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9일 토요일

LG G4 무한부팅 경험기

 올해 2월 말에 G4 살 때부터 무한부팅 증상이 오는 폰이라는 건 알고 있었고 그래서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까 핸드폰이 지 혼자 계속 재부팅하는 걸 봤을 때 그다지 놀라거나 화를 내지는 않았다. 요즘은 뉴스보다 더 신기하고 놀라운 일도 드물고 머리맡에서 배터리가 터지는 것보다야 내 복장이 터지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유념할 부분이 하나 있는데, 그건 내 핸드폰은 이미 산지 보름만에 보드를 교체했던 폰이라는 것이다. 블루투스랑 와이파이 동시에 켜놓으면 와이파이 신호가 계속 끊겨서 교환했던 거지만 아무튼 보드를 통째로 갈았는데 불과 8개월도 안되서 무한부팅에 걸렸다는 건 개선품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려도 되지 않을까 한다. 뭐 다시 8개월 후에 또 무한부팅에 걸려도 난 놀라지 않겠다. 

 아무튼 헬지를 믿느니 미리미리 백업하는 게 좋아서 사진같은 건 클라우드에 올려놓고 한달에 한번은 LG 백업으로 전체 백업을 했으나 월말에 했기 때문에 9월말 백업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폰은 계속 자기 혼자 꺼졌다 켜졌다 하고 있으니 내 힘으로 백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고 센터가니까 보드는 금방 교환해주고 한시간 정도 걸려서 대부분의 자료를 복구해주었다. LG 백업은 아이튠즈 백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새로 깔기 귀찮은 공인인증서나 인터넷 뱅킹 앱까지 살려준다는 건 마음에 들었다. 

 물론 저따위로 결함있는 제품을 만들지 않거나, 설령 불량품을 만들었어도 수리를 받을 때 개선된 부품을 쓴다면 백업/복구 과정도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결함도 있고 수리 받아도 시한부고 백업도 안되는 것보다야 백업은 되는 게 그나마 조금 더 낫다고 본다. 지금도 집에 와서 앱 세팅하고 있는데 또 블루투스 와이파이 동시에 켜놓으니 정신 못 차리는 게 속이 터지긴 하지만 이건 헬지폰을 산 내 잘못이지 원래 결함품 만들던 LG의 잘못은 아닌 것 같다. 사실 나는 폰으로 하는 게 음악 감상, 웹서핑, 서머너즈워 밖에 없어서 이 와중에도 V20을 사고 싶기는 한데 일단 저것도 출시 6개월은 되고나서 생각해봐야겠다. 

2016년 10월 22일 토요일

팬들의 구단 운영 개입 이제 멈춰야

 한 미 일 3국의 야구장 응원문화는 매우 판이한데, 개인적으로는 귀 아프게 앰프로 소리 질러대고 관중들이 후창하는 걸 경기 내내 하는 KBO 리그식 응원문화를 매우 싫어한다. 그래서 혼자 야구장에 갈 때면 소리 안 들리게 이어폰부터 꽂고 중계 틀어놓는 편이다. 하지만 그건 그냥 개인의 호불호지 한국 응원문화를 고유한 매력이라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구단 측에서 지금처럼 정신 사납게 쿵짝쿵짝 하면서 파울볼로 다친 팬에게 보상을 안해준다 그러면 좀 생각이 달라지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그렇게 경기장에서 반주에 맞춰 목 터지게 팀의 승리를 외치다보면 뭔가 자기도 팀에 기여한다고 느끼는 모양인지 KBO 리그팬들의 구단 운영 간섭은 온라인 여론 -어느 리그에나 있는-에만 미치지 않는다. 다음 몇 장의 사진으로 설명을 갈음한다.






