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27일 토요일

서피스 프로3 AS후기

 어느 날 저녁 오락을 하고 있던 나는 뒤숭숭한 판이 끝나고 모니터 앞 서피스가 한 덩이의 흉측한 벽돌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분명히 길어야 두어시간 전에 그걸로 농구 틀어놓고 있다가 절전모드로 놔둔 저 노트북이 왜 저 꼴이 되었는지 알 도리가 없으나 아무튼 뭔가를 해봐야했다. 

살아있다면 뭐라도 해야 한다
 1월 20일경 펌웨어 업데이트를 대거 하던 기억이 나서 그 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되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하지만 널리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서피스 유저 까페도 가보고 포럼도 둘러보았지만 나 말고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https://www.microsoft.com/surface/ko-kr/support/warranty-service-and-recovery/surface-wont-turn-on-or-wake-from-sleep?os=windows-10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제공하는 도움말인데 저기서 하라는 대로 다 해보았으나 부질없었고 본문 마지막 링크를 눌러 '서비스를 받기 위해 Surface 보내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마소는 방문 가능한 서비스센터를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택배 AS나 대행업체가서 직접 수령받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방문 수령을 선택했고 대충 4,5일쯤 후 오라는 문자를 받았다. 

 대행업체는 뭐 그 국민은행 있는 전자월드 웨딩홀 건물에 있어서 찾아가기 쉬웠다. 그냥 사람없고 평범한 용산 고객센터 분위기. 창구 하나 있고 뒤에 서피스들이 들어있는 것 같은 박스가 쌓여있고 이름이랑 연락처 확인하더니 내 제품은 확인도 안하고 그냥 박스에서 물건을 꺼내줬다. 요즘 리퍼 돌려막기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매섭게 살폈다. 케갈이를 했는지 어쨌는진 몰라도 겉은 새삥이고 큰 이상없고 그럭저럭 양품이라 가지고 왔다. 왜 이런 문제가 생겼는지는 몰라도 최소한 뭐가 고장인진 알고 싶었는데 딱 봐도 그럴 분위기가 아니라 포기. 나중에 보증기간 끝나면 전원버튼 하나 고장나도 부분수리가 안되서 유상리퍼 받아야하는데 생각만 해도 복장터진다.

 나오자마자 다시 필름은 붙여야해서 쓰던 필름업체 검색하니까 선인상가에 있다는 방문기 있어서 갔는데 폐점했길래 다시 찾았더니 원효로로 옮긴 것 같아서 또 쭐래쭐래 가봤더니 거긴 또 액정필름만 있고 뒷면이 없대 아오 그냥 할까하다 다시 버스타고 영등포가서 붙여왔다.. 필름 붙인지 석 달도 안된 것 같은데 귀찮고 돈 아깝고 시간 아까웠다. 아, 특이한 점이라면 서피스는 보증기간이 일련번호를 따라가기 때문에 새 기기를 받은 나는 AS가 받아들여진 날로 다시 보증기간을 기산해서 받게 되었다. 묻지마 AS라지만 고장에 내 과실이 있는 것도 아닌데 부분 수리가 안되고 신청 후 바로 리퍼를 해주는 것도 아니라 시간이 걸리니까 그닥 좋은 이야기를 할 게 없다. 

2016년 2월 23일 화요일

한상훈 방출 사건에 대한 소고

 언론 보도(클릭)에 따르면 한화 이글스의 내야수 한상훈은 2015년 11월 27일, 소속팀의 2016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보류선수 명단 제외는 곧 계약 해지, 즉 방출을 의미한다. 그런데 실제로 규약 56조에 의해 KBO 소속 모든 팀은 보류선수 명단을 11월 25일까지 총재에게 제출해야 하고, 총재는 명단을 취합해 30일에 공시하니 27일에 명단에서 제외되었다는 것은 KBO 행정이 개판이 아닌 이상 선수에게 방출 사실을 그 날 알렸다고 봄이 타당해보인다. 동시에 한상훈은 육성선수(신고선수)로의 계약을 제의받았다.

