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5일 수요일

각종 컴퓨터 부품들 AS후기

 용산 가까이 살고 성질은 급하고 배송파손 싫어해서 부품들 살 때나 팔 때나 어지간하면 직접 다녀오는 편이다. 마찬가지로 AS를 받을 때도 방문 접수를 선호하고 택배 AS는 센터가 서울에 없을 때나 한다. 그러다보면서 생각한건데, 택배 AS 말많은 업체는 있을지 모르겠다만 방문 AS가 개판이다 싶은 곳은 본 적이 없다. 가령 사운드 블라스터 팔 때부터 불친절함의 대명사 쯤으로 통하는 제이씨현도 막상 가보면 그냥 평범하다. 택배로 온 물건 검수절차와 방문 검수절차가 달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느낀 바는 그렇다.

 물론 가장 좋은 건 한번 사서 수명 다 할 때까지 쓰는 거겠지만 그렇게 천수를 누리는 부품은 구증구포한 숙지황만큼이나 드물 것 같다.

 완제품 노트북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 업체명은 안 적는다. 유명한 국산 업체고 대기업이나 요새 잘나가는 회사는 아니다.

 2010년말에 싼맛에 리퍼비쉬 제품을 샀다가 개피를 봤다. 초기 액정 기스 있었고, 처음에 개봉할 때 확인을 못했고 크리스마스가 겹쳐 즉각 교환을 하지 못했다. 3일쯤이나 지났나 혹시 몰라 한번 용산 센터에 들고 가봤는데 생활 기스가 있을 수 있는 품목이라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해서 수긍했다.

 문제는 리퍼 제품 AS 기간인 3개월이었나 6개월이었나 지나자마자 액정에 파란색 줄이 한 줄 세로로 뙇 생기고, 메인보드 건전지가 방전되어 CMOS 저장이 안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물건 아껴쓰는 편이라 충격은 단 한 차례도 없었는데, 무상 기간을 알고 샀으니 어쩔 수 없이 교체를 문의했더니 유상 AS 비용으로 패널값 14? 15만원이었나 20만원이었나를 청구하던데, 패널값이야 워낙 비싸니 어쩔 수 없지만 40만원짜리 사고 저 돈 내고 고치느니 그냥 쓰다 버리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냥 건전지만 갈아달라 했더니 건전지값 5천원, 공임비 2만원.. 우선 개봉을 하면 워런티가 거부되니 센터에 가서 교환하려 했던건데 참 충격적이었다. 리퍼비쉬 제품이라고 복구 영역을 다시 잡거나 OS를 설치받는것도 4만원을 달라니 다 합치면 뭐 거진 30만원인데 돈 10만원 아낀다고 저 꼴 보지 말고 노트북은 새것 사는 게 낫다.

 딱 보증기간 동안은 고장 안나게 만든 저 회사가 무슨 잘못이야. 믿고 산 내가 잘못이지. 물론 다시는 그 회사꺼 쳐다도 안본다.

 CPU

 정상적인 사용시 가장 고장이 드문 부품이라 문제가 생겨서 가본 적은 없고 얼마 전에 내 실수로 amd FX-8350 핀 휘어먹어서 제이씨현에 전화로 물어본 적은 있다. 결론은 한두개면 어떻게 펴주겠는데 이게 무슨 전문적인 장비로 펴주는 건 아닌 수공업이라 여러 개는 힘들다고 하는데, 눈 딱 감고 택배 AS로 보내고 나몰라라 하는 경우도 있다지만 난 그렇게는 못하겠고 대충 사설 업체 알아보거나 새거 사는 게 낫다.

