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29일 수요일

2015년 롤챔스 개편안을 바라보며

 10월 28일 케스파-온게임넷-라이엇 게임즈 3사가 링크를 통해 2015시즌 한국 프로 e스포츠 리그 운영 계획안 전문을 발표했다. 전체적으로는 현행 체제보단 나은 방향을 설정한 듯한 인상이었지만 이해 당사자들의 득실을 살펴보면 라이엇은 소폭 손해 감수, 기업은 개이득, 방송사는 상당 손해, 선수는 미지수..라고 생각된다. 제도가 어떻게 바뀌는지, 그로 인해 무슨 변화가 있나 짚어보겠다.

사실 전문을 다 봐도 아리까리하다.
 1) ■ LoL 챔피언스: 토너먼트 방식에서 리그제로 변경 : 2015시즌 상반기 / 하반기 2개 리그 진행 (각 리그 4개월) : 2015시즌 8개 팀 참가 - 과거 LoL 챔피언스 성적 고려 상위 7개 팀에 시드 제공 - 1개 팀 시드의 경우, 별도의 선발전 진행을 통해 선발 : 향후 리그 참가팀 수 확대를 위한 노력 지속

 롤챔스는 지금까지 연 3회 개최되고, 16강 4개조 조별예선 이후 조별 2팀이 진출하는 8강부터는 토너먼트로 이루어져왔다. 스타1 시절 개인리그와 같은 방식인데 스폰서 입장에서는 후원할 필요를 느끼기 힘든 구조였다. 방송 노출이 극히 적기 때문인데 한 대회는 두달 동안 진행되지만 결승에 진출한 팀이 TV에 노출되는 날짜는 6일, 조별예선에서 탈락한 팀의 노출은 3일에 불과했다. 반면 풀리그는 8개팀 중 꼴찌를 해서 플레이오프에 진출을 하지 못해도 적어도 7일은 방송에 나오게 된다. 풀리그는 분명 토너먼트보다 시청자 입장에서 흥미가 떨어질 것이고, 방송사 입장에서도 시청률 하락으로 인해 손해를 볼 것이다. 그러나 스폰서와 선수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방식이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풀리그 도입을 환영한다.

풀리그는 노잼이라 토너먼트하자고 이기적인 생각했던 시기가 나에게도 있었다 
 그러나 그 방식을 들여다보면 너무 기업팀 위주다. 롤챔스는 서킷 포인트를 주는 리그이므로 참가 자격은 최대한 넓게 부여되어야 한다. 16팀 참가 시절엔 전시즌에 참가한 8팀에게 시드가 있었고, 나머지 8자리는 예선을 통해 정해졌다. 마찬가지로 8개팀이 참가하는 리그라면 4개팀에게 시드를 부여하고, 4자리를 예선으로 채우는 것이 합당하다. 무려 7팀에게 시드를 주고, 한 자리만 비워두는 것은 지나치다. 거기다 승격/강등도 없이 계속 7팀이 시드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롤드컵 참가 서킷 포인트를 줘야할 지역 리그가 스타1 시절의 프로리그와 가깝게 '닫힌 리그'가 되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물론 케스파는 협회니까 회비 내는 기업 친구들에게 하나라도 더 챙겨줘야 하겠지만 사실상의 리그 종신 참가권을 퍼주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

 2) ■ KeSPA LoL팀 2팀 체제에서 단일팀 체제로 변경 : 2015시즌 LoL 챔피언스 참가팀은 각 구단 단일팀으로 출전 : 2015시즌 팀별 엔트리 의무 10인으로 변경 (10인 중 5인 출전)
    ■ KeSPA LoL팀 대상의 ‘2군 리그’신설 : LoL팀 의무 엔트리 10인은 LoL 챔피언스와 2군 리그에 출전 가능

 기존에도 형제팀 체제는 의무가 아니었다. 구 MIG가 (현 CJ 양팀)가 형제팀을 운영하며 좋은 효율을 보이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따라한 것 뿐이었다. 설령 형제팀을 운영하더라도 한 팀에 몰빵을 하건, 양 팀의 전력 균형을 이루게 하건 그건 팀의 자유다. 그런 재량이면 족하지, 7+1팀 체제에서 저런 1,2군 분리는 거대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1차적으로 구단과 코칭스탭의 입김이 엄청나게 강해진다. 기존 형제팀 체제가 5명(+식스맨)과 5명(+")이 얼마나 더 좋은 성적을 내는지의 경쟁이었다면 이젠 출전 단계에서부터 10명이 5개의 의자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경쟁에서 밀려서 다른 팀을 알아보고 싶어도 리그 참가팀 수는 반토막났고, 그나마 있는 예선 쿼터는 1/8로 줄은 현실에서 운신의 폭은 좁다. 해외로 나가고 싶어도 이미 각 지역리그마다 외국인 쿼터가 있는 상태다.

 2군 리그는 아무래도 나이스게임TV를 배려한 것 같은데 어차피 사람들 잘 안볼거 큰 의미를 둘 수가 없다. 그나마 긍정적으로 바라보자면 현재 형제팀보다 성적이 안좋은 팀 선수들이 당장 짤리지는 않을 관용을 받았다.. 그런 의미는 있겠다.

2부 리그도 아닌 2군 리그의 인기가 폭망일 것은 너무 명약관화하다.

 3) ■ 2015 시즌 시범경기 혹은 시드 선발전 신설 고려 : 2014 LoL 챔피언스 윈터 시즌을 대체하여 2015년 시즌 시범 경기 혹은 시드 선발전 개최 검토

 뭐 이건 다들 겨울나야 하니 잘 치뤘으면 좋겠다.

