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24일 수요일

닉 미네라스와 페이컷 논란

 금세 김연경 국내 복귀 페이컷 논란이 터지며 묻히긴 했지만 닉 미네라스가 페이컷을 하며SK와 계약했다는 소식이 잠시나마 떠들썩했다. 사실 논란의 핵심은 저번 시즌 외국인선수 연봉 1,2위를 다투던 미네라스가 페이컷을 했다는 게 아니라 SK가 뒷돈을 줬느냐 마느냐였다. 미네라스가 당연히 뒷돈을 받았을 거라는 사람들의 의견은 지난 시즌 외국인선수 연봉 1,2위였던 자밀 워니와 닉 미네라스가 같은 팀에서 뛰는 게 말이 되냐는 데서 출발한다.


 지난 시즌 외국인선수 MVP를 받은 워니(20.4 득점 - 10.4 리바운드)는 인사이드에서 가공할 만한 마무리 능력을 보여주면서도 달릴 수 있었고 빼주는 패스까지 가능한 선수였지만, 외곽슛이 없어 크고 세로수비가 좋은 선수를 상대로는 어려움을 겪었다. 골밑에 들어가지 못한채 자유투라인 근처에서 공을 잡으면 밀고 들어가지도, 점퍼를 던지지도 못하는 답답한 모습도 보여줬던 게 사실이다. 이렇듯 높이가 아쉬운 빅맨 워니로 게임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패스는 없지만 미드레인지와 골밑 마무리가 다 되는 장신 포워드 미네라스가 투입된다면 외인 1인 출전제 아래서 팀은 다양한 카드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닉 미네라스는 엄연히 말해 원 소속팀 삼성으로부터 재계약 제의를 받지 못한 1옵션 선수다. 지난 시즌 서울 삼성에서 뛰며 21득점 5.9리바운드를 기록하고도 삼성이 포기한 이유는, 김준일이 죽을 것 같아서 빅맨 뎁스가 얇은 삼성의 팀 사정으로는 수비가 약하고 보드장악력이 없는 미네라스를 쓰기 부담스러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미네라스와 접촉한 다른 팀은 있을까?

 미네라스는 2015년 KBL 트라이아웃에서 10개 구단의 외면을 받았던 것처럼, 이번 FA시장에서도 선택을 받지 못했다. 미네라스를 25만 달러에 쓸 수 있다면 무조건 영입하겠다는 팀은 많지만 미네라스에게 오퍼를 넣은 팀은 없다. 얼핏 보면 지난 시즌 46만 달러를 받은 미네라스의 연봉이 무려 21만 달러나 깎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도 사실과 다르다. 46만 달러는 옵션이 포함된 금액이고 삼성이 6강에 들지 못해 실제 수령액은 36만 달러에 불과하다는 것이 팟캐스트 이류농구의 설명.

 SK구단측도 미네라스 측에서 먼저 제의가 왔고 워니와 계약해 외인 샐러리캡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정확히 밝힌 후 계약을 했으며, 뒷돈이나 세금 대납은 전혀 없고 통상적인 챔피언결정전 진출 인센티브(5만 달러 수준으로 추정)만 있다는 입장이다. KBL 규약상으로는 국내선수건 외국인선수건 플레이오프 수당은 뒷돈이 아니라 구단 자율에 맡겨져 있으니 굳이 말하면 앞돈은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저 설명을 들은 팬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앞돈 제도도 문제가 있다며 KBL 외인들을 전수조사 하자고 할까? 코로나 여파로 NBA 가비지 멤버나 NCAA 1부리그 상위 유망주도 직장을 못 찾아 KBL로 향하고 있는 지금 그런 거 신경쓰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조금 생각이 있는 사람이면 미네라스의 판단이 빨랐다는 것을 알 순 있겠지만 근거없는 의혹이었음을 인정할 필요는 못 느끼기도 할 것이다. SKBL 타령은 대부분 저렇게 인디언 기우제와도 같다. 염불외듯 외고만 있어도 되는 무적의 카드라 듣는 입장에선 좀 지겹긴 하다.

