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3일 월요일

13-14 롤챔스 윈터 결승전 관전기

 e스포츠를 직접 관람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구 메가웹 스테이션-세중 게임랜드 시절이나 용산 경기장이 열린 지금이나 땅바닥에 주저앉아 서너시간 세월아 네월아 마냥 기다려야 입장하는 것은 똑같다. 물론 인류가 꾸준히 진보해온만큼 변화도 없진 않았다. 하릴없이 기다리는 시간 동안 네이트 접속해서 컬러링 바꾸는 시대가 저물고 스마트폰으로 시덥잖은 인터넷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은 불의 발견 이후 최대의 쾌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어지간히 게임 좋아하지 않는 이상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롤챔스를 처음 직관한 건 지난 2012년 스프링 시즌에 MIG 블레이즈 경기를 보러갔었던 건데, 그땐 두시간만 기다리면 자리에 앉아 관람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인기팀 경기 있는 날엔 여섯시간 이상 아이파크몰 옥상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니 어지간하면 용산 경기장 직관은 추천할 수가 없다. 그래서 롤챔스 결승이 유료 예매를 도입할 때는 쾌재를 불렀다. 2013 스프링 시즌이 유료 예매 서막을 열었는데, 일산까지 가느라 귀찮았던 것 빼고는 아주 만족스러워서 이번 윈터도 예매했다.


 마법의 성을 지나 늪을 건너 인천에 도착해 지하철역을 나오니 lol 관련 물품을 파는 좌판이 있었다. 람머스, 티모 모자랑 저퀄리티 핸드폰 케이스 같은 것을 팔았다. 람머스 모자는 갖고 싶었는데 요새 경제사정이 삼정의 문란 이후 최악이라 다음 기회에..


 경기가 열린 인천삼산월드 체육관. 프로농구 전자랜드의 홈구장이기도 하다. 입구 쪽으로 가니 스폰서들 부스가 몇 개 있었는데 눈에 들어온 것은 조택 부스였다. 그래픽카드들을 쌓아놓고 파는 것 같은데 가격이 안붙어있어서 그냥 지나쳤다. 물량이 많이 나가지는 않은 분위기였는데, 집에 와서 검색해봤더니 최저가보다 만원 정도 싸게 팔았던 모양이다. 게이트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로비에서 코스프레 하던데 좁은 공간에 덕후들이 워낙 몰려서 화장실 가는 게 힘들어서 짜증났다. 여담이지만 보통 e스포츠 관전하러 오면, 저연령층 관중이 많아 그런지 종목의 특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선수를 칭찬하는 분위기보다 중고딩들이 못하는 선수 극딜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는데, 이번엔 쌍욕소리가 별로 들리지 않았다.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스러웠다.


 경기장 전경들. 스크린 3개가 있길래 스프링 결승 때처럼 가운데는 메인 화면, 양 옆은 각팀 시점을 틀어줄거라 생각했는데 경기중엔 그냥 메인 화면 3개를 띄워놓았다. 이유를 추측해보건대 스프링 때 설치했던 보조 스크린들이 이번엔 없어서 좌우로 사각지역이 많은 걸 감안해 셋 다 메인 화면을 띄웠던 것 같다. 그렇다고는 해도 원채 거리가 있어서 CS 갯수는 커녕 아이템 창도 제대로 안 보여서 제대로 관람하기는 어려웠다. 

 심하게 울리는 음향은 더 심각한 문제였다. 세팅이야 스프링 때랑 똑같이 했을테지만 경기장 시설이나 구조의 문제인지 몰라도 심한 하울링에 도저히 해설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처음에 전용준 캐스터가 무대에 나와 인사말을 할 때부터 시상식이 끝날 때까지 두 마디 이상으로 된 말은 제대로 들은 게 없다. VOD 서비스로도 확인할 수 있는 문제인데, 티빙에서 제공하는 VOD는 별 문제가 없지만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VOD는 확실히 음향 문제가 있는 걸 알 수 있다. 현장음이 섞여 그런 게 아니냐는 댓글도 있었는데, 현장은 훨씬 더 심했다. 일부 구역의 문제인지, 전체 구역이 다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3:0 스코어가 나온만큼 SKT1 K팀이 상대 삼성 오존을 완벽하게 분석하고 나온 느낌이었다. 밴픽 단계에서 페이커를 억제하 특히 1경기에서 마타의 애니보다 푸만두의 레오나가 더 일찍 미드에 로밍을 온 것은 결승전 자체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T1은 항상 오존보다 한박자 빠르게 움직였고 유기적이었다. 모 사이트 결승전 예측 이벤트에서 3:0에 응모하긴 했지만 오존이 한 세트 정도는 가져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너무나 일방적이었다. 지난 롤챔스 섬머 결승부터 이번 결승까지 18연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