 4) 나머지들

 가. 아주부를 통해 진행중인 KeSPA 프로게이머 스트리밍 방송 사업 확대 및 이벤트 지원 - 스트리밍에 참여하는 KeSPA 프로게이머의 실질적 수입 확대 보장 :
 케스파가 왜 프로게이머들이 방송하는 플랫폼을 정해주는지, 또 왜 하필 비인기 플랫폼을 쓰는지 궁금하지만 그래도 뭐 협회장이 신뢰가 가니까 뭔가 계약금을 많이 챙겨준다거나 하는 그런 이유가 있을 거라고 넘어가본다.

 나. 2015시즌 프로게이머 최저 연봉제 제도 도입 - 국내 타 프로스포츠 비교 시 손색없는 최저 연봉제 기준 도입 통해서 안정적인 선수 생활 유도, LoL 챔피언스 참가 LoL 프로팀 시즌 단위 선수 계약 진행 - 2015시즌에 시범 시행 후, 2016시즌부터 의무 시행 - 최소 1년 단위 계약을 통한 선수들의 안정적 직업 활동 보장 :



 2015년 프로야구 최저연봉이 2700만원, K리그 2000만원, KBL 3800만원, WKBL 3000만원, WK리그 1500만원 수준이다. 말그대로 신인 최저 연봉이고 계약금 없는 리그도 상위 지명자에겐 더 주도록 되어있지만 뭐 저 수준 비슷하게라도 최저연봉을 보장해주면 그야말로 혁신아닌가? 뭐 개인리그 8강가도 연봉 500만원 받던 선수도 있는데 거기다 지금까지 관행이던 단기 알바 계약이 아닌 계약기간 보장이라니 믿어지질 않아서 이건 좀 두고 봐야겠다.

 다.  LoL 챔피언스 참가팀 운영 지원 - 후원사가 없는 참가팀의 후원사 영입 지원 및 운영비 지원 :

 이게 참가 8팀 전체에게 운영비를 지원한다는건지 아니면 비기업팀에게만 준다는 건지 몰라서 판단은 보류하겠는데, 만약 전자라면 당연히 두 팔 벌려 대환영한다. 아주 고마운 일이다. 진짜 그렇게 하면 롤드컵 결승전 가서 개빡쳐서 오프 보이콧하기로 한 거 철회하고 티셔츠말고 더 비싼 거 다음에 페이스북 가입해서 좋아요라도 눌러주고 싶다. 반면 혹시라도 후자라면 뭐 8개팀 중에 비기업팀은 잘해야 하나일텐데 아무 의미없는 일이고.

 소결

 리그의 정체성을 사실상 변경하는 걸 감수해 (오픈리그->프로리그) 기업팀들의 반발을 무마해가며, 선수들의 진입장벽을 높히고 내부 경쟁을 명문화한 급부로 선수 대우도 크게 좋게 하는 것이 이번 개편안의 핵심같다. 중간에서 라이엇과 케스파가 많이 노력도 했을 것이다. 다만 온게임넷은 평균 시청률 쪽에서는 손해를 볼테니 다른 컨텐츠를 발굴할 필요를 느낄 것 같다. 선수 입장에서는 아직 좋은 건 미정이고, 안좋은 건 확정이라 적극적으로 의사수렴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해보인다. 최악의 가정으로 드래프트 및 커리지 리그 실시 + 팀의 계약기간 외 선수 보유권 + 최저 연봉제 불발이 합해져 '판과 돈이 더 작아진' 스타1 시절이 다시 돌아오는 것은 막아야 할 것이다. 좋은 기회가 있으면 나가는 것도 방법일테고.

??? : 아직도 닭장에서 게임하니?
 나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 시청자 입장에선 8개팀이 좀 작아보이는 것도 있고 더 궁금한 것도 많은데 아직 주어진 정보로 판단하기엔 너무 이른 것 같다. 다만 이미 너무 큰 이득을 가져간 쪽이 생겨서 나머지 협상이 잘 풀릴 것 같지는 않다.

2014년 10월 26일 일요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 세기말 진입장벽 체험기

 라이트 유저들이 레이드 가고 싶어하는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매번 진입장벽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얼마나 해보고 저렇게 말을 하는지 궁금한 것도 사실이다. 링크에서는 골드팟의 폐해를 주로 지적하고 있지만, 세기말이라 트라이팟, 주사위팟 없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우리 섭이야 사람이 없어서 팟이 없다지만 과연 도시섭도 그럴까 궁금했다. 
 마침 확팩 대비도 하고 할로윈 기사고삐 먹으러 계정은 넣었는데 이틀만에 나와서 할 것도 없고 아즈샤라 호드에서 새 캐릭을 키워보기로 했다. 나는 다이하드 얼라이언스 플레이어라 불성 때 잠깐 가로나에서 블엘 법사 만렙만 찍은 것 이외엔 호드를 해본 적이 없다. 키워본 적 없는 직업인 냥꾼을 60까지 올리고 무료 부스팅을 통해 만렙을 찍을 계획을 세웠다. 우선 레벨업에 필요한 계귀템 풀셋과 만렙용 템(가로쉬 일반 계정귀속 무기, 영섬 496템 몇 부위)도 같이 옮겼다. 이 서버에서 하는 친구가 있었지만 쩔이나 골드는 받지 않았고, 가방만 다섯개 부탁했다.

 60을 찍자마자 곧바로 만렙 부스팅을 사용했다. 영섬을 조금 더 돌아 영섬 장비들도 맞춘 다음 무한 개구리 작업을 하며 하급 부적을 쌓아두고 공찾 스핀을 시작했다. 520+이 넘어서는 일반(구 탄공)도 돌았다. 레벨 1부터 만렙 후 템렙 540을 맞추는데까지 플레이타임이 총 52시간이 걸렸다. 569레벨 계귀템을 들고 있었고, 다른 캐릭터에 전설 망토가 있어서 오르도스 파밍을 할 수 있었으니 생초보나 복귀자 보다야 빠르겠지만 내 목표는 현질 안한 유저가 레이드에 갈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검증하는 거였으니까 뭐 전설 망토를 더이상 못 만드는(=템렙뻥을 못하는 페널티)를 약간 상쇄한 것으로 봐주면 고맙겠다. 