 램

 세종대왕 펜티엄 2 몇년 쓰다 램슬롯에 그냥 새 램 꽂고 전원 켰는데 컴퓨터가 펑 터진 황당한 기억이 있는데, 이건 램 때문은 아닐테고 세진 컴퓨터랜드는 망해서 왜 터졌는지 알 길도 없었던 슬픈 과거 빼면 고장나본 적이 없다. 근데 오버용 고가램 쓸 거 아니라면 예전에
방열판 달려있던 EK램이랑 일반 삼성램이 살 때는 차이없었는데, 팔때는 가격 차이가 좀 많이 났던 기억이 있어서 그냥 삼성꺼 사는 게 나은 것 같다. 다나와 업자한테 삼성꺼 DDR2램 2기가 두개 팔고 역시 삼성 DDR3램 2기가 두 개 사는 거 문의했는데 차액 받아가라던 경우도 있었다.

 메인보드

 초기불량도 꽤 있고 사용하면서 생기는 고장도 많은 부품인데, 생각해보면 용산 왔다갔다하던거 80%는 다 보드 때문이었다. 오버클럭도 안하고 그냥 쓰기만 해도 시간 지나면 갑자기 문제가 생긴다. 모델명까지 대강 기억날 정도로 쓰던 제품만 적는다. 쓰다가 사망했지만
미처 AS받지 못한 제품도 적는데 애즈락이 굉장히 많아보이는 건 아마 착각일 것이다.

 기가바이트

 GA-M56S-S3 (제이씨현) AM2보드였는데 잘 쓰다가 어느날 갑자기 CD만 넣으면 컴퓨터가 버벅버벅 거리면서 정신 못 차리는 증상이 있어서 들고 방문했다. 저게 뭐 때문인지 몰라서 DVD ROM도 제조사 센터에 들고가보고 별 짓 다 했는데 가자마자 기사가 테스트 쓱 해보시더니 고장이 맞다며 리퍼 제품을 줬다. 그래도 문제가 한번 있었던 제품을 또 쓰는 게 싫어서 리퍼받은채로 팔고 asrock n68-ucc로 넘어감.

 ASROCK

 amd용 보드는 디앤디컴 / 에즈윈 두 곳에서 유통하고 있는데 정확하게 어느 유통사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을 수 있지만 두군데 다 그냥저냥 친절했다. 대기표 받고 기다리고 있으면 택배 기사가 물건 수레로 싣고 들어오던데 보고 있으면 저걸 다 언제 점검하나 싶다.

 ASRock N68-S UCC(아마 디앤디컴). 사실 싼맛에 넘어온 보드였는데,  DDR2 기반 보드지만 데네브까지 호환 가능해 추후를 위해 AM3슬롯으로 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서 샀다.문제는 그 추후 업그레이드때 발생했는데, 데네브를 쓰고서 얼마 후 컴퓨터가 자주 프리징되거나 꺼졌다. 처음엔 파워 문제인줄 알고 파워업체 센터를 가봤는데 (이건 후술), 파워는 문제없었고 지금 생각하면 보드 발열이나 전원부 문제가 있지 않았나 싶다. 그 당시 기준으로도 전원부가 튼튼한 제품은 아니였기 때문이다. 그때는 보드 고장이라 생각하고 센터에 갔는데, 이것도 역시 불량 판정받고 리퍼를 받았지만, 기왕 데네브 쓰는 김에 AM3+로 가자 하고 바로 팔아서 어떤 문제였는지는 모르겠다.

 ASRock M3N78D (에즈윈) 여자친구 컴에 쓰던 AM3 보드였는데 랜을 잘 못 잡다 급기야 부팅이 되지 않는 문제가 있어서 방문해서 교체받았다. SATA2까지밖에 지원되지 않는 구형 보드지만 아직까지 잘 쓰고 있다.

