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8일 수요일

2016 원숭어워드

 원숭어워드는 나와 나 못지않게 잉여한 이가 2008년부터 시상한 권위없는 상이며, 한반도의 전통문화인 널뛰기와 엿가락의 정신을 계승해 세부적인 내용은 매해 상이하다.

 이 쓸모less한 상의 성격을 정확히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우선 기본적인 시상기준을 소개해보면, 첫째, 우리를 경찰서로 입던시킬 우려가 있는 이에게 수여하지 않는다. 둘째, 절대 우리를 경찰서로 입던시킬 우려가 있는 이에게 수여하지 않는다. 셋째, 보는 사람이 부끄럽거나 안쓰럽거나 혹은 대단한 일을 진정성있게 한 유명인 또는 단체에게 수여한다. 넷째, 공동수상은 없다. 다섯째, 아쉬운 2등도 기억한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작년 수상내역은 링크(클릭)과 같다. 그럼 올해의 시상을 시작한다.


2016년 11월 19일 토요일

포켓파이M 단점 위주 사용기

 와이브로 시절에도 kt 에그, SK 브릿지 등을 사용해보았는데, 그때는 kt가 더 비쌌지만 여러모로 더 쓰기 좋았다. 물론 이건 옛날 얘기고 후속 설비 투자를 안한 건 둘다 마찬가지라  지금은 쓸 게 못된다고 본다. 요즘 나오는 SK 포켓파이/kt 하이브리드 에그는 LTE 신호를 받아서 쏴주기 때문에 커버리지가 넓고 안정적이라는 장점은 있으나 와이브로에 비하면 유지비가 상당한 편이다. 통신3사/헬로모바일 무제한 요금제와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SKT 밴드 퍼펙트 요금제 : 데이터 11기가 + 매일 2기가 사용 후 QoS, 매월 65890원
 헬로모바일 33000원 요금제 : 데이터 10기가 + 매일 2기가 사용 후 QoS, 매월 33000원
 kt엠모바일 실용유심 10 요금제 + 포켓파이M : 데이터 1.7기가 + 10기가, 매월 25190원

 3사랑 알뜰폰 요금제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으니 넘어가도 엠모바일 요금제는 전화가 40분밖에 안되고 포켓파이를 들고 다녀야 한다는 귀찮음까지 더해지면 기기 한 대 쓰는 사람은 그냥 헬로모바일 33000 요금제를 쓰는 것이 훨씬 나을 수도 있다. 포켓파이M이 메리트가 있는 것은 개통시 페이백을 받는다는 전제를 끼고서다. 2년 기준으로 40만원에 육박하는 유지비가 반토막이고 의무기간 6개월 유지 후 해지하면 유지비가 거의 안들게 된다.

 아무튼 이제 사용한지 3달쯤 된 포켓파이M 본격 리뷰로 들어가보면 장점으로는

 1) 커버리지가 넓음 - LTE 신호를 받아서 와이파이로 뿌리는 거니까 당연

 2) 배터리가 오래 감 -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 들어와도 충분하다. 배터리도 착탈식이고 2개를 주기 때문에 그런 면에선 넉넉하다

 3) 2.4Ghz, 5Ghz 두 와이파이 대역을 지원하고 SSID도 2개를 지원하는 등 상당히 세세하게 설정을 할 수 있음

 4) 티멤버십 포인트를 줌 - 얼마 안되지만 ㄳ

 이 정도를 들 수 있다. 보조 배터리로도 쓸 수도 있다지만 배터리 용량이 2,800mAh니까 본 사용 용도로는 넉넉해도 보조 배터리로는 급할 때나 쓰는 정도인데 그걸 쓰자고 동봉된 케이스에 젠더 달랑달랑 갖고 다니기는 귀찮아서 써보지는 않았다.

 반면 단점은

 1) 귀찮다 - 겨울에야 두꺼운 겉옷을 입으니까 주머니에 가지고 다닐 수 있겠지만 그 외 계절에는 가방에 넣어 다녀야 한다. 나는 지금 쓰는 요금제가 요금 대비 데이터를 꽤 주는 편이니까 운동가고 마트가고 그럴 땐 굳이 포켓파이 안들고 다닌다만, 표준 요금제에 포켓파이 조합을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좀 불편하지 않겠는가?

 2) 속도제한 - 10Mbps로 속도 제한을 걸어놓았다. 와이브로는 잘 나오면 3~4Mps 정도 나왔던 것 같은데 거기에 비하면 빠른 속도고 유투브 1080p나 네이버 720p 실시간 스트리밍을 별 무리없이 쓸 수 있지만 일반적인 LTE 속도에 비하면 느린 편이다. 모바일 환경에서는 큰 지장이 안되더라도 PC에 물려쓰는 용도라면 살짝 느리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몇년전에 몇천원 아껴보겠다고 100메가 광랜 대신 10메가 일반 인터넷 깔았다가 와우나 디아 한 번 깔려면 자기 전에 다운 누르면 아침에 받아졌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뭐 포켓파이 요금제 자체가 10GB, 20GB 이렇게만 되어있고 상위 용량은 없어서 어차피 동영상도 보고 웹서핑도 하는 PC에 물려쓰긴 좀 부족하긴 할 것이다.

 3) 들쭉날쭉한 신호 -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신호가 그리 강력한 편은 아니라 백팩 제일 윗 주머니에 넣어놔도 와이파이 안테나가 3개만 뜨고, 이동하면서 스트리밍 보면 은근 자주 끊긴다. 포켓파이 쓰는 용도가 여름엔 야구보고 겨울엔 농구보려고 하는 건데 중요한 순간에 그러면 기분이 매우 언짢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사람 엄청나게 많았던 종로에서도 핸드폰 LTE는 그래도 그럭저럭 터지는데, 포켓파이는 잘 안 되더라. 음... 이건 뭐 LTE가 터지는 게 신기한건가 싶기도 하다.

 4) 애매한 가성비 - 앞서 말했듯 페이백 못 받으면 유지비 측면에서도 큰 매력은 없다.

 이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겠다.

 전체적으로 나쁘진 않은데 추천하긴 애매하다 그 정도.


2016년 11월 12일 토요일

4공화국의 망령이 이제야 저물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성근 감독의 거품이 비슷한 시기에 꺼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소임을 다하고 관짝에 들어간지 오래인 지난 시대정신을 억지로 되살려놓는 순간에 이미 역사의 퇴보였던 것이고 거기에 불통까지 더해지니 이미 실패는 예견되었던 것이다. 이제는 제 아무리 한 손에 가시 쥐고 또 한 손에 막대 들고 망조를 막아보려해도 썩는 냄새를 막을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쩌다 저런 망령들을 불러오게 되었는지야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불쌍해서 대통령을 뽑았다는 부류나, 몸이 재산인 프로 선수들이 한 해 몸을 만드는 스프링캠프에서 밥도 못 먹고 구르고 있는데 아무런 문제를 못 느끼며 좋아하던 부류의 지분도 일정 부분은 있다. 저 두 부류의 본질은 똑같고 서로가 서로의 과거이며 미래인 셈이다.

 그래도 감독이 대통령보다 그나마 나은 점은 있으니 비선을 이용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비록 자기 사람들을 요직에 앉히기는 했으나, 일단 직함이 있다는 점에서 나중에 책임을 추궁할 근거는 마련했다. 사실 능력 면에서 보면 뭐 내 기준에서는 비교 불가능인 것 같은데 이거야 뭐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는 있겠다. 아무튼 반면 대통령의 인사는 참담하다. 호가호위하면서 국정을 쥐락펴락하고 사욕을 채운 비선실세가 샤먼인지 아닌지 여부는 기실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국가 시스템이 비선실세를 걸러내긴 커녕 이를 지적한 이들을 숙청해왔다는데 있다. 후한시대 당고의 금이 2010년대에 일어났다는 것은 국가의 최고 권력자를 둘러싼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했으며 권력의 사유화가 상당부분 완료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정말 그것이 예측 불가능한 이야기였나? 그렇지는 않다.

 국가 권력이 무고한 이를 사법 절차를 밟아 죽이고, 그 가족들을 수십년 동안 비사법적인 절차로 핍박하다 뒤늦게 재심으로 최소한의 명예를 회복한 것이 인혁당 사건이었다. 저딴 흑역사를 두고 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판결이 두 개라는 궤변을 늘어놓기 바빴다. 자식으로서 부모의 죄를 언급하기 곤란할 수 있으나, 거기에도 한계가 있다. 물론 현 대통령이 지금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적게 잡아도 팔할이 부모 덕이지만 대통령 하겠다고 나온 사람이 저런 상식 이하의 발언을 하는데도 지지를 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오늘날 국가의 위기를 방조한 것과 다름 없다. 그런 자가 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하자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채택률 2% 남짓한 후쇼사 우익 교과서와 동북공정을 두고는 그렇게 분노하면서, 집필진 공개조차 못하고 역사학계 반대가 90%에 이르는 국정 역사 교과서에 대한 여론은 찬반이 비등한 것이 우리의 역사인식 수준이었다. 

 그 결과 전국 각지에서 박정희 기념사업 붐이 일어나며 수천억원의 예산을 펑펑 써대는 것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를 존경하든 그렇지 않든 그것은 사적인 영역이겠으나, 광화문 한 복판이 무슨 북한도 아니고 굳이 저런 돈을 써가면서 동상을 세울 필요까지는 없다. 지난 대선은 박정희의 계승자와 노무현의 계승자의 대결이었음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더 나아가 당시의 문재인은 준비가 덜 된 사람이었고, 과거의 망령과 싸울 시대정신은 안철수에게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당시 그에겐 현재의 반기문처럼 정치 혐오에 기댄 허상의 지지가 섞여 있었고, 지금 지방 호족 연합체의 대표자 쯤으로 전락한 현재한 지금까지 시대정신이 이어져 왔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그럼 그 노무현의 계승자 문재인이 2012년 대선에서 승리했다면 광화문 한복판에 노무현 동상을 세우자는 짓까지 했겠는가? 현 대통령의 지지세력들은 그 정도로 한심한 주접을 떨었고 그 결과 임기 중반 총선에서 공천권을 가지고 장난을 치다가 멸망하고 나서도 비서나 할 사람을 당대표에 앉혀 놓았던 자들이다.

 이북 핵왕조가 러시아랑 손 잡고 놀 동안 엉뚱하게 친중 노선을 타서 기존 한미 공조를 흔들고, 그 친중도 제대로 안되서 미국에게 쿠사리 먹고 북핵은 북핵대로 말아먹고나서 뭐 제대로 한 게 없으니 MOU 꽃놀이로 시선을 돌리려고 했으나 실제로 한 건 아무것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 이유를 보면 항상 외교, 안보와 '열심히 한다거나 노력한다'는 걸 국정 수행 지지 이유 1,2위로 들었던 게 우리의 상황이었다. 저 항목 둘을 구분하는 것은 사실 의미가 없는 수준의 맹목적인 지지다. 이는 정치개혁을 시대정신으로 들고 나타났으나 도덕성에 흠결이 나자마자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태도와 매우 다르다. 현 대통령이 지지율 5% 찍고 있는 지금도 긍정평가 이유 1위는 '열심히 한다거나 노력한다'이다. 정치인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무슨 아이돌 쯤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이들이 왜 비선이 문제인지 알고 있을 리가 만무하다.

 향후 정국이 어떻게 해결될 지 내 능력으로 예상하긴 어렵다. 스스로 하야할 염치도 없고 공과 사를 구분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끌어내리는 것이 옳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것도 맞다. 그러나 대통령 스스로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놓아버린 이상, 이럴 때일수록 사이다 대신 헌법에 보장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일단 헌법재판소나 법사위원장은 비선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가 내린 결론과 그 이유를 발표할 책임이 있다.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하면 최소한 정치적 책임은 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심각한 사태에서 역풍이 두려워 정해진 절차를 밟지 못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 만약 정말 역풍이 불어 비선과 그 추종세력들을 타도하려는 세력이 역으로 타격을 입는다면 그것도 우리의 공동 운명이고 대의민주주의의 한계인 것이다.

2016년 11월 4일 금요일

뉴욕 양키스 2016시즌 총평

 2015시즌에 유망주를 지켰다면 올해는 그걸 넘어서 셀러가 된 시즌이었다. No Run DMC라고 불리던 리그 최고의 불펜진 베탄시스-앤드류 밀러-아롤디스 채프먼은 반 시즌만에 해체되고, 카를로스 벨트란도 팔려갔다. 엘스버리와 맥캔을 정리할 수 있었으면 더할 나위가 없었으나 그러진 못했다. 팔려간 밀러와 채프먼은 월드시리즈에서 맞대결을 펼쳤고, 벨트란도 가을야구 맛은 봤으니 이별이야 아쉽지만 나름 윈-윈했다고 본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오프시즌에서 여러가지 무브가 있었다. 주요 선수 이동만 훑어보면 

 OUT : 스테판 드류(주전 2루수), 크리스 영 (4번째 외야수), 애덤 워렌(스윙맨), 브랜든 라이언(내야 유틸리티), 라이언 머피(백업 포수), 저스틴 윌슨(좌완 원포인트)

 IN : 스탈린 카스트로(2루수), 애런 힉스 (4번째 외야수), 루이 세사, 채드 그린(투수)

 특히 카스트로 딜은 각각 2루수와 중견수가 급했던 양키스-컵스의 사정상 꼴랑 한 명 남은 프렌차이즈 선수인 가드너랑 이뤄지지 않을까 걱정을 했었는데, 작년에 마당쇠 노릇하느라 고생한 워렌이 건너가게 되었다. 사실 카스트로 딜 자체가 그다지 내키지가 않았다. 일단 터질 때 마저 못 터지고 자리가 없어져서 온 선수가 남은 계약 4년 40M을 전혀 보조받지 못한다는게 납득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지팬들은 좋아하길래 뭔가 반등할 요소가 있나보다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개막에 앞서 ESPN이 예측한 양키스 성적은 83승 83패로 템파와 함께 공동 꼴찌를 기록할거라는 예상이었다. 내 예상은 후반기부터 유망주들이 다 터진 보스턴, 핵타선 토론토가 1,2위를 다투는 건 확실하겠지만 그래도 양키스가 WC 레이스를 하지 않을까 그런 정도였다. 결론적으로 셀러에 들어가고나서도 산체스와 세사, 그린의 활약에 힘입어 9월까지 WC 레이스를 하긴 했지만 막판에 보스턴에게 4연전 스윕을 당한 이후 급격하게 페이스가 떨어져 84승에 그쳤으니 ESPN의 예측이 좀 더 정확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월별 성적은 4월 8승 14패, 5월 16승 13패, 6월 15승 12패, 7월 13승 13패, 8월 17승 11패 9월 14승 14패, 10월 1승 1패로 4월에 많이 까먹었다 뿐이지 나머지는 최소 5할을 맞추며
24년 연속 위닝 시즌을 이어갔다.

 투수조

 직전 시즌엔 30경기 이상 선발로 나왔던 투수가 하나도 없었는데 올해는 다나카, 사바시아, 피네다 이렇게 3명이나 되었다. 불펜은 베밀채 트리오가 해체되고 난 뒤 흔들리는 건 피할 수가 없었다.

 선발

 다나카 마사히로 : A, 홈에서 많이 고전했지만 작년에 투구 스타일을 바꾸고 성공적으로 연착륙한 시즌이었다. 분명 과잉보호를 받았던 시즌이긴 하나 AL ERA 3위, 이닝 10위로 1선발에 걸맞는 피칭을 했다. 2017시즌 후 옵트아웃을 행사할 수 있어서 활약이 더 기대된다.

 CC 사바시아 : B, 2년만에 반등했다. 알콜 재활 치료를 받은 게 효과가 있어서 다행이고 300승 도전은 많이 멀어졌지만 계약 기간이 1년 남은만큼 양키스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길.

 마이클 피네다 : C+, 건강했다는 건 다행이지만 기대를 접었다. 2아웃을 잡아낸 이후 투구내용이 너무 심각했으며 1회부터 털리는 경우가 잦았다.

 네이선 이오발디 : C, 작년에 양키스에 와서 스플리터를 장착했는데, 작년엔 9월 올해는 8월 시즌을 마감했다. 두번째 토미존을 받는 만큼 계속 함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이반 노바 : D+, 피츠버그 가서 잘해라

 루이스 세사 &  채드 그린 : B, 저스틴 윌슨의 유산들. 이제 막 올라온 투수임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았다. 토론토 상대로 멋진 투구를 보여줬던 그린이 부상으로 조기에 시즌아웃된 것은 아쉽다.

 불펜

 델린 베탄시스 : A, 너무 많이 굴렸다. 밀러와 채프먼이 나간 후 마무리로서는 다소 불안한 모습. 올해 지라디 감독에겐 많이 실망했다.

 아롤디스 채프먼 : B+, 좋은 투수인 건 맞지만 안정감에선 밀러가 한 수 위였다. 오프시즌에 또 데려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앤드류 밀러 : A+, 팔려가서 ALCS MVP를 받았다.

 루이스 서베리노 : C, 담금질할 시간이 필요하다

 앤서니 스와잭 : D, 바이바이

 애덤 워렌 : B, 반 시즌만에 돌아왔다. 컵스에서는 35이닝 ERA 5.91, 피홈런 7개로 나쁜 투수였으나 양키스에서는 30.1이닝 ERA 3.26 피홈런 4개로 괜찮은 활약을 해줬다. 컵스에 있을 땐 매든 감독의 정신없는 운영에 적응을 하기 힘들었다고.

 타일러 클리퍼드 : B, 이 선수도 연어 케이스. 밀러와 채프먼 팔고 당장 빵꾸난 불펜에 급하게 주워온 거 치고 잘하긴 했는데 꾸준히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들었다.