  16일에 캐릭터 생성, 21일 오전 0시 30분경 만렙, 22일 탄공 시작, 23일 540+ 오공 주사위팟에 참가, 26일 새벽 가로쉬 영웅(구 일반) 킬. 세기말 대도시라 심심풀이 주팟이 많을 수도 있는데 반대로 얘기해서 지금 이 시점에도 이렇게 파밍팟이 많은데 평소에 주팟이나 올분팟이 하나도 없어서 레이드를 못간다는 건 너무 심한 징징인 것 같다로 결론을 냈다. 

 전체적으로 모든 부분에서 호드가 얼라보다 게임 하기가 쉬웠다. 인구가 많다보니 새벽에도 공찾이 잘 열렸고, 반대로 저렙존에서 꼬장 부리는 애들도 호드 비율이 높으니 별로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다. 사람이 많다보니 ㅇㅂㅊ들도 많아서 공개 채널에서 난동부리는 게 짜증나긴 했는데 그거야 특정길드 몇몇이니 보일 때마다 차단해주면 괜찮았다. 그렇지만 전문기술 때문에 호드캐릭을 도저히 다 키울 엄두는 안난다. 원래하던 시골 서버는 사람이 너무 없어서 하이잘 얼라로 이전하는 걸 계획 중이다. 

 요약 : 딸린 식구들 없으면 아즈 호드 ㄱㄱ 

2014년 10월 20일 월요일

WWE샵 직구 방법

 알못들이 해보지도 않고 이상한 글 올려놓아서 사람을 참 헷갈리게 해서 내가 해보고 적는다. WWE샵은 한국까지 직배송을 해주기 때문에 해외결제 되는 카드만 있으면 배대지 필요없이 간단하게 이용이 가능하다. '미국에서 오는' 의류를 살 때 상품가격 + 세금 + 미국 내 배송비 총합이 200불 안이면 무관세를 적용받는데, 배대지를 이용하지 않는 직배송일때는 배송비가 그 총합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http://shop.wwe.com 에 가서 물건을 담았다. 자체 프로모션도 자주 하고 세일 코드도 많이 뿌리기 때문에 행사기간이 아니라면 코드를 구해보는 게 좋다. WWE샵 트위터에서 자주 플래쉬 세일을 하기도 하고, 구글에 wweshop promo code 라고 쳐도 나왔는데 이상하게 예전엔 잘 되더만 요즘은 구글링한 코드가 잘 먹히지 않는다. 유효기간 같은게 있었나.



 시나 신상이 사이즈가 바닥나서 그것만 변경했고 이번에 주문해서 받은 것과 똑같은 카트를 구성해봤다. 배송비가 6.99$로 나오지만 저건 미국 내 배송비다. 체크아웃을 눌러주자.


 국가를 미국에서 한국으로 바꿔주고 주소를 입력하면 배송비가 변경된다. 보다시피 배송비가 상당하므로 악착같이 세일 코드를 구할 의욕이 생기게 된다. 폰 넘버에 #82 그런 건 입력이 안됐고 010~ 번호를 적어도 10~으로 바뀐다. Use this address for Billing을 체크해주면 다음 단계에서 결제주소를 따로 안적어도 된다.


 기프트카드,비자-마스터-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신용카드,페이팔을 지원한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 최종 확인을 해주면 끝.


 이메일로 화물추적이 가능한 주소를 보내준다. 페덱스 링크도 들어있는데, 저길 클릭하면 배송예상 시간 같은 것도 제공한다. 


 10월 9일에 구매해서 20일에 도착. 

2014 롤드컵 결승 후기 : 안전불감증의 협곡 방문기

 원래 계획대로라면 경기장에 1시 전에 도착해서 이것저것 둘러보려고 했는데, 여의치 않아서 2시 반 좀 안되서 도착할 때만 해도 이후에 펼쳐질 지옥도는 상상하지 못했다. 3시 30분에 시작하는 행사에 미리 티켓 받았는데 한시간이나 일찍 왔으면 별 일 없겠지 생각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우선 어떻게 입장하라는 안내판이나 방송이 전혀 없었다. 방송시설은 있었지만 분실물을 불러주는 정도였다. xx고등학교 누구누구가 뭘 잃어버렸는지도 중요한데 운영측이 개념을 잃은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잔디 안에 있는 다이아몬드석이라 따로 들어가면 되는 거였지만 사전공지도 현장 안내도 없었으니 다 같이 들어가나보다 하고 줄서러 끝으로 가는데만 20분 넘게 걸렸다.


 4만명을 한 게이트로 몰아넣고 일일이 소지품 검사를 하겠다는 미개한 생각은 누가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우슈비츠 수용소도 이것보단 인솔을 잘했을 것 같다. 40분 동안 줄을 섰지만 스태프나 안전 요원은 보이지 않았다. 3시가 넘어서야 스탭 한 명이 걸어와서 이제 소지품 검사 안하고 빠르게 입장시킨다고 소리를 쳤는데 저 줄 끝까지 가는데만 얼마나 걸렸을까.

 그런데 더 골때리는건 내가 서있는 1km짜리 줄은 짧은 줄이었고, 나보다 일찍 온 무고한 희생자들은 터널 안에 있는 더 긴 줄에서 검은먼지 마셔가며 또 기다리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줄이 두 개가 되는 것도 말이 안되는 이야기지만 그걸 통제할 인원이 없어서 저 짝이 났다는 건 정말 미친 이야기다. 그래 이게 바로 안전불감증의 나라지.