 ASRock 870icafe r2.0 (디앤디컴) N68-S UCC에서 넘어온 제품이다. AM3+ 초기에 나온 리비전 제품인데, 싼맛에 AM3+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가격 대비 나름 튼실하고 별 무리없이 썼는데 데네브(95W)에서 FX8350(125W)로 넘어오니 프리징 증상, SATA 포트 제대로 못잡는 증상이 발생했고 전원부나 칩셋 발열 문제인 것 같아 교환을 받았고, 케이스도 미들타워에서 빅타워로 넘어왔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결국 팔고 기가바이트 970보드로 가려다 CPU 핀이 휘는 대참사가 발생해 인텔로 넘어왔다. 프리징 증상에 대해선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딱히 이렇다할 답변은 받지 못했다. 아, 그리고 이 보드는 현재 라데온 R9 시리즈 VGA를 인식하지 못하는 희한한 현상이 있다는 글을 보기도 했는데 솔직히 이 회사 보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자고 일어났는데 컴퓨터가 쵸비츠로 변신해도 그러려니 할거다.

 MSI

 MSI 870-C45 (대원) 동생 컴퓨터에 해준건데 업자가 구형 770 칩셋 쓰는 저가형 아수스 보드보단 저게 낫다고 해서 그렇게 결정했지만 2년 넘기기 전에 사망했다. 내가 집에 있었으면 용산 들고가서 바꿔줬을텐데 그게 아닌터라 그냥 컴퓨터 AS 체인점에서 AS절차 밟으라고 그랬다. 아마 출장비 두번 + 리퍼 대행 비용 포함해 10만원인가 줬다는 것 같은데 최근에 한번 더 부팅 문제가 있었고, 내 마음 속에서 애즈락과 MSI는 같은 카테고리에 묶였다.

 VGA

 HIS 라데온 5770 (당시 앱솔루트 코리아) - 업자에게 중고로 12만원인가 주고 샀던 제품인데, 이 이후로 업자 중고는 꺼려하게 됐다. 겉모습은 깨끗하고 담배 냄새 안나길래 괜찮다 싶었는데 3D 게임만 하면 VGA가 뻗었다. 당시 구로에 있었던 센터로 쫄래쫄래 가보니 쿨러가 잘 안돌았다고 한다. 내심 쿨러는 소모품이라 돈내라 하지 않을까 했는데, 별말없이 리비전된 리퍼 제품을 받았고 그 후로는 갈아탈 때까지 잘 쓰다 보냈다.

 ASUS 지포스 GTX760 OC D5 2GB DCII (STCOM) - STCOM은 다른 부품 문제 때문에도 갔던 곳인데 뭐였는지 잘 모르겠다. GPU에 이상이 있어서 화면 깨지길래 갔었고 30분 안에 리퍼를 받았다. 별로 친절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나쁜 짓을 하지도 않았다. 소음이 크고 듀얼모니터가 안되는 불량을 받아서 나중에 한번 더 간 건 함정.

 지포스 제트스트림 (이엠텍) - 여기도 센터가 멀리 떨어져있다. 서비스로 찬양받는 곳인데 물량이 없어서 한달이 넘게 걸렸다.

 파워 서플라이

 뻥왕, 뻥궁으로 불리는 파워들 둘다 써봤고 천궁은 지금 여자친구 컴퓨터에도 꽂혀 있지만 둘다 별 이상은 없었다. 저거 쓰면 컴퓨터 곧 터질 것처럼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뭐 450w 파원에 데네브 955에 4850꽂아도 잘 됐다. 쓰다가 효율 떨어져서 이상 생길진 몰라도 기본도 안된 묻지마 파워는 아닌거지. 그렇다고 두 메이커를 추천하는 건 아닌게 어차피 중저가형 파워는 별 사고 없이 어느 정도 알려진 업체꺼 쓰는 게 마음 편하지 굳이 문제 있었던 업체꺼 쓸 필요는 없다. 나보고 지금 사라면 시소닉꺼 살 것 같은데, 10년 다 된 컴퓨터에서 독야청정 멀쩡하던 부품이 시소닉 파워밖에 없었던 경험이 있어서 그렇다.

