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9일 목요일

Wide open? No answer KBL!

 흥행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은 했으나 KBL이 망한 근본 원인은 파악하지 못한 농구인 출신 총재가 물러나고 회원사들이 돌아가며 총재를 맡을 때 난 별로 기대가 없었다. 하지만 어차피 KBL은 더 나빠질 것이 없기 때문에 회의적이지도 않았다. 기대가 없었던 만큼 WIDE OPEN! KBL 이라는 슬로건 아래 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모습은 마음에 들었고, 아직 대법원 판결 전이었던 전창진 씨가 다시 농구계에 발 디디려는 것을 일단 막은 것은 '얘들 정말 변하려나?' 그런 기대까지 들게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농구계의 큰 손 KCC가 저렇게 막무가내로 나오는 이상, 영원히 전창진 씨가 감독을 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다음 회장사가 KCC인 이상 현 집행부가 두 번 세 번 계속 반려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임을 십분 이해한다. 또 엠스플이 중계권을 포기하고 런한 것이 현 집행부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건 YS가 집권하던 때에 IMF가 왔다고 그 모든 잘못을 YS탓으로 돌리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오히려 중계권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한 것을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이번 라건아 주차요원 폭행사건을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넘어가려 하는 꼬락서니를 보고 있으면 나는 과연 KBL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집단인지 자체에 의문이 든다. 사건의 진실은 복잡할수도 단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대표 선수가 평가전 마치고 퇴근길에 경기장 직원을 밀쳐서 직원은 입원하고 직원이 사용하던 의족이 파손되었다는 일이 어 합의했어 그러면서 저렇게 쉽게 넘어갈 일인가?

 정상적인 종목이었다면 국가대표를 주관하는 농구협회는 농구협회대로, 프로농구를 주관하는 KBL은 KBL대로 상벌위원회를 개최해 라건아와 직원의 의견을 청취하고 최소한 '갓중경고' 처분이라도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두 협회 모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농구 월드컵이 주말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라 경기장 안에서도 잘 삐지는 라건아 성질을 밖에서 더 긁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라건아의 신분은 복잡하다. 특별귀화로 내국인 자격을 취득하였으나 KBL에서는 6시즌 동안 외국인선수 자격으로 뛰고있고, 국가대표팀에서는 다른 국가대표 선수들보다 훨~~~씬 많은 수당을 받고 있는데 그 수당은 또 대부분 KBL 소속팀 모비스에서 지급한다고 한다. 몸값이 1년에 100만 달러 수준이라니 출전정지 징계를 내리면 국가대표팀도 울고 모비스도 울고 일부 팬들도 울긴 할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상벌위원회는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었다. 농구협회도 KBL도 해야할 일을 방기했다. 아마 자기들딴에는 국제대회 성적을 내서 농구인기를 부흥시켜야 된다는 사명감 때문이라는 자기최면을 돌리고 있을 것 같은데 우리 농구대표팀을 응원하는 팬들도 그동안 농구보던 눈이 있기 때문에 대표팀이 어느 정도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물론 많은 스포츠 선수들이 사고쳐놓고 경기로 보답하겠다는 변명을 한다. 하지만 우리 농구대표팀은 딱히 경기로 보답할 수 있는 기량을 갖고 있지도 못하고 그걸 팬들도 잘 안다. 팬들은 우리 대표팀이기 때문에 어차피 털릴 평가전이어도 삼산까지 가서 응원했던 것이지, 라건아가 있어 강해진 대표팀이라 응원했던 것이 아니다. 재미로 치면 공이라도 잘 돌리던 라건아 합류 이전 대표팀 경기가 더 재밌었다는 것도 밝혀둔다.

 팬들은 국제대회 성적을 위해서 묻고 가야한다는 농구협회와 KBL의 자기최면과는 달리 이번 농구 월드컵에 임하는 대표팀에 성적 욕심을 내지 않는다. -물론 막상 지면 욕부터 박을 팬들이 없지는 않겠지만- 라건아가 있으나 없으나 개털릴 대회라면 농구팬들이 부끄럽지나 않게 할 건 했으면 좋겠다. 물론 이미 지금까지 보여준 것만 봐도 그럴 리 없다는 것은 잘 안다. 내가 궁금한 것은 단 하나, KBL이 이러니까 농구인기가 망하는 것인지 아니면 농구인기가 망해서 KBL이 이 모양인지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