 모든 팬 시위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가령 경기장 밖에서 팀 프론트와 특정 집단의 유착을 질타하거나, 팀이 저지른 불법행위를 비판하는 시위를 하는 것은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렇게 감독이 못한다고 현수막을 걸고, 모셔오라고 시위하고, 짜르라고 시위하고, 짤랐다고 경기장에 불 지르는 일은 그런 종류가 아니다. 요즘은 잘 하지 않지만 선수단 버스 막고 청문회랍시고 왜 그렇게 못하냐고 따져 묻는 짓도 과거엔 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저런 일이 팀에 무슨 좋은 영향을 준다는 말인가? 그리고 저런 일의 책임은 도대체 누가 지는가?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저런 팬 청문회는 존재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시즌이 끝난 뒤 2,3일간 열리는 팬 페스티벌에 참석해 따져 묻는 경우다. 반면 내가 위에 올린 사진들의 대부분은 팀 성적이 나쁘니까 한 명 찍어서 화풀이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저런 자들이 뭔가 반성을 하는가하면 그건 결코 아니다. 저렇게 큰 현수막을 5개나 만들어서 경기 중에 건 작자들이 지금 LG 트윈스를 플레이오프까지 올린 양상문 감독에 대해 뭔가 사과를 하거나 자기반성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또 김성근 감독 데려오라고 저렇게 1인 시위하던 사람들도 한 둘이 아니었는데, 투수들 줄줄이 수술대 올라가고 가을야구는 구경도 못한 지금 자기가 잘못 생각했다고 글이라도 하나 썼다는 이야기도 들은 바 없다.

 거기다가 마지막 사진처럼 다른 팀들 가을잔치하는데 가서 자기팀 감독 짜르라고 시위하는 건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는 짓이다. 물론 본인이야 팀 박살낸 감독을 짜르는게 팀을 위한 충정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랬겠지만, 그런 식으로 치면 김성근 감독 데려오라던 사람들은 뭐 충정이 없었단 말인가? 그 사람들도 2008년 이후 팀이 오랫동안 안되는게 답답해서 김성근 감독 데려오자고 그랬던 거 아닌가. 김성근 감독이 투수를 저렇게 안 쓴 적이 없는데 그럼 그때 환호하던게 성적에 대한 기대 이외에 뭐가 있었나 의문이다.

 작년이나 올해나 한화가 잘 나갈 땐 김 감독에 대한 옹호여론이 들끓었고, 못 나갈 땐 또 비판 여론이 높아졌다. 물론 작년에 쓴 맛을 많이 봤으니까 올해는 좀 덜 끓었다는 차이는 있다. 그렇지만 구단 입장에서 보면 생각도 없던 감독을 데려오래서 데려왔더니 이젠 또 짜르라는 정말 한숨 나오는 상황이다. 안 짜르면 팀을 완전 황폐화시켜놓을거고, 짜르면 이번엔 또 무슨 일로 1인 시위할지 모르는 참 기가 막힌 선례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지금 한화 사정 보면 지금부터 열심히 유망주 모아도 주전 선수들 나이 때문에 언제 팀이 꾸려질지 기약이 없으니까 하루라도 빨리 짤라야 한다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학습효과라는 것이 있고, 자기가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이라면 저런 구단 운영 개입은 하지 않는 것이 옳다. 선수단에 모멸감을 주는 경기 중 현수막 게재도 정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 본질이 화풀이니 실제로는 전혀 필요하지 않지만 - 뭐 배팅연습 중에 걸든가 경기장 밖에서 걸든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팀이 아니다 싶으면 그냥 경기장에 안 가면 그만이다. 텅 빈 사직구장을 보라.

2016년 10월 12일 수요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 군단 간략한 리뷰

  소군단 월드 이벤트 구경하겠다고 한달 계정을 넣었다가 첫 공격대 인스턴스 던전 나오기 한 주 전에 계정이 끝났다. 주변이 이것저것 복잡한 상황에 있는지라 예전처럼 몰입해서 게임을 하진 못했고, 새 직업 악마사냥꾼으로 만렙을 찍고 영던파밍 정도까지 게임을 해본 소감을 적어본다. i5 4670, 램 16기가, GTX 770 4GB로 상옵에서 무리없이 플레이했다.

 0. 개요

 전작 드레노어의 전쟁군주가 6.2 패치 이후로 얼마나 부실한 확장팩이었는지는 이전 리뷰들에서 몇차례 이야기했다. 전작이 워낙 망해서 거기서 더 망하기도 힘들었겠지만 MMORPG는 이미 하한가를 찍은 장르고 와우 역시 너무 오래된 프렌차이즈라 아무리 새 확장팩을 잘 만들어봐야 리분, 대격변 초의 인기를 회복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집토끼들을 잘 눌러앉힐수가 있느냐가 관건인데, 블리자드는 최근 '빠른 게임'들과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군단'은 엄청나게 플레이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확장팩이다.