 태왕 450w 듀얼2.2 (aone) - 정확히 모델명이 맞을지는 모르겠는데, 태왕 제품으로 나온 것은 맞다. ASRock N68-S UCC에 데네브 물렸을 때 컴퓨터 뻗는 거 보고 처음에는 파워를 의심해 점검을 받으러 갔는데 친절하게 점검해줬고, 파워에는 별 이상이 없다고 했다. 특이한 점은 이 회사에서 안텍 제품을 유통해서 AS센터를 통합해 운영하는 것 같은데 안텍 AS가 나쁘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고 내 경험도 괜찮았으니 고객 응대는 좋은 편인 듯 하다.

 슈퍼플라워 600p12a (뉴젠) - 센터가 원효대교 북단에 있어서 가기 불편했던 거 빼고 만족했다. 팬에서 베어링 갈리는 소리가 나서 갔는데 (파워는 팬쪽 뜯으면 워런티 불가라고 적힌 경우가 많아서..) 결과적으로 큰 이상은 없었던 모양이지만 새 박스 뜯어서 교환을 해줬다. 콘덴서가 교체된 버전이라 마음에 들었음. 나중에 SATA 전원 케이블 불량으로 탑파워로 넘어갔다.

 ODD

 삼성 - 어느 서비스센터를 가도 과도하게 친절했다. 그런 대우를 받으면 불편해하는 성격이라 부담스럽다. DVD롬 두개를 각각 교체/점검 받아봤는데 둘 다 만족했다.

 공유기

 iptime - 여태까지 iptime 제품 3개를 샀었는데, 두개는 문제없었지만 하나가 쓴지 1년 정도 지나자 와이파이 연결이 안되는 문제가 있었다. 서울에 센터가 없어 택배로 받아야 했지만 전화도 굉장히 늦은 시간까지 받고, 고객 응대도 친절한 편이다. 솔직히 노답 전화 받을 때도 많을 것 같은데 보살들일 것 같다. 1년 반쯤 전에 서비스 받았던 것 같은데, 보낸 날 포함해 처리는 4일 정도가 걸렸고 리퍼 제품을 받아서 여태까지 잘 쓰고 있다.


 다녀올 때마다 계속 추가함.

2013년 12월 20일 금요일

자의식 과잉의 시대

 비상교육에서 나온 한국사 검정 교과서에서는 3.1 운동을 기술하며 전국 218개 군 중 211개 군에서 1,500여 건의 시위가 일어났다고 되어 있는데 대강의 참가 인원도 기술되어 있지 않아 자료를 찾아보았다. 조선총독부의 자료에 따르면 약 106만명이 참가했다하며 역사학자 박은식은 약 20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1919년 조선 인구가 1700만명 정도라는 다른 통계와 함께보면 박은식의 셈을 따라도 8명 중 한 명도 참가하지 않았다. 4.19 혁명도 자료는 없지만 대략 10만명으로 참가 인원을 추산하고 있는데, 2013년 관악구 인구가 50만명 정도 되고 명동 하루 유동인구가 100만명을 넘게 잡으니 저 숫자가 많은지 적은지는 각자 생각할 일이지만 당신이 참여하거나 찬동하지 않았다고 현재진행중인 일이 의미 없는 게 아니라는 반증은 될 수 있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많은 사람들의 많은 글을 보게 되는데, 과거에는 세상이 자기 본위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미친 자들이 거리에서 아무리 목놓아 개소리를 해도 그냥 지나가면 그만이었지만 이젠 클릭 한번, 터치 한번만 잘못해도 눈 썩는 글을 높은 빈도로 볼 수가 있다. 왜 굳이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커뮤니티에서 정신병 인증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의식 과잉 환자들에겐 관심병도 같이 따라붙는 모양이라 멍청한 지 머릿속을 남에게 오픈시켜야만 만족하는 듯하고 저런 병은 병세가 심해지면 심해졌지 차도가 있는 게 아닌터라 이젠 화면 안이 아닌 현실에서도 병자들이 횡행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물론 대낮에 남들 앞에서 할 짓이 아닌 건 알아 주로 남들 안 볼 때 헛짓거리를 하지만, 관심병 특성상 내가 미친 짓거리를 했어요라고 널리 알리고 싶어하기에 곧 덜미가 잡혀 후회의 시간을 맞이하곤 한다. 