 문제는 한상훈은 아직 2년 4억원의 FA 다년계약이 남아있는 선수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잔여계약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남게 된다. 관련 규정을 찾아보면 2015년 KBO 선수 통일 계약서는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제28조 [해약과 보수] 본 계약이 해제된 경우에는 참가활동기간 중 1일당 제3조에 약정된 연봉의 30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 보수로서 지불되고 또한 선수 거주지까지의 여비가 지불된다. 단, 본 계약이 구단의 사정이나 계약에 의한 활동 중 직접 기인한 선수의 상병으로 해약되었을 때는 선수는 연봉 전액을 받을 수 있다.

 이 규정에 따라서 한상훈은 어떠한 선택을 하든 4억원 지급을 보장받을 수 있다. 1) 은퇴를 하든 2) 육성선수 전환 후 4억원 + 육성선수 연봉을 추가로 받든(돌아가는 꼬라지보면 육성선수 연봉을 줬을 것 같진 않지만) 3) 타 팀과 새로 계약해 한화에게 4억, 새 팀에게 연봉을 또 받든 한상훈의 마음이다. 1월 31일까지 계약을 맺지는 못하였으나 한상훈은 미계약 보류선수가 아니라 자유계약선수이기 때문에 다음 시즌을 뛰는데 큰 지장은 없어보인다. 이 중 2) 3)에 대해서 중도 경질된 감독들은 새 팀을 구하면 기존 계약된 연봉은 받지 못했다고 반론하는 측이 있다. 그러나 선수와 코칭스탭에 적용되는 통일계약서 안의 규정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이 적용할 수 없는 문제이다. 뭐가 다른지 아래에 그대로 복붙해놨다.

 선수 통일계약서 제28조 [해약과 보수] 본 계약이 해제된 경우에는 참가활동기간 중 1일당 제3조에 약정된 연봉의 30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 보수로서 지불되고 또한 선수 거주지까지의 여비가 지불된다. 단, 본 계약이 구단의 사정이나 계약에 의한 활동 중 직접 기인한 선수의 상병으로 해약되었을 때는 선수는 연봉 전액을 받을 수 있다.

 감독, 코치 통일계약서 제7조 (갑)이 계약기간 중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제하였을 경우 가. (을)의 잔여기간의 연봉을 지불한다. 단, (을)의 명백한 귀책사유로 (갑)으로부터 징계처분을 받고 그 징계처분이 총재로부터 승인되어 계약해제가 되었을 경우에는 잔여기간의 연봉을 지불하지 않는다. 나. (을)은 계약기간이 끝나야만 다른 구단에 입단할 수 있다.

 즉 방출된 선수는 KBO 규약 60조 2항에 의해 자유계약선수 신분을 얻지만, 경질된 코칭스탭은 원소속 구단의 동의를 얻어야만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 있다. 왜 코칭스탭 계약은 선수에 비해 이 정도로 현저히 불리하느냐는 의문이 있을 수는 있겠다. 중도 사임하고 다른 팀에 부임했던 사람들때문에 이런 규정이 생기지 않았을까 추측하는데 엥 이거 완전 김모 감독들 저격하는.. 아무튼 선수와 감독은 엄연히 다른 규정을 적용받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하다. 이런 통일계약서의 조항들은 당사자간 합의가 있어도 변경이 불가능함이 역시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한화 구단은 현재 자유계약선수 신분인 한상훈 측에게 4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저런 상황에서 구단이 방출은 시켜놓고 연봉 보전은 해주겠다며 육성선수 계약을 제의한게 글쎄 내 생각을 말하면 어차피 줘야할 돈 매몰비용 최소화지 배려라고는 별로 생각이 들진 않는데 그건 각자의 지성과 가치관에 따라 판단할 문제다. 어차피 받는 돈은 똑같다면 나라면 나를 방출한 팀 2군에 있느니 이불 속에 있거나, 다른 팀가서 돈 더 받고 새로운 도전을 할 것 같은데 뭐 '메이저'의 고로처럼 1-2군 교류전에서 1군을 박살내고 자퇴하고 싶을 수도 있고 가슴 속 고향이 한밭 야구장 1루 덕아웃일수도 있으니까 뭐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의 의견도 취존한다. 

