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7일 금요일

애플 ID 해킹 당하고 결제까지 된 이야기

 재작년 연말부터 작년 초까지 가지고 있던 아이폰, 패드를 다 팔고서 헬지의 망작 G4와 대륙의 수작 샤오미 미 맥스를 계속 쓰다보니 애플 ID 쓸 일이 없었다. 그런데 1년 3개월쯤 지난 올해 5월 15일에 메일이 4개 연달아 도착했다.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5월 14일 오후 11시경 아이폰6로 내 미국 애플 계정에 접속하였으며, 자기 계정과 아이튠즈 가족 공유를 신청했고 라그나로크 모바일 중국판을 다운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왜 즉시가 아니라 12시간이 훌쩍 지난 후에 로그인 알림 메일을 발송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나도 16일에나 메일을 확인했고 결제가 된 건 없이 다운로드 알림만 있었기 때문에 계정 보안만 재설정하고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올해 7월 2일, 신도림 아이폰 재고떨이를 맞아 하나 주워와서 개통된 3일에 애플 ID 넣고 앱스토어 들어가니 결제 정보를 갱신하라는 알림창이 떴다. 얼마 전에 카드를 갱신했기 때문에 그런가보다 하고 새 카드 입력을 하니 문자가 띵 왔다. 결제 확인용 1달러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19.99달러였다. 이거 실화냐?

 놀라서 자세한 구매 목록에 들어가보니 다음과 같은 게 있었다. 


 5월 14일 오후 11시 반에 라그나로크 모바일 게임머니를 산 것 같다. 놀랍게도 중국인은 게임 다운받은 거 구매 목록 삭제까지 마친 것 같다. 앱스토어 리뷰란에 허구헌날 구매 목록 삭제해주세요 그러는 사람들보다 훨씬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기존 카드가 만료되어 구매가 홀딩되어 있다가 내가 새 카드 정보를 입력한 순간 돈이 빠져 나간 것 같다. 

 메일함으로 가보니 7월 3일 날짜로 구매가 완료되었다는 영수증 메일이 왔다. 우선 저기 있는 Report a Problem을 눌러 링크를 따라가 내가 산 게 아님 사유를 선택했더니 메일로 할 것인지, 전화로 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창이 떴다. 미국 계정이라 영어로 전화를 해야되나 싶었지만 걸려온 전화는 한국 직원이었다. 사정을 설명했더니 당장 처리할 수 없는 문제라며 다음날 다시 연락하겠다고 예약을 잡았다. 카드사에도 결제 취소가 가능한지 문의하였더니 만약 앱스토어 측에서 처리가 되지 않으면 차후에 이의제기를 거쳐야 한다고 한다.

 다음날 약속한 시간에 애플 측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제와는 다른 담당자였는데 다시 소명을 하라고 해서 짧지 않은 얘기 다시 하기는 조금 짜증이 났다. 2주 내 환불이 된다고 했고, 대신 이번에 결제에 쓰인 카드는 밴이 된다고 했다. 두 달을 홀딩되어 있다가 카드 정보 갱신하자마자 결제가 된 건데 그렇게 해야되냐고 말해봤지만 소용은 없었고 3일 후인 7일 오늘 환불이 완료되었고 다른 카드를 입력하고 결제정보를 갱신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동안 카드랑 연결된 사이트마다 계정 패스워드를 다르게 했고, 애플 아이디와 이메일 계정도 당연히 각기 다른 패스워드를 썼는데 뚫렸다는 것이다. 지금은 아이폰을 쓰고 있기 때문에 이중 인증을 활성화시켜 두었다. 사드보다 확실히 중국을 견제할 수단이면 좋겠다.

 3줄 요약

 1. 생각보다 빠르게 결제 취소 절차가 완료되었다
 2. 카드는 밴이 되었다
 3. 애플 계정은 타 사이트와 패스워드를 달리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해킹 경로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