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16일 수요일

리카르도 라틀리프 귀화에 대한 소고.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이제 한국인이고 '라건아'로 개명 예정이지만 아직 개명 절차가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라틀리프로 적는다. 결론만 이야기하면 라틀리프 귀화는 별 실익이 없을 확률이 높고, 2013년 헤인즈를 귀화시키는 게 최선이었으며 그게 불발됐을 때 아예 KBL에 안 올 높은 수준의 선수를 파트타임 귀화를 시키거나 아예 귀화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옳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물론 농구협회가 멍청해서 귀화선수 거주 규정도 모르고 헤인즈 귀화시키려다 어 아시안 게임 못 뛰어? 그러면서 포기한 거라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은 적어도 세계선수권에서는 헤인즈가 우리 대표팀에서 뛸 수 있었다. 당시 유재학호가 매 경기 명승부를 펼치며 아시아 선수권을 뚫은 거라 세계의 벽에 도전하기 위해 귀화를 한다는 명분도 있었고, 당시 헤인즈는 현 라틀리프보다 나이도 많아 리그에서 국내선수 신분으로 뛸 시간도 짧았으니 여러모로 각이 나왔다.

 반면 지금은 라틀리프 귀화로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별로 없다. 어차피 농구 월드컵(구 세계선수권) 아시아 쿼터도 3장에서 7장으로 늘었고 거기다가 개최국 중국은 따로 한 장 받아갔는데 라틀리프 없다고 아시아 8등에 못 들까? 또 라틀리프가 있다고 세계선수권 1승이 가능하긴 할까? 물론 상대적으로 출전국이 크게 많아진 만큼 약한 조에 소속되면 가능성이야 없지 않겠지만 20점차로 지나 30점차로 지나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라틀리프가 대표팀에 합류하자마자 잘 돌던 공이 라틀리프 몰빵으로 변한 건 아직 호흡도 안 맞고 차차 적응할 일이라 둘째치고 더욱 더 큰 문제는 국내 프로리그 밸런스가 크게 깨진다는 것에 있다.

 라틀리프를 보유한 구단은 구단대로 샐러리캡에 여러 제한이 생기고 자신들이 라틀리프 국대 수당까지 챙겨줘야하니 불만, 못 뽑은 구단은 라틀리프 뽑은 팀은 사실상 외인을 3명 쓰는 거니 불만, 국대 선수들은 오세근 김종규 이종현 이런 국내 빅맨들이 부상 중에도 쩔뚝쩔뚝 거리면서 와서 수당 6만원 받아가는데 몇 천 만원 받아가는 사람이 있으면 비교가 안될래야 안 될 수가 없다. 다행히 천운이 따라서 이번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 라틀리프가 출전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왔으니 올해 금메달을 따서 리그 주축 선수들 병역면제 받아야 본전이고 22년 중국 아시안게임엔 아담스 만나고 26년이면 라틀리프 나이가 은퇴 직전이겠네.

 리그의 수준이 높은 것과 수준 높은 선수가 리그에 뛰는 것은 다르다. 故 크리스 월리엄스나 피트 마이클스처럼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가 한 명이랑 국내선수 4명이 뛰는 것보다 2라운드 퇴출감 외국인 선수가 5명 뛰는 것이 더 수준 높은 리그일 수 있다. 또 외국인 선수가 2명 출전하는 건 1명 출전하는 것보다 경기 수준을 높일 수 있겠지만 그게 재미있는 것도 아니다. 수준 높은 리그를 보고 싶으면 그냥 TV를 켜서 NBA를 보면 되고, 동네 농구엔 동네 농구만의 재미도 느낄 수 있어야 된다고 본다. 하지만 최소한의 전력 평준화와 경기 수준 유지를 위해 결국 KBL 외인 제도는 조건없는 자유계약 2명 보유 1명 출전이 최선이고 개인적인 선호는 거기에 2쿼터 외인 출전 금지나 단신 외인 출전이 좋다고 본다. 

 여기서 외인 비중을 줄이면 김민섭이 47점 넣는 프로아마최강전이 되는데, 그게 재밌냐는 의견이 있지만, 놀랍게도 프로아마 최강전은 평일 낮에 진행해도 웬만한 리그 경기보다 사람이 더 많이 들어왔고 김민섭이 47득점 할 때 의외로 사람들이 재밌어 했던 것도 맞다. 결국 리그 흥행을 위해서는 국내선수 비중을 높여야 하고, 국대에서도 실익없는 특별귀화는 받지 말았어야 했다. 이미 다 지난 일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