 아무튼 반바퀴를 돌아서야 다이아 줄이 따로 있다는 걸 주위 사람들의 웅성웅성으로 알게 되었고, 게이트 앞 스탭에게 물어서 입장을 하게 되었다. 입장하고 나서도 앞 사람 따라가는 거 외에 다른 안내는 받지 못했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는게 마치 심판의 그날에 오른편으로 가야하나 왼편으로 가야하나 안내를 못받은 그런 기분이었다. 아무튼 일단 전용 게이트로 가니 안내가 없는 거 외엔 입장은 쾌적해서 좋았다. 티켓을 확인받고 입장 팔찌, 응원도구, 스킨 코드 등을 받았다. 이게 선물이 아니라 짐승의 표가 아닌가 다시 확인을 해야했다.




 누가 내 자리에 앉아있길래 안전요원보고 갱 좀 와달라고 해서 쫓아내고 앉았다. 다행히 행사 시작엔 늦지 않았지만 점심도 못먹고 물도 못마시고 헉헉. 스토어는 한시간 후부터 재오픈한다고 해서 앉아서 오프닝을 봤다. 이매진 드래곤스 짱짱맨. 경기장 안엔 별다른 음향 이슈가 없었는데, 관중석에선 심하게 울려 들렸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1세트 밴픽 전에 미리 스토어 앞에 줄을 서서 관중석을 봤다. 저 많은 사람들을 게이트 하나로 들여보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소오름.물론 운영 측은 절대 공지나 안내를 하지 않기에 재오픈 전에 매진된 물품들을 방송을 해준다거나, 게시해준다거나, 줄 서 있는 사람들에게 스탭이 와서 이야기를 해준다거나 하는 배려는 없었다. 롤드컵하다가 전쟁 났으면 한강다리 끊기 전에 알려주긴 했을까 궁금하다.

 
 아리 피규어는 매진이었기에 야스오 티셔츠를 하나 샀다. 요새 티셔츠 엄청 사는 것 같다. 자리로 돌아오니까 이번엔 아까 쫓아낸 사람이 내 의자에 짐 올려놓음.. 꼭 저렇게 안내도 될 티를 내면서 사는 사람들이 있지 ㅇㅇ 짐도 의자 밑에 두면 되는걸 발 앞에 놔서 지나가는 사람들 다 스탭 밟으면서 가게 만들고 멍청한 애들 많으니 이런 거나 좀 안내해주지.


 4만명의 안전엔 별로 신경을 안썼지만 다른  준비는 열심히 한 티가 아주 많이 났다. 저 밴픽 화면이 아주 신기했는데 지금은 1,2픽은 된 상태고 나머지 3명은 픽 대기 중이라 계속 흑백 화면으로 챔피언이 바뀐다. 픽이 되면 전체화면으로 챔피언 일러스트가 나왔다. 장내 조명도 상황이 바뀔 때마다 시시각각 변화해서 몰입도를 높히고 긴박감을 줬다.


 경기 내용들은 뭐 삼성 화이트가 워낙 완벽한 승리를 거뒀기에 별로 할말도 없지만 삼성 화이트가 3세트 신지드 꼴픽만 안했어도 무난히 여섯시 내 고향 시작과 함께 3:0으로 끝났을 것 같다. 뭐 한 세트 졌다고 해도 저 팀의 강력함이 별로 빛 바래지도 않았다. 요약해보면 1,4세트는 같이 결승전에 오르긴 했지만 체급이 다르다는 걸 보여줬고, 2세트는 한수 아래의 팀이 운영으로 뭔가 해보려고 하면 그 전에 찢긴다는 교훈을 알려줬고, 3세트는 그래도 꼴픽은 하면 안된다 그 정도?


  하아 롤 재미없다 말하는 듯한 인섹 표정도 많이 볼 수 있었다. 


 한잔해. 그래도 한판은 이겼잖아. IPL에서부터 이번 롤드컵까지 로얄 클럽이 성장해나가는 모습은 참 멋있었다. 


 케스파 전병헌 협회장이 전국체전에 e스포츠 들여놨다고 관중들 앞에서 자기 업적링크를 했다. 제대로 된 리더가 오면 아무리 답없는 조직도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그 리더를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아 삼성 우승, 삼성 우승. 삼성 화이트의 롤챔스 결승 두 번 다 직관했고 오늘은 롤드컵 결승전도 왔지만 처음엔 응원했었는데 갈수록 정이 떨어진다. 우승 인터뷰에서조차 전용준 캐스터가 '세계 최고의 미드가 누구냐' 관중들에게 물으니 '페이커 페이커' 하는게 기실 이유가 있다. 


 생각난 김에 멀리서 본 페이커. 페이커 귀엽지. 나도 좋아해 ㅇㅇ


 미소가 매력적인 이매진 드래곤스 기타리스트. 삼성 화이트 애들 들러리로 뻘쭘하게 트로피 들고 서있게 시켜놓고 클로징 공연 시작했는데, 와 너무 잘해서 삼성 화이트 선수들 서있는 것도 까먹고 봤다. 오기 전에 예상 플레이리스트 예습하길 잘했어.


 운영이 노답이라는건 끝날 때라고 변하지 않아서, 전광판에 안내 공지 띄우거나 스탭이 직접 인솔한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이제 끝났으니 나가라고 방송한다거나 그런 건 없고 앞 사람 따라 나갔다. 멀리 아직 문을 닫지 않은 스토어가 보인다.


 밖에서 본 경기장 전경. 아 그리고 궁금한 게 있는데 왜 학생들은 교통카드 안가지고 다녀서 이런 행사 있을 때마다 지하철에서 일회용 승차권 발급받느라 20,30분씩 기다리는지 잘 모르겠다. 아직도 예전처럼 은행가서 만들고 그러나 이젠 편의점에서 그냥 사면 되는 거 아닌가?