 여기까지 왔으면 구단이나 선수가 뭐라고 하든지 돈은 줘야하는 건 빼박캔트 ㅂㅂㅂㄱ고 일시불로 줘야하나 분납해도 되나까지만 정리하고 끝내는게 정상이지만 사건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한상훈 측이 “한화에선 (잔여연봉문제를) 해결해준 것이 없다. 언론을 통해서만 해결해줄 것이라 얘기했지만, 실제로는 아니었다. 한화와 계약해야만 해결해준다고 했다. 타 구단으로 간다고 해도 잔여연봉을 줄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계약 위반이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한화 이글스는 지난 3년동안 FA 계약에 465억원을 지출했다. 넘어간 보상금 60억 1천만원을 더하면 500억이 훌쩍 넘는 통 큰 투자다. 한상훈을 방출한 11월 25일 이후 일주일 동안 김태균, 조인성, 정우람, 심수창과 계약하는데만 191억원을 썼다. 그런 부자팀이 방출한 선수 연봉을 2년 동안 분할 지급한다는 것도, 다른 팀 유니폼을 입을수도 있는 선수에게 돈을 주는 거니까 어색하긴 해도 구단의 해명대로 회계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전 소속팀과 새로 계약을 맺지 않으면 잔여연봉을 줄 수 없다는 것은 협상과정이 매끄럽지 않아 생길 수 있는 게 아니라 전문적인 에이전트를 둘 수 없는 현행 규정을 악용해 선수를 속이고 협잡을 하는 것이다. 방출된지 3개월이 다 되어가는 선수가 아직 전 소속구단에게 잔여연봉을 어떻게 지급할지 직접 듣지 못했다는 것도 어이가 없는데 타 구단으로 가면 줄 수 없다는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구단이 한 일이라고 믿기지가 않을 정도로 치졸한 일이라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야 정상이다. 그렇지만 한화는 새 감독 부임 후 선수단 규모가 커지자 육성선수 전환으로 보류선수 명단 관리하려다 구설수에 오른게 처음이 아니기 때문에 해명을 반드시 듣고 싶다. 

 최영환 롯데 이적 사건은 자업자득이니 뭐라 할 것도 없지만 작년 초에도 이런 말도 안되는 갑질(클릭)을 해놓고도 사과는 커녕 해명 한 마디 없었고 이번 일과도 일맥상통하는 일인터라 의심을 거두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화가 저런 짓을 대놓고 저지른 덕분에 이듬해 보류명단에서 제외된 선수는 1년간 원소속팀과 계약하지 못하는 규정 개약을 이끌어낸 성과도 있지만, 2017 보류명단부터나 적용된다고 한다.

 따지고보면 한상훈이 첫번째 FA 기간 중 방출자도 아니다. 위재영이 2007년 SK에서 방출된 것이 최초인데, 그때 잔여연봉 이야기가 이렇게 해결 안되서 난리가 났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이번 사건에선 기사는 계속 나오고 있지만 어떤 기사를 봐도 한화가 직접 한상훈에게 잔여연봉 지급에 대해 설명했다는 이야기가 없다. KBO가 정한 프로야구의 활동기간은 2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다. 내가 한화구단 월급날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선수의 연봉은 그 10개월 동안 매월 정해진 날에 분납해서 지급하게 되어있다. 한상훈이 연봉을 받아놓고 안 받았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은 이상 2월분이 들어왔거나 들어와야 한다. 줘야할 돈을 주겠다는 당연한 이야기, 선수가 일시불을 요구한다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말을 언론에 대고 할 시간이 있으면 직접 선수에게 언제 어떻게 줄 것인지 이야기할 시간도 있지 않았겠는가? 

 현재도 선수협이 주시하고 있고, KBO도 한상훈에게 연봉을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확인을 하였으나 선수 입에서 '한화와 계약해야만 (잔여연봉을) 해결해준다고 했다' '"다른 팀으로 이적할 경우 남은 연봉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말만 들었다.'는 말이 나온 이상 KBO와 선수협이 모두 적극 개입하고 해당 발언이 실제로 있었는지, 누가 했는지 밝혀내서 결과에 따라 응당한 처분을 내려야 마땅하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이미 2001년에 만들어놓고도 시행만 15년 동안 미루고 있는 에이전트 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프로 선수들이 계약에 관한 모든 규정을 직접 숙지하기 어려운 이상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통로가 있어야 한다.물론 구단은 이번 사건에 대해 '오해다'할 거고 정치인이 나서지 않는 이상 KBO나 선수협이 조사는 커녕 꿀먹은 병아리마냥 그냥 있을거고 에이전트 제도는 영원히 시기상조라고 넘어갈 것임은 잘 알고 있다. 그냥 당위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이 글에서 빠뜨린 게 있다. 그래서 잔여연봉을 일시불로 지급해야 하는지, 아니면 기존 계약대로 분할지급할 수 있는지 살펴보면 크보에서 (계약시 특약이 없는 이상) 규약상 방출시 잔여연봉을 일시지급해야 한다는 규정은 찾지 못했다.  예전에 OOTP할때 다년계약 선수 방출하면 일시불로 줬던 것 같은데 그게 MLB 규약인지는 모르겠다. NBA는 디트로이트가 조쉬 스미스 방출할때 계약은 2년 남았는데 무슨 룰에 의해 5년간 분할지급하겠다는 경우도 있고 각 리그별로 또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다른 것 같다.