 굳이 사이버 세계가 아니더라도 많은 정보의 홍수를 접하다보면 멍해져서 현실감과 판단력이 모호해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책을 읽어도 오랫동안 잡고 있자면 비판없이 무작정 수용하고 있다고 느껴 흠칫할 때가 있다. 객관적 사실이 존재한다는 것이 그 사실을 내게 전달한 사람의 의도도 객관적이라는 증명이 되지는 못하는데, 아무리 생각할 능력이 없어도 타자에게 생각을 맡길 땐 타자의 의도대로 내가 행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건 알 법도 하다. 또 나에겐 중요한 일도 타인에게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아는 것도 너무나 상식적인 일이다. 그럴 때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것도 유아기에나 할 법한 일이지만 사람의 본성이기도 한데, 그게 남들에게 자랑할 일은 아니라는 건 알아야 한다. 광장에서 들은 주장을 광장에서 반박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폭력은 최후의 수단으로 쓰고 생각부터 좀 하라는 이야기다.

 미친자들을 보면서도 와 설마 저 이상의 미친 짓을 하진 않겠지 하는 사회통념과 경험칙에 기준한 어떤 선이 있다. '저것들도 사람새끼인데 설마'하면서 인간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믿음을 가지고 있는 셈인데, 요새는 그 선을 과감히 포기해야하나 생각하고 있다. 못난 놈들은 지들 얼굴만 봐도 좋다고 헤헤거린다고 미친자들은 지들끼리 모여있으면 그게 정상인줄 알고 더 미쳐 날뛴다. 

2013년 12월 16일 월요일

GTX770 장착. 윈도우 8.1에서 지포스 -> 라데온 교체 후 부팅시 검은 화면에 마우스 커서만 나오는 증상

 업글병은 멈추지 않아 결국 새 VGA를 알아보았다. 라데온 3850-4850-5770-7850 거쳤으면 이제 지포스 써도 될 것 같았다. 내년 새 모델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까 생각했지만 관뚜껑 닫기 전에 컴퓨터 맞출 생각 아니라면 이때다 싶을 때 질러야 한다. 마침 하이엔드 시장을 라데온 290이 올킬한 상황이라 지포스 중고 가격이 요동치는 상황이었다. gtx680을 노리고 중고 장터에 잠복했지만 매물 자체가 별로 없어서 며칠동안 눈팅만 하다 쿨매로 나온 770을 구했다. 기존에 쓰던 7850에 비해 7cm 가까이 긴 기판이라 기존에 쓰던 구형 미들타워 케이스였다면 장착이 아슬아슬하거나 하드디스크 위치를 조정해야 했었을 듯하다. 사용시간이 거의 없다는 말대로 vga 외관은 깔끔했고, 작동에 이상이 없는지 hwmoniter와 3d mark 프로그램을 돌려 테스트를 해봤다. 7850이 워낙 발열과 소음에선 우월하다보니 그 점에선 아쉽지만 성능 격차가 크니 감수해야 할 문제다. 와우 권장옵션을 예로 들면 4670+7850 조합은 안티안먹힌 최상위 옵션 25인 레이드에서 30대 프레임을 뽑았지만, 770은 안티 8배 먹인 풀옵임에도 훨씬 부드러운 프레임을 뽑아낸다.

 7850을 팔려고보니 as기간 2년 넘게 남은 양품을 보내는게 아까워 여자친구 컴퓨터에 있는 gtx460 대신 장착하기로 했다. 460은 입양보내려고 했는데 받을만한 놈 둘 중에 한놈은 며칠전에 컴퓨터를 팔아버렸고 다른 놈은 연락이 안됐으니 이래서 인생은 타이밍이다.