 전체적으로 너무 운영이 어처구니가 없는 행사라서 심하게 실망했다. 그래도 티켓 박스 밖엔 안전 요원 두명은 있더만 그보다 사람이 훨씬 많았던 경기장 밖에서 터널까지 줄엔 통제 스탭 한명도 없는 건 정말 돌았냐는 말밖에 할말이 없다. 게임 운영은 못해도 사람 속만 터지고 말지만 행사 운영은 저따위로 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다. 처음엔 온게임넷이 운영한 줄 알고 이것들은 옛날부터 팬들 주구줄창 건물바닥에 마냥 앉혀놓고 장사하는 게 너무 익숙해서 이젠 상암구장에서도 저 짓거리 하는구나 생각했는데 라이엇이 했다니까 더 어처구니가 없다. 앞으론 오프에 갈 마음이 안든다. 뭐 스킨 코드도 받았고 이매진 드래곤스 공연도 봤으니 돈이 아깝진 않은데 아주 개판운영에 학을 뗐으니까. 

 그리고 방송에서 어떻게 나갔는지 몰라도 현장 반응 별로다 이매진 드래곤스가 실망하겠다 해외 시청자들이 의아하겠다 운운하는 이야기들을 좀 봐서 하는 말인데, 돈 들이고 시간들여서 직접 온 사람들이 TV보다가 댓글다는 이들보다 열정이 부족할 것 같지도 않고 실제 현장 분위기는 좋기만 했다만 도대체 관중을 외국인이 어떻게 보는지를 왜 신경 쓰지? 진짜 외국인 눈치보는 DNA가 한민족 피에 흐르나.

2014년 10월 17일 금요일

GTX760 화면 깨짐 현상

 두번째 컴퓨터에서 스카이림하다가 뜬금없이 화면이 시커멓게 프리징되고 (모니터가 꺼지지는 않았음) 재부팅을 하면 멀쩡해져서 이건 게임 오류인가 싶었던 경우가 두어번 있었는데, 어제는 똑같은 현상이 있어서 재부팅을 했더니 화면이 이 모양이었다. 


 이런 경우는 주로 1) VGA의 GPU 고장 2) 램 접촉 불량 3) 모니터 고장 셋 중 하나로 추측을 할 수 있는데, 램 접촉 불량이라기엔 화면이 깨끗하게 나오는 편이다.


  다행히 그 순간 컴퓨터가 고장 원인을 실토해주었다. 혹시 몰라 내장 그래픽카드에 모니터를 물려보니 화면이 잘 나오는 걸로 봐서 확실한 것 같다. 컴퓨터 쓰면서 VGA 쿨러보다 코어가 먼저 고장난 경우는 처음이라 좀 당황스럽긴 했다.


 용산에 가서 바로 교환을 받았다. 테스트는 이제부터 해봐야되는데 뭐 큰 문제는 없겠지.


 오다가 전자월드 건물 앞에서 무대 준비하고 있는 걸 봤다. 나진 게임단은 사인해줄 멘탈이 되나 모르겠다. 

2014년 10월 12일 일요일

극한 직업 : 프로게이머

 0) 들어가며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리그(이하 롤챔스) 섬머시즌 우승팀인 KT 애로우즈에서 두 명의 선수가 떠났다. 9월 30일 계약이 만료된 카카오, 루키가 중국팀과 계약해 떠난 것인데 KT 측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기사(링크)에서 그대로 인용하자면 'KT 롤스터는 "최근 중국으로부터 국내 우수선수를 상대로 직접 접촉하여 영입을 시도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나, 현재 국내에는 이러한 식의 선수 이탈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전했'으며 '선수들의 중국진출 의사를 존중하여 두 선수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는 것인데 곱씹어 생각할수록 참 희한한 말이다.

 첫째로 중국팀에서 국내 선수를 대상으로 직접 접촉하여 영입을 시도하는 일이 발생한다는게 계약기간 내의 사전 접촉(템퍼링)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숙소생활을 하는 프로게이머들의 특성상 시즌 중의 명백한 사전 접촉이 존재하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렵고, 만약 있었다고 해도 엄연히 라이엇이 직접 전세계 리그를 관할하고 있는 이상 KT팀 차원에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을테니 그러지 아니하였다는 것은 적어도 절차상으로는 문제없었음을 반증한다.

 두번째로 선수들의 의사를 존중하든 아니든 계약이 끝났으면 당사자 합의가 있어야 새 계약을 하는게 상식인거지 풀어준다는 늬앙스도 얼척없다. 썸녀가 다른 애랑 연애하게 되서 자동적으로 내가 까였으면 그냥 까인거지 어떻게 '썸녀의 의사를 존중하여 더욱 진도를 나가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라고 말할 건덕지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뭐 KT 입장에선 리그 MVP 정글러와 미드라이너를 동시에 잃고 스카웃에 돈도 쓰기 싫어서 2팀 체제를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으니손해본 느낌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서로 계약기간을 롤드컵 전까지로 잡아놔서 여차하면 작별할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고 저런 말 하는 건 구질구질하게 느껴지고, 그동안의 팀의 무브를 살펴보면 가소롭기까지 하다. 2012년 윈터 시즌을 앞두고 창단해서 딱 2년 동안 12명이나 (KT B팀을 포함하면 19명) 선수가 자의든 타의든 팀을 떠났으면 매 시즌마다 팀을 갈아엎은건데 최소한의 양심이 있으면 '제도적인 장치' 운운은 안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그럼 프로 구단들이 선수 이탈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까지 필요할 정도로 대우를 해주는지 간략하게 살펴보자. 한국콘텐츠진행원에서 발표한 '2013년 이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를 통해 프로게이머들에 대한 흥미로운 통계들을 살펴볼 수 있다. 전체 프로게이머 응답자 108명 중 스타크래프트2 게이머가 97명, 리그 오브 레전드 게이머가 10명, 카트라이더 게이머가 한 명으로 추정된다.