2016년 2월 10일 수요일

비루한 문화생활 - 위쳐3, 심즈4, 디아블로3 시즌5, 포탈1

 i5 4670, GTX 770 4gb, 램16기가 시스템에서 구동했다. 모든 평점은 20-80 스케일.

 1. 더 위쳐 3 : 와일드 헌트

 전작인 위쳐2에 그다지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억지로 하려면 할 정도이긴 했는데 세이브 한 번 날려먹으니까 조작이 불편하고 전투가 재미없는 액션 RPG를 다시 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위쳐3의 예구도 거르고 블랙프라이데이 세일도 걸렀다. 평은 굉장히 좋으니까 해봐야겠다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아마 그 언젠가는 2016년 블프 때쯤 본편과 시즌패스가 모두 할인을 할 때 정도였을 것이다. 만약 오리진 연말세일 때 한글패치 99% 진척도를 보고 구매한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이 패치 검수가 끝났거나 심즈4가 재밌어서 그걸 하며 기다릴 수 있었다면 이 게임을 사지 않았을 것이다.

위쳐3를 산 것도 큰 맥락에선 오리진의 선물이라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퀴지션의 한글 패치 검수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고, 심즈4는 내겐 그렇게 매력있는 게임이 아니었기 때문에 위쳐3도 구매하게 되었다. 플레이한지 약 1시간이 지난 후엔 불끄기 불켜기 이런 건 왜 있는지 모르겠고 조작 이상한 건 여전하지만 전작보단 낫고 튜토리얼은 훨씬 자연스러워졌으며 그래픽도 훌륭하다고 평을 했으며, 5시간 후에는 아 이거 다음 지역으로 넘어갔더니 적이 강해서 힘드니까 렙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다음날에는 사이드 퀘스트들이 재미있다고 느꼈으며 그러다보니 며칠 후엔 본편 엔딩을 보고 2회차를 할까 익스팬션 패스(사실상의 시즌패스)를 살까 잠깐 고민하다가 이런 게임의 확장팩이라면 마땅히 사야 한다는 결론에 3일 뒤엔 첫번째 확장팩 엔딩까지 보게 되었다.

 발더스 게이트2 이후에 이렇게 재밌게 한 패키지 RPG 게임은 처음이었다. 나는 롤플레잉 게임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얼마나 빨리 그리고 오래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지라고 보는데, 위쳐3의 훌륭한 그래픽, 사운드와 전작보다는 훨씬 나은 (패드 기준)인터페이스는 거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최적화도 잘 되어있는지 게임을 하면서 딱히 프레임 드랍을 느낀 적도 없다.

 메인 스토리, 사이드 스토리 모두 세계관을 잘 담아냈다. 퀘스트마다 진행 방식이 참신하고 그런 건 아니어도 기본적으로 이야기가 재미있고 잘 짜여져있어서 사건들에 담긴 비밀들을 푸는 과정도 즐겁고, 사이드 퀘스트들엔 세계관에 녹아드는 수준의 패러디도 많아서 생각하는 맛도 있다. 미니 게임 비슷하게 권트(보드 게임), 경마, 주먹 대결 정도도 갖춰놨다. 경마는 사실 길막만 잘하면 쉽고, 주먹 대결도 썩 정교하게 만든 것 같진 않아도 챔피언 따는 맛이 있어서 할 만했다. 권트는 하스스톤 일퀘하기도 힘들어서 작정하고 해보진 않았는데, 카드 수집 요소가 있어서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이면 재미있게 할 것 같다. 그 외에도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지역 곳곳마다 맵 밝힐 거리와 사이드 퀘스트들이 널려 있어서 게임의 볼륨도 상당히 크고, 탐험중에 각종 장비와 물약 등의 도안과 제작 재료를 찾아 만들어 쓸 수도 있다. 16가지의 무료 DLC들은 아이템, 의상, 퀘스트, 모션 등이지만 새 게임 플러스 DLC로 2회차 플레이에 특전을 제공하기도 한다.

