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13일 화요일

박사모 잔당들의 위헌타령에 관한 소고

 어느새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지 벌써 1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추종자들은 탄핵심판이 인용되자 "헌법재판소로 쳐들어 가야 한다"느니 "경찰차를 넘어가 헌법재판소를 불태우자"하며 폭도들을 선동해 경찰버스를 탈취했고, 그 과정에서 사람이 죽었음에도 별다른 반성을 하지 않았다. 파면된 박근혜 본인도 사망한 추종자의 명복을 빌거나, 폭도들의 자제를 촉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에 폭도들은 주말마다 광화문 일대 교통에 불편을 끼치며 심지어 불을 지르고 경찰관에게 부상을 입히는 쪽으로 발전한 실정이다. 그것으로만 끝나면 차라리 다행이나, 설상가상 이젠 자기들만의 확증편향 월드에서 쓰레기통 뚜껑을 열고 나와 헌법 해석의 새로운 지평을 열려는 시도가 있어서 그들의 몇가지 레퍼토리를 검토해보려고 한다.

 0. 국회의 탄핵소추 과정에서 법사위 조사를 거치지 않은 것, 신문기사와 공소장을 증거로 제시한 것이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 - 국회에서 탄핵소추의 발의가 있을 때에는 본회의에서 합의로 법사위에 회부하여 조사하게 할 수 있고, 그렇게 하지 않고 곧바로 표결에 붙일 수도 있다. 법사위 회부는 강제 조항이 아니고 국회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또 신문기사와 공소장을 증거로 제시한 것을 살펴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도 증거자료 9건 중 3건이 신문 기사이었고 당시는 그것이 법적 쟁점조차 아니었다. 우리는 미국처럼 국회에서 표결을 통해 탄핵결정을 집행하는 게 아니며, 헌법재판소에게 심리를 맡기고 있기 때문에 수사권이 아니라 일반적 조사권만을 가진 국회가 박의 헌법, 법률 위반을 의심의 여지가 없을 때까지 명명백백히 다툰 뒤에 헌재에 넘겨야 할 이유는 없다. 헌재가 다룰 수 있을 정도로 행위를 특정하면 족하다.

 박사모 잔당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절차에 흠결을 내려고 하는 이유 외에 찾을 수가 없다. 탄핵소추안의 탄핵 사유를 일일이 다 표결에 붙이든 일괄하여 붙이든 그것은 국회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지 법에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국회의 재량을 존중하는 헌재의 스탠스는 미디어법 날치기 권한쟁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 8인 재판관에 의한 선고가 9인으로 구성된 재판부로부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는지 여부 - 일부 박사모 잔당들은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이 한 헌법소원사건에서 "국회가 임기만료로 퇴임한 조대현 전 재판관의 후임자를 1년 4개월간 공석으로 방치한 것은 위헌"이라고 했다는 것을 빌미로 탄핵심판이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이 퇴임한 상태에서 진행됐고, 나아가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의 임기만료 이전에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린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황교안 권한대행이 새 헌법재판소장을 지명한 후에 탄핵심판을 계속해야 했다는 무리한 주장까지 펼친다.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전문(2016헌나1)에서 이 주장에 관해 명확한 답변을 했다. '결정을 할 때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고, 재판관 7인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홉 명의 재판관이 모두 참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은, 현재와 같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할 수 있는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결국 심리를 하지 말라는 주장으로서, 탄핵소추로 인한 대통령의 권한정지상태라는 헌정위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는 결과가 됩니다. 여덟 명의 재판관으로 이 사건을 심리하여 결정하는 데 헌법과 법률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이상 헌법재판소로서는 헌정위기 상황을 계속해서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한 것.

 7인 이상 출석에 6인 이상 인용하면 탄핵심판 인용이 가능한 이상 박근혜 파면을 8:0으로 인용하든 9:0 혹은 8:1로 인용하든 아무런 상관이 없음은 물론, 학계에서도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2017년 1월 31일 퇴임한 것에 대해 현직 헌법학 교수 16명 중 9명이 선출직이 아니라 임명직인 황교안 대행의 헌재소장 임명이 불가(링크)하고, 가능하다고 한 7명 중 3명이 임명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이상 헌재의 입장이 무리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고로 9인의 재판부를 채우지 못한다고 하여도 7인 이상으로 재판부가 구성된 이상 박근혜 파면이 무리하다 볼 수는 없다. 물론 박사모 잔당들 입장에선 황 권한대행이 새 헌법재판소장으로 유 모 변호사, 김 모 변호사같은 이들을 지명해 부결되든 말든 청문회에서 온갖 행패를 부리며 시간을 질질 끌어 하루라도 파면을 늦추고 싶은 생각이었겠지만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다.