 1) 통계로 보는 프로게이머

  가. 어떤 사람들인가




  대부분 미혼, 남자, 만 16세에서 24세 사이의 전업 게이머들임을 알 수 있다. 어린 나이 때부터 자기 직업을 찾은 사람들이니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전국 평균 대학진학률이 78.8%에 달하는 것에 비추어봐서 진학률은 낮다. 학업을 위해서라기보단 입대를 늦추기 위해 대학 혹은 대학원을 선택한 경우도 있을 거라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나. 얼마나 일을 하는가


   평균적으로 주당 평균 6.17일, 일 평균 10.88시간을 연습실 혹은 합숙소에서 보내고 있고어리면 어릴수록 더 많은 시간을 연습에 투자하고 있다. 물론 경기에 출전하는 시간은 포함되어 있지 않으니 실제 노동량은 훨씬 더 많을 것이 자명하다. 숙소 내에서 어떤 생활을 하는지는 http://www.82cook.com/entiz/read.php?num=1606320 이 글을 읽으면 좋겠다.

 다. 얼마나 버는가



 [닥터롤]‘판도라의 상자’ 롤 프로게이머의 연봉이 알고 싶다고? (링크)

 승자독식 구조이니만큼 수입 차이가 큰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직업으로서 추천하긴 어렵다. 지금은 세계 최고의 팀인 한 곳은 창단 초기에 오히려 서울시내 대학가 원룸 월세 수준의 숙식비를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선수에게 숙식비를 받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지만 스폰이 있을 때도 아니라 어쩔 수 없을 거라고 넓은 비지니스 프렌들리 마인드로 넘어가보자.

 2002년 온게임넷 스타리그 우승 상금이 2천만원, 본선 진출 상금이 150만원이었고, 지금 롤챔스 우승 상금이 8천만원, 본선 진출 상금이 600만원이다. 스타리그 우승 상금이야 혼자 먹지만, 롤챔스 상금은 최소 다섯이 나눠 먹어야 한다. 물가 상승분을 감안하지 않아도 오히려 상금이 줄었다. 망겜 소리 듣는 스타크래프트2 GSL도 우승 상금 7천만원, 준우승 상금이 천오백인 거에 비하면 저건 너무 한거다. 물론 롤드컵이라는 총상금 200만 달러 짜리 거대 대회가 있긴 하지만 지역별로 출전 쿼터가 있는데다 해외로 나가서 도전하기엔 리그별 외국인 제한도 있어서 한국에서 출전하긴 쉬운 일이 아니다.

 선수 연봉도 마찬가지다. 2002년에 임요환의 연봉이 1억을 넘었고, 2004년쯤 가면 홍진호나 이윤열, 강민 같은 선수들은 다년 억대 계약도 곧잘 했다. 팀별로 부익부 빈익빈은 있었지만 2006년 기준으로 연봉 7천만원 이상 선수만 무려 12명이 넘었다. (링크) 물론 저 시절이 거품이라고 생각할수도 있겠고 당시라고 해도 요순시대는 아니기 때문에 양극화는 똑같았다만 뭐 그렇다고 지금이 나아진 건 아니니까.

 라.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가


 수입도 수입이지만, 프로게이머란 직업을 극한직업으로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직업의 불안정성이다. 솔직히 저 통계를 보면 보통이 30.6%나 있는게 신기할 지경이다. 그나마 대기업 팀들 위주로 조사를 해서 그런가 3개월 단위로 팀들이 사라지고 군대에 다녀오면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하는 직업에서 저 정도 만족도가 가능한게 놀랍다.

 2) 발전한 점

프로리그 중계권료 협상이 되지 않았다고 개인리그 예선에서
선수를 보이콧 시키는 케스파의 아름다운 모습.
 물론 스타1 시절보다 지금이 나은 점도 찾을 수 있다. 중계권 사태 이후 스타1판은 철저하게 기업들의 모임인 케스파 위주로 돌아갔고 당연히 담합과 불합리함이 판을 치는 구조가 굳어졌다.

 프로게이머를 하고 싶으면 우선 케스파가 주최하는 커리지 매치에서 일정 성적을 거둬 준프로게이머 자격을 얻은 다음, 드래프트에서 팀의 지명을 받아야 했다. 만약 팀의 지명을 거부할 경우엔 3년 자격정지를 받게 되고 자동적으로 프로게이머의 삶은 날아가게 된다. 상식적으로 드래프트 제도는 최저연봉제에 기반해서 시행을 해야 한다. 팀의 사정에 따라 대우가 극과 극이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있었으면 내가 애초에 말을 하지도 않았겠지. 이스포츠 판에 최저 연봉은 없었다. 너 아니여도 할 사람 많다는 열정페이 정신과 팀들의 담합으로 이루어진 리그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프로게이머 자격이 없다면 개인리그 예선에도 참가할 수 없게하는 제도를 만들기는 했다.

 최저연봉은 없지만 보유권 제도는 있었다. 기업팀은 사정이 좋다고 5년, 비기업팀은 사정이 나쁘니까 1년의 25%를 프로리그 엔트리에 든 상태로 4년을 뛰면 FA로 풀어줬는데 선수에게 팀 선택권은 없고 최고가를 지른 팀에게 가고 영입한 팀은 보상금과 보상선수까지 지급해야 하는 미친 규정이었다. 선수 입장에선 유명무실했지만 팀에겐 유형무형의 큰 도움이 됐으리라고 믿는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 롤 게이머들이 계약 끝나면 엑소더스라도 할 수 있는 건 달착륙 이래 가장 큰 진보아닌가. 심지어 지금은 롤이 공공재니까 저작권 협상 없이 리그 진행하겠다고 하지도 않는다. 가장 심각한 비관주의자라도 협회장이 바뀌고 케스파가 많이 좋아진 걸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3) 엑소더스 혹은 해외런

 스타2를 기점으로 많은 한국 프로게이머들이 경쟁이 치열한 한국보단 사정이 나은 외국으로 나가서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언어부터 거주 문제까지 수많은 장벽이 있었지만 점점 많은 선수들이 해외팀에 입단하며 경험이 쌓였는지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상태이다. 이제는 하도 많아서 누가 어디 가있는지도 모르겠다. 일부 선수들은 먹튀를 당한 경우도 있었지만 뭐 그렇게 치면 한국도 이스트로, 온게임넷, 위메이드, MBC게임, 화승, 웅진 다 순식간에 날아갔는데 남 이야기할 처지가 아닌 것 같다.