 나머지 불펜투수들은 별 활약이 없었다.

 야수조

 포수

 브라이언 맥캔 : C+, 20홈런은 쳤다. 올해도 마틴이 많이 생각났다.

 개리 산체스 : A+, 두 달 뛰고 신인왕에 거론될 만큼 대활약을 펼쳤다. 워낙 센세이션했기에 올해와 같은 활약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시즌 최후반엔 부진했지만 마지막 타석에서 안타를 쳤다.

 오스틴 로마인 : B, 괜찮은 백업 포수였다.

 내야수

 마크 텍세이라 : D, 작년이 회광반조였나보다. 은퇴한 후의 삶에도 행운이 따르길.

 알렉스 로드리게스 : F, 팀을 위해서 은퇴에 동의해준 것이 고마웠다.

 스탈린 카스트로 : C+, 작년 드류보다는 나았다 그 정도 의미

 디디 그레고리우스 : B+, 커리어 처음으로 20홈런을 쳤다.

 로날드 토레이스 : B, 내야 멀티 요원으로 쏠쏠한 활약을 했다.

 타일러 오스틴 : C, 데뷔타석에서 산체스와 백투백 홈런을 치며 기대를 모았지만 그 이후엔 크게 인상적이진 않았다.

 외야수

 자코비 엘스버리 : D, 올해는 안 아프고 못했다.

 브렛 가드너 : D, 올해는 엘스버리나 가드너나 거기서 거기

 카를로스 벨트란 : A, 전반기 타선을 혼자 이끌고 후반기엔 팔려갔다.

 애런 힉스 : D, 벨트란이 나간 후엔 방망이가 많이 살아났지만 전반기를 워낙 말아먹었다.

 애런 저지 : C,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전반기엔 벨트란, 후반기엔 산체스 보는 재미로 야구를 봤다. 많이 팔았으니 내년엔 좀 더 낫겠지. 다만 지나친 베탄시스 의존도는 더 보고 싶지 않다.

2016년 10월 29일 토요일

LG G4 무한부팅 경험기

 올해 2월 말에 G4 살 때부터 무한부팅 증상이 오는 폰이라는 건 알고 있었고 그래서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까 핸드폰이 지 혼자 계속 재부팅하는 걸 봤을 때 그다지 놀라거나 화를 내지는 않았다. 요즘은 뉴스보다 더 신기하고 놀라운 일도 드물고 머리맡에서 배터리가 터지는 것보다야 내 복장이 터지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유념할 부분이 하나 있는데, 그건 내 핸드폰은 이미 산지 보름만에 보드를 교체했던 폰이라는 것이다. 블루투스랑 와이파이 동시에 켜놓으면 와이파이 신호가 계속 끊겨서 교환했던 거지만 아무튼 보드를 통째로 갈았는데 불과 8개월도 안되서 무한부팅에 걸렸다는 건 개선품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려도 되지 않을까 한다. 뭐 다시 8개월 후에 또 무한부팅에 걸려도 난 놀라지 않겠다. 

 아무튼 헬지를 믿느니 미리미리 백업하는 게 좋아서 사진같은 건 클라우드에 올려놓고 한달에 한번은 LG 백업으로 전체 백업을 했으나 월말에 했기 때문에 9월말 백업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폰은 계속 자기 혼자 꺼졌다 켜졌다 하고 있으니 내 힘으로 백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고 센터가니까 보드는 금방 교환해주고 한시간 정도 걸려서 대부분의 자료를 복구해주었다. LG 백업은 아이튠즈 백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새로 깔기 귀찮은 공인인증서나 인터넷 뱅킹 앱까지 살려준다는 건 마음에 들었다. 

 물론 저따위로 결함있는 제품을 만들지 않거나, 설령 불량품을 만들었어도 수리를 받을 때 개선된 부품을 쓴다면 백업/복구 과정도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결함도 있고 수리 받아도 시한부고 백업도 안되는 것보다야 백업은 되는 게 그나마 조금 더 낫다고 본다. 지금도 집에 와서 앱 세팅하고 있는데 또 블루투스 와이파이 동시에 켜놓으니 정신 못 차리는 게 속이 터지긴 하지만 이건 헬지폰을 산 내 잘못이지 원래 결함품 만들던 LG의 잘못은 아닌 것 같다. 사실 나는 폰으로 하는 게 음악 감상, 웹서핑, 서머너즈워 밖에 없어서 이 와중에도 V20을 사고 싶기는 한데 일단 저것도 출시 6개월은 되고나서 생각해봐야겠다. 

2016년 10월 22일 토요일

팬들의 구단 운영 개입 이제 멈춰야

 한 미 일 3국의 야구장 응원문화는 매우 판이한데, 개인적으로는 귀 아프게 앰프로 소리 질러대고 관중들이 후창하는 걸 경기 내내 하는 KBO 리그식 응원문화를 매우 싫어한다. 그래서 혼자 야구장에 갈 때면 소리 안 들리게 이어폰부터 꽂고 중계 틀어놓는 편이다. 하지만 그건 그냥 개인의 호불호지 한국 응원문화를 고유한 매력이라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구단 측에서 지금처럼 정신 사납게 쿵짝쿵짝 하면서 파울볼로 다친 팬에게 보상을 안해준다 그러면 좀 생각이 달라지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그렇게 경기장에서 반주에 맞춰 목 터지게 팀의 승리를 외치다보면 뭔가 자기도 팀에 기여한다고 느끼는 모양인지 KBO 리그팬들의 구단 운영 간섭은 온라인 여론 -어느 리그에나 있는-에만 미치지 않는다. 다음 몇 장의 사진으로 설명을 갈음한다.






 모든 팬 시위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가령 경기장 밖에서 팀 프론트와 특정 집단의 유착을 질타하거나, 팀이 저지른 불법행위를 비판하는 시위를 하는 것은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렇게 감독이 못한다고 현수막을 걸고, 모셔오라고 시위하고, 짜르라고 시위하고, 짤랐다고 경기장에 불 지르는 일은 그런 종류가 아니다. 요즘은 잘 하지 않지만 선수단 버스 막고 청문회랍시고 왜 그렇게 못하냐고 따져 묻는 짓도 과거엔 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저런 일이 팀에 무슨 좋은 영향을 준다는 말인가? 그리고 저런 일의 책임은 도대체 누가 지는가?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저런 팬 청문회는 존재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시즌이 끝난 뒤 2,3일간 열리는 팬 페스티벌에 참석해 따져 묻는 경우다. 반면 내가 위에 올린 사진들의 대부분은 팀 성적이 나쁘니까 한 명 찍어서 화풀이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저런 자들이 뭔가 반성을 하는가하면 그건 결코 아니다. 저렇게 큰 현수막을 5개나 만들어서 경기 중에 건 작자들이 지금 LG 트윈스를 플레이오프까지 올린 양상문 감독에 대해 뭔가 사과를 하거나 자기반성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또 김성근 감독 데려오라고 저렇게 1인 시위하던 사람들도 한 둘이 아니었는데, 투수들 줄줄이 수술대 올라가고 가을야구는 구경도 못한 지금 자기가 잘못 생각했다고 글이라도 하나 썼다는 이야기도 들은 바 없다.

 거기다가 마지막 사진처럼 다른 팀들 가을잔치하는데 가서 자기팀 감독 짜르라고 시위하는 건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는 짓이다. 물론 본인이야 팀 박살낸 감독을 짜르는게 팀을 위한 충정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랬겠지만, 그런 식으로 치면 김성근 감독 데려오라던 사람들은 뭐 충정이 없었단 말인가? 그 사람들도 2008년 이후 팀이 오랫동안 안되는게 답답해서 김성근 감독 데려오자고 그랬던 거 아닌가. 김성근 감독이 투수를 저렇게 안 쓴 적이 없는데 그럼 그때 환호하던게 성적에 대한 기대 이외에 뭐가 있었나 의문이다.

 작년이나 올해나 한화가 잘 나갈 땐 김 감독에 대한 옹호여론이 들끓었고, 못 나갈 땐 또 비판 여론이 높아졌다. 물론 작년에 쓴 맛을 많이 봤으니까 올해는 좀 덜 끓었다는 차이는 있다. 그렇지만 구단 입장에서 보면 생각도 없던 감독을 데려오래서 데려왔더니 이젠 또 짜르라는 정말 한숨 나오는 상황이다. 안 짜르면 팀을 완전 황폐화시켜놓을거고, 짜르면 이번엔 또 무슨 일로 1인 시위할지 모르는 참 기가 막힌 선례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지금 한화 사정 보면 지금부터 열심히 유망주 모아도 주전 선수들 나이 때문에 언제 팀이 꾸려질지 기약이 없으니까 하루라도 빨리 짤라야 한다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학습효과라는 것이 있고, 자기가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이라면 저런 구단 운영 개입은 하지 않는 것이 옳다. 선수단에 모멸감을 주는 경기 중 현수막 게재도 정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 본질이 화풀이니 실제로는 전혀 필요하지 않지만 - 뭐 배팅연습 중에 걸든가 경기장 밖에서 걸든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팀이 아니다 싶으면 그냥 경기장에 안 가면 그만이다. 텅 빈 사직구장을 보라.

2016년 10월 12일 수요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 군단 간략한 리뷰

  소군단 월드 이벤트 구경하겠다고 한달 계정을 넣었다가 첫 공격대 인스턴스 던전 나오기 한 주 전에 계정이 끝났다. 주변이 이것저것 복잡한 상황에 있는지라 예전처럼 몰입해서 게임을 하진 못했고, 새 직업 악마사냥꾼으로 만렙을 찍고 영던파밍 정도까지 게임을 해본 소감을 적어본다. i5 4670, 램 16기가, GTX 770 4GB로 상옵에서 무리없이 플레이했다.

 0. 개요

 전작 드레노어의 전쟁군주가 6.2 패치 이후로 얼마나 부실한 확장팩이었는지는 이전 리뷰들에서 몇차례 이야기했다. 전작이 워낙 망해서 거기서 더 망하기도 힘들었겠지만 MMORPG는 이미 하한가를 찍은 장르고 와우 역시 너무 오래된 프렌차이즈라 아무리 새 확장팩을 잘 만들어봐야 리분, 대격변 초의 인기를 회복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집토끼들을 잘 눌러앉힐수가 있느냐가 관건인데, 블리자드는 최근 '빠른 게임'들과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군단'은 엄청나게 플레이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확장팩이다.

 1. 아이템 파밍 방식의 변화  

 와우에서 만렙을 찍으면 PVE를 즐기는 유저는 일퀘를 하면서 평판작업을 하고 일반 던전, 영웅 던전, 공격대 찾기를 거쳐 레이드에 갈 수 있는 아이템을 맞추고, PVP 유저들은 무작 전장을 돌면서 PVP전용 아이템을 맞추고, 투기장이나 평점제 전장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군단에서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먼저 PVE, PVP 아이템이 따로 갈리지 않는다. 판다 때 PVP 템뻥, 드군에서의 탄력도 삭제 등 이러한 시도는 계속 있어왔으나 결국 장신구는 급장을 차야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지만, 급장 효과를 PVP 전용 스킬로 돌려버림으로서 이를 해결했다. 두번째로 벼림 시스템으로 증가되는 템렙의 상한성을 크게 늘려 퀘스트 보상, 신화던전 드랍템 등이 공격대 인스에서 나오는 아이템보다 아이템 레벨이 높을 수 있게 설계하면서 라이트 유저들도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을 가지게끔 했다. 나는 신화 던전과 벼림 시스템은 컨텐츠 반복을 통해 플레이 시간을 어거지로 늘리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서 좋아하지 않지만, 이런 점을 라이트유저를 위한 배려로 여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2. 레벨 스케일링

 '군단' 지역 내에서 내 레벨에 맞춰 몬스터의 레벨도 변화한다는 단순한 시스템이지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레벨업 하고 싶은 지역에서 레벨업을 할 수 있고, 만렙이 되어서도 긴장감을 가질 수 있게 하였다. 아래서 더 이야기하겠지만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는 시스템이나 일단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는 환영한다.

 3. 디아블로3 시스템  차용

 전역 퀘스트, 쐐기돌 던전은 각각 디아블로3의 큐브런, 대균열에 대응하는 시스템이다. 컨텐츠 소모 속도를 늦추기 위해 파밍에 제한을 둬야하는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기간 귀속이라는 제약이 걸려있다 뿐이지 대동소이하다. 그 동안 와우에서 일퀘는 가던 곳만 간다는 한계가 있었는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전역 퀘스트 시스템은 만렙이 되어도 필드 곳곳을 돌아다닐 이유룰 만들어주기 때문에 괜찮은 시스템이라고 본다. 보상 측면에서도 기존의 일퀘보다 월등하기에 버려질 컨텐츠가 아니라고 본다.

 4. 전문기술 지옥

 드군처럼 주둔지에서 전문기술 재료가 쏟아져나오는 것도 아니거니와, 재료도 엄청나게 많이 들고 숙련도를 빠르게 올리는 방법도 없다. 그런데 날탈도 없고, 레벨 스케일링도 적용되서 빠르게 몬스터 사이를 돌아다니며 재료를 얻기도 힘들다. 영약 하나에 몇천골, 물약 하나는 몇백골이다. 나처럼 자급자족을 모토로 하는 유저에게도 여러모로 힘들게 느껴진다.

 5. 스토리

 여러모로 생각해봤는데 멧젠은 적당한 시기에 은퇴를 선택한 것 같다. 스포일러를 최대한 피하고 싶어서 에둘러 서술해보자면, 지금 스토리의 주역으로 나오는 캐릭터가 쭉 선역이든 아니면 악역으로 돌변하든 그다지 좋은 스토리라고 말하기가 힘들다. 그동안 와우가 늘 그랬지만 플레이어 위주의 스토리라 주요 NPC들의 무능함도 심각한 수준이다. 다만 직접 플레이하게 되는 구간, 그러니까 레벨업 동선과 직업 전당 퀘스트는 재미있었다.
  
 6. 결론

 이번엔 레이드나 PVP 컨텐츠를 못해봐서 더 자세한 리뷰를 할 수는 없던 것은 아쉽다. 그런데 뭐 저것들은 항상 기대만큼은 하던 컨텐츠들이라 어련히 잘 만들었을까 한다. 확장팩 자체만 놓고 보면 분명 여러가지 시도가 있지만, 흥행과 연결될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2016년 8월 24일 수요일

정말 데이빗 오티즈는 쿨한 약쟁이였는가?

 1936년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이 생기고 그때까지의 모든 은퇴 선수와 10년차 이상의 현역 선수들을 피후보로 한 투표 끝에 오직 다섯 명 -타이 콥, 호너스 와그너, 베이브 루스, 크리스티 매튜슨, 윌터존슨- 만이 최초 헌액의 영광을 얻을 수 있었다. 80년 후인 지금 약물의 전당에 최초로 헌액될 5인의 약쟁이를 뽑는다면 나는 배리 본즈, 알렉스 로드리게스, 로저 클레멘스, 라파엘 팔메이로, 마이크 피아자를 꼽겠지만 저기에 매니 라미레즈나 데이빗 오티즈를 넣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올해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데이빗 오티즈가 은퇴를 선언하며 저 쟁쟁한 약쟁이들은 올해를 끝으로 모두 은퇴하게 되고, 이제 메이저리그는 스테로이드 시대와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거기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는 최근의 트렌드와 걸맞게 희한한 바람이 불고 있다. 데탕트의 시대가 도래했는지 데이빗 오티즈의 이전 행적이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찌질하고 어설펐고, 오티즈는 리더십이 있고 타팀과의 관계가 원만해 은퇴 시즌의 행보가 저렇게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에이로드가 저랬던 것은 맞지만, 오티즈 얘기는 그저 웃음만 나온다. 저 약쟁이가 레드삭스에서 어깨 좀 편 후 어떻게 입을 털고 다녔나 정리해보겠다. 나는 양키스팬이고 레드삭스나 오티즈엔 별다른 관심이 없기 때문에 양키스와 엮였던 에피소드만 기억하고 있는 편이다.

 1) 2006년 지터와의 MVP 경쟁에 대해

출처 : http://joynews.inews24.com/php/news_view.php?g_menu=702110&g_serial=223593

 떠벌이 케빈 밀라가 떠난 후 오티즈가 마이크를 잡았던 시기. 2005년엔 에이로드가 MVP를 타고, 2006년엔 지터에게 밀릴 것 같으니까 (실제 수상은 모노) 기자에게 저렇게 입을 털었다가 역풍을 거하게 맞았다. 

 2) 2007년 스테로이드 적발 밑밥

출처 : http://sports.news.naver.com/mlb/news/read.nhn?oid=003&aid=0000414148

 2003년 메이저리그 도핑테스트는 익명을 전제로 시행되었으나, 실제로는 선수 개개인을 식별할 수 있었고 약속된 샘플 폐기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MLB 도핑테스트는 통과했으나 그 샘플을 폐기하지 않고 있다가 2009년 미 정부가 재조사해서 스테로이드를 검출해낸 배리 본즈의 케이스에서 2003, 2004년 샘플 중 어느 것을 사용했는지가 증거능력 유무와 관련해 쟁점이 되기도 했다. 오티즈는 이미 2004년 선수노조 회장과 면담을 가져 자기가 도핑테스트에 걸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저렇게 훗날을 위해 미리 밑밥을 깔아두는 치밀함을 보였다.

 3) 2007년 에이로드 옵트아웃, 양키스 당시 조 토레 감독 계약만료에 대해

http://nypost.com/2007/09/16/papi-to-a-rod-make-yanks-pay/

출처 : http://www.nytimes.com/2007/10/12/sports/baseball/12torre.html

 에이로드는 뉴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 양키스가 조 토레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으면 후회할 거란 내용. 다른 팀 계약에 대해 저 정도로 감놔라 배놔라 하는 오지라퍼는 이때 처음 봤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런 정신병자는 오티즈 이후엔 또 등장하지 않고 있다. 