 2. 헌법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과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가 모순되는지 여부 - 정상적인 사람이 들으면 아니 무슨 대통령이 신성불가침의 존재인가 통치권의 안정을 위한 불소추특권과 도저히 안되겠다 할 때 하는 파면이 모순되게? 싶겠지만 실제로 박사모들이 모순이라고 주장하는 바이다. 대통령의 탄핵소추는 삼권분립에 기한 입법부와 사법부의 행정부에 대한 견제이고,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은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국가 원수로 재직중인 동안에만 '형사상' 특권을 부여해 공소시효의 진행을 정지시킴에 불과하다. 국가 원수가 헌법과 법률을 어겼을 때 탄핵으로 파면한 후 형사처벌을 하는 것을 두고 국회의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은 형사소추라고 볼 여지도 없다. 탄핵소추는 형사재판 과정을 준용하는 것 뿐이고 형사소추가 아니며, 그 효과는 파면에 그치지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지도 않는다. 그들에게 신성불가침의 존재라도 헌법은 그렇게 정하지 않았다.

 3.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이 수사에 미치는지 여부 - 헌법학계 다수설의 입장은 체포와 구속 등의 강제수사는 불가능하다는 쪽이나 다수설의 입장에서도 임의수사까지 불가능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알다시피 박은 2016년 11월 4일 2차 담화에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으며 특검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밝혔고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다만 이는 박이 끝까지 헌법수호의지가 없었음을 증명하는 것이지, 그 행동 자체가 형사상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또 대통령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이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도 형사소송법의 규정을 근거로 들었기 때문에 그 자체가 법 위반으로 처벌의 대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앞서 이야기했듯 탄핵소추는 형사소추가 아니기 때문에 파면된 박이 지금 받고 있는 형사재판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은 전혀 관계가 없으며 파면되기 전에도 박이 강제수사를 받은 적은 없다.

 4. 박근혜가 검찰, 특검의 대면조사는 물론 청와대 압수수색에 협조하지 않은 것이 국회의 탄핵소추안에 포함되지 않은 탄핵 사유가 되었다는 주장 검토 -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탄핵소추안에 적힌 사유를 처음부터 하나씩 검토했다. 다만 탄핵소추 사유가 1개든 1000개든 하나라도 인정되면 그것이 탄핵을 할 만큼 결정적인 사유인지를 따지고, 결정적인 사유로 인정되면 그 밖의 참작할 사유는 없는지를 추가로 고려할 뿐이다. 

 문책성 인사로 1급 공무원 여섯명으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은 행위에 대해선 최순실의 사익 추구에 방해가 되었기 때문에 인사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둘째로 압력을 행사해 세계일보 사장을 해임한 것에 관해서도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세월호사건에 관한 생명권 보호의무와 직책성실의무 위반도 추상적 의무규정의 위반을 이유로 탄핵소추를 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수행의 성실성 여부가 그 자체로 소추사유가 될 수 없다고 한 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동일한 입장이다. 

 박의 파면 이유는 최순실에 대한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남용이었다. 정호성을 시켜 각종 공무상 비밀이 담긴 문건을 전달한 것, 최순실에게 청탁을 받고 안종범으로 하여금 모 회사의 대기업 납품을 성사시킨 것, 공직 후보자를 추천받았는데 그 중 일부가 최순실의 이권 추구를 도운 것,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아 최순실과 함께 재단을 운영한 것, 취업청탁을 받은 것 등 헌재는 구체적인 행위를 모두 적시했다. 그리고 그 정도가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하냐에 대한 검토는 최순실의 국정개입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제기를 비난하였기에 국회 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의 감시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게 하였다. 또 최순실의 사익 추구를 지원했으며 임기 내내 지속적으로 이러한 행위가 이루어졌고 사실을 은폐하여 지시에 따른 문고리 3인방 등이 부패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중대한 사태에 이르렀다고도 밝혔다. '검찰, 특검, 헌재의 조사를 거부한 것을 탄핵사유로 삼는 월권을 저질렀다'는 주장은, 박에게 헌법수호의지가 없음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나머지 탄핵소추 사유 역시 이미 하나가 인정된 만큼 더 검토할 실익도 없었다. 

 형사, 민사, 행정소송을 막론하고 증거조사와 재판에 협조했냐 아니느냐가 승소와 패소의 주요 쟁점은 아니지만, 판결 내용에서는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것이다. 가령 박사모 잔당들이 헌법재판소를 불태우자면서 경찰버스를 탈취해 폭동을 벌이다가 사람을 죽게 하여서 재판을 받았을 때,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반성은 커녕 잘한 일이었다 주장한다면 그것이 양형에는 영향이 있겠지만 유무죄를 가르지는 핵심 원인도 아니고, 법원이 월권으로 공소장 외 다른 범죄를 판단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2차 담화에서 약속한 수사 협조를 뒤엎고 모든 조사를 거부한 것이 탄핵의 사유라고 우기는 것은 옳지 않다.

 5. 박근혜와 최순실의 죄책 여부 검토 - 이미 공범들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복역 중에 있는 와중에 무슨 주장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당연히 공범의 죄책은 다른 공범에도 미치고, 변호인단을 해임하고 재판을 거부하는 등 구속기간 만료를 위해 그만큼 추한 시간벌기를 하지 않았으면 진작 판결이 나왔을 것이다. 박이 나서지 않았으면 최순실이 정호성에게 기밀 문건을 받고, 기업의 출연금을 받을 수 있을 방법이 없다. 