 롤에서도 로코도코같은 1세대 선수들이 단체 이주에 도전한 것을 시작으로 많이들 나가고 있다. 코치들의 수요도 많은 모양이다. 당연히 한국보다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니 나가는 거겠고. 브라질같이 막 리그가 자리잡은 지역에도 선수들이 진출하고 있다.

 특히 중국같은 경우엔 인터넷 방송 BJ가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고, 프로게이머 업계의 부정부패와 부조리가 심해서 힘들고 욕 많이 먹지만 돈은 별로 못 버는 프로에 굳이 목 메지 않는 분위기라고 한다. 고용불안정과 박봉에 시달리던 한국 프로게이머들이 진출하기 쉬운 환경이다. 먼저 진출해 팀을 롤드컵 4강에 올려놓은 인섹과 제로를 보면 팀원들에 비해서 훨씬 많은 연봉을 받는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이번 카카오-루키 동반 탈출은 그 확신에 방점을 찍었다. 중국이 많이 주는건지, 한국이 우승팀 선수에게도 대우가 박한건지 알 수는 없다만 아무튼 프로가 몸값 많이 주는데 가는 것은 자연의 섭리같은 거 같다.

중국과 우리는 내국인이 입바른 소리하면 색출해 묻어버리는 문화적 공통점도 가지고 있어서
적응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사진은 찍혀서 영구제명된 로얄클럽의 타베.
 중국 시장이 거대한 만큼 프로게이머나 코칭스태프만 수출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한국의 유명한 대리랭겜 BJ도 중국에 초청되서 통역까지 지원받아 스트리밍하면서 한달도 안되서 1억을 넘게 벌었다. 중국서버 랭킹 1위에 도전하는 이벤트에 성공해 가능했던 거지만,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띄고 이 땅에 태어나서 반드시 국제대회 우승을 해야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면 큰 시장에서 제 대우를 받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닌가.

 케스파에서 아주부TV와 계약을 맺고 한국 선수들의 스트리밍을 방송하고 있긴 하나, 한국 팀이 선수가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 있을 만큼의 스트리밍 시간을 보장하거나 수익 수단을 마련할 것이라고 여기는 것은 심각하게 희망적인 상상같다. 케스파 측에서 여러 액션을 취하고는 있지만 라이엇이 LCS처럼 선수들에게 월급을 지급하지 않는 한 가장 큰 돈줄은 구단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해외 진출이 롤챔스의 질을 떨어뜨릴 거라는 의견엔 동의한다. 잘하는 선수들이 나가는데 그 자리를 바로 메꾸긴 힘들다. 그러나 반대로 다른 지역 리그의 상향평준화엔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또 전통적 닭장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롤챔스가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가진 리그에서 밀려날 거라고 생각하기도 어렵지만, 세계 최고의 리그가 아니게 되어도 사실 아무 문제가 아니다.

 4) 결론

 물론 케스파는 과거와 다르고, 롤드컵 시드권은 라이엇이 쥐고 있다. 무엇보다 롤챔스가 오픈 리그를 지향하고 있는 한 구단들이 과거처럼 리그를 볼모잡아 온갖 횡포를 부리기는 힘들 것이다. 군대 문제가 있는 한 어차피 오래할 수 있는 직업도 아니니 꿀은 빨 수 있을 때 빨아야 한다.

열정 페이 계산법. 출처 <칼방귀 2012년 여름호>
 외국인 제한 때문에 롤드컵 가능성 있는 해외팀에 갈 자리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팀게임이니만큼 언어 문제도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분명 해외로 나갔을 때의 장점도 많이 보인다. 난 한국 e스포츠 판이 정말 저게 한계라서 선수들에게 저 정도 대우밖에 못해주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저 선수들 등골 안치면 유지가 안되는 판이라는 건 쭉 봐와서 아주 잘 알겠다. 프로스포츠니까 힘든게 당연하고 뭐가 어떻고 그런 말을 하기 전에 기본 토양 자체가 저렇게 허접한데 딱히 뭐라고 붙일 말 자체가 없다.

2014년 10월 6일 월요일

방열 농구협회장 "애런 헤인즈 귀화는 사실이 아니다" & 농구대표팀 귀화선수 논란 일지

 원문 http://basketballbuddha.com/korean-basketball-chairman-bang-yeol-says-no-to-aaron-haynes/

이길 수 없다면 손을 잡아라.

 세계 농구의 벽을 넘지 못한 아시아 국가들이 남긴 메모다. 아시아 선수들은 세계 농구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그래서 재능을 가진 외국인 선수를 귀화시켜 자국 대표팀을 위해 뛰게 하고 있다.

 인천 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KBL에서 뛰고 있는 베테랑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새크라멘토 출신)가 한국으로 귀화해 세계 대회에 나올 것이라는 루머가 퍼졌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4강 한국 대 일본전을 앞두고 만난 방열 대한농구협회 회장은 이를 부인했다.

 "그 루머는 사실이 아닙니다. 언론은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을 원하죠. 우리는 이미 한국에서 태어난 귀화선수(문태종)를 데리고 있어요. 애런 헤인즈에 대한 말은 언론이 꾸며낸 이야기에요." 방열 회장의 말이다.

 다음 FIBA 아시아 선수권 대회 땐 어떻게 하냐고 물었을 때도 방열 회장은 헤인즈는 계획에 없다고 밝혔다.