 4) 2009년 2월 "금지약물 사용 선수 1년 못뛰게 해야"

출처 : http://joynews.inews24.com/php/news_view.php?g_menu=702110&g_serial=223593

  2009년 2월, 에이로드가 PED 복용을 시인하자마자 저렇게 입을 열었는데, 자기도 같은 테스트에 걸려놓고 왜 저런 말을 했는지 의문이다. 심지어 오티즈는 자기가 2003년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이 나온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위에 적었듯 노조 회장과의 대화로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5) 2009년 4월 양키스 투수 챔벌레인에 대한 경고

출처 : http://sports.news.naver.com/general/news/read.nhn?oid=111&aid=0000143279

 약밍아웃 당하기 직전이라 기가 끝까지 살아서 날뛸 때이다. 에이로드가 커리어 동안 보스턴한테 쳐맞은 사구는 21개로 오티즈와 유킬리스가 양키스에게 맞은 사구의 합계보다 많다. 당시 라이벌리가 아직 뜨거웠던 것은 사실이나,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해꼬지는 아니었다. 

 6) 2009년 7월 과거 도핑테스트 양성반응 폭로, 그리고 이후의 대처

출처 : http://boston.redsox.mlb.com/news/press_releases/press_release.jsp?ymd=20090730&content_id=6154540&vkey=pr_bos&fext=.jsp&c_id=bos
출처 : http://sports.news.naver.com/general/news/read.nhn?oid=151&aid=0000002223

 그 찌질하다던 에이로드는 적어도 자기가 약을 빤 것을 인정하고 팬들에게 사과를 했다. 오티즈의 첫 반응은 노 코멘트였고, 두번째는 성명문을 발표해 무슨 약물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는지 파악하고 언론과 팀에 알리겠다는 것이었고, 세번째는 기자회견에서 영양제 드립을 치는 것이었다. 물론 오티즈가 부주의로 잘못된 성분이 들어있는 영양제를 샀을 수도 있다. 기자회견 내용에서도 봤듯 자기가 드러그 스토어 (자기 말론 GNC 스토어)에서 적법한 영양제를 샀다고 하지 않는가? 그 말을 고스란히 믿는 것도 웃기지만 일단 믿는다면 무슨 성분이 나왔었는지는 발표했어야 했다. 그게 밝혀진 것은 6년이 지난 2015년이었다. 본인이 플레이어스 트리뷴에 기고한 감성팔이 글에서인데, 거기서는 또 영양제에 스테로이드 성분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 글과 반박문은 링크로 첨부한다. 감성팔이 기고문(클릭), 기고문에 언급된 기자의 반박문(클릭)  한편 오티즈의 도핑 적발에 대해 매니 라미레즈는 “we’re like two mountains. We’re going to keep doing good no matter what.” 라며 약대산맥들의 우애와 클래스를 널리 과시했다.

 쓰다보니까 귀찮아서 이 정도로 정리는 그만하겠는데, 이 정도만 해도 중증의 인성 아닌가? 저런 식으로 사안을 넘나들며 입을 터는 선수는 정말 듣도 보도 못했다. 특히 PED에 관련해서 자기를 NEBIDO달라는 오티즈의 태도는 나중에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2013년에도 여전히 왜 약물이 자기 몸에서 나왔는지 모른다는 발언으로 빈축을 샀고, 2014년에도 자기 약물 전력이 쇼월터 감독의 발언과 맞물려 MLB 네트워크에 방송되니까 무려 Upset까지 하셨다. 2015년엔 전술한 기고문을 올렸다가 비웃음(그리고 레드삭스-네이션들의 동정)을 샀다. 도핑 테스트에 한 번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말도 웃긴 것이, 그런 식으로 치면 알렉스 로드리게스도 2003년 이후엔 도핑 테스트에 걸린 적이 없다. B급 이상 약쟁이만 되도 도핑 코디네이터의 도움을 받기 때문에, 공급책을 털지 않는 이상 잡히지를 않기 때문이다. 

 변한 것은 오티즈의 태도가 아닌 성적이었다. 32세, 33세 시즌에 완만한 내리막을 걷던 기량이 그 이후 갑자기 급반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빅데이터 베이스볼'에 따르면 35세 이후에도 절정의 기량을 발휘한 타자는 오로지 2000년 이후의 배리 본즈밖에 없었고 그래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짐 토미를 잡지 않았다는 대목이 나온다. 본즈와 비슷하게 오티즈도 35세 시즌이었던 2011년부터 시간을 거꾸로 돌린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의 wRC+ 변동은 다음과 같다. 124-100-134-154-170-151. 2013년 보스턴 테러사건 때 오티즈가 연설을 한 것에 사람들이 감동받아서 사랑을 받는다고 하는데, 2012년 90경기만 뛰면서 23홈런을 때려낸 몬스터 시즌이 없었으면 애초에 연설은 커녕 재계약을 할 기회나 있었을까? 심지어 은퇴시즌인 올해는 40세의 나이가 무색하게 wRC+가 170에 달한다. 테드 윌리엄스와 배리 본즈도 40세 시즌엔 안식년을 가졌다. 푸홀스와 미기가 같은 나이에 오티즈와 비슷한 활약이라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결코 그렇진 못할거라 단언할 수 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클럽하우스 문화를 설명하는 커트 실링의 증언으로 내가 생각하는 이유를 갈음하겠다.

출처 : http://sports.hankooki.com/lpage/baseball/201302/sp2013020908130857390.htm

 생각보다 길게 써진 글인데, 마무리해보자. 데이빗 오티즈는 PED 문제에 관해서 반성한 적이 없는 약쟁이며, 더 나쁘기도 힘든 매너를 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내서 팀에 기여했기 때문에 팬들이 그를 좋아하고 은퇴를 아쉬워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걸 넘어서 지금처럼 쓸데없는 포장을 하는 것은 기가 찰 뿐이다. 무슨 리더십과 인성을 겸비하고.. 그런 말은 켄 그리피 주니어, 데릭 지터나 나중에 그 팀 페드로이아 은퇴 때나 하는거지 저런 행동을 한 약쟁이를 그렇게 포장하는 걸 보자면 비웃음이 절로 나온다. 

 한줄 요약 : 오티즈 재평가는 NEBIDO

2016년 8월 13일 토요일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은퇴를 바라보며

 소설 반지의 제왕에서 위대한 마법사 간달프는 프로도에게 절대반지를 파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다 최강의 흑룡 앙칼라곤의 불꽃이라면 반지에 손상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말을 덧붙인다. 우리의 영원한 친구 나무위키는 이 부분이 오역이며, 실제로는 앙칼라곤이라도 반지에 해를 끼칠 수 없을거라 설명하나 어차피 앙칼라곤은 성북동의 비둘기처럼 세상을 뜬지 오래인터라 그럴 수 있는지 없는지 검증도 할 수 없거니와, 살아있었더라도 사악한 흑룡이라 사악한 절대반지를 파괴하는 걸 도와주지도 않았을 것이기에 오역 여부가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제 프로도가 사악한 사우론이 중간계 만인의 자유의지를 통제하려고 만든 절대반지를 파괴해야 하는 운명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덥고 습하고 비까지 내려 괴로운 장마철에 옆집 울타리에 걸린 호박넝쿨을 보면, 생물이 이렇게 빨리 자랄 수 있다는데 놀라게 된다. 나는 동네를 뛰어다니는 새까만 꼬마들을 보면서 요즘 정말 다문화 가정이 많아졌구나 한참 생각한 후에야 그냥 아이들이 새까맣게 탄 거구나 깨닫게 될 만큼 주변에 대한 관찰력이 없는 사람이나 사람이 호박넝쿨처럼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고, 배리 본즈의 놀라운 홈런 행진에 의심을 품을 수 밖에 없었다. 나뿐 아니라 그의 스윙을 바라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발코 스캔들이 터지고 배리 본즈가 약물에 얼룩진 사우론임이 밝혀졌을 때도 별로 놀라진 않았고, 오히려 본즈가 쌓아올린 통산 762홈런이라는 금자탑, 아니 바랏두르를 무너뜨릴 백기사 중 가장 유력한 후보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야구 선수라는 걸 되새기며 기쁜 마음도 있었다.

 스스로를 "a guy who's been to hell and back and made every mistake in the book."라 칭한 에이로드는 선수 생활 동안 많은 실수를 했다.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떠난 후에는 전 동료들을 24명의 Kid라 깎아내렸고, 2004년 ALCS에서는 절친한 친구였던 덕 민케비치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아로요의 글러브에 든 공을 내리쳤다. 토론토에 가서는 수비방해 논란에 휩싸였고, 오클랜드에서는 댈러스 브레이든과 신경전을 벌였다. 현명한 아내가 있었지만 불륜 의혹을 받으며 이혼을 선택했고, 월드시리즈 기간 중에 옵트아웃을 선언하는 비신사적인 영업을 한 적도 있었다. 그 외 자잘한 구설수도 참 많았다. 그의 잘못도 있고, 언론의 호들갑도 있었지만 분명 한때 그의 팀메이트인 그리피처럼 모두에게 사랑하는 슈퍼스타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 모든 잘못 중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은 역시 두 번의 PED 적발이었을 것이며, 그런 종류의 잘못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

 나는 뉴욕 양키스의 팬이지만, 동시에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팬이었다. 하이텔 스포츠란에서 이름을 들은 이래, 어떤 선수일까 항상 상상했고 실제로 그는 내 상상 속 그대로의 유격수였다. 나는 그가 치고 달리고 던지는 것에서부터 홈으로 들어와서도 후속 주자에게 사인을 보내는 것을 잊지 않는 것까지 사랑했다. 지미 폭스와의 홈런 페이스를 비교했고, 올스타전에 표를 던졌으며, 그가 2007년 4월에 몇 개의 홈런을 쳤는지 그리고 통산 몇 개의 만루홈런을 쳤는지 좋았던 시즌과 나빴던 시즌이 어떻게 달랐는지 기억하고 있다. 매니 라미레즈의 팬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고, 미국엔 아홉수라는 말도 없는데 왜 에이로드는 아홉수를 겪는가 혹시 도미니카엔 있나 찾아보기도 했다. 

 만약 선수노조가 트레이드 승인을 반대하지 않아 그가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보스턴 레드삭스로 갔어도, 혹은 옵트아웃을 해서 LA 에인절스로 갔어도 항상 응원했을 것이다. 양키스 승리, 그러나 에이로드의 솔로 홈런. 이 정도면 만족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또 나는 약물을 복용한 선수가 모두에게 얼마나 큰 해악을 가져오는지 안다. 모든 팬들은 기록만큼이나 오랫동안 비난도 기억한다. 앙칼라곤이 사우론의 반지를 파괴할 수 있건 없건 같은 부류인 이상 부질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mlb.com이 제공하는 스탯 카테고리에 PED 적발자를 위한 * 필터가 없더라도 약쟁이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같은 약쟁이 배리 본즈의 마일스톤에 도전하는 것이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도 모두가 알고 있다.

 이제 잠시 후,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은퇴 경기가 펼쳐진다. 떠밀려서 하는 듯한 은퇴지만, 그것이 팀을 위한 최선이니만큼 최소한의 예우는 갖추는 모양새다. 10년전의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초라한 은퇴식이나 이 정도면 감지덕지다. 애증이 뒤섞인 마음으로 마지막 걱정이 있다면 -여태까지 보여준 모습을 돌이켜봤을 때 그럴 법 하기도 한- 그가 700홈런까지 4개 남은 기록을 채우려는 미련을 이기지 못하고 I'm back을 외치며 복귀를 타진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화 Mr.3000의 스탠 로스가 결국 기록 대신 팀의 승리를 택했듯, 오늘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은퇴도 팀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끝나버린 노래를 다시 부를 순 없다.  

2016년 8월 9일 화요일

비루한 문화생활 - NBA 2K16, 오버워치 경쟁전 1시즌

 1. NBA 2K16

 2K14, 15의 마이커리어 모드를 재미있게 했었기 때문에 스파이크 리 감독이 시나리오를 감수했다는 이번 작의 마이커리어도 해보고 싶었다. 안 좋은 평을 좀 듣긴 했는데, 저 정도일까 그래도 기본은 하겠지 하고 샀지만 이번 작 마이커리어 모드는 정말 심각하다.

 처음 마이커리어 모드를 시작하면, 주인공은 지역을 씹어먹는 특급 고교 유망주라 경기를 뛰다보면 대학에서 스카우터들을 파견해 리크루팅을 온다. UCLA, 캔자스, 조지타운, 미시건, 루이즈빌 등 NCAA에서 잘나가는 학교들이 우리 학교 출신에 누구누구 있음 이러면서 영업하는 걸 보면서 흐뭇함을 감출 길이 없었다. 2K15 마커에서 드래프트에 못 뽑히고 10일 계약을 두 번 거쳐서야 겨우 잔여시즌 계약을 맺던 슬픈 과거와 명문대를 골라가는 현실이 너무도 대비되었다. 대학 1학년을 보내는 동안 내 MOCK 드래프트 랭킹은 점점 올라가고, 프로에 가라고 에이전트가 찾아올 때까지만 해도 재밌었다. 그리고 재미는 거기까지였다.

 대학 진학을 선택할 수 있었으니 프로 진출도 (더쇼 시리즈처럼) 원 앤 던으로 낮은 능력치로 빠른 프로 데뷔를 노릴지, 졸업할 때까지 뛰어서 커리어에 손해를 보면서 추가 능력치 포인트를 얻을지 선택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게 아니고 그냥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가야했다. 캐릭터를 백인으로 만들든 동양인으로 만들든 게임상에서는 흑인 부모의 친자식에 가족관계, 친분관계도 미리 다 짜여져 있어서 관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것도 없었고 딱히 영향을 미치는 선택도 없다. 로터리픽으로 뽑혀도 오버롤 59라는 어처구니없는 능력치에 혀를 차며 1년차를 시작했다. 시나리오 분량이 긴 것도 아니라 몇 경기 뛸 수도 없는데,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인게임 영상만 주구줄창 보다가 첫 시즌 끝나면 스탭 롤 올라가며 자유 플레이로 바뀐다.

 마이커리어 SNS 기능도 같이 퇴보해서, 다른 선수들과 더 이상 쌍방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없고 함께 뛰고 싶은 선수를 꼬시는 것도 사라진 것 같다. 능력치를 올리는 방법도 일정 등급 이상부터는 오프데이 훈련을 5번 해야 한 칸 올릴 수 있게 -물론 골드는 그대로 소모한다-바뀌었고 더 피곤해졌다. 그렇게 이번 마이커리어는 완전히 망했고, 따라서 마이커리어 하려고 산 내겐 최악의 작품이었다. 거기에 2K 시리즈의 전통인 윈도우 큰 패치 있으면 네트워크 연결 안되는 부분도 여전해서 지금 며칠째 못하고 있다. 30점.

 2. 오버워치 경쟁전 1시즌

 오버워치 리뷰는 클릭(링크)

 오버워치는 재미있는 게임이지만 경쟁전 시스템이 빠른 대전에 비해 훨씬 재밌거나 이렇다 할 동기를 부여해주진 못한다. 물론 점수가 달려있으니 서로 픽에 더 간섭하고, 지면 마이크로 욕하고 그런 게임플레이 외적인 갈등요소는 더 있지만 시스템이 너무 허술하다. 첫째, 티어제가 아니라 점수제라 별로 간지가 안나며 둘째, 유저 간 점수 차이가 50점 이내라면 몇 명이든 같이 다인큐를 돌릴 수 있고 셋째, 세트스코어 동률시 승부결정전에서 공격과 수비를 동전 던지기로 정한다는 망룰 등을 그 이유로 떠올릴 수 있다. 공통적으로 이겼을 때의 쾌감보단 졌을 때의 억울함이 더 오래남는 룰들이다.

 경쟁전 시즌2에서는 승부결정전이 폐지된다고 하니 그건 그나마 다행인 것 같지만, 다인큐는 조금 생각해봐야 한다고 본다. 점수차가 거의 20점이 나는 지인이 있는데, 같이 큐를 돌리면 내가 압도적으로 팀에서 점수가 제일 낮으니 탱힐 뽑고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팀원들이 어디 내가 미덥겠는가? 반대로 3,4인큐 들어와서 나보고 힐러 좀 해달라고 하길래 알았다고 하고 루시우를 하는데, 분명히 나는 인생게임을 하고 있었고 보통 경쟁전에서 그런 기분을 느끼면 이기기 마련이건만 아무리 내가 힐러라도 한 라운드에서 한번이라도 죽으면 게임이 그대로 터지는 것이다. 그래서 속초로 달려가자 하다가 보니까 30점 정크랫이 게임 내내 같은 자리에서 맞지도 않는 퉁퉁만 하고 앉아있는데, 눈물의 루시우 3금 1은을 받아들고 3:0으로 지던 경험을 돌이켜보면 정말 재미도 의욕도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건 최근 나온 블리자드 게임들, 그러니까 스타크래프트2와 디아블로3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단점인데 클랜 시스템 패치가 너무 늦다. MMORPG에 레이드의 비중이 높듯 FPS는 클랜전의 비중이 높은 장르라 더 아쉬운 부분이다. 올림픽 한정 전리품 박스 장사는, 빼박 랜덤박스에 과금유도가 맞기에 비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동의하나 게임 밸런스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기에 구매 여력이 되는 사람이면 사는 거 정도로 생각한다.

