이 경기 후 내게 그러더군요. '니가 진정 꿈을 이루기 전까지 수없이 많은 시련이 있을거야' 그 말이 바로 그게 지금 해당되는 말일 겁니다."

 마지막 경기에서 르브론은 심한 기복을 보였다. 트리플 더블을 기록했지만 (27득점, 19리바운드, 10어시스트) 동시에 9개의 턴오버를 기록했다. 슛도 산만했다. (21개 중 8개 성공)

 한편 팀으로서 클리블랜드는 24개의 턴오버를 범했고, 27점을 내주는 결과로 돌아왔다.

 "이번 시리즈에서 우린 리듬을 타지 못했어요." 다른 포스트 시즌에서도 패배를 맛 본 MB 감독은 말한다. 그는 르브론의 미래에 대해 예측하는 것을 거절했다. "방금 졌는데 그걸 생각하고 싶겠습니까"

 보빠들은 숫제 이별의 조롱을 배달했다. 르브론이 자유투 라인에만 서면 "뉴욕 닉스"를 외친 것이다. 마지막에는 숫제 "르브론이 떠난다"를 합창하기도 했다.

 클블의 충격은 보스턴에게 일어날 뻔했다. 2년 동안 챔피언쉽에서 멀어진 보스턴은 동부 지구의 패권을 찾아오기에는 너무 노쇠하고, 삐걱거리고, 아파보였다. 그리고 아직도 동부의 패권을 찾아오기까지 4번의 승리가 남았다. 일요일부터 올랜도 매직과 동부 파이널이 남아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자신감이었어요." 시리즈에서 갑작스럽게 부활한 가넷의 말이다. 그는 보스턴이 적시에 폼을 찾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클리블랜드의 가장 높은 가치의 습득물은 너무 짧게 나타났다. 오닐은 올랜도의 하워드를 마크하기 위해 영입됐다. 보스턴과의 대결에선 별 효용이 없었다. 재미손은 수비에서나 공격에서나 쩌리였다. 계속 가넷에게 밀렸다. 가넷이 22득점 12리바를 털어넣는 동안 슛 열개를 시도해 5점밖에 득점하지 못했다.

 하루 전 르브론은 클블이 시리즈를 지켜낼 것을 확신했다. "(5차전에서) 내가 못했으니까요." 그 말이 사실이 되려면 클블은 좀 더 잘 했어야 한다.

 르브론 다음으로 까인 모 윌리엄스는 처음에는 잘하는가 싶었다. 팽팽했던 전반전에 20득점을 몰아넣었다. 그러나 후반전에는 2점밖에 득점하지 못했다.

 전반전에 클블은 보스턴의 10점 리드를 잘 따라잡았다. 그런데 3쿼터에는 11점차, 4쿼터 초반에는 12점차까지 벌어졌다. 클블은 르브론의 연속 3점슛에 이어 4점을 쏟아넣으며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 때 모든 것이 흐트러졌다. 르브론이 크로스오버 무브 중 공을 펌블하며, 론도가 빠른 레이업을 성공시켰다. 피어스는 3점을 꽂아넣었다. 경기장이 희망으로 가득찼다. 라시드 왈라스가 3점을 얻었지만 윌리 암스는 턴오버를 기록하고, 다시 보스턴의 속공-가넷이 덩크를 꽂아넣으며 경기 5분 50초가 남은 상태에서 88-74로 앞서나갔다.

 르브론의 FA 자격 취득이 왔다갔다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클블이 엘리미네이션 되는 순간, 그것이 다가왔다.

 뉴욕 닉스가 기쁨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조롱은 종목을 망라한 ESPN의 보빠 시몬스 영감과 악질보빠들에 의해 시작됐다. 2쿼터에서 in-house 비디오 카메라는 한 닉스팬이 닉스 져지 어깨에 르브론을 새긴 6번 유니폼- 제임스가 닉스 유니폼을 입는다면, 달게 될 것이다- 을 찾아냈다.

 클리블랜드에서는 제임스가 시리즈에서 비뚤어진 의도를 가지진 않았는지에 대한 불신이 있다. 특히 그가 부진했던 5차전 (120-88로 짐) 에서 팬들은 환멸을 느꼈다. 르브론은 까방권을 잃었다. 멘탈적으로도 좋지 않은 모습이었다. 금방 팀을 떠날 것처럼 플레이했다. 팬들은 르브론이 떠날 것을 각오하기 시작했다.

 해설자들도 자비가 없었다. 제임스의 성취, 욕망에 대해 아주 나노단위로 까기 시작했다. 아마도 한 주, 아니면 한달 전 쯤에는 모든 사람이 이번 시리즈에서 그를 괴롭힐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른쪽 팔꿈치 통증, 팀원들, 코치들, 개인적인 문제 아니면 혹은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는 부상이 있는지.