 우선 포스웨어(지포스 드라이버)를 언인스톨하고 7850을 끼운 뒤 카탈리스트(라데온 드라이버)를 설치했다. 그런데 재부팅을 하니 윈도우 로고 뜨는 부팅 화면은 잘 나오지만 윈도우에 진입하면 온통 검은 화면만 나온다. 마우스를 흔들어보니 커서는 보이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내내 검은 화면이다. 방금 전까지 쓰던 vga가 맛이 갔을리는 없고 뭐지 싶어 460을 끼워보니 잘 부팅이 된다. 혹시 몰라 카탈리스트를 싹 언인스톨한 뒤 포스웨어를 재설치해봐도 특별한 문제가 없지만 다시 7850을 끼우면 마찬가지로 검은 화면에 마우스만 보이고 넘어가질 않는다. 이럴 때 의심해야할 상황은 1) 유일한 변인인 vga 2) 혹시 모를 파워 공급 문제 3) 명불허전 asrock 메인보드 4) 드라이버 충돌 5) 부품 간 궁합이다.

  좀 전까지 7850을 잘 쓰고 있었기에 1번 제외, 460보다 7850이 소비 전력이 낮기에 2번도 제외, 5번은 뭐 고주파를 뿜어내는 것도 아니고 확인할 길이 없으니 3,4번이 남았다. 둘 다 자웅을 겨룰 수 없을만큼 유력한 후보지만 정황상 3번 쪽이 더 의심스럽다. 카탈리스트가 근래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5770 쓸때만 해도 카탈리스트 깔아놔도 실행하면 아무 반응도 없이 먹통인 기억이 생생하다. 프레임워크를 재설치하면 된다 그런 말도 있지만 나한테는 소용없었다.

 안전모드로 들어가 그래픽카드 관련 드라이버, 프로그램을 모두 삭제하고 다시 한번 카탈리스트를 깔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아무리 F8을 눌러도 부팅 메뉴가 안 뜬다. 찾아보니 윈도우 8에선 따로 설정을 하지 않는 이상 부팅 메뉴를 띄울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강제로 안전 모드로 들어가게 하면 된다. 뭐긴 뭐야 윈도우 로딩 중에 파워 서플라이 전원 내리는거지. 당연히 권장할 수 없는 방법이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그렇게 했더니 과연 안전 모드 진입 여부를 묻는 화면이 나온다. 안전 모드에선 정상적으로 화면이 나오니 드라이버 충돌이 맞다는 심증이 굳어진다. 

 정리해보면 카탈리스트가 깔린 상황에서 지포스로 부팅하면 이상이 없으나, 포스웨어가 깔린 상황이나 아무것도 깔리지 않은 상황에서 라데온으로 부팅을 하면 검은 화면이 뜬다는 것이다. 혹시 몰라 안전 모드에서 지포스 드라이버를 삭제하려고 시도했다. 드라이버 스위퍼를 사용하려고 했으나 안전 모드 상에서 랜 드라이버를 찾지 못해 그냥 언인스톨을 눌렀다. 그런데 어................? 시스템이 프리징된다. 참 더럽게 꼬였나보다.

 이럴 땐 다 집어치우고 포맷이 답이다. 어떻게 복구를 한다고 해도 삭제되었는지 남아있을지 모를 각종 드라이버, 레지스트리가 언제 무슨 문제를 일으킬지 알 수 없다. 결국 포맷하니 깔끔하게 해결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위의 다섯가지 의심스러운 정황 외에도 다른 요인도 생각나는게 있지만 컴퓨터 쓰다보면 항상 찜찜한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남들보다 부품의 발열이 높다거나 부품 어딘가에서 고주파 소리가 난다거나 하는 문제들이 그런데, 차라리 못느끼는 게 더 나은 경우가 많다. 일일이 다 원인을 찾아내 해결하긴 정말 어렵다. 하기사 AMD-asrock-라데온 삼위일체 조합을 안 썼으면 나도 컴퓨터로 게임이나 했지 이런저런 쓰잘데기없는 잡지식은 알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한줄요약 : 드라이버끼리 충돌할땐 그냥 포맷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