 단점으로는 우선 전투가 여전히 그냥 그런 정도에 조작감은 평균 이하라는 점부터 말하고 싶다. 계단 내려가고 올라가는 간단한 이동부터 나쁘다. 또 R등급 게임이고 폭력, 섹스에 대한 묘사가 있는데, 선정성은 아래는 안보이게 묘사하는 수준이니 35 정도라면 폭력성의 수위는 신체 절단이 빈번할 정도로 높아 60 정도는 되는데(스카이림을 40, 툼레이더 리부트를 70 정도로 두고 싶다) 그걸 옵션으로 끌 수 없다는 점도 아쉬운 점이다. 게임 내에 성매매도 묘사가 된다는데 그걸 해보진 않았기 때문에 선정성도 더 강할 수 있겠다. 확장팩에선 폭력성이 한층 더 강해진다. 색감이 아몰레드 액정마냥 강한 것도 어찌보면 거슬릴 수 있다.

 전작 스토리를 안다는 가정 아래 진행되는 불친절한 전개도 단점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원작 소설 시리즈를 배경으로 둔 게임의 종결작이다. 삼국연의를 읽지 않아도 삼국지 시리즈를 할 수야 있겠지만 재미는 떨어지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고 본다. 전편에서 인연이 있던 NPC들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방법을 취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그런 방식을 취하기엔 너무 길기도 할 것이며 부족하나마 인물도감도 제공하고 있다. 반대로 국내에도 일부 출간된 원작 소설을 읽었다면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반가운 소품이 나올 정도로 원작 팬에게 배려를 한 점도 존재한다.

 첫번째 확장팩인 하츠 오브 스톤은 전투 난이도 확 올려서 플레이타임 어거지로 늘리는 면이 분명히 있긴 한데, 등장하는 메인 악역의 캐릭터성이 굉장하고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본편 못지않게 재미있게 했다.

 정리하자면 이 게임은 2015년 최다 GOTY를 받을 만 했고, 오랫동안 다른 RPG 게임을 평가하는 레퍼런스가 될 것이다. 이런 작품을 할 수 있어서 기뻤다. 개발비가 380억원 정도에 마케팅비를 합쳐도 천억원 미만이라는 이야기를 봤는데 폴란드가 인건비가 싸긴 한 모양이다. 본편 80점, 첫번째 확장팩 70점. 공식 한국어화.

 2. 심즈 4

 심즈 시리즈는 3편을 빼고 다 해봤었는데, 이 시리즈는 항상 계정 해킹을 당해 다 털리고 캐릭 몸만 있는 리니지1보다 막막하게 느껴진다. 뭘 해야할지도 잘 모르겠고 게임하면서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는다. 내 실제 생활도 귀찮은 일 투성이인데 게임에서까지 밥 준비하고 씻고 청소하고 운동하긴 싫었다. 더구나 하우징 시스템은 내게 너무 괴로웠다. 게임 만듦새를 떠나 취향에 극심하게 맞지 않았다. 25점. 공식 한국어화.

 3. 디아블로3 시즌5

 지금 디아블로3 초기를 생각해보면 그냥 깝깝한게 왜 저따위로밖에 만들지 못했던걸까 궁금하다. 서버는 허구헌날 터지고 맨날 도살자런 하는 것도 지겹고 도살자 껌으로 잡는 스펙을 맞춰도 액트2 넘어가자마자 말벌한테 두대 맞으면 죽는 탄막 슈팅 게임을 만들어놨으니
아득바득 불지옥 디아 잡고나니 도저히 다시 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여기까지였으면 디아3는 커맨드 앤 컨커4같은 취급을 받고 쿨타임 찰 때마다 까였겠지만 블리자드는 EA와 다르게 이 게임을 버리지 않았다. 제이 윌슨을 디렉터에서 자르는 결단을 내리고 꾸준히 패치를 해가며 외양간을 고쳐나가다보니 확장팩 출시 직전 버전인 2.0.1부터 제법 괜찮은 게임이 되었다. 그리고 대규모 패치 주기와 연동해 시즌제를 도입했고 어느새 시즌5를 맞이했다.