 6. 박사모 잔당들의 주장대로 탄핵심판의 기준이 고무줄인지 여부 검토 - 이미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헌재는 가이드라인을 그었다.  '대통령이 헌법상 부여받은 권한과 지위를 남용하여 뇌물수수, 공금의 횡령 등 부정부패행위를 하는 경우, 공익실현의 의무가 있는 대통령으로서 명백하게 국익을 해하는 활동을 하는 경우,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하여 국회 등 다른 헌법기관의 권한을 침해하는 경우, 국가조직을 이용하여 국민을 탄압하는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 선거의 영역에서 국가조직을 이용하여 부정선거운동을 하거나 선거의 조작을 꾀하는 경우에는, 대통령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국정을 성실하게 수행하리라는 믿음이 상실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그에게 국정을 맡길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대통령의 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 한하여,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 정당화되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지지발언이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위반하였으나 국가조직을 이용하여 관권개입을 시도하지 않았고, 기자회견의 자리에서 답변의 형식으로 이뤄졌으며,  의회제나 선거제도에 대한 적극적인 위반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파면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라고 볼 수 없다고 밝히며 헌법수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라 촉구하는 데 그쳤고, 박은 권한과 지위를 남용해 앞서 언급한 4에 해당하는 행위를 자행했으니 파면된 것이다.  

 7. 평창 올림픽에서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기업에게 후원을 부탁한 행위가 K스포츠재단, 더블루K가 기업에게 금품을 요구한 행위와 같은지 여부 검토 - 내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국가행사라도 대통령이 사기업에게 공개적으로 후원을 부탁하는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얼마나 붙잡고 늘어질 게 없으면 지원 특별법까지 제정한 동계 올림픽에 공개적으로 후원을 부탁한 것과 밀실에 기업 관계자 불러다놓고 듣도 보도 못한 재단에 돈 내라고 한 것을 동일하다고 보는지 정말 한심하다. 조직도만 한 번 봐도 평창올림픽 조직위엔 문체부 장관, 강원도지사, 대한체육회장 등이 부위원장으로 있는 등 공적인 기관이지만, 저 이상한 재단들은 도대체 이 나라 대통령과 무슨 공식적인 관계가 있기에 남 몰래 불러다놓고 금품을 요구한 것인가? 거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심지어 재단에 돈이 그대로 있기 때문에 뇌물을 받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반푼이들도 보았는데, 금송아지를 받아서 100년을 보관하든 바로 팔든 뇌물은 뇌물이니 억지 부릴 것 없다.

 이상으로 박사모 잔당들의 대표적 레퍼터리 몇 가지를 검토해보았다. 저들의 주장은 사실 어차피 박근혜를 석방하라는 자신들의 결론에 근거를 끼워맞춘거라 사실 별로 살펴볼 가치도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진짜 검토해보니까 정말 가치가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사법부도 못 믿고 언론도 못 믿고 정부도 못 믿고 박근혜 풀어주자는 작자 말은 또 철썩같이 믿는 음모론자들이라 현실을 현실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지부조화가 온지 오래라 죽는 그 날까지 생각 바꾸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젠 전혀 불쌍하지도 않고 주말마다 차량통제 되는 것도 지겹다. 

2018년 3월 8일 목요일

전원이 안 켜지는 모니터 사설 수리 후기

 오래된 LG IPS 24인치 모니터를 쓰고 있는데 갑자기 컴퓨터 전원을 올려도 모니터가 켜지지 않아서 살펴보니 전원이 아예 들어오지 않았다. 따로 어댑터가 있는 게 아닌 전원 케이블 직결 모델이라 케이블을 바꿔보고, 다른 컴퓨터에 연결도 해보는 와중 대기 전원이 한 번 들어오긴 했으나 그렇다고 화면이 나오는 건 아니고 금새 다시 꺼졌다.

 생각해보니 꽤 전부터 모니터 꺼져 있을 때 지이이잉 하는 소리가 들렸던 것도 같다. 뭐 콘덴서가 오래 돼서 그랬던 거겠지.. 새로 하나 살까 하다가 어차피 선인상가 코앞인데 마침 CPU 핀 펴주고 LCD 사설 수리 해주는 걸로 유명한 사설업체가 생각나고 한 번 가보고 싶어서 전화해보고 출발. 가보니 모니터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전원이 안 켜져서요 하니 더이상 묻지도 않고 수리중인 제품이 있어 좀 걸린다고 한 시간 후에 오라길래 밥 먹고 가니 고쳐져 있었다. 

 파워보드랑 인버터에 문제가 있었다는데 잘 나오면 됐기 때문에 더 물어보고 그러진 않았다. 가격은 3만 5천원, 동일증상으로 문제가 생기면 3,4개월 정도는 무상으로 애프터 서비스 해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