2020년 6월 18일 목요일

넌더리나는 MLB 사무국과 노조의 자강두천

 MLB 선수노조는 2011년 CBA에서 퀄리파잉 오퍼와 슈퍼2 확대를 받고 드래프트 슬롯머니를 내준 것도 모자라 2016년 CBA에서 급기야 국제 자유계약 선수 연령상한제를 받고 국제 드래프트 슬롯머니를 내주는 사다리 걷어차기 무브를 꾸준하게 보여주었다. 젊은 놈들한테 나가는 돈이 줄어들면 구단이 베테랑들에게 지갑을 열 줄 알았던 선수노조의 망상은 대 에이징 커브 시대를 열어제꼈다.

Baseball's 20-Something Sluggers Are Saving The Sport ...

 2018년, 19년 연속으로 30개 구단 평균 연봉이 하락하는 것을 보고도 정신을 덜 차린 선수노조는 노조위원장 토니 클락을 갈아치우긴 커녕 파업 카드나 좀 만지작거리다 말았고, 급기야 클락을 재신임하는 황당한 움직임까지 보여주었다. 그리고 곧 전례없는 판데믹 역병이 전세계를 강타했다. CBA를 대차게 말아먹은 선출 1루수 노조위원장이 대위기 속에서 키를 잡고 있는 셈이다.

 스프링캠프 기간 중 미국의 코로나 발병이 심각해지면서 리그 스케쥴이 전면 중단되었고 이번에도 노조는 임금 삭감과 청구권 포기에 동의하는듯 저 정도면 많이 양보했네 싶을 정도로 노사합의를 맺었으나 구단 측은 무관중 개막이 눈 앞으로 다가오자 기합의안을 뒤엎고 한 번 더 후려치고 그러는 김에 연봉규모별 차등삭감안까지 들고 나왔다. 그러면서 마이너리거 1200여명이 방출되었는데 이 걸로 1개 구단이 절약할 수 있는 돈은 한 달에 5만 달러라고 한다. MLB 최고연봉자 마이크 트라웃의 2020시즌 연봉이 3770만 달러니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온다. 


 마이너리거 방출로만 끝난 것이 아니다. 드래프트도 규모와 슬롯머니 모두 축소(하는 김에 낭낭하게 디퍼도 추가)되었고 마이너리그 팀의 1/4 가량을 줄인다는 계획도 은근슬쩍 진행 중인 것 같다. 그것도 모자라 1994년 파업 이후 꺼내지 않던 매출 연동 샐러리캡까지 제시하는 등(이러면 볼티모어처럼 중계권 장난하는 팀의 매출은 어떻게 집계해야하나?) 하나 하나 뜯어보면 코로나 핑계로 평소에 밑밥 깔던 것들을 다 하고 있다. 울고 싶은 김에 코로나가 뺨을 제대로 쳐 준 격인데 그러면서도 중남미 야구 아카데미를 축소한다는 이야기는 당연히 전혀 들리지 않는다.

 오늘날 야구는 모든 면에서 발전했고 팬들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던 상식도 이제 낡은 것으로 바뀌고 있다. 그런 판에서 돈이 많고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구단과 사무국을 선수노조가 이기기는 힘들다. 그러니까 그럼 뭐 돈과 정보를 가지고 선수노조를 일방적으로 흔드는 구단과 사무국을 나쁜 놈이라고 치자. 그럼 선수노조와 베테랑들은 코로나 위기 속에서 저연차 선수, 마이너리거들을 보호하고 있냐면 전혀 그렇지도 않다.

 이미 장기계약을 맺은 선수들은 또 그놈들대로 연봉 많이 깎였는데 이번 시즌 하든가 말든가 나는 다음 시즌에 제대로 받으면 됨~하고 있다. 텍사스의 굽은 소나무였던 추신수가 뜻밖의 리더십을 발휘해 마이너리거들에게 구휼미를 풀어 나를 감복시키는 경우도 있었지만 극히 일부에 그친다. 이 기회에 자기 영향력을 넓히려는 스캇 보라스와 트롤러 바우어가 충돌하는 등 그냥 개판이다.

 아마도 사무국은 적당히 노조 의견을 들어주는 척하고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를 성공시킬 것이다. 맛보기 시즌에 이어 확대 포스트시즌으로 땡길만큼 땡기고 구조조정도 진행할 이번 시즌을 후세가 어떻게 평가할지는 모르겠다만 옆에서 보고 있으면 그저 넌더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