 이번 시즌5에서도 많은 것이 추가되었지만, 가장 큰 패치는 그동안 안쓰이던 직업별 세트 아이템들이 리뉴얼되어 대거 관짝을 박차고 나왔고, 그와 연관된 도전과제격으로 세트 한 종마다 각기 세트 던전을 만들었다. 시간이 정말 많이 걸리겠지만 모든 세트 던전을 전부 클리어하면 보상으로 날개까지 줘서 업적게이들이 또 신선놀음 할 수 있게 되었다. 더이상 시즌 전용 아이템이 있지는 않지만 초상화나 보관함 추가 슬롯 등 시즌 전용 보상은  존재한다. 조건이 크게 어렵지도 않다. 라이트 유저들을 배려해 만렙이 된 후 게임 컨텐츠를 두루 익힐 수 있게 고안된 단계를 밟으면 직업 세트 아이템 풀셋을 주는 것도 칭찬할만하다.

 이 게임이 핵 앤 슬래쉬 게임의 한계를 벗어날 순 없을 것이다. 캐릭터 아이템 파밍 대충 끝나면 재미없고 급졸려지는 게임이라는 건 여전하나 꾸준한 패치와 시즌제가 그러한 단점을 많이 상쇄시켜 준다. 어차피 패키지 게임이라 한 번 사면 계속 할 수 있는거니 시즌 리셋되면 와서 좀 하다가 질리면 또 다음 시즌까지 안하면 그만이다. 영혼을 거두는 자도 어느새 출시 2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쯤되면 얘네들이 왜 두번째 확장팩은 안 팔고 계속 패치만 하고 있나 궁금하다. 이제 좀 있으면 오버워치도 나오고, 와우 새 확팩도 나온다. 다음 블리즈컨쯤엔 슬슬 디아 새 확장팩도 발표해주면 좋겠다.

 4. 포탈1

 나는 내가 퍼즐게임, 인디게임적 요소 그런 거 매우 싫어하는 걸 잘 알고는 있지만 하도 재밌다 명작이다해서 그래 이건 밸브에서 만든거지 인디게임은 아니잖아 하며 속는 셈 치고 1,2 합본을 사봤다. 5시간 정도 걸려 1을 깬 후 결론만 이야기해서 생각만큼 재미없지는 않았지만 굳이 할 필요까진 없었다. 일단 내 취향이 아니라 큰 재미를 느끼진 못했고, 요즘 하기엔 그래픽이 후진 감이 있지만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는 대충 알 것 같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만든 게임이라는데는 동의한다. 2는 잠깐 켜보기만 했는데 연출과 시나리오가 1보다 훨씬 나아진 걸 알 수 있었다. 30점, 공식 한국어화.

2016년 2월 6일 토요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 6.2.3 패치맞이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최종 리뷰

 이제 다음 확장팩 '군단'의 티져격인 퀘스트도 할 수 있는 시점이고 더 이상의 메이저 업데이트는 없을거라 보이기에 6.2.3패치뿐만 아니라 판다리아의 안개에서 이어진 드군 전체 스토리도 이전 리뷰(클릭)과 같이 돌아보겠다. '우리는 왜 싸워야 하는가'는 의문으로 시작했던 전작 판다리아의 안개는 온 아제로스와 판다리아를 전쟁으로 몰아넣은 폭군 가로쉬 헬스크림이 얼라이언스와 호드 비주류 연대 앞에 쓰러지고 법정에 세워질 것을 예고하며 마무리되었다.

모든 게 끝난 후 황폐화된 영원꽃 골짜기에도 한 그루 나무가 자라났다
 그러나 공포와 맞서고, 증오를 거두고 자신의 평화를 세상과 나누는 것이 싸울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인게임 엔딩 영상과 달리 이후 스토리는 개판으로 돌아간다. 가로쉬 체포 이후를 다룬 전쟁범죄 소설에서 만물은 살아있을 때만 변화할 수 있다는 바인의 변론과 안두인의 구명에 힘입어 가로쉬는 죽음을 면하게 되지만 결코 반성하지 않았고 평행세계 드레노어로 탈출한 후 또다시 세계를 전란으로 밀어넣으려했으나 아제로스의 역공에 내내 밀리다 나그란드에서 스랄과 캐삭빵을 펼친 끝에 죽임을 당한다. 이전 확장팩 최종보스를 굳이 살려서 온 것치곤 재미도 감동도 없는 최후였다.