 르브론은 팔꿈치 통증이 약간 거추장스럽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 정도로 해두었다. FA시장에서 제임스는 그 자신에게 선택권이 있음을 강조한다.

 "미래를 예언하실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동시에 지금보다 낫기를 희망할 순 있겠죠."

그 다음에 그는 선글라스를 휙 젖혔다. 가방을 메고 경기장을 떠났다. 정해지지 않은 운명을 향해.

2014년 7월 7일 월요일

비루한 여름 문화생활 (크레마 샤인, 블리자드 게임들, 스팀 여름 세일 득템)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한 '주3일 이상 격렬한 신체활동 실천율'이라는 통계에 의하면, 격렬한 신체활동을 하는 우리나라 남자 중고등학생들의 비율은 2005년부터 작년까지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친구 간에 롤에서 1차전하고 현피로 2차전하는 상황의 증가도 저 통계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보는데, 저렇게 단련된 청소년들과의 온라인 만남은 정신적/신체적으로 나에게 큰 손실을 입힐 거라는 것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와저씨답게 계속 하던 게임이나 하고 책이나 읽으며 올 여름도 안전하게 지내야겠다. 게임을 돌린 컴퓨터는 i5 4670, GTX 770, 램8기가, SSD 시스템이다.

 1.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 판다리아의 안개

  6월 첫째주에 뒤늦게 가로쉬 하드를 클리어하고 계정 끝날 때까지 여러 캐릭 돌려가며 골드 파밍 열심히 하다가 이번 확장팩을 자체 종강했다. 매 확장팩 최종 컨텐츠를 완료한 적이 없어서 이번엔 꼭 하고 싶었는데, 큰재미 느끼며 끝냈다. 세기말에 딱히 더 할 것도 없고 뽕도 뽑았으니 괜찮게 마무리지었다. '전쟁 범죄' 소설 e북으로 나오면 그거나 읽으면서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기다릴 셈이다. 이전 글에서 판다리아의 안개 이야기는 할만큼 한 것 같아서 더 길게 쓰진 않겠다.

 2. 디아블로3 : 영혼을 거두는 자

  오리지널에 실망한 사람이라도 2만원이면 확장팩 패키지를 살 수 있으니 치킨 한 번 거른다고 치고 해보길 추천한다. 예약구매까지 해놓고 와우하느라 바빠서 손도 안대고 있었는데 한번 제대로 손대다 친구들까지 끌어들여 미친듯이 달렸다. 서로 접속하면 인사도 없이 조인부터 해서 거진 한달을 보내니까 약간 시들해지긴 했는데, 곧 2.1 패치 후 래더 시즌이 열리면 또 열심히 할 것 같다. 아이템 파밍 게임에서 벗어날 순 없겠지만 충분히 재미있다. 머리 비우고 템 나올 때까지 다 때려부수고 다니기에 이만한 게임이 또 없다. 확장팩이 원본보다 재밌어진 이유는 크게 세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로 경매장 폐쇄로 자유시장경제에서 원시 소부족(파티 내 거래) 수렵경제로 회귀하며 템파밍의 상대적 박탈감을 줄었다. 둘째, 이에 발맞춰 상위 난이도 진입 장벽을 많이 낮추는 패치를 통해 성취감을 쉽게 느낄 수 있게 했다. 마지막으로 모험모드와 균열 시스템의 등장으로 임의성이 높아져 지루함을 덜 느끼게 했다.

 3. 진삼국무쌍 7 with 맹장전

 중국 대륙에서 판타지 인남캐와 엘프여캐가 뛰노는 게임.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2차설정 동인 게임 시리즈가 아닌가 싶은데 플스2가 아직 현역일 때부터 재밌게 했었다. 뭐 당시는 용산의 기술 미비로 복돌이들이 많지 않아 그럴수도 있었겠지만 위닝도 일판으로 먼저 해야하는데 진삼 시리즈는 그래도 꼬박꼬박 한글화해서 정발해주니 고맙기도 했고 그래서 여태 진삼1, 6 빼놓고는 다 해봤던 것 같다. 7도 비록 음성/자막 모두 영문판이지만(야메떼 하는 걸 듣고 싶으면 일본어 패치는 쉽게 구할 수 있다고 한다) 6월에 스팀에 등록되고 내내 노리다가 이번 세일 때 바로 샀다. 사골무쌍이니 뭐니 해도 기본적으로 평타는 치니 사람들이 사는거란 생각이 든다. 우선 내가 6을 안해봤으니 그 전작들과 가장 다른 점은 역시 스토리 모드가 장수별이 아닌 진영별로 진행된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시나리오의 연출이나 각종 시네마틱 무비같은 걸 여러개 만들 필요가 없으니 퀄리티가 상승했다는 장점이 있지만, 플레이할 수 있는 세력이 줄고 몇몇 전투가 빠진 것은 단점이다. IF 시나리오가 추가되었고 프리 시나리오 모드에서 반대 진영으로 플레이할 수 있으며 PC판은 맹장전 합본이라 볼륨이 늘었으니 오히려 컨텐츠의 절대적인 양은 전작에 비해 크게 커졌지만 관우가 오관참육장을 안하고 유비가 형남 4군을 얻으러 안가는데는 빡침을 금할 길이 없다. 삼국지에서 저 부분이 제일 흥미진진한데 아오 빡쳐. 이 게임도 각종 모으기 요소로 파고 들기 시작하면 끝이 없지만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스토리모드만 다 플레이 해봐도 충분할 것 같다. 얼추 계산해봐도 대충 90개는 넘는 것 같으니 뭐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아참, 패드 진동은 따로 패치를 깔지 않으면 지원하지 않으나(패치를 깔아도 내 경우엔 안됐다) 그래도 패드가 있어야 훨씬 재밌다.