2016년 8월 8일 월요일

어느 극단주의자들에 대한 소고

 1. 폭력엔 거대한 역효과가 따라오지만 폭력으로만 달성할 수 있는 것들도 얼마든지 있다. 그래서 나는 '절대로 폭력을 이용해서는 안됩니다' 그런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국가가 폭력을 독점적으로 행사하는 것에 동의하고, 그 폭력이 정당성이라는 포장을 거칠 수 있게 항상 시민들이 감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사적인 폭력은 불가피한 경우에만 사용해야 한다고 보며, 어느 정도가 불가피한 폭력인지는 사안에 따라 접근할 것이지만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서 할 것, 공권력의 도움을 먼저 구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 수단에 맞는 최소한도로 할 것, 약자에게 사용하는 것을 피할 것, 선빵치기 전엔 꼭 다시 생각해볼 것 등의 기준은 대부분의 사람이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개개인이 사적 폭력 케이스들을 그런 기준에 따라 이른바 '차칸 사적 폭력'과 그렇지 않은 '나쁜 사적 폭력'으로 분류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다.

 2.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사회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약자이기 쉽고, 차별받아왔다. 90년생까지 신생아 성비가 여아 100명당 남아 성비가 116.1에 달하고, 셋째아 이상의 남아 성비는 2005년까지도 128이나 되었다. 몇십년 동안 병아리도 아닌 사람이 한 해 몇만명씩 성별 감별을 당해 세상 빛을 보기 전에 살해당했는데, 태어나고서는 차별이 없다거나 오히려 역차별의 수혜자일 거라면 그건 그렇게 생각하는 자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을 확률이 높다. 남아선호사상, 가부장적 사회가 남성들에게도 부당한 짐을 지우는 것이 사실이지만, 같이 없애면 되는 것이다. 역차별 이야기도 매한가지다. 따라서 나는 양성평등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그 방법 중 부득이 폭력적인 부분이 있을지라도 위의 조건을 어느 정도 충족한다면 무조건 나쁜 사적 폭력으로 매도하는 것에 찬동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고, 필요한 운동이라고 하여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되는 것도 아니다.

 3. 봉사활동을 하러 갔던 곳이 전국 각지에서 온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 포스트잇들을 보존한 건물이라 천천히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트위터 극단주의자들이 자주 쓰는 메시지가 꽤 있던 것은 사실이나 주최한 곳이 그 극단주의자들 모임인데다 어느 집단에나 모자란 사람은 있으니 어쩔 수 없는거고 대부분은 고인의 죽음을 슬퍼하고, 여성혐오에 대항해 연대할 것을 다짐하는 선에 그쳤다. 한남충이 어쩌고 저쩌고 하거나 여성들이 남성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그걸 두려워한 남성이 여성을 때리는 것이다 그런 수준 이하의 포스트잇도 그대로 있던 거 보면, 최대한 있는 그대로 보존했다고 본다. 강남역 살인사건에서 가해자가 정신병자였기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건 실행의 영역이고 계기는 그의 머릿속에 여성혐오가 있었기 때문에 그랬던 거라고 본다. 그에게 왜 그런 여성혐오가 있었나 전문가가 아니니까 알 수는 없지만, 사회적 요인이 전무했을거라 여기긴 어렵다. 그 4만여장의 포스트잇을 두 달 동안 전수분석했고 이를 여성정책에 반영한다고 하는데, 본질은 조문록인 것을 데이터 마이닝하여 정책에 반영한다는 것은 별로 실효성은 없겠지만 굳이 기를 쓰고 반대할 이유도 없는 사업이다.

 4. 마찬가지로 추모식에는 추모만 해야한다는 선긋기도 화자가 억울하게 죽은 사람을 위한 추모식에 별로 가본 적이 없다는 걸 증명하는 것 외엔 의미가 없다. 어떤 사람의 죽음을 계기로 유사한 처지의 이들의 불만이 같이 폭발하게 되는 건 잦은 일이었고, 그것도 각자의 판단에 따라 착한 추모식, 나쁜 추모식으로 볼 수는 있을 것이나 이번 사건에서도 유가족, 피해자 남자친구(혹은 그렇게 주장하는)를 두고 양 극단에서 자기 편에 불리한 일이 터질 때마다 '유가족(혹은 피해자 남자친구)이 벼슬이냐' 하는 이야기를 하듯 보통 내 입맛에 안맞는 추모식은 나쁜 추모식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같은 맥락에서 피해자의 오빠가 아니라 여성인 가족이 자제를 요청했다 해도 먹히진 않았으리라 확신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기준을 이야기해보자. 유가족의 의사와 반대로 강행되는 추모식이라면 목적에 맞는 다른 집회를 하는 것이 옳다. 착한/나쁜 추모식을 떠나서 기본적인 예의이다.

 5. 살해당한 사람의 추모식에 '치안 1위'를 운운하는 피켓을 들고 간 것이 제 정신을 가진 사람이 할 짓은 아니다. 그러나 경찰이나 관계자를 불러 1인시위 자리를 옮겨달라는 중재를 요청할 수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맞피켓을 든다거나 말로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얼굴 보이라면서 탈을 벗기려고 흥분한 다중이 달려들어 폭력을 가했으면 그건 집단 폭력 범죄지 그걸 두고 '린치는 사적인 사형 집행에 쓰이는 말이라 린치가 아닙니다' 그런 멍청한 이야기는 뭐하러 열심히 하나 싶다. 사적인 폭력은 주로 약자에게 내려온다. 이번엔 혼자 있던 관심병자가 소수자였고 약자였기 때문에 그 폭력의 타겟이었을 뿐이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 우연히 살아남았다 / 운좋게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겠다.

 그 희한한 코스튬 입고 피켓 든 친구가 권력이나 책임을 가진 사람이 아닌데다 집단 폭행 당하면 억하는 사이에 죽을 수도 있는 것엔 성차별이 없었기 때문에 사실 그 타겟이 맞아 죽었다고 하더라도 양성평등, 여성혐오 해결과는 별 연관이 없다. 똑같이 피해자측 가슴에 못질하고, 얼굴 가린채 이상한 옷 입고, 피켓 든 페페페한테도 딱히 이상한 집단이 얼굴 보이라고 물리적 위협을 가하지 않았던 걸로 알고 있다. 그게 사회의 상식이기 때문이다. 저 집단린치 현장에 분기탱천해서 싸우자고 우르르 간 그 사이트 사람들은 너무 답이 없어서 길게 언급하지 않겠으나 탈개체화된 두 집단이 서로가 서로를 김치녀 한남충이라 외치는 모습은 돈 주고도 보기 힘든 진귀한 광경이었으리라.

 6. 난 그들이 주장하는 미러링이란 것이 전혀 의미없는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성추행 피해자 남성에 대해 미러링이랍시고 좌표찍고 우르르 몰려와서 2차 가해를 가한 사건을 보고 회의감을 느꼈고, 이어 강남역 추모식장과 넥슨 시위장소에서 벌어진 몇건의 폭력이 철저하게 다중의 위력을 이용한 방식인 것을 보곤 저들의 자정작용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혐오에 혐오로 대응하여 경각심을 일으키는게 효과가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총기난사 사고가 일어났으니 다같이 무장을 하자는 것 혹은 롤하다가 내가 정신적 충격을 유발하는 폭언을 들은 경험이 많으니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나도 욕을 하겠다 수준과 크게 다른 이야기로 들리지 않고 역효과가 더 큼을 똑똑히 목격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혐오발언을 보면 화자를 혐오발언자로 규정하고 대항하거나 더 이상의 소통을 포기하지, 노노 이기야 붙이고 재기해 그러는 사람의 말을 경청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저 따위 말투가 여혐에 대한 대항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각종 범죄 모의와 후기에 대해서도, 그것이 실제 범죄로 연결될 개연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주의를 환기하는 차원에 그친다는 말도 어처구니가 없는 이야기다. 발언이 주작인지 여부와 비판은 별개의 문제이다. 개그맨 장모씨가 자기 스타일리스트의 창자를 꺼내서 부모에게 택배로 보내버리고 싶다고 발언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역겨운 혐오발언이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며, 범죄의 착수에 이를 가능성이 높아서 질타를 받은 것은 아니다. 그런 '미러링'이 일시적일 거라고? 한 번 발생해 자리잡은 혐오는 핑계를 먹고 계속 자라나며 -내 비하엔 이유가 있었어- 여태까지 인터넷 하면서 저 지경까지 전락한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정신을 차리는 건 단 한번도 본 적 없다.

 7. 넥슨이 근래 녹음한 캐릭터의 음성을 성우의 행동을 이유로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과도한 조치였다. 그러나 그 사건이 “Girls Do Not Need a Prince” 티셔츠를 입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저 문구가 조야하다고 생각하긴하나 세상 어딘가엔 보그 걸 보다가 보그로 안 넘어가고 평생을 사는 사람도 있을테니 그건 그렇다치고 저 말 자체를 반대하는 정신나간 이가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문제가 되는 것은 티셔츠의 문구가 아니라, 제작목적과 제작주체이다.

 메르스 갤러리에서 독립하여 만들어진 사이트가 메갈리안이고, 거기서 남성 동성애자 비하와 아웃팅 찬성하는 자들이 빠져나와 세운 것이 워마드며, 저런 자들 나가니까 쫄딱 망한 메갈리안 대신 페이스북으로 가서 규정 위반으로 차단을 반복당하다 자리 잡은 것이 메갈리아4인데 저 세 세력을 불가분의 관계로 보는 것은 비약이 아니다. 또한 저 티셔츠의 디자이너가 워마드에 인증을 한 시점에서 적어도 해당 사건에 대해선 관계가 있음이 확실하다. 그것도 모자라 티셔츠 수익금의 일부는 X린이 사건 당사자, 악플러 등의 법률지원에 쓰이고 있음을 밝혔다면 저 사건을 페미니즘 탄압으로 본다는 것은, 뭐는 지능의 문제라는데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닌가 한다. 강남역 살인사건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피해자나 유가족의 의사에 반해서 일이 벌어졌고, 이것도 문제가 있는 일이다.

 8. 저 극단주의 무리가 하는 짓이 구리다고 해서 거기에 대응하는 일부의 태도도 반동적이고 졸렬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서든어택2가 노잼과 그보다 더한 막장 운영으로 망했듯, 만화도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팬들 대하는 태도가 그른 작가들-개중엔 정말 중증의 정신이상자가 존재하긴 한다고 보나 질병에 화를 내고 싶지는 않다-에 대한 보이콧이야 개개인의 선택이지만, 예스컷 운동이나 동인행사에 해코지 하는 건 너 엿되봐라 이상의 의미가 없다. 과거 경험으로 동인행사 하는 사람들 중에 질 낮은 사람들 많이 봤고, 특히 BL 좋아하는 애들은 유달리 극성스럽고 그냥 음란물 좋아하는 거에 자꾸 희한한 가치 부여를 하려고 드는 부류도 많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단속이 잘 미치지 않는 곳에서 성인이 지들 좋아하는 성상품화 망가 사 보는게 엄청난 범죄현장인 것처럼 호도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하는 짓을 가지고 까도 시간이 모자란 것을 뭐 그리 외모비하와 품평을 해대는지 참 한심스러운 일이다. 오히려 골수까지 여혐이 치민 자들이 신나서 날뛰는 것도 쉽게 볼 수 있어 개탄스럽다.

 9. 헛소리를 들으면 병이 드는 오랜 지병을 앓고 있는데, 최근 헛소리들은 메갈리아를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당사자들 사이에서 골고루 나오고 있고 이상한 진영논리까지 세워지고 있어 보는 눈이 썩을 것 같다. 메갈리아-페이스북 메갈리아4 페이지-워마드가 아무 관계도 없다고 주장하는 것, 메갈리아 이전에는 무슨 꼴페미-페미나치 라벨링이 없었던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 미러링으로 인한 혐오발언과 범죄모의는 현실 범죄로 이어진 것이 없기에 괜찮다는 것, 차라리 여혐이 되겠다고 하는 것 등등 한심한 이야기들은 양쪽에서 끝이 없고 마치 1984의 '2분간 증오'를 연상케한다. 머저리들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는데 그런 멍청이 하나 하나 다 조리돌림하는 건 재미로 하는 것이고 별 실익이 없다. 그러나 굳이 저 중에서 제일 단체로 멍청한 소리 하는 걸 하나만 꼽자면, 단연코 호주제 폐지와 메갈리안의 활동을 비교하여 그때도 과격했으니 지금도 과격해도 된다는게 원탑이 아닌가 한다.

출처 : 호주제 폐지를 둘러싼 젠더 거버넌스 황인자(성균관대 대학원)/김영미(상명대)
 호주제 폐지는 여성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것을 떠나 당시 대통령의 공약이었으며 법무부 장관이 변호사 시절에 호주제 폐지에 대한 논문을 저술했으며 생물학자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공감대가 이루어진 상태에서 이론적으로 완성된 운동이었고, 갓 쓴 노인들로 대표되는 호주제 존치론자에 대응하는 방식도 호주제는 한국 전통이 아니라 일본 구민법 계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생물학 교수에게도 자문을 구하며 정당성에서도 우위에 섰다. 계속 존치론자들을 토론회에 초대했으나 오지 않는데서 양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느 쪽의 의견이 더 합리적이고 갈등 조정 노력을 기울이는지 알 수 있었다. 거기에 행정력을 동원해 갈등 조정 노력을 기울이며 성공한 운동이 되었다. 첨부한 호주제폐지특별기획단의 구성만 봐도 어떤 식으로 활동을 했는지 보이는 걸 무슨 과격 집회 몇 번 했더니 세상이 바뀐 것처럼 묘사하는 건,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는 피켓이나 들고 앉아있던 호주제 존치론자들이나 할 법한 생각이다. 호주제 폐지 찬성론자들과 온라인을 벗어난 메갈리안들이 어떻게 다른지는 아래 두 짤로 설명을 갈음한다.



 0. 저 극단주의자들은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바로보고 회색영역을 인정치 않으며, 증오와 혐오를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하는 것 말고는 별로 준비한 것이 없기 때문에 함께 무언가를 하기 힘든 무리라는 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앞으로도 여혐에 대항하는 사람들에겐 끝없이 너 메갈이지 소리가 밀려올 것이고, 저 치들이 친 사고는 광장에서 활동하는 다른 이들에게 덧씌워지고 옭아맬 것이다. 또 광장에서 활동하는 이들 중에서도 내심 공적인 자리에서 할 수 없는 비하적인 언행을 극단주의자들이 대신 해주기에 내심 대리만족을 느낄 수도 있으며, 자기 세력에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가 있다고 하여도 옳은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모든 불합리한 차별은 없어져야 한다. 일베와 싸운다면서 일베 말투를 따라하고 있는 한심한 방식에 동의할 수 없을 뿐이다. 앞서 언급한 한 단체는 사고치고 망하니까 빨리 셔터라도 내렸는데, 이제와서 보니까 참 탁월한 선택이었다.

2016년 6월 29일 수요일

(크레마 샤인과 비교한) 리디북스 페이퍼 짤막한 사용기

 기존에 쓰던 E-Ink 단말기는 크레마 샤인이었는데(크레마 샤인 리뷰 링크), 주로 쓰는 플랫폼은 리디북스이다보니 예전엔 루팅을 해서 리디북스, 램관리 앱을 깔아썼고, 크레마 샤인이 업데이트된 후엔 열린서재를 지원해서 썼다. 그런데 열린서재 지원 업데이트 후부터 너무 기기 프리징이 심해져서 하루에도 몇번씩 강제 리셋을 해야하니까 짜증이 났다. 그래서 리디북스 전용기기를 하나 구해야되나 하던 차에 마침 기기 대여 이벤트가 있어서 신청해서 며칠 쓰다보니까 마음에 들어서 샤인을 정리하고 페이퍼를 아예 사버렸다.

 사진을 거지같이 찍었는데 검정색 기기가 리디북스 페이퍼, 흰색기기가 크레마 샤인이다.



페이퍼
샤인
 페이퍼는 리디북스 전용 머신인데 비해 크레마 샤인은 열린서재로 리디북스 전자잉크 앱을 구동한 것이기 때문에 공정한 비교는 아니다. 두 기기의 해상도가 각각 페이퍼 1045 x 1072, 샤인 1024 x 768로 차이가 나는만큼 (사진상으로는 알아보기 어려울지 몰라도) 샤인으로는 만화를 보기가 좀 어렵고, 글자가 섞인 삽화는 걸러야 하는 수준인데 비해 페이퍼로는 괜찮게 볼 수 있다. 그래도 6인치

 리디북스 페이퍼의 장점

 1) 해상도 깡패 - 텍스트는 그렇게 큰 차이는 없는데 만화나 삽화 섞인 글을 볼 때는 훨씬 우월하다.

 2) 빠릿함 - 전용기기라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빠릿하다. 그런데 사실 크레마 샤인도 크레마 앱만 쓰면 별로 느리진 않다.

 3) 좌/우 물리키 - 페이지를 앞 뒤로 넘기는데 사용하는 물리키. 위치도 적당하고 사용할 때 엄청 편하다.

 4) 가격 - 경쟁기기인 크레마 카르타보다 기본가도 살짝 저렴하고, 리디북스는 해피머니 신공이 되기 때문에 싸게 살 수 있을 것이다. 페이퍼를 구매할 때는 리디 캐쉬만 쓸 수 있고 충전 보너스로 받은 포인트는 사용 못하는 것 같았다. 난 대여 이벤트로 받은 기기를 구매한거라(미개봉 새 기계를 대여용으로 주는 패기) 2만원 할인쿠폰에 케이스도 받아서 아무래도 크레마 카르타에 케이스까지 추가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싸게 먹혔다.