 가로쉬의 최후에 판다리아의 안개와 그 미디어믹스에서 그렇게 강조했던 '변화'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 강철 호드의 대족장이자 아제로스를 침공하고 드레노어에서 학살을 벌인 그롬마쉬 헬스크림은 자기의 과오를 반성하고 사과했는가? 지옥불 성채 네임드인 자쿠운에게 잡혀있다가 플레이어의 도움으로 풀려날 때도 그런 묘사는 없었다. 아키몬드를 처치하는데 공헌한 것은 사실이나 싸움이 끝나고 이렐, 듀로탄도 아니라 지가 '드레노어는 이제 자유다!' 외치는 뻔뻔함은 화가 날 지경이었다. 노덕술도 아니고 저런 태세변환은 해도해도 너무했다. 심지어 확장팩 막넴 아키몬드는 쓰러지면서 이 모든 일을 뒤에서 조종했던 굴단을 아제로스로 보내 플레이어를 두 배로 빡치게 만들었다. 너무도 찜찜한 결말이었다.

 컨텐츠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봐야겠다. 작년 9월 6.2.2 패치에서 타나안 밀림 지역이 추가되고 드군 전역에서 날탈을 탈 수 있게 되며 사실상 이 단계에서 메이저 업데이트는 끝난 것 같지만, 패치 이후 군단 출시까지 1년여가 남았기 때문에 시간끌기용 컨텐츠로 6.2.3 패치가 등장하게 되었다. PvE에서는 영웅레벨 이상 아키몬드를 잡으면 퀘스트 시작템이 드랍되고 간단한 다음 확장팩 대비 말걸기퀘 후 숲 감시자 탈것을 얻게 되었고, 용맹점수가 부활해 아이템 레벨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으며 PvP에서는 드군 시즌2가 종료되고 시즌3가 열렸다. 그 외로 주말 이벤트인 시간여행 던전에 대격변 던전들도 추가된 것 정도가 있다. 영양가없는 산소호흡기 패치지만 기간한정 탈것은 중요하기 때문에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숲 감시자 

  '보편적 레이드'가 실현된 리분 이후 확장팩들을 간단하게 표로 비교해보았다.


 보다시피 드군은 가장 컨텐츠가 부실한 확팩이었고 그렇다고 기간이 짧지도 않다. 공격대 인스가 3개밖에 없는 상황에서 확팩 중반 이후 십자군, 줄마트, 영봄같은 파밍 인스를 추가 혹은 리메이크해 주는 대신 영던 위에 신화 난이도 던전을 만들어 용광로 영웅급 템을 드랍하게 했다. 그러나 던전을 새로 만든 것도, 신화 레이드처럼 기존 택틱이 많이 변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피통과 데미지만 올려놓은 수준에 5인 인던에는 이미 도전모드라는 최상위 컨텐츠가 있는데 너무 얄팍한 대처라고 생각한다.

 6.2.3 패치는 그렇게 6.2에서 급조한 컨텐츠를 사람들이 안하니 강제로 시키는 수준에 불과하고 용맹점수 획득 방법은 그 얄팍함의 정수와도 같다. 템 하나를 2단계까지 다 업그레이드하는데 500점이 들고 한 주에 신화던전 8개를 모두 돌면 총 2400점, 무작영던 일일 100점, 성채 공찾 지구당 150점으로 총 750점, 용광로-높망 공찾 지구당 75점 이런 순이다. 멀쩡한 아이템 테이블에 벼림, 보석홈, 3차스탯까지 넣어서 템 파밍기간 늘리는 것도 모자라 이젠 상위던전에서 먹은 템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한참 아래 던전을 가야하는 셈이다. 공찾과 신화던전을 살리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제대로 된 게임 디자인이라고 볼 수 없다. 정상적인 파밍 동선이 아닐 뿐더러 기존 확장팩까진 공찾 아닌 상위 난이도에서도 용맹점수를 잘만 줬기 때문이다. 그렇게해서 공찾이라도 잘 열리면 또 모르겠는데, 얼라이언스는 용광로 초반 이후로는 와요일 리셋 직후에 공찾이 안 열리게 되었고(호드는 열림) 주말 저녁에도 40분을 넘게 공찾을 기다리기도 한다.

