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27일 토요일

비루한 문화생활 - 아캄 시리즈(어사일럼, 시티, 오리진), 어쌔신 크리드 4, WWE 2K15, 이스 오리진, 미들어스:섀도우 오브 모르도르 DLC

 1. 아캄 시리즈

 어사일럼과 시티는 2013년 여름세일 때 구입했었고 오리진도 작년에 샀던 것 같지만 그동안 와우 하느라 바빴기 때문에 지금에서야 플레이하게 되었다. 아캄 나이트도 지포스 쿠폰으로 구했기 때문에 시리즈 4개를 한꺼번에 리뷰하고 싶었는데, 워너 놈들이 워너코리아 철수할 때 뒷끝을 보여주는듯 PC판 발매 전날에 한국 출시일을 일본이랑 맞춘다고 3주를 미뤄놔서 이번 기회에 하지 못했다. 뒤늦게 한국 버전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하긴 했지만 그게 일본이랑 같은 날에 출시할 이유가 된다고 보지 않고 지금도 우회접속과 한글 언락 패치로 잘만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별로 신뢰가 가는 해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1) 아캄 어사일럼

 2009년에 나온 시리즈 첫 작품이라 현재 시점에선 오래된 게임이지만, 투박한 면은 있을지 몰라도 촌스럽지는 않다. 스토리, 연출, 조작성 모두 훌륭하고 퍼즐 요소나 파고들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수집과제도 풍부하다. 다만 스케어 크로우를 제외한 나머지 보스전은 잘 이야기해도 평이한 수준에 불과했다. 유저 한글 패치가 있다. 20-80 스케일로 60점. 

 2) 아캄 시티

 전작의 장점들을 잘 계승해가며 오픈월드 요소를 가미해 게임을 더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게임의 볼륨이 느는 동시에 파고들 거리도 많이 생겼다. 배트맨 세계관으로서도 게임으로서도 많은 면에서 훌륭하다. 게임을 시작하면 브루스 웨인이 위기를 탈출하고 배트맨 슈트를 입게 되는 과정을 속도감있게 묘사하는데, 이 초반 연출이 전형적일지 몰라도 마음에 들었다. 히어로물이 일상에서 영웅담으로 넘어가게 되는 장치를 무시하거나 축소하면 초반 몰입에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누가 봐도 배트맨인 것 같은 떡대가 누가 봐도 조커인 것 같은 나쁜 놈을 묶어서 감옥에 쳐넣으러 가는데서 시작하는 어사일럼과 브루스 웨인의 반전매력으로 시작하는 시티 모두 이야기의 시작이 굉장히 강렬하게 와닿는 셈이다. 도시 내를 자주 이동해야 하지만 자동 이동 기능이 아예 없어서 일일이 와이어를 타고 다녀야 하고 그래서 배트맨보다는 스파이더맨 스킨을 입히면 더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던 것과 할리 퀸이 뇌가 표백된 애로 나와서 캐릭터의 매력이 없었다는건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로빈을 플레이할 수 있는 DLC는 괜찮았다. 공식 한글화. 20-80 스케일로 65점.

 3) 아캄 오리진

 본가 락스테디가 아니라 워너 산하 개발사에서 제작한 시리즈의 프리퀄 격인 작품이다. 아캄 시티에 비해 시스템적으로 크게 진보한 모습이 없고 발매 초기 버그들도 많아서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반대로 무리한 시도를 피하면서 장점들은 잘 따왔고 프리퀄답게 압축성있게 빌런 창고 대방출을 하는데 성공했으며 보스전 디자인은 전작들보다 훨씬 발전했다. 플레이하기 전에 악평을 하도 많이 봐서 사면서도 헛돈 쓴 거 아닌가 싶었는데, 오히려 중반부 이후부터는 가장 몰입해서 한 시리즈이다. 특히 조커가 어떻게 배트맨에 집착하게 되었는지 묘사한 연출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미스터 프리즈가 메인 빌런으로 나오는 '차갑디 차가운 마음' DLC도 재미있게 했다. 공식 한글화. 20-80스케일로 65점.   

 2. 어쌔신 크리드 4 : 블랙 플래그

 어쌔신 크리드1을 별로 재미있게 하지 않았고 이후 시리즈는 해본 적이 없는데다 직전에 아캄 시리즈를 너무 재밌게 했기 때문에 어쌔신 크리드4를 시작할 때는 정말 기대가 없었다. 그냥 아캄 나이트 나오기 전까지 이거나 하자 그 정도였다. 튜토리얼 격인 초반 미션을 할 때만 해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었고 배를 직접 몰고 다니는 것도 귀찮았다. 그런데 해적질 조금만 더 해서 여기까지만 업그레이드하고 오늘은 이만하자 며칠 반복하다보니까 내가 이 게임을 얼마나 했지 생각해보니 기억이 안난다. 메인 스토리 진행보단 바다 위에서 해적질하고 보물찾고 정신없이 하느라 20시간 가까이 했어도 몰랐던 것이다. 대항해시대2 뺨치는 엄청난 몰입도였다. 물론 대항해시대 시리즈와는 지향하는 바가 많이 달라서 같은 갈래의 게임으로 보기엔 무리가 따르지만, 해상 파트는 정말 재미있게 했고 육상 파트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별개로 게임과 연동되는 컴패니언 앱도 재미있었다. 지도와 무역 기능을 수행하는데 지도 대신 패드를 펼쳐놓고 항해를 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옵션에서 출혈 표시 여부를 조절할 수 있는 것도 거대 개발사다운 배려였다. 스토리는 별로인게 주인공의 행동에 별로 공감이 되지 않고 얼기설기 대충 넘어가는 부분이 많이 존재하는 부분은 아쉬웠다.  공식 한국어화 게임이지만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고 기술적으로도 자막에 배경색이 없고 매번 실행할 때마다 옵션을 바꿔줘야 하는 문제가 있다. 전자는 해결이 불가능하지만 후자는 유저 패치를 통해 개선 가능하다. DLC는 전작 등장인물이 나온다는 거 외엔 전형적인 동선 꼬아놔서 플레이타임 늘린 짧은 스토리. 20-80 스케일로 70점.