 리디북스 페이퍼의 단점

 1) 열린서재 및 TTS 미지원 - 경쟁기기인 크레마 카르타에 비해 딸리는 부분. TTS는 어쩔 수 없고 열린서재는 루팅을 하면 된다지만 귀찮기도 하고 내가 전엔 쓰던 예스24가 전자잉크용 앱을 따로 내주는 것도 아니고 앱을 워낙 못 만들기도 해서 불안하다.

 2) QC - 어차피 리디북스에서 직접 제작하는 것도 아니고 OEM이겠지만 패널을 무슨 거지같은 걸 썼는지 몰라도 위는 하얗고 아래는 노란 투톤 화면을 가지고 있다. 좌/우 물리키도 우측은 좌측과 달리 하단부분 인식이 잘 안되는게 뭐 조립을 이상하게 해놓은 모양. 많은 구매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니 이런 부분은 가열차게 까여야 한다.

 3) 사양 - 크레마 샤인과 마찬가지로 512메가 램을 쓰고 있고, 이 말인즉슨 루팅하는 즉시 또 램 압박에 시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총평

 만약 할인 쿠폰이랑 케이스 안 받았어도 크레마 카르타 대신 페이퍼를 샀을까 생각해봤는데, 그냥 샤인을 계속 썼을 것 같다.

비루한 문화생활 - 워크래프트 : 전쟁의 서막

 1. 워크래프트 시리즈를 영화화한 첫번째 작품인 전쟁의 서막이 개봉함으로써 와우저들은 구 워크래프트 스토리, 와우에서의 평행세계 스토리(드레노어의 전쟁군주, 시간의 동굴), 영화 스토리 이렇게 3개의 같은 시간대를 겪어볼 수 있게 되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처럼 워크래프트도 게임과 영화의 스토리가 각자의 길을 간다고 하지만, 이게 책(듀로탄, 전쟁의 서막 모두 크리스티 골든-갓 작)도 같이 출판이 되다보니까 그동안 세계관과 충돌 혹은 혼동이 없지 않아 있다. 난중일기와 원균행장록을 번갈아 읽으면 주화입마에 걸리기 쉬운 것처럼, 아무래도 게이머 입장에서는 아제로스판 동북공정을 겪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2. 이번에도 블리자드는 오크 포장에 실패했다. 자꾸 명예를 아는 착한 오크찡과 피의 욕망에 사로잡혀 무차별적인 학살을 벌이는 나쁜 오크놈들 양자를 조화시켜서 쉴드를 치려고 하는데, 쓰랄이 재창설한 호드 이전의 오키쉬 호드 중에서 제대로 된 놈은 듀로탄 하나밖에 없었고 쟤도 죄없는 드레나이들 마을을 파괴하고 학살하던 일당인 건 똑같다. 그냥 2차 대전쟁 이전 / 3차 대전쟁 이후의 호드를 구분하면 되는걸 매번 오크 미화를 포기하질 못해서 호드의 선지자 쓰랄 백두혈통을 완성한답시고 생물학적 아버지 듀로탄, 정치적 대부 오그림 둠해머를 어떻게든 우상화해서 포장해보려고 애를 쓴 결과가 듀로탄은 임신한 아내 몰래 데려와 아들을 원정출산시킨 부모, 오그림 둠해머는 모자란 식견을 가진 인물로 만들어놓는데 그쳤으니 실망스럽다. 오크들이 폭군 굴단한테 반기를 드는가 싶다가 지옥마법 한 번 보여주면 또 쫄아서 굴단 말 듣는 연출도 나쁜 쪽으로 아주 인상깊었다.

 3. 그러다보니까 또 호드는 '사실 우린 또 oo에게 속았음 ㅋ'하며 자기 똥 자기가 못 치우는 역사를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1) 1차 대전쟁 : 학살은 지들이 신나서 다해놓고 '굴단한테 속았음 ㅋ'-> 나중에 굴단 단물은 잘 빨아먹고 팽 2) 분노의 관문 : 호드 플레이어가 역병 폭탄의 재료를 만들어줬지만 '퓨트리스한테 속았음 ㅋ' -> 얼라이언스가 처리해줌 3) 테라모어 : 호드 플레이어가 가로쉬의 무차별 학살을 도왔지만 '가로쉬한테 속았음 ㅋ' -> 얼라이언스가 오그리마로 와서 폭군 타도 도와줌 4)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 지들이 저주받은 땅 넘어와서 신난다고 학살하다 역으로 쳐발리고서 '사실 우리 강철호드도 피해자고 굴단한테 속았음 ㅋ' 뭐 다 비슷한 이야기고 이젠 익숙하다.

 4. 영화 만듦새로 넘어오면, 게임 시리즈를 플레이해본 경험이 없을 다수 관객이 보기엔 너무 얼기설기한 영화가 아니었을까. 제대로 지명이 써진 지도 한 장이 안나와서 가뜩이나 이 세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설명하지 못하는 가운데(반지의 제왕에서도 반지를 파괴하러 가는 길이 얼마나 빡센지 설명하는데 지도가 큰 도움이 되었다), 오크를 타우렌 등빨로 만들어놔서 더더욱 멸치가 된 인남캐들은 싸우기도 더럽게 못 싸웠고, 내부 분열까지 심해서 별로 감정이입할 요소가 없지 않았을까 싶다. 러브라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알겠지만 별로 재미있지는 않았다. 그럼 와우저들은 재미가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뭐 그 사람들은 CSI : 그늘숲이 나온다고 해도 재미있게 볼 것이기 때문에..

 5. CG랑 스톰윈드 브금 한 5초 나온 건 좋았다.

2016년 6월 13일 월요일

비루한 문화생활 - 오버워치, 톰 클랜시의 더 디비전, 하스스톤 고대신의 속삭임, 창세기전4, 서머너스 워 천공의 아레나

 i5 4670, 램 16GB, GTX 770 4GB 시스템을 사용하고 메긴 점수는 20-80 스케일이다.

 1. 오버워치

 내가 5시간 이상 플레이한 FPS 멀티 게임은 레인보우 식스, 카운터 스트라이크 오리지널, 제다이 나이트, 스페셜 포스1, 서든 어택, AVA 정도이다. 거의 다 친목용으로 했던거지 저 장르 자체에 큰 재미를 붙인 적은 없다. 멀미도 있고 골목만 나가면 헤드샷 맞고 죽는데 딱히 재미있을 게 있었겠는가. 소위 명작이라고 하는 FPS 시리즈들도 멀티는 안 하고 싱글이나 좀 한 정도였다. 따라서 오버워치도 클베때 봇전만 깔짝하다가 그다지 재미는 못 느끼고 오베도 거르다 발매 하루 전날까지 고심 끝에 샀는데 이 게임이 상상 외로 꿀잼이다. 블리자드가 자유의 날개 이후로 내놓은 게임에 대해 대충 대격변 평, 디아블로 3 망, 판다리아의 안개 평, 군단의 심장 평, 하스스톤 흥, 영혼을 거두는 자 흥,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폭망, 히어로즈 오브 스톰 폭망, 공허의 유산 평 이 정도로 평가하는데 오버워치 이 게임은 흥 앞에 '갓'자도 붙여주고 싶다.

 우선 이 게임엔 클래스별 역할 분담 확실, 스킬 비중 높음, 이동기 많음, 점프 페널티 없음, 맵 셔플 이런 특징들이 있어서 비슷한 게임 중에 국내에서 흥행한 걸 찾자면 대략 사이퍼즈를 하이퍼FPS로 만들었다 이 정도로 설명하면 그래도 좀 비슷할 것 같다. 근본적으로 이것도 FPS인지라 에임빨 스나빨 게임이라 높이 올라가기 위해선 피지컬이 필요하지만, 지원형 클래스, 설치형 클래스 등이 존재하므로 피지컬 외 다른 능력으로도 팀의 승리에 기여할 수 있다. 반대로 다른 FPS 게임들을 최고 수준까지 잘하던 재능러도 생각 외로 적응기간이 긴 것을 직접 보고 있다. 이 장르의 필수인 맵숙지와 더불어 게임에 대한 적응과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게임의 장점을 나열해보면 우선 게임이 재미있고 한 판이 짧아서 가볍게 즐길 수 있다, 고사양 게임이 아니지만 그래픽과 사운드가 기대 이상이다, 패키지 게임이라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없다, 타 FPS 대비 적 식별이 쉽고 초보자를 위한 영웅부터 상급자를 위한 영웅까지 구비되어 배우기는 쉽고, 마스터하긴 어렵게 잘 갖춰져있다, 팀원의 킬/데스가 표기되지 않는 시스템 덕에 싸울 일이 적다, 게임이 끝난 후 나오는 최고의 플레이와 투표 시스템에 경쟁심도 충족된다, 최적화도 잘 되어있다, 잔혹하거나 자극적인 묘사가 없다, 옆집 게임과 다르게 블리자드는 유저 물관리에 신경을 쓴다, 한국어화가 잘 되어있다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써놓고 보니 굉장히 좋은 게임이라는 생각이 다시 든다.  난 3D 멀미가 좀 있는 편인데, 이 게임에선 멀미를 느끼지 않은 것도 매우 좋았다.

 단점도 꺼내보자. 첫째, 아직 컨텐츠가 부족하다. 맵은 12개 강제 셔플 시스템이라 다른 총싸움 게임들처럼 하루종일 창고에서 100킬 채워야 승천하진 않지만 6:6 고정에 크게 거점 점령/호위 이 두 가지라 하다보면 거기서 거기로 느껴지고 물릴 수 있다. 와우에서 좋은 전장들을 많이 만들어낸 회사 게임인데 스타1에도 있던 깃발뺏기도 없는 것은 아쉬운 점이고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둘째, 세계관과 캐릭터 설정을 잘 잡아놓고도 싱글 플레이 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사람에 따라 큰 단점일 수도 있다. 나도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나 타이탄폴에 캠페인이 있었으면 샀을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로 최근 블리자드의 저자극 추세와 맞물려서인지 승리 보상으로 얻을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아이템이 스타2보다도 더 퇴보했다. 가령 스타2에서는 각 종족별로 특정승수를 거둘 때마다 초상화 해금이 계속되었는데, 직업군 내지 영웅으로 어떤 누적 성적을 거둬도 보상이 없다. 캐릭터별로 특정 업적을 달성하면 커스터마이징 아이템을 주긴 하는 일종의 실전 도전과제 개념이 있긴 하지만 부족하다.

 반면 일부에서 단점으로 드는 45000원이라는 가격책정과 전리품 상자 판매는 별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20년된 삼국지5나 대항해시대3도 4만원대였고 2000년대 초반 국산 게임들도 3만원대 중반에서 시작했다. 같은 블리자드 게임들과 비교해봐도 2002년 워크래프트3 52000원, 2004년 와우 90일 정액 47520원, 2010년 스타크래프트2 68000원, 2012년 디아블로3 55000원으로 딱히 오버워치에 비싸게 가격을 책정한 것 같지 않다. 멀티 전용 게임이라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나 레인보우 식스 시즈, 타이탄폴같은 멀티 전용 게임들도 각각 52000, 45000, 45000원이 국내 발매가였고 시즌패스는 별도였는데 나중에 나올지 모르는 확장팩을 감안하더라도 비교대상과 견주어봐서 오버워치가 딱히 비싸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게임의 만듦새가 딸리나? 메타스코어를 보면 오버워치 91점,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72점, 레인보우 식스 시즈 79점, 타이탄폴 86점 이 정도에 유저 스코어도 오버워치가 가장 높다. 취향은 갈릴 수 있겠지만 괜찮게 만든 게임이란 이야기다. 또 전리품 상자는 단순 커스터마이징 요소이고, 현금으로 사지 않아도 레벨업을 할 때마다 주고 중복 아이템은 자동으로 크레딧으로 변환되기 때문에 언젠가는 다 해금을 할 수 있다. 배틀필드처럼 무기를 빨리 해금하려면 DLC를 사는 구조도 아니고 오버워치가 저비용으로 개발된 것도 아닌데 저런 헤비 유저를 위한 박스 판매를 두고 풀프라이스 게임에 추가 과금 요소는 없어야 한다는 건, 뭐.. 증세없는 복지 같은 얘기라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정도 밖에 할말이 없다.

이런 DLC도 나는 안사면 그만이고 별 문제는 없다고 생각하긴 한다
 다만 이렇다 할 만한 PC방 혜택이 없는 가운데 패키지 구매자들이 PC방에서 플레이할때도 PC방에 과금이 되는 것은 추가 혜택이 없는 한 상도의에 어긋난다. 오리진 에디션 전용 스킨을 PC방에서 이용할 수 있긴 한다던데, 오리진 구매자와 PC방 업주를 둘 다 엿먹이는 행태지 PC방 특전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총평하자면, 히오스의 멸망을 딛고 블리자드가 간만에 내놓은 좋은 IP이고, 올 한 해 가장 흥한 게임 중 하나가 될 것이다. 75점. 공식 한국어화.

 2. 톰 클랜시의 더 디비전

 엔딩을 보지 못하고 10시간 정도 플레이한 후기.

 MMORPG는 시간이 필요하고 FPS는 재능이 필요하니까 그 둘을 섞은 게임은 접근도 숙달도 어려울 거라는 편견이 생기기 마련이다. 거기다 헬게이트 런던같은 노잼 게임을 한 번 하고 나니까 저 장르는 손 대기도 싫었다. 하지만 위쳐3를 해보고 칭찬이 많은 게임은 가능하면 해봐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게임을 켜고 제일 먼저 해본 건 헤드샷이었다는 것도 부연해 설명한다. -헬게이트 런던엔 헤드샷이 없었다-

 이 게임의 외양은 총 쏘면서 장비파밍하는 디아블로3이고, 게임 내 역할은 뉴욕 예비군이라고 하면 대강 설명이 될 것 같다. RPG와 TPS의 경계에서 RPG쪽에 훨씬 더 비중을 맞췄기 때문에 동네 양아치한테도 총알을 열방씩 박아줘야한다. 플레이어는 평소에는 사회인으로 활동하지만 실제로는 비밀요원이고 전염병이 창궐해 무정부 상태에 빠진 뉴욕을 복구하기 위해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와치독스가 시카고를 배경으로 하였듯, 이 게임은 실제 뉴욕지도를 기반으로 한 오픈월드 구성을 가지고 있다. 퀘스트하러 가다 NBA나 WWE를 보다가 많이 본 건물을 발견했는데 아무리 봐도 매디슨 스퀘어 가든 같아서 실제 지도를 보면 맞고 하는 식이다.

 혼자서도 게임을 진행할 수 있지만, 어차피 상시 온라인 게임이고 파티 자동매칭과 탈퇴가 매우 자유롭고 서로 부활을 시켜줄 수 있어서 최대 4인까지 파티를 구성해 우르르 몰려다니며 코옵 플레이를 즐기는 편이 좀 더 재미있는 것 같다. 이런 게임은 친구들이랑 하면 더 재밌있지만 난 친구도 별로 없을 뿐더러 다 소환사의 협곡에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예비군 다 끝난 역전의 용사들 대신 서양 미필들과 함께 시가전을 벌여야 했다.

 그래픽과 사운드는 유비소프트의 AAA급 게임답게 평균 이상을 뽑아내고 있고, 중옵에서 딱히 최적화 문제를 겪지는 않았으나 지포스 익스피리언스에서는 어크 유니티 때처럼 중하옵을 권장했다. 이젠 유물이 되어가는 700번대라 어쩔 수 없나보다. 역시 유비소프트식 한국어화가 되어있고 높은 퀄리티는 아니다.

 전체적으로 할만한 게임이라고 생각하지만, 서버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발매한지 한달이 넘어서 어느 정도 사람이 빠졌을 텐데도 접속은 항상 불안정하고 랙도 매우 잦다. 조금 긴 퀘스트를 코옵으로 하다보면 계속 튕기고 멈춰서 같은 퀘스트를 6번을 다시 하고서야 클리어한 적도 있다. 따라서 게임을 하다 몰입하게 되는 순간은 그리 길지 않고 자주 껐다 켜게 되서 집중하기가 어렵다.

 평점은 서버가 나아진다는 전제 아래 60점. 서버 문제가 해결되든 어쩌든 지금은 오버워치 하느라 관심도 없어서 시즌패스 구입 계획은 없다. 오버워치가 물려도 위쳐3 확팩부터 할 것 같다. 공식 한국어화.

 3. 하스스톤 : 고대신의 속삭임

 파마기사, 자군야포 메타가 고착화된 이래 오랫만에 나온 새 확장팩이지만 그거보다 더 중요한 패치가 있었다. 2년마다 이전에 출시된 모험모드, 확장팩 카드를 사용금지시키는 정규전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여기에 대해선 찬반양론이 있고 양쪽의 의견에 모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나 (황금카드 수집가들의 엄청난 피해를 제외하면) 게임 시스템상 현질 유도가 크지 않았던 점, 밸런스 패치의 여지, 진입장벽 해소, 2년이라는 기간 등을 고려해보면 정규전 도입에 그다지 반대할 마음은 없고 우선 새로 나온 확팩을 해보고 예스잼 여부에 따라 앞으로 계속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할 생각이었다.

 이 리뷰는 사실 새 확팩이 열린 후 첫 주말에 쓰기 시작했는데, 이제 대충 메타가 자리잡혀놓으니까 그냥 습관대로 일퀘 정도만 꾸준히 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래도 요그사론덱은 운빨 개망인데, 크툰 덱은 뭔가 상대하는 입장에서 쪼이는 맛이 있다 나름 와우에서 고대신과의 전투를 묘사해놓은 것 같다 그랬었는데 하다보니까 적응이 되서 지금까지랑 거기서 거기같다. 평점은 생략. 공식 한국어화.