 억지로 이 패치의 긍정적인 면을 찾자면 다음 확팩 전까지만 얻을 수 있는 탈것인 숲 감시자의 퀄리티가 오공 때 준 코르크론 전투늑대보다는 괜찮다는 것, 지옥불 성채 등장 후 6개월이 지나면서 글로벌팟 다니는 사람들이 더 할 게 없었는데 이제 성채 신화도 글로벌로 갈 수 있게 되어서 다시 동기부여를 해준 것 정도를 꼽을 수 있다. PvP 새 시즌이 열린것도 딱히 패치된 게 없으니 시간벌기 이상의 의미는 없다. 조선소 임무가 실패할 때 배가 침몰할 확률도 크게 낮아진 것 같은데 어거지로 플레이타임 늘린 얄팍한 수법이 플레이어들에게 짜증만 줬다는걸 이번 확팩 동안 인지해서 정말 다행이다. 어차피 조선소는 전설퀘하고 계귀 반지 정도 먹고나면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지만 짜증나는 망한 컨텐츠보단 그냥 망한 컨텐츠가 낫다.

 이제 드레노어의 전쟁군주를 정리하자면, 이건 버린 확팩이고 군단을 하루라도 빨리 내주는 게 모두를 위한 길이다. 망한 스토리는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소설도 내고 만화도 내고 하겠지만 리붓 외엔 답이 없고 차라리 이후 구성에 주력하는게 나을 것이다. 컨텐츠도 지옥불성채 등장 후 3개월쯤 지나 나온 6.2.2에서 한 20일 일퀘해서 날탈 타라는 걸로 또 3개월 버티고 6.2.3에서 하위 인던가서 점수모아 상위던전템 강화하는걸로 6개월 더 견디라는 것에 불과했다.

이 간지나는 트레일러를 볼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망할거라곤 예상치 못했다

 날탈이나 용점(휘장)은 불성 때부터 만렙이면 얻을 수 있는 것이었는데 저걸 세기말 추가 컨텐츠라고 패치해놓을 정도로 할 게 없는 확팩에 좋은 평가를 하기 어렵다. 높망 프리시즌까지는 드군이 너무 재미있다는 리뷰를 남기기도 했고 용광로 시즌도 레이드가 재미있어서 괜찮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높망은 '티어도 없는 던전인데 그럭저럭 할만하다 오 신화는 더 재밌어' 용광로는 '첫 티어 던전인데 전투 연출 쩌는듯 그롬 나오는 인던은 얼마나 더 쩔까' 그런 식으로 다음 스토리와 인스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었지 거기서 일퀘 지역이랑 인스 하나 딱 나오고 자 마감합니다 ㅅㄱㅇ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도 아키몬드랑 만노로스 나온대서 뭐 불타는 군단 2,3인자니까 재밌겠지 고어핀드도 나오고 킬로그도 있고 악당 어벤져스같네 ㅇㅇ 했지만 막상 지옥불 성채를 열어보니 던전 컨셉도 뭔가 지리멸렬하고 시체 창고 대방출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마지막 인던 디자인을 저렇게밖에 못 했다는 게 참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막상 해보면 재미가 없는 건 아니니까 레이드는 이번에도 기본은 했다고 치면 드군에서 건질 건 지나치게 번잡하던 시스템을 한 번 간소화시키고 개인룻 글로벌 공격대를 활성화해서 게임 수명을 늘린 두 개 밖에 없었다. 귀요미 이렐까지 껴서 세 개로 쳐도 인정할 수 있다.

 나같은 유저가 아무리 이야기한다고 해도 절대 해주진 않겠지만 지금 시골섭 열세진영은 이젠 시골이라기도 뭐하고 만재도 수준까지 사람이 떨어져서 인벤 섭게에 한달 동안 진영 글이 두 개 올라올 지경인데, 이런 암울한 세기말에 계정비 따박따박 다 받아먹을거면 저 사람들 구제라도 좀 해주는게 최소한의 상도의라고 본다. 인간적으로 데스윙이랑 줄진 정도는 연합서버로 합쳐줘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