 4. WWE 2K15

 플스2 시절 스맥다운 시리즈를 엄청나게 했었다. 3,4,5,스맥다운 대 로우, 스맥다운 대 로우 2006, 2007 다 사서 했고 지금도 가지고 있다. 플스2로 나온 마지막 작품인 2008이 없는 이유는 군복무 중이였기 때문이었다. 2007도 휴가 나와서 테크노마트에서 사서 들어갈 정도로 저 시리즈의 팬이었다. 전역하곤 와우하느라 플스3를 사지 않아서 그 이후 작품은 해보지 못했기에 그 후신인 WWE 2K15가 PC로 나온다고 했을 땐 따로 포스팅까지 했을 정도로 엄청난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건 망겜이다. 플스2 시절과 비교해서도 껍데기만 나아졌고 나머지는 똑같은 게임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각종 조작은 플스2 시절이 더 직관적이었던 것 같다. 뻑뻑하고 부자연스러운 동작은 옛날 하드웨어의 한계가 아니라 제작사의 역량 탓이었고 넘어졌을때 칼같은 반격버튼 못 누르면 심판의 날이 올 때까지 바닥에서 쳐맞고 구르는 거지같은 디자인도 여전하다. 체인 레슬링은 경기 시작하고 한번만 보면 될 것을 계속 나와서 맥을 다 끊어먹는다. 힘겨루기나 로프 반동 대결도 체인 레슬링에 넣어서 추가해주면 모르겠지만 짜증만 나는 시스템이다. 더구나 기존 WWE 선수로 진행하는 오리지널 스토리 모드는 심지어 탑재되지도 않았다. 그나마 이 망겜에 한 가지 빛이 있다면 쇼케이스 모드로 과거 시나-필 브룩스, HBK-HHH, 랜디 오턴 - 크리스찬, 얼티밋 워리어의 대립을 재연하며 추억팔이잼을 느낄 수 있다는 데 있다. 물론 레슬링 게임은 잘 나오지도 않는데다 이 게임은 지구상에서 존 시나를 탭아웃시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니까, 다음 작품에 오스틴 - 더 락 대립이나 대니얼 브라이언의 레슬매니아 30 스토리같은 게 나오면 사긴 사겠지만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게임 자체엔 기대하면 안될 것 같다. 한글 패치 없음. 20-80 스케일에서 30점.

 5. 이스 오리진

기존 시리즈를 플레이한 사람이라면 곳곳에서 본 것 같은 이름들이 가득하고,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배경 이야기를 알게되는 재미도 있다. 그러나 기존 팬이 아니거나 파고들기 플레이를 좋아하지 않는 유저에겐 발매시기(2006년)를 감안해도 무던한 이 게임을 추천하기는 어렵다. 사실 저 때면 이미 데빌메이크라이 3편이 나온 시점이다. 우선 이 게임보다 몇년씩 일찍 발매되었던 라그나로크 온라인이나 악튜러스 느낌이 나는 그래픽은 다른 장점들로 상쇄한다고 해도 삼지선다 스킬샷/평타로 이루어진 공격 시스템은 조합 요소가 부족해 단조로운 편이다. 시리즈의 장점이던 보스전 택틱도 서로의 턴이 오고 가며 공방전을 펼친다기보단 보스와 플레이어가 일단 떨어져서 서로 할 거 하면서 그 사이에 장거리 공격을 누르고 있는 느낌으로 진행한 게 더 많았던 것 같다. 노말 난이도로 플레이했음에도 불구하고 레벨에 따른 스탯 차이가 현저한 시스템 덕에 공략대로 최단 루트로만 움직인 것도 아닌데 보스전을 3트쯤 해보고 이상하게 한번씩 스치는게 아프다 싶으면 더 헤딩할 시간에 레벨 하나 올리고 오면 깨는 경우도 잦았고 이는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요소였다. 다회차 요소가 풍부하다고 하는데 필드 및 대부분의 보스는 똑같지만 이야기의 줄기가 공식 루트로 바뀌는 진엔딩 개념이라 정확히 표현하면 1회차 플레이는 캐릭터 언락용에 불과하다. 요약하자면 나쁜 게임은 아니지만 새롭거나 특별한 면은 없다. 유저 한글 패치가 존재한다. 20-80 스케일에서 40점.

 6. 미들어스:섀도우 오브 모르도르 DLC

 시즌패스 할인한 김에 구입했다. Bright Lord는 스토리 보는 재미로 짧게 몇시간 할만하고 사냥 DLC는 별로 손에 잡히지 않았다. 따로 점수 매길 정도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