 4. 창세기전 4

 창세기전 시리즈가 딱히 디자인을 잘한 게임들은 아니었다. 본가나 외전이나 전투는 기모으는 걸로 턴 넘기다가 필살기 쓰는 거 멍하니 보고 있으면 클리어였고, 표절과 버그는 심각했으며 약속했던 시스템들은 스리슬쩍 삭제되서 발매되었다. 다만 당시의 국산게임 시장에선 대단한 대작이라 그래픽, 사운드, 캐릭터, 일러스트, 성우진, 연출, 스토리 등 게임의 볼륨은 굉장히 만족스러워서 그 뽕에 그렇게 재밌게 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왜 4 이야기를 안하고 10년도 훨씬 넘은 전작들을 이야기하냐면, 이 창세기전4는 혹평말고 할 게 딱히 말할 게 없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나는 넷츠고-네이트 시절 창세기전 동호회에서 꽤 열심히 활동을 했었고 주사위의 잔영에서도 흑태자 카드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소프트맥스 게임을 좋아하고 열심히 했는데 그런 팬심으로도 견디기가 어려운 졸작 중 졸작이었다. 미리 베타를 해본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망겜인 건 알고 있었지만, 스마트폰 게임으로나 나와야 할 수준의 게임을 왜 굳이 PC로 출시했는지부터가 알 수가 없다. 10년 전에 이 수준으로 나왔어도 뭐 와우 불성때란 이야기인데 뭐 비교해서 어땠을지 모르겠다.

 그래픽은 나쁘고 UI는 엉망에 캐릭터와 배경이 따로 노니 게임의 첫인상부터 좋지 않다. 가장 중요한 전투를 보면 일반 전투는 모바일 게임 자동전투 수준에, 마장기 전투는 아머드코어도 맥커맨더도 아니라 제자리에서 1,2,3 눌러서 적을 맞추는 정도로 조잡한 편. 정식 넘버링이 붙어 나왔음에도 평행세계를 표방한 스토리는 원작 팬에겐 한숨을, 신규 유저에게는 어려움을 가져다줄 것인데....... 솔직히 이 망게임을 더 리뷰하는 것은 과거 팬으로서 괴롭기만 하고 의미는 없는 일이다. 오픈베타 첫날 해보고 다시는 켜지 않았다.

 일러스트와 성우 더빙은 좋았고 그 외의 모든 것은 나쁘다. 20점. 국산게임.

 5. 서머너스 워 : 천공의 아레나

 예전에 확산성 밀리언 아서 좀 하다가 어느새 잠을 쪼개서 게임을 하는 날 발견하고 그만둔 이래 오랫만에 하는 모바일 게임이다. 저사양 게임이니만큼 그래픽, 사운드는 요새 게임치곤 좋지 않은 축인데 캐릭터들이 별로 헐벗고 있지 않고 아니메 오타쿠 냄새가 덜해서 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주요 남캐는 반말하고, 여캐들은 존댓말하는 흔한 한국 게임이라는 건 똑같다.

 플레이어는 소환사가 되어 뽑기로 얻은 몬스터를 강화 및 진화시키고 PVP 컨텐츠도 있고 고렙이 되면 레이드 개념도 있고 그 와중에 자기 섬을 꾸미기도 하고 뭐 그런 다른 게임이랑 비슷비슷한 모바일 게임인데 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이 게임에서 흥미로운 점은 현질 밸런스에 있는데, 운영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 캐쉬템들 가격이 높으면서 가챠 효율은 좋지 않아 그걸 감당하고도 지르는 헤비 유저들에게 매출을 의지하는 듯 하다. 단적으로 2주년 이벤트 기념이라고 파는 건 11만원짜리 팩 하나밖에 없다. 라이트 유저가 사기엔 쉬운 금액은 아니다. 따라서 정말 소수의 유저가 아니면 다같이 손가락만 빨고 있기 때문에 재미있게도 나같은 극소과금 유저가 못할 게임이 아니게 된다. 이벤트도 많이 하고 딱히 현질유도도 없다. 50점. 국산게임.

2016년 5월 19일 목요일

일간 김성근을 보는 피곤함

 투혼이라는 이름의 유령이 프로야구판을 배회하고 있다. 한동안 위세를 떨치던 그 유령은 가을바람 불고 조금 잠잠해지나 싶었지만, 올해도 또 나타나 프로야구판 하향평준화에 힘쓰고 있다. 다행인 것은 더 이상 저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가 알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불행한 것은 아직도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내년까지 한 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을 거라는 예상이다.

 많은 야구팬들이 자기 팀에 김성근 감독을 데려오라고 요구하던 이유는 그가 야구계 안팎에서 대단히 존경받는 인격자이거나 한국야구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리더여서가 아니라, 좋은 성적을 내는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누가 김 감독이 투수 혹사, 구설수, 프론트와 기싸움 많은 감독인걸 모른단 말인가? 그런데도 한화팬들이 1인 시위까지 해가며 김성근 감독 데려오라고 한 건 성적을 내서 5886899 암흑기를 끊어달라는 것 외 다른 이유가 없다. 물론 지금 시점에서 보면 팬심이 자기 팀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사고사례로 KBO 역사에 남겠지만, 어디 야구판에서 팬이 좋은 의도랍시고 한 일이 망한 게 한둘인가. 파울볼만 떨어지면 100미터 밖에서 젖먹이 안고 쫓아온다는 21세기의 황구첨정 '아주라'도 내가 어릴 땐 좋은 문화라고 그랬다. 따지고보면 김성근 감독을 자기 팀에 데려오라고 하던 사람이 한둘이었나, 그 사람들은 그저 한화팬들에 비해 운이 좋았을 뿐이다.

이런 사진 올라올 때만 해도 다 좋아하지 않았나
 반대로 지금 김성근 감독이 욕먹는 여론만 들리고 온갖 과거사들이 모조리 발굴되는 것도 성적이 안 나오기 때문이지 예전과 다른 야구를 해서는 아니다. 올해 한화의 극심한 부진도 시즌 전 IF가 모조리 다 워스트로 발현되고 선수들이 퍼져서 저 모양이 된거지 운용 자체는 작년이랑 특별하게 다를 것도 없다. 이 기사1(링크), 기사2(링크), 한 팬의 수작업(링크)를 참조해 2015,16시즌 퀵후크 1위인 한화, 2015년 기준 퀵후크 2위팀 SK,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2010년 SK와의 간략한 비교를 해봤다.


 보다시피 별로 차이가 없다. 김광현, 카도쿠라, 글로버, 송은범있던 2010년 전반기 선발 방어율 1위팀이 저렇게 퀵후크를 했다는 말이다. 그냥 SK시절은 1위를 달렸으니까 침묵하고, 작년에 성적이 잘 나올때도 불펜을 3연투 4연투 굴려도 '패배의식을 씻어내기 위한 투혼'으로 포장을 하고, 올해는 팀타율과 팀승률이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고 있으니까 그때 묵시적으로라도 동조하던 사람들이 김성근OUT 이모티콘 붙이고 와서 아우성치는거지 혹시라도 작년에 가을야구 맛이라도 봤었으면 지금도 혹사 얘기 나오면 성적 내줬더니 고마운 줄 모른다고 되려 큰소리치는 작자 여럿 있었을 것을 확신한다.

출처 : http://mlbpark.donga.com/mlbpark/b.php?m=search&p=1&b=kbotown2&id=2450654

 지금 한화의 성적이 이 모양인 게 온전히 감독 탓은 아니나 저런 윈나우 사채볼을 땡기고도 꼴찌면 김성근 감독의 한화 커리어는 그냥 망한 것이다. 그것도 혼자서 망한 게 아니라, 팀의 미래도 같이 망했으니 최악의 감독이다. 거기다 대고 '지금 한화의 부진이 전부 김성근 탓은 아니죠' 이러는건 틀리지도 않지만 쓸모있는 말도 아니다. 또 예전엔 '김성근 야구'가 틀렸다고 말하고 싶으면 이기고 이야기하라는 말도 수없이 들었는데, 그럼 이젠 반대로 한화 성적이 압도적인 꼴찌니까 '김성근 야구관'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김 감독이 다음 프로구단에 재취업될 때까지 아무 얘기도 안할 것인가? 평생 야구 이야기를 못할테니 거참 답답하겠다.

그때도 유난스러웠지만 지금은 역대급 흑역사가 되어버렸다

 아직도 저 사람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긴 한다만 성적이 잘 나와도 잘못된 게 있을 수 있는거고 그 반대도 있을 수 있는데 팀 성적에 따라 비판하는 사람이 어그로에서 선지자를 왔다갔다하는 흐름을 이해할 수 없다. 김성근 감독의 야구가 사채볼을 넘어 도태볼에 이르른 것은 그냥 필연적인 -다행스럽긴 한- 흐름인 것이고, 저런 막장 야구도 성적 앞에선 투혼으로 포장하며 열광하다 성적 떨어지면 별 일도 아닌 것까지 다 들고나와서 물어뜯는 행태 자체가 매우 피곤하다. 저런 짓거리하면 망한다는 걸 만천하에 알린 것이 김성근 감독이지만, 그 태산에 가렸을 뿐이지 충분히 심각한 감독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너무 타겟이 한쪽으로만 몰리는 감이 있는터라 그 점도 우려스럽다. 감독 임기 끝나도 야구단 계속 운영해야할 프론트가 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저렇게 감독이 폭주할 때마다 개입해야할 이유다. 팬들이야 저렇게 성적에 따라 움직여도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들이지만 프론트는 그렇지 않다.

2016년 5월 2일 월요일

참여정부는 입학사정관제의 꿈을 꿨는가

 참여정부는 분권과 시스템 구축에 많은 힘을 기울였다. 거기에 따른 공도 있고 과도 있지만 그 중 교육정책은 정부나 대학, 학생 모두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설프게 자율을 부여했다가 대차게 망한 면이 많다. 하지만 지금 시행되고 있는 학생부 종합 전형, 구 입학사정관제의 부작용까지 참여정부 탓이라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우선 입학사정관제는 고교등급제와 논술강화로 인한 본고사 부활 논란이 한바탕 파란을 일으키고, 3불 정책을 일부 우회하는 범위 내에서 대학의 자율권을 보장해준다는 취지로 고안된 것이다. 당시 구체적으로 어떠한 배경이 있었는지는 몇가지 기사를 첨부한다.

전국 대학 입학처장 “3불정책 지켜져야” - 한겨레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8&aid=0000082893

CEOㆍ교육학자 "교육부 3不정책 폐지해야" - 매경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9&aid=0000401889

사립대 `논술·면접 선발` 잇따를듯 - 문화일보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1&aid=0000105282

도전받는 교육부의 '3不 정책' -한국일보 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38&aid=0000282359

 "3불정책에 대해서는 법제화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3불정책 중에 고교입학제나 기여입학제는 현재 입시문화에서는 허용해도 선택하기 쉽지 않다. 본고사와 관련해서는 현재도 대통령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본고사 금지 조항이 들어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이 똑같다. 대학관련 제도를 입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대학이 입학자율권을 발동해서 입학사정관이 다른 입학 조건이 같으면 권한을 발동해 뽑을 수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입시가 워낙 치열하다보니 대학이 할 수 있겠는가." -2005년 7월 20일 김진표 교육부총리

 그리고 이 입학사정관제는 당시 여야가 모두 찬성한 상태에서 시범 도입을 해보게 되고 2006년 연말에 6~10개학교를 선정할 예정으로 2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당시 야당도 찬성했다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한나라당은 이와 관련해서 특성화된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을 보장하는 자율형 사립학교 도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이미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또한 대학의 학생평가 자율성과 더불어서 질적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입학 사정관제 도입을 위해서 2007년 정부 예산안에 입학사정관 시범실시 예산을 배정한 바 있다는 점도 여러분에게 말씀드린다." -2007년 1월 16일 이주영 한나라당 수석정조위원장

 결국 2007년 가톨릭대, 건국대, 경북대, 경희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인하대, 중앙대, 한양대 이렇게 10개 대학을 선정해 2008 대입 수시 2차부터 시범 도입을 한다. 그러나 시범인만큼 서울대는 정원외 농어촌학생 특별전형, 특수교육 대상자 특별전형에 그쳤고 중앙대는 20명을 뽑는 등 어디까지나 제도 마련을 위한 테스트 차원이었다. 2009년 입시부터는 뭐 MB정부 때지만 이것도 참여정부의 영향이라고 치면 16개 대학에서 321명을 선발했으니 한 학교에 20명 꼴인데 많은 인원이라고 보기는 힘들지 않은가? 입학사정관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개입한 후이다.

 "과외해서 남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창의력이 없어진다" "입학사정관제를 하면 주요 대학에서 논술, 입시보다 면담으로 선발한다" "특정 지역, 특정 도시의 과외 받고 성적 좋은 사람만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에 다니면서 인정받는 시대는 마감하겠다" "우리 사회도 대학가지 않아도 자기 꿈을 펼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다 대학을 가야만 좋은 거라 여기고, 안 간다고 해서 웅크릴 필요 없다"고 주장하고 "또 대학도 논술도 없고, 시험도 없는 100% 면담만으로 가는 시대가 곧 올 것" -2009년 7월 24일 이명박 대통령

"내년부터 상당한 부분 대학들이 그렇게 가고 제 임기 말쯤 가면 아마 상당한 대학들이 거의 100% 가까운 입시사정을 그렇게 하지 않겠느냐 하는 그런 기대를 하고 있기 때문에" -2009년 7월 27일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 연설

 곧바로 10 대입에서 입학사정관제 선발 비율은 97개 대학 24,622명 (총 모집인원대비 6.5%), 11 대입에서는 118개 대학 37,628명(9.9%), 13대입에선 입학사정관제 선도대학 30개 중 신입생의 24.5%가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되었다. 서울대는 80%, 한양대는 40.9%에 달했고 정부지원금도 391억원까지 늘었다.

 저렇게 폭발적으로 증가한 입학사정관제가 성공적이었는지 어땠는지는 각자 판단할 일이지만 2010년 이후 월 소득 100만원 이하 가구에서 교육비 지출이 23,489원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그 중에서도 학원 및 보습교육에 투자하는 돈이 가장 크게 감소했으니 정부의 의지가 사교육 지옥을 막아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경제도 일단 죽여야 살릴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소득층이 자녀교육을 포기했다고 생각하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어 집권한 박근혜 정부는 그 대부분의 사람들과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는지 입시 간소화와 사교육 부담 경감을 목표로 입학사정관제 폐지를 밝혔다.

 -교육부 고위관계자는 27일 "입학사정관제 폐해가 적지 않은 만큼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방침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스펙쌓기에 몰리면서 학습 부담과 사교육비가 급증하고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http://www.nocutnews.co.kr/news/1017986#csidxf35d1a84a9b7119a90e10e56b402c3f
  
 그러나 여전히 정책은 시행되어 '대입전형에서 수시가 차지하는 비율이 69.9%에 이르고, 전체 대입전형 중에서 학생부교과전형은 39.7%, 학생부종합전형은 20.3%에 이른다. 하지만 서울의 주요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은 압도적으로 높다. 따라서 지금 대입제도의 대세는 학생부종합전형이다.' ( http://www.g-enews.com/ko-kr/news/article/news_all/201602041349528794697_1/article.html ) 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실정. 학생부 종합 전형은 입학사정관제의 개량형이니 폐지되긴 커녕 확고해진 셈이다.



 2008년 시범도입부터 2013년까지 6년 동안의 변화이다. 2012 대입은 글 쓰다보니까 찾기 귀찮아서 자료를 찾아보지 않았지만 큰 지장은 없을 것이다.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이 입학사정관 강화를 천명하자마자 시행하는 대학, 선발 인원 모두 엄청나게 증가한 것을 볼 수 있고 즉 정권 차원의 의지가 확고했던 사업이었는 것을 잘 증명하고 있다. 저게 참여정부 탓이라면 그럼 논술로 사실상의 본고사를 부활시킨려던 상위권 대학들을 강제로 찍어누르고 아무 대안도 마련해주지 않았어야 하나 아님 반대로 본고사를 부활시켜 봤어야 되나? 나중에 이명박 정부에서 총리까지 지낸 서울대 총장을 필두로 연일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했던 대학과 언론들을 나만 기억하는 것은 아닐텐데, 대안을 탐색하고 3불 정책을 유지하는 선에서 저 정도 테스트면 서로 납득할 수 있는 실험이었다고 본다.

 따라서 입학사정관제 시범도입이 로스쿨이랑 같이 묶여 참여정부 교육정책 흑역사 목록에 올릴 정도는 아니며, 굳이 따져보면 가장 중요한 목적은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 보장을 위한 절충안이었던 입학사정관 제도가 사교육비 절감 효과가 있다는 희한한 주장을 하며 매년 몇백억씩 쏟아부은 다음 정권의 실책이라 보는 게 합당하지 않은가?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가 구축한 시스템이라면 경끼를 일으키며 번복하려 했던 것은 둘째치고 보수 언론조차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첫 손가락에 꼽는 것이 입학사정관제일 정도인데, 그 제도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추진한 정책임을 애써 도외시할 필요가 무엇이 있는가. 하물며 거기서 더 나아가 참여정부 스노우볼이 굴려져서 입학사정관제가 갑자기 활성화되었고 그 결과로 신분제 고착화를 야기했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탑골공원식 2만원짜리 논리 비약이다.

2016년 4월 15일 금요일

20대 총선 후기, 그리고 자기 반성

 여권을 비토하는 입장에서 이번 선거는 최악의 구도였다. 야권은 서로 찢어져 반목하고 있었고,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싸움에 진보정당은 그대로 묻혀버렸다. 선거구 조정 결과 비례 몫이 줄어든 것도 긍정적인 요소가 아니었다. 3당 구도로 정계가 재편되며 최대 격전지 수도권에서 야권이 양패구상하며 어부지리로 여당이 압승하리라는 예측이 많았고, 나도 거기 동의했다. 