 1. 아이템 파밍 방식의 변화  

 와우에서 만렙을 찍으면 PVE를 즐기는 유저는 일퀘를 하면서 평판작업을 하고 일반 던전, 영웅 던전, 공격대 찾기를 거쳐 레이드에 갈 수 있는 아이템을 맞추고, PVP 유저들은 무작 전장을 돌면서 PVP전용 아이템을 맞추고, 투기장이나 평점제 전장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군단에서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먼저 PVE, PVP 아이템이 따로 갈리지 않는다. 판다 때 PVP 템뻥, 드군에서의 탄력도 삭제 등 이러한 시도는 계속 있어왔으나 결국 장신구는 급장을 차야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지만, 급장 효과를 PVP 전용 스킬로 돌려버림으로서 이를 해결했다. 두번째로 벼림 시스템으로 증가되는 템렙의 상한성을 크게 늘려 퀘스트 보상, 신화던전 드랍템 등이 공격대 인스에서 나오는 아이템보다 아이템 레벨이 높을 수 있게 설계하면서 라이트 유저들도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을 가지게끔 했다. 나는 신화 던전과 벼림 시스템은 컨텐츠 반복을 통해 플레이 시간을 어거지로 늘리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서 좋아하지 않지만, 이런 점을 라이트유저를 위한 배려로 여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2. 레벨 스케일링

 '군단' 지역 내에서 내 레벨에 맞춰 몬스터의 레벨도 변화한다는 단순한 시스템이지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레벨업 하고 싶은 지역에서 레벨업을 할 수 있고, 만렙이 되어서도 긴장감을 가질 수 있게 하였다. 아래서 더 이야기하겠지만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는 시스템이나 일단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는 환영한다.

 3. 디아블로3 시스템  차용

 전역 퀘스트, 쐐기돌 던전은 각각 디아블로3의 큐브런, 대균열에 대응하는 시스템이다. 컨텐츠 소모 속도를 늦추기 위해 파밍에 제한을 둬야하는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기간 귀속이라는 제약이 걸려있다 뿐이지 대동소이하다. 그 동안 와우에서 일퀘는 가던 곳만 간다는 한계가 있었는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전역 퀘스트 시스템은 만렙이 되어도 필드 곳곳을 돌아다닐 이유룰 만들어주기 때문에 괜찮은 시스템이라고 본다. 보상 측면에서도 기존의 일퀘보다 월등하기에 버려질 컨텐츠가 아니라고 본다.

 4. 전문기술 지옥

 드군처럼 주둔지에서 전문기술 재료가 쏟아져나오는 것도 아니거니와, 재료도 엄청나게 많이 들고 숙련도를 빠르게 올리는 방법도 없다. 그런데 날탈도 없고, 레벨 스케일링도 적용되서 빠르게 몬스터 사이를 돌아다니며 재료를 얻기도 힘들다. 영약 하나에 몇천골, 물약 하나는 몇백골이다. 나처럼 자급자족을 모토로 하는 유저에게도 여러모로 힘들게 느껴진다.

 5. 스토리

 여러모로 생각해봤는데 멧젠은 적당한 시기에 은퇴를 선택한 것 같다. 스포일러를 최대한 피하고 싶어서 에둘러 서술해보자면, 지금 스토리의 주역으로 나오는 캐릭터가 쭉 선역이든 아니면 악역으로 돌변하든 그다지 좋은 스토리라고 말하기가 힘들다. 그동안 와우가 늘 그랬지만 플레이어 위주의 스토리라 주요 NPC들의 무능함도 심각한 수준이다. 다만 직접 플레이하게 되는 구간, 그러니까 레벨업 동선과 직업 전당 퀘스트는 재미있었다.
  
 6. 결론

 이번엔 레이드나 PVP 컨텐츠를 못해봐서 더 자세한 리뷰를 할 수는 없던 것은 아쉽다. 그런데 뭐 저것들은 항상 기대만큼은 하던 컨텐츠들이라 어련히 잘 만들었을까 한다. 확장팩 자체만 놓고 보면 분명 여러가지 시도가 있지만, 흥행과 연결될 정도인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