 4. 데빌 메이 크라이 DmC + 발더스 게이트2 EE

 사긴 샀는데 디아3랑 진삼하느라 별로 잡을 시간이 없다. 발더스2 EE의 경우엔 1 EE를 유저들이 한글화해줬다고 본사에선 아예 자체 한글화 패치 계획도 없는 모양인데 이미 2 오리지널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살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게임 자체가 갈아엎어진 것도 아니라 구매 욕구도 그다지 없었고..

 5. 크레마 샤인 사용후기

 책갈피에 껴 둔 은행잎이나 종이 페이지의 질감 따위를 모르는 건 아니고 옥탑방에 책 더 쌓기가 힘들어서 아이패드로 많이 책을 봤지만 1년 반쯤 쓰다보니 눈이 더 썩어가고 있는 걸 느꼈기에 대안이 필요했다. 떨이 중인 구형 크레마 터치냐, 훨씬 비싸지만 불이 들어오는 샤인이냐 한 이틀 고민하다 샤인을 골랐다. 샤인 정도면 해외 구매나 중고나라 잠복을 하지 않는 이상 성능이 좋은 축에 든다고 한다. 이제 한달 반쯤 썼는데 그 동안 느낀 걸 간략하게 적었다. 우선 장점을 이야기해보면 가벼움을 먼저 꼽을 수 있다. 한근 넘는 아이패드에 비해 샤인은 185g 정도니 큰 차이다. 일반 소설책보다 가볍고 어지간한 잡지랑 비슷한 무게다. 가독성에 대해선 처음에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생각보다 빠릿하고 훌륭하다. 전자잉크를 사용하니만큼 LCD에 비해 눈도 편하거니와 단점으로 지적되는 잔상/깜빡임 현상도 별 문제로 느껴지진 않는다. 버튼 하나로 켤 수 있는 프론트 라이트 기능도 독서용으로 만족스러웠다. 또 하나 배터리를 적게 먹어서 잦은 충전이 필요없다는 점도 좋다. 

 단점으로는  일단 색깔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자. 일반 도서를 읽을 때는 신경 쓰이지 않는 부분이지만 고화질 만화를 읽을 땐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약간의 딜레이도 느껴진다. 라이트 기능을 쓸 때 커튼처럼 밑에서 빛이 새는 현상이 있다. 주로 페이지 매수 표시 부분인 문서 하단에 한정되기에 독서에 큰 문제는 없다. 치명적인 문제는 따로 있는데, 크레마 진영에 가입한 인터넷 서점의 구입 컨텐츠만 기본적으로 이용가능해서(yes24, 알라딘, 반디앤루니스 등) 리디북스, 네이버 북스, 인터파크 e북 등을 이용하려면 루팅을 통해 그 앱들을 깔아야 하는데, 이 앱을 깔려면 저 앱을 깔아야하고, 저 앱을 깔려면 또 어디서 apk파일을 찾아와야되고 그런 것까진 어쩔 수 없다지만 전자잉크 특성상 저런 경우의 가독성은 심히 안좋아서 깊은 짜증이 몰려왔다. 루팅을 마친 후에도 문제인게 가뜩이나 파편화된 안드로이드 앱들이 따로 특정 단말기 화면을 배려해서 만들어주는 것 같지도 않고 안정성도 심히 후져져서 책 읽다가 기기가 멈추는 경우가 꽤 생긴다.

 결국 그냥 예스24만 쓰고 다른데서 샀던 건 그냥 아이패드로 계속 읽기로 했는데, 그렇게 순정으로 쓴다면 장점 많은 좋은 단말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