 개판 5분전인 야권 내분에 청와대와 여당도 막장으로 화답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레임덕을 막기 위해 당대표 김무성의 반발을 찍어누르고 친박 이한구를 공천위원장에 앉혔다. 선거 5주전인 3월 2주차에 여당의 지지율은 정점에 달했다. 북한 안보리 제재를 이끌어낸 대통령 개인의 국정수행 지지도도 부정에서 긍정으로 반등했으며 텃밭 TK의 지지율은 무려 69.9%로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욕심이 너무 과했다. 분명 명분은 상향식 공천을 주장한 김무성 대표에게 있었음에도 친이계, 유승민계를 공천에서 배제하고 그 자리를 진박으로 채우려들며 공천 과정에서 계파갈등이 극에 달했다. 

 더민주의 공천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 김종인 대표에게 막강한 권한이 쏠리며 사실상 전임 문재인 대표가 주장하던 시스템 공천은 폐기되었고, 그동안 당내 탱커 노릇을 하던 현역 의원들이 컷오프되고 특정계파 비례대표 후보자들의 자격논란이 제기되었다. 문재인 전 대표가 긴급 등판하고 컷오프자들이 결과를 수용하며 당장의 불만은 막을 수 있었지만 비례대표 문제는 끝내 해결하지 못했다. 이렇게 양당이 나란히 삽질을 하며 3월 3주차에 지지율 하락 성적표를 받아들고, 반사이익를 얻은 것은 고사해가던 국민의당이었다. 

 여당에서는 TK 진박공천에 반발한 김무성 대표가 공천장에 도장을 찍는 걸 거부하고 지역구 PK로 내려가버렸으며, 그동안 더민주의 텃밭이었던 호남은 대안으로 나타난 국민의당에 지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또 수도권은 호남으로 내려간 안철수에 대한 지지를 거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삼당합당 이후 굳어져있던 지역간 대립 구도가 새로운 형태로 희한하게 개편되고 있었다. 

 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의회정치에 대한 고찰이 부족하고 정치무관심층에 대한 어필에 천착하는 사람으로 여겼기 때문에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가 새정치 민주연합을 탈당하기 직전까지는 일단 기다리고 믿어보자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혁신전대는 당위성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혁신위원장 제의를 거부하는 것은 보상보다 책임이 훨씬 큰 일을 굳이 받을 필요는 없다고 이해했다. 그러나 소리 높혀 혁신을 이야기하던 사람이 탈당 후에 양당 구도를 깨자며 수도권이나 PK로 가는 게 아니라(TK는 갈 거라고 생각치도 않았다) 미리 합을 맞춰둔 호남 탈당파들 데리고 호남에 본진차리는게 새정치인가 싶었다. 

 국민의당 지지자들의 이야기들은 과정은 동의하는데 결론은 동의할 수 없었다. 예컨대 나는 조선후기 자본주의 맹아론보다 식민지 근대화론이 훨씬 더 설득력있다고 생각하지만 논의가 식민지 지배 옹호로 흐르고 더 나아가 이승만 쉴드에까지 이르면 그런 부류와 더 이야기를 할 실익이 뭐가 있겠는가?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유권자에게 거대 양당을 벗어나 한 가지 선택지가 더 제공되는 것이 나쁘지는 않다. 그런데 정동영, 천정배, 김한길, 박지원을 데리고 호남에 베이스캠프를 차리는게 새로운 시도라고 믿는 건, 결론은 안철수 대표 하나를 믿고 그 사람들을 감수한다는건데 거기에 대한 내 평은 짤 한 장으로 대신하겠다.


 내 눈에는 단물이 빠지다 못해 이젠 쓴물이 나는 인사들로 보인다. 하나만 봐 보자. 천정배는 민주당에 있을땐 지역구 공천 15% 여성할당제를 관철하려 하는 등 분명 진보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번에 각 정당이 지역구에 여성을 공천한 숫자와 비율을 보면 새누리당 16명(6.5%), 더불어민주당 25명(10.6%), 국민의당 9명(5.2%), 정의당 6명(11.7%) 이런데 저기 무슨 변화가 있는가. 설마 천정배가 공천에 지분이 없어서 저랬겠나. 정당들은 정책뿐만이 아니라 공천 과정에서도 더 여성을 배려해야 하고 압박을 받아야 한다. 트위터에서만 죽창운동하는 분들 생각과는 다르게 지역구 여성 출마는 현재 지형에선 그 자체가 험지출마고 따라서 훨씬 조직빨 정당빨을 더.. 어휴 굳이 멍청이들 얘기할 필욘없지. 아무튼 물론 안철수 대표가 처음 만든 정당이니 사람 구하기 어렵고 그런 건 있었겠지만 오히려 전보다도 퇴보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실망스러웠다.

 '한 손님이 식당에 갔습니다. 주인에게 뭐가 맛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옆집은 맛이 없다고 합니다. 다시 여기는 뭘 잘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옆집은 재료가 나쁘니까 절대 가지 말라고 합니다. 손님은 나가버렸습니다' 이러던 손님이 옆집에서 주방장이랑 잔반들 가지고 나와서 새 식당을 한다는데, 잔반 재활용 가게는 구청 위생과에 신고를 해야지 어떻게 신뢰할 수 있었겠는가? 

 안철수 개인의 확장성이 없다고 여기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새누리표 5% 가져오고 더민주 15% 가져오면 패시브로 35% 지지는 항상 가지고 있는 새누리당만 웃는 일일테니 모두가 망하는 길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한길, 천정배, 정동영 류의 지분 장사하는 사람들을 휘어잡고 별 잡음없이 공천을 잘 마무리한 것이 좀 신기하긴 했는데 이미 망한 선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신경쓸 여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표가 선거 직전에 호남에 가서 정계은퇴까지 거론하며 지지를 호소한 것도, 그 동안 지지했던 사람들에 대한 도리를 다해야함은 이해하지만 수도권 접전지역에 가는 것이 더 나은 판단이라고 느꼈다.

'남의 상품을 못 쓰게 해서 자신이 이기겠다고 하면 그것은 모두가 다 망하는 길'
2007년 경선에서 가카가 남긴 명언이다
 이쯤에서 각당의 20대 총선 예상과 밑밥을 정리해보면 먼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줄곧 180석 이상을 노리겠다고 하다 3월 공천파동 이후 150석으로 목표의석을 조정했고 산하 싱크탱크는 125석~130석 설도 제기했으나 지난 19대 총선에서도 블러핑을 친 전례가 있기에 종편조차 엄살로 치부했다고 한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107석 미만이면 당을 떠나고 비례대표도 그만두겠다고 공언했으나, 확실한 의석은 70석 정도라고 밑밥을 깔았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최소 20석, 최대 40석을 예상하며 목표에 못 미칠 시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두자릿수 의석을 목표했다.

 내 예상은 대략 165석/100석/20석/4석/나머지 이 정도였는데, 이것도 사실 별 자신은 없었다. 새누리 180석 대폭발만 아니라면 좋겠다 그 정도 마음가짐이었다고 해야 맞는 것 같다. 우리 지역구도 결과가 정해진 곳이라 별 의욕도 없었다. 투표소 열자마자 가서 투표를 하고 집에 와서 다시 잤다. 평소에 이 시간에 투표를 하면 노인층 사이에 껴서 하게 되는데, 이 날은 젊은 사람들이 많아서 좀 이상하긴 했지만 뭐 비도 오고 투표소 위치가 바뀌어서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다지 의미를 둘 만한 건 아니겠지만.. 그리고 종일 놀다가 오후 6시가 다 되어가길래 출구조사만 보고 끄려고 TV를 켰더니 이런 광경이 보인다.



  불편한 기분으로 편하게 내려놓았다. 곧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저걸 보면서 생긴 의식의 흐름은 다음과 같았다.

 생각보다 잘 됐다 -> 안철수 대박이네 -> 수도권은?

 개표가 진행될수록 더더욱 신이 났다.

출처 네이버 선거섹션
  감히 정알못인 내가 갓철수-갓태규님을 의심하는 불경을 저질러 송구했다는 것을 자인한다. 국민의당은 실제로 온건 보수층에게 어필했다. 호남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구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였으나, 비례대표에서 새누리당의 득표를 35% 아래로 끌어내리고 더민주보다도 많은 득표를 기록하며 비례대표 공천이 훌륭했다는 것과 지역구 결과는 유권자들의 전략적 투표 결과임을 증명했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 안 대표임은 확실하다. 조직과 사람을 더 갖추고 차기 선거에 임한다면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호남 지역구에서의 지지층과 수도권 비례대표에서 국민의 당을 선택한 지지층의 성격이 상이한 것은 불안요소이고 이를 노린 당내 꾼들이 야권통합을 외치며 기어오르겠지만 안 대표의 일관된 입장을 보면, 정책적인 연대는 할지언정 앞으로도 당 대 당 차원에서 통합이나 후보단일화는 고려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소선거구제 폐지와 결선투표제 도입이 야권 입장에서 중요한 이유이다. 많은 변화를 이끌어내길 바란다.

 전통적 지지 지역인 호남을 잃으며 벼랑에 몰린 더민주는 수도권에서 압승을 거뒀다. 본의는 아니었겠지만 호남색이 빠진 역작용으로 꾸준히 추진해온 동진정책-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보면 수도권에서 PK 진출을 한 남진 구도가 되었지만-도 드디어 결실을 맺어 호남 없이도 원내 1당이 되어버린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었다. 선거 망하고 비대위원장 할 줄 알았던 문희상 의원이 졸지에 국회의장 후보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공은 문재인 전 대표에게 돌아가야 마땅하다. 이번에 안철수가 확장성을 보여줬다면, 문재인은 결집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호남에서 문 전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고 읍소하였으나 지역구에서 국민의당이 약 47%, 더민주가 38% 정도를 득표하며 애매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은 부담이다. 그렇다고 수도권과 PK에서 대승을 거둔 제1당의 대선주자가 호남 부진을 이유로 은퇴한다? 이건 문 전 대표가 다시 호남을 방문해 선거용 무리수였음을 인정하고 깔끔히 사과한 후 용서를 구하는 걸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문재인과 투트랙으로 나서 경제민주화와 포용적 성장을 영업한 김종인 대표도 공신 목록 두번째에 이름을 올리겠지만 대선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 큰 득을 보진 못할 것이다. 여러 계파가 난립한 17대 총선과 달리 탈당파가 국민의당으로 이미 갔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이다.

너무 나갔다

 새누리당의 참패원인은 근왕파와 공화파가 대립한 공천 탓도 있으나 경제실책과 폭정에 소위 합리적 보수층이 대거 이탈한 결과이다. 경제민주화 폐기로 시작되는 친재벌 드라이브는 낙수 효과 뻥카가 드러난 후에도 지속되었고, 여야의 합의를 청와대가 뒤집는 건 예사에 비판세력을 탄압하는데 정치력을 너무도 많이 소모했다. 특히 선거를 앞에 두고 추진한 개성공단 폐쇄, 테러방지법 제정,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 등은 누가 봐도 이유로 든 합목적성보다 선거용 프로파간다로서의 의미가 큰 정책이었기에 온건 보수지지자들이 질려 떨어져 나갈 수 밖에 없었다. 거기에 명분없는 공천파동까지 더해진 것이 한심함의 정점을 찍었다. 야권분열의 꽃놀이패를 믿고 안이했다. 김무성을 필두로 오세훈, 김문수 같은 예비 대권주자들이 대거 체면을 구긴 것도 큰 부담이다. 뭐 야권지지자 입장에서야 새누리가 아직도 정신 못 차린 개인 팬덤 말 듣고 계속 배신의 정치 응징하면 재밌긴 하겠지만, 질낮은 말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없다. 만약 청와대가 정치적 노림수로 깜짝 반등을 노린다면 남북정상회담 카드 정도가 있겠는데, 지금까지 보여준 정치적 감각으로 저거 만졌다가는 손목이 날아간다. 위안부 합의, 세월호 참사 때의 무능한 대처같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그 사람들 청와대에 초청해서 위로하고 노력하겠다는 액션만 취했어도 반대파들을 반정부세력으로 라벨링하는 정치혐오 전략이 훨씬 잘 먹혔을 것이다.

 정의당은 목표 의석을 달성하지 못하였으나, 3당 체제 유탄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정도로 이야기하면 되겠다. 가는 데마다 다른 야권후보 잡아먹으면서 연전연패하던 노회찬이 마침내 승리를 거뒀다는 것도 뭐 성과라고 둘 수 있겠다.

 내 선거 예상이 틀린 이유는 단순하다. 안철수의 확장성을 과소평가했던 것이 먼저고, 사람의 변화를 믿지 않고 콘크리트가 깨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마음 속에 먼저 사람을 판단하는 선을 그어놓았다는 것을 느끼고 선악론과 국개론에 매몰된 것이 아니었나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정치는 타협과 설득을 바탕으로 하는게 마땅하다. 물론 어느 세력이나 대화가 불가능한 콘크리트는 있다. 그런 사람들과 시간낭비할 필요는 없겠지만 일단 논리를 가지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나 또한 언제든 설득될 준비를 해야할 것이다.

2016년 3월 29일 화요일

중앙대 쪽문 위치

 저 길 쓰는 사람은 은근 많지만 가는 길을 누가 적어놓은게 없어서 늙은 내가 적는다. 중문 옆 쪽문은 요즘 막힌 것 같고, 센트레빌2차와 은로초등학교 쪽으로 빠지는 쪽문 가는 길이다.

 학관 왼쪽 아래로 내려오는 통로를 따라가면 구두&열쇠방이 있고 계속 지나가면 쪽문이 나온다.


 정면으로 나가면 쪽문, 건물 뒤 오른쪽 비포장 통로를 지나면 영죽무대/공대 가는 길. 


  입구를 되돌아보면 이렇다.



 나와서 왼쪽을 보면 이런 구도가 보이고 길을 따라가면 아래 사진같이 트인 길로 나오게 된다. (아니면 사진엔 없지만 오른쪽 단지 내 통로를 쭉 따라간다)


 트인 길로 나오거나 단지 내 통로를 빠져나오면 오른쪽 109동 말고 정면에 보이는 114동 쪽으로 걸어간다. 안전펜스 아래로는 은로초등학교와 재개발로 철거된 구 주택가 현 공터가 보인다. 114동 왼쪽에 붙어있는 상가 입구로 들어가 국민은행 ATM기 있는 반대편 출구로 나와서 단지를 벗어날 수 있다. 단지 정문으로 나오고 싶으면 쭉 더 위로 올라가면 된다.

 상가 반대편 출구를 이용하면 이렇게 나오게 된다.



 한편 학관 왼쪽 길이 아니라 봅스트홀 뒷편 주차장도 쪽문과 통한다.



 좌측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봅스트홀에서 쪽문을 가려면 대나무밭을 가로지르는 비포장 통로를 통해 가는데 은근 경사도 있고 흙바닥이라 딱 각개전투 교장 가는 기분이다. 비오는 날 눈오는 날 이런 날은 가고 싶지 않다.

 2017년 7월부터 12월까지는 구 학관 철거공사로 인해 쪽문이 폐쇄되었다.

2016년 3월 24일 목요일

LG G4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통화만 되고 오디오 기능이 안되는 증상

 일전에 G4 와이파이 문제로 보드 교환한 이야기는 포스팅했지만, 사실 블루투스도 살짝 이상한 폰이다. 단순히 가끔 블루투스가 끊긴다 이 정도 수준은 아니다. 소프트웨어 문제인지 하드웨어 문제인지 아니면 내 뽑기 문제인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고-서비스센터 가면 롤리팝으로 센터 초기화나 해주고 난 하루종일 공인인증서 다시 깔겠지- 증상을 적어보면


 이게 정상상태, 블투로 전화-오디오가 모두 잘 된다.


 이상상태, 블투로 통화는 되고 오디오는 본체에서 나오고 왜 그런지는 모른다.


 1) 설정 메뉴로 들어가서 저 체크된 부분을 모두 해제하고 다시 체크하거나 2) 블루투스를 껐다 키거나 3) 페어링을 다시 잡거나 4) 재부팅을 하면 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다.

 집에 굴러다니는 다른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다시 테스트를 해볼수는 있지만 하늘 아래 새로운 뽈딱은 없으니까 비슷한 케이스를 좀 찾아보기로 했다.


  난 글이 한 300개쯤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없어서 좀 의아했다. 그러면 특수한 사용환경에 원인이 있을 수 있다. G4가 두 개 이상의 블루투스 디바이스 혹은 앱과 동시에 사용하기 힘들다면? 나는 시럽이나 오케이캐쉬백처럼 블투 쓰는 통신사 앱은 안 깔아놨으니 당장 생각나는건 샤오미 미밴드 앱이었다. 미밴드도 폰이랑 블루투스로 연결되는 거니까 ㅇㅇ 저걸 지우면 미밴드를 못쓰겠지만 노래 한 번 들을 때마다 폰 재부팅하는 것보다야 저게 낫지 싶어서 지웠다. 다시 블루투스 이어폰을 켜보았다. 거짓말처럼 잘 된다. 그럼 G4에 LG스마트워치랑 LG블루투스 헤드셋 이렇게 두 개를 물려써도 이럴까 잠깐 궁금했으나 어차피 내가 미치지 않은 이상 저 두 개 살 일은 없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한 줄 요약 : 다른 블루투스 디바이스 / 사용 앱을 모두 지우세요

 추신 - 최근 G4 사용자 카페의 메인 이슈는 무한부팅에서 크랙으로 넘어가는 듯하다.

2016년 3월 17일 목요일

ES탐색기+MX플레이어로 특정 코덱 스트리밍시 앱이 멈추는 증상

 베가 시크릿노트와 G4 모두 겪었던 증상이다. 핸드폰 ES탐색기 앱으로 (LAN이든 FTP로든) 내 NAS에 들어가서 특정 코덱을 쓰는 동영상을 스트리밍으로 재생하면 한 5초쯤 잘 재생되다가 화면이 멈춘 후에 좀 있으면 MX플레이어가 프리징되고, 앱을 껐다가 재시작해도 폰을 재부팅하기 전엔 다른 동영상도 제대로 재생되지 않았다. MX플레이어 외부 코덱은 설치한 상태였다.



 그냥 설정에서 SW디코더(로컬), SW디코더(네트워크)를 체크해주고 보면 잘 되었다.

서비스센터 삼고초려 : LG G4 단점 위주 후기

 나는 되도 않게 쉴드치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복장이 터지는 병이 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리뷰는 단점 위주로 적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약정기간이 꽤 남아서 번이 대신 기변을 해야했기 때문에 아이폰이나 갤럭시S 시리즈는 어려웠고, 갓-삼성의 보급형 A7 2016과 헬-지의 전전세대 플래그쉽 G4 중 후자를 골랐다. 몇년전 강남 교보문고 뒷편에서도 안터지는 옵큐1,2의 헬헬 조합을 많이 만져봤기도 하고 또 매번 반복되는 LG폰 결함시리즈도 보면서 헬지는 웬만하면 걸러야 한다는 것은 아주 잘 알고 있었지만, 이제 팬택이 존재하지 않는 시대에 저 정도 금액대에선 별로 선택권이 없다. 'TG'에서 유통하는 '중국폰'보다야 LG가 딱히 못한 것도 없지 않은가? 그렇게 2월 말에 G4를 샀다. 보통 전자제품은 한달은 써보고 리뷰를 쓰는데, 이번엔 더 사용해봐야 별 거 없을 것 같아서 지금 쓴다.

 우선 이 제품을 사기 전에 미리 파악한 주요 단점들은 다음과 같다.

 1) 제조사가 LG
 2) (냉납 현상으로 추정되는) 무한 부팅 이슈가 있음 - 초기 생산주차 제품들을 피해야함
 3) 스냅드래곤 810 발열 문제로 808를 차용하고 1440p 해상도 - 필연적인 저성능
 4) 액정 잔상 - 이건 2)에 비해 적은 빈도로 나타나는 것 같다
 5) 퀵차지 2.0 충전기 미탑재 - 폰은 퀵차지 2.0을 지원하지만 번들 충전기는 일반형

 2번에 대해서 부연설명하면, 사용자 카페에 매일 한두명씩은 드디어 걸렸다고 수리 후기가 올라오는 수준이다. 그런데 IT기기를 쓰면서 사용자 카페에 가는 사람도 별로 없겠지만 후기까지 쓰는 비율이 얼마나 될 것이며 또 주변에서 G4 쓰는 사람을 본 적이 얼마나 있는가? 난 아이폰을 한 5년 쓰면서 단 한번도 카페에 글을 적어본 적이 없다. 뭐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하면서 등업글은 적었을런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런 것까지 생각하면 뭐 100% 걸린다 생각하는게 나을 것 같다.

 아무튼 새 전자제품이 오는 건 기쁘니까 반갑게 택배님의 존안을 뵙고 제품을 열어보니 2015년 4월 생산 제품이었다. 이 제품이 15년 4월 29일에 출시되었으니까 어지간히도 안 팔렸나보다. 구성품은 본체, 배터리 2개, 배터리 거치대, USB 케이블, 충전기, 번들 쿼드비트 이어폰, 매뉴얼 이 정도고 별로 좋지 않은 품질의 기본 필름이 기계 전면과 측면에 붙어있다. 안드폰을 써본 적은 있기 때문에 우선 받자마자 공초를 하고, PC를 통해 마쉬멜로우 판올림을 하고, OTA 방식으로 진행되는 패치도 받아 깐 후에 이것저것 필요한 앱들을 다운받았다. 그리고 첫번째 난관에 봉착했다. 왜 지갑 위에 핸드폰을 올려놓으면 소리가 나지? 외모와는 달리 IT 관련 학과에 있는 김모 박사에게 문의를 해보았다. NFC인가 뭔가랜다. 그게 뭐냐니까 또 버럭버럭 성질을 쳐내면서 그냥 NFC를 끄라길래 그렇게 했더니 소리가 안 난다. 뭐 저게 내가 위험에 쳐했을때 자동으로 112나 119를 부르는 기능이 아닌 이상 꺼도 별 상관은 없을 것이다.

 두번째 난관도 곧 찾아왔다. 3시간쯤 물려놨는데 충전이 2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예상보다 빠른 교품각인가 싶었지만 다른 충전기, 케이블을 사용해보니까 또 잘 된다. 서비스센터에 들고 갔다. 멀티탭 문제일 수 있지만 일단 충전기와 케이블을 바꿔준댄다. 집에 돌아와서 교환받은 걸로 다시 해보았다. 이번엔 잘 된다. 혹시 몰라서 무한 부팅 이슈에 대해 물어봤는데, G4 판매량 대비 증상 발생이 많은 편은 아니라는 안내를 받았다. 음..

 세번째 난관은 쓴지 한 사흘쯤 되던 때 찾아왔다. 공유기 바로 옆인데 자꾸 와이파이 신호를 놓쳤다면서 LTE로 넘어가려고 한다. 자동 전환 옵션을 껐더니 와이파이로 하스스톤을 두 판쯤 돌리면 다음 판 중간쯤에서 접속 종료가 되기 일쑤다. 처음에는 일시적인 게임 문제인 줄 알았다가 그땐 다른 앱으로 인터넷 접속도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게 계속 반복-재현 되는 현상이라는 것까지 다다랐다. 꼭 하스스톤할 때만 그런 것도 아니고 발열이 좀 있다 싶으면 높은 확률로 그랬다. 이럴 땐 와이파이를 껐다 키든가, 5GHZ에서 2.4GHZ로 또는 그 반대로 전환을 해서 아무튼 신호를 새로 잡아줘야 원상복구가 된다. 아니면 아예 LTE를 쓰든가. 와이파이 설정 초기화 그런 건 별 소용이 없었다. 히든메뉴 진입이 아니라 후면키를 이용한 방식으로 공초를 해봤다. 한시간 만에 다시 똑같은 증상이 생겼고 빈도는 줄었지만 간헐적으로 계속 나타났다. 어떻게 사용할 때 이런 증상이 나타나나 대충 정리를 해보았다. 1) 블루투스를 켜고 2) 5GHZ 와이파이를 잡고 3) 발열이 심해질 때 주로 나타났다. 한 번 증상이 발생하면 재부팅 혹은 배터리를 교환해도 단시간 내 발열 있는 앱 사용시엔 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동 시간 다른 와이파이 사용 기기들은 전혀 이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건 내가 센터 보여주려고 찍은 동영상이다. (업로드를 위해 저용량으로 재인코딩) 혼자서 한손으로 G4 조작하고 한 손으로 촬영하느라 찍기도 어려웠고, 저런 걸 언제 또 해본 것도 아니라 조작 실수가 좀 있다. 우선 접속 안 되는 처음 화면은 크롬이고, 나중에 재연결한 후에 켠 앱은 네이버라든가 디버그 스크린은 찍은 기기 화질이 구려서 보이지도 않고 거기서 WIFI 메뉴를 들어가지도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도 나오지 않고 뭐 그렇지만 대충 무슨 증상을 겪었는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공유기와 호환 문제가 있을수도 있기에 적어보자면 내가 사용하는 공유기는 ipTIME A3004다. 저 회사 2014년 후반기 플래그쉽 제품에서 간이 NAS기능만 뺀거라, 내 생각엔 방 하나에서 쓰기엔 넘치는 제품이다. PC 두 대에 아이폰5, 아이패드4, 서피스 프로3, 베가 아이언2, 베가 시크릿노트, 크레마 샤인, 울트라씬 노트북 등 꽤 많은 기기들과 연결해서 사용하며 문제를 겪은 적이 딱히 없다. 평소에 펌웨어 업글도 생각날 때 마다 하고 저 증상이 처음 보였을때 공유기 펌웨어 업데이트도 다시 확인하고 와이파이 채널도 바꿔봤다. 별 소용은 없었다. 센터에 방문했더니 특별한 이상을 보이진 않으며 서머너즈워가 에러 로그를 많이 남겼다는 소견과 함께(증상이 발생한 날짜/시간대와 로그는 일치하지 않았다) 마쉬멜로우는 업데이트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럴 수 있다고 롤리팝으로 다운그레이드를 추천했다. 기기 간 궁합이 있을 수 있다는 건 나도 잘 이해하고 있지만, 11월에 판올림이 있었고 지금이 3월이고 그동안 몇번의 패치도 있었으니까 내 입장에선들으면서도 해결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일단 따랐다. 센터에서 롤리팝 상태로 돌려주겠으니 2주 정도 메신저 앱 정도만 깔고 사용해보라고 했다. 사실 센터측에서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고 일리없는 이야기도 아니다.

 네번째 난관은 곧바로 찾아왔다. 센터에서 직접 공초 및 롤리팝 판내림을 받고 집에 오자마자 와이파이 잡고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누르는 순간 연결되지 않음이 떴다. 와이파이를 끄고 LTE로 접속을 하니까 잘 됐다. 다시 와이파이 상태로 전환하고 앱 하나를 다운받았다. 그리고 다음 앱을 받으려고 새로 플레이스토어 검색을 하니 다시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구글 도움말을 따라 열심히 따라해봤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공초를 또 하니까 또 되긴 된다. 그냥 헬지는 그렇게 쓰는 겁니다 하면서 쓰려다가 며칠 후 또 그러길래 전후사정을 전화로 설명하고 세번째로 센터를 찾았다. 이 증상은 보고된 바가 없고 딱히 하드웨어상 문제는 보이지 않지만 보드를 교환해준다고 했다. 난 교품날짜가 지난 줄 알았는데 오늘까지 된다고 설명을 받아서 교품증을 끊으려다 먼 대리점 가기 너무 귀찮아서 그냥 보드 교체를 받기로 했다. 그런데 정말 보고된 바가 없을까?

http://www.ppomppu.co.kr/zboard/view.php?id=phone&page=1&divpage=588&search_type=subject&keyword=g4+%BF%CD%C0%CC%C6%C4%C0%CC&no=3126565

https://www.reddit.com/r/lgg4/comments/3t4q7q/wifi_never_works_properly/

https://www.reddit.com/r/lgg4/comments/46onjz/wifi_connected_but_no_data/

 사용자 카페에서도 G4 사촌격인 V10을 사용하는 이용자도 똑같은 증상을 겪고 보드를 교환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는 글도 있었고, 댓글에서 G3 cat 6 이용자가 자기도 겪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니까 우리 지구촌 친구들이 모두 보고를 하지 않았던 듯 하다. 여담으로 보드 교체를 받고 개선된 점이 분명히 있었다. 전엔 재부팅을 하고 20-30초는 지나야 와이파이를 잡았는데 이젠 바로 잡고, 전화 수신률 수치도 소폭 상승이 있었다. 개선품 보드로 교체했을테니 이제 무한 부팅 걱정도 덜어도 되겠지.

 다섯째, 그러나 보드를 교환한 날 저녁 증상은 다시 찾아왔다. 초기화하고 업뎃하는 것도 지쳐서 그랬는지 이번엔 OTA로만 할 수 있는 마지막 업뎃 하나를 안했길래 그거나 마저했다. 그냥 블루투스 안 쓸 땐 끄고 와이파이도 문제가 발생하던 5GHZ 대신 2.4GHZ 위주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러고나니 어제 오늘은 좀 잠잠한 것이 원래 헬지는 이렇게 쓰는건가보다. 우리 지포 미쳐.

 와이파이 문제는 충분히 적었고, 이제 알려진 다른 단점에 대해 우선적으로 여기는 부분부터 간략히 적어보겠다.

 1) 성능 : 서머너즈워라는 저사양 게임을 돌려보았다. 동영상에서 위는 베가 아이언2(2014년 5월 출시, 스냅 드래곤 801, 1080p), 아래가 G4이다. 역시 업로드를 위해 저용량으로 재인코딩을 했다.


 로딩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이거랑 하스스톤말고 다른 게임을 해본 건 아니지만, 다른 게임도 뭐 다를 이유가 없을 것이다. G4는 1440p를 차용한 탓에 분명히 느리다. 아니 5.5인치 핸드폰에 1440p를 쓸 일이 뭐가 있나, 현실적으로 G3에도 1440p넣었는데 G4에 1080p 넣을 순 없었겠지만 그거야 걔네 사정이고 핸드폰이 아니라 PC 모니터도 아직 27인치까지는 1080p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2) 발열 : 충전하면서 게임하면 뜨끈해지기는 하는데, 내가 보드를 갈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글쎄 이걸 심하다고 할 수준인지는 잘 모르겠다. 여름되면 또 다르려나.

 3) 액정 잔상 : 아직 겪지 않았다.

 4) 충전기 : 알려진대로 번들 충전기는 퀵차지 2.0을 지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퀵차지 2.0 지원 충전기를 따로 사기도 애매한게 어차피 G4는 착탈식이라 배터리 딸랑거리면 교환하면 그만이고 난 보조 배터리도 있다. 또 거치대 충전은 고속충전이 되는 것도 아니라 잘 쓰지도 않는 본체 충전땜에 멀쩡한 충전기 냅두고 사기도 내키지 않는다. 원가절감같은건지 모르겠는데 왜 저런 짓을 했지? 이건 별개 일인데 서피스 프로3 어댑터에 USB 포트가 있는데 그걸로 충전하면 케이블을 가린다. G4, 아이언2 번들 케이블을 물리면 충전이 됐다 안됐다 하고 따로 구입한 LG 모바일(LG전자와는 다르다고) 케이블도 마찬가지다. 퀵차지 2.0 지원기기들을 물리면 이렇다는데 신기한 건 중국산 블루투스 이어폰 살 때 따라온 짧은 케이블로는 또 충전이 잘 된다.

 5) 배터리 : 사람들이 또 많이 단점으로 지적하는 부분이다. 아몰레드 쓰는 아이언2보다는 확실히 못한 것 같은데, 내가 전에 쓰던게 아이폰5랑 베가 시크릿노트라 그거랑 비교한다고 하면, 같은 IPS인 쟤들에 비해서 G4가 광탈이 심하다고 이야기하긴 어렵다.

 6) 후면키 : 후면키에 대한 불만이 올라오면 어차피 노크온으로 화면은 껐다 키고 후면키 사용비중 낮잖아요 하는 게 주요 레파토리이다. 그러면 측면 물리키도 있고 노크온도 있는 게 더 좋은 거 아닌가? 이게 카툭튀 디자인까진 아니지만 배터리 커버도 얇고 후면에 키까지 달렸는데 그게 노출까지 되니까 바닥에 폰 두기가 애매하다. 그렇다고 액정을 아래로 하고 놓는 것도 그닥 내키지 않는다. 개통 대리점에서 투명 젤케 준 거 끼니까 케이스 두께가 있어서 바닥에 바로 닿지는 않겠더라.

 7) 소프트키 : 내 기준에선 물리키보다 좋다.

 8) 기타 : 갤6만하겠지? 싶었는데 생각보다 10% 정도 더 컸다. LG백업도 영혼까지 백업해준다길래 아이튠즈 같은건가 기대했는데 막상 써보니까 그 정도엔 못 미치고 로그인 설정까지 복원되는 앱도 있고 아닌 앱도 있고 뭐 없는 것보다는 편한 정도. 쌩폰으로 바닥에 두고 쓰기 힘든 곡면 디자인도 이게 무슨 장점이 있는지 난 잘 모르겠다.

 단점을 길게 적었으니까 장점은 간략하게만 적자면,

 1) 카메라 : 생각보다도 좋았다

 2) 착탈식 배터리 : 편함

 3) 마이크로 SD 지원 : 16기가 폰 쓰다가 기본 32 + SD카드 조합쓰면 신난다

 4) AS센터 : 팬택이 망하고 이제 서울에는 센터 6개 남은 것을 알고 있는가? 동네 팬택 센터 직원들이 참 친절했는데 하루 아침에 센터 없어지고 그 양반들 다 어찌됐는지 참.. 고장 안나는 게 최우선이긴해도 주변에 센터 많은 건 좋은거다.


 총평하자면 위 짤 같은 느낌이었다. 사람의 탈을 쓰고 어떻게 2주 동안 센터 3번 가고 보드 교체한 핸드폰을 다른 사람한테 추천할 수가 있겠는가? 물론 개개인마다 뽑기 운이 있고 사용 환경이 다르니까 이런 고통을 겪은 게 그냥 운이 없어서일수도 있고, 지금 저 사단을 겪고난 후 폰을 내가 못 쓸 정도는 결코 아닌데 저런 거 다른 사람 해줬으면 해주고도 욕먹었겠다. 애플도 싫고 삼성도 싫어서 그나마 LG가 나을 거라는 이명준같은 이가 있다면 그래도 남한이 낫지 않겠습니까 말을 하긴 오지랖이겠지만, 쟤네 폰은 출시된지 6개월 넘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번엔 무슨 문제가 발생했는지 나오고 사라는 조언만이라도 해주고 싶다. 난 햅틱착 이후로 쓴 폰엔 전부 다 메이커 필름을 사서 부착서비스까지 받았고 케이스도 신경써서 샀는데 이번 폰엔 개통점에서 준 싸구려 필름이랑 케이스만 쓸거라는 걸로 이 폰에 대한 내 생각을 마무리하겠다.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파손보험은 남겨둬야겠다.

 한줄 평 : 싼 게 다 그렇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