 33살의 헤인즈는 한국의 귀화선수가 되는 것을 동의했었다. 그는 KBL에서 일곱번째 시즌을 맞이하게 되었으며, 한국 농구계에서 확고한 기반을 마련한 상태였다.

 "그는 여기 문화에 잘 적응했어요. 농구는 농구지만 헤인즈를 특별하게 하는 것은 우리 문화를 잘 받아들였고, 동료를 살려주는 플레이를 할 줄 안다는 거죠. 우리 조직은 가족처럼 헤인즈를 사랑합니다." 장지탁 SK나이츠 사무국장의 이야기다.

 최근 필리핀은 NBA 베테랑 안드레이 블라체를 귀화시켰다. 루머에 따르면 블라체는 100만 달러를 그 대가로 받았다고 한다. 올해 여름, 블라체의 도움을 받은 필리핀은 FIBA 월드컵에서 40년만의 첫 승을 신고할 수 있었다.

 한국 농구계 소스에 따르면, 대한농구협회는 메이슨 플럼리(90년생, 네츠), 앤서니 랜들프(89년생, 닉스)에게 접근해 귀화를 제의했고, 두 선수 모두 오퍼를 거부했다고 한다. 일본, 카타르, 대만, 그리고 필리핀같은 국가는 귀화선수를 받아들인 예이다.

-닉 베다드                                                              



 귀화선수 논란 일지

 2013년 8월 유재학 국대 감독 "우리도 이제 귀화선수에 대한 고민을 해야한다."

 8월 23일 방열 회장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 귀화선수를 포함한 멤버를 내보내는 것이 현재 저희가 가지고 있는 목표입니다."

 ~100일 동안 마늘과 쑥 섭취 -> 한국시리즈 -> 농구 개막 -> 기타 등등 ~

 2014년 1월 17일 이승준 부상

 2월 4일 국가대표팀 운영위원회에서 귀화선수 영입 처음 거론 (링크)

 2월 22일 이상범 KGC 감독 사퇴

 3월 3일 이상범 국대 코치 귀화선수 자료수집 시작

 3월 5일 이상범 국대 코치 정식 임명

 3월 말경 이상범 국대 코치 귀화선수 물색하러 미국으로 출국

 4월 10일 빈손으로 귀국 및 KBL 시즌 종료

 4월 18일 KBL 외국인 선수 4명(심스, 헤인즈, 제퍼슨, 벤슨)에게 귀화의사 타진

 5월 2일 타진요처럼 끈질기게 타진

 5월 9일 모두 거절 및 헤인즈만 승낙 (링크)

 5월 12일 유재학 국대 감독 "우리 팀이 신장에 문제가 있어서 심스를 제일 먼저 얘기했었다" "귀화작업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전달받은 건 전혀 없다."

 5월 13일 대한농구협회 “외국선수의 특별귀화 문제가 쉽지 않은 상황”

 5월 18일 국가대표팀 운영위원회 헤인즈에게 26일까지 입국할 것을 지시

 5월 19일 유재학 국대 감독 "유재학 감독, “귀화선수 늦었다...승진·승준 합류할 수도"

 5월 20일 국가대표팀 운영위원회 "헤인즈 귀화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렵다."

 5월 21일 기자가 헤인즈에게 귀화 불발 통보. 헤인즈 "실망스럽다" (링크)

 8월 30일 농구월드컵 개막 및 전패 탈락

 9월 27일 방열 회장 "“다른 나라처럼 큰 돈을 주면서까지 귀화선수를 사오는 것에 대한 것은 회의적"

 10월 1일 방열 회장 "애런 헤인즈에 대한 말은 언론이 꾸며낸 이야기"

 10월 3일 아시안게임 농구대표팀 금메달

  시국에 맞춰 외국인 기자만 보면 반사적으로 손을 내저으며 '오해입니다' '우리에겐 우리 방식이 있습니다' '아무 문제없어요'라고 하는 복고풍 리액션이 다시 유행인가보다. NBA급 귀화선수는 비싸서 못 데려오겠다는 건 이해하지만, 전임 감독을 '청소년대표팀'에 두겠다는 말은 참 의미심장한데 내년에도 국대에 유재학 감독 쓰려는 건가 궁금하다.

2014년 10월 4일 토요일

금연 일주일차 & 보건소 금연클리닉 방문 후기

 담배값 오르는 게 반가운 일은 아니지만 생각해보면 오랫만에 담배값이 오르는 것 같긴 하다. 이젠 좀 모아놔야겠다 싶어서 마트 간 김에 디스플러스 한 보루 사왔다. 그런데 스무보루를 사놔도 1년 못 버틸 것 같은데 사놓는 것도 한계가 있는거고 건강에 좋지도 않은 거 오른 채로 피우기도 싫고 해서 금연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사놓은 한보루만 다 피우고 보건소에 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담배가 바닥을 보일수록 스트레스를 받았다. 두세갑 남았을 때 부터는 밤마다 악몽에 시달렸다. 마지막 한 갑을 뜯었을 때는 그야말로 미칠 지경이었다. 한 대 피운 직후에야 아 ㅅㅂ 끊지 뭐 싶지만 한시간쯤 지나면 입질이 온다.

 다섯 까치가 남았다. 마지막으로 이것만 피우고 버리자. 쉽지가 않다. 잠이 안 오니 새벽녘까지 깨어있으며 계속 피웠다. 세 까치가 되고 쌍대가 되고 돗대가 되었지만 내일부터 못 피운다고 생각하니 그대로 버리지 못했다. 군대가서 훈련소에서 4주 강제 금연하고 TMO 타고 자대 갈 때 관리병이 준 디스 한 까치가 떠올랐다. 심판의 그 날에 오른편에 설 의인이다. 마지막 연기를 뿜기 전에 회상할 사람으로 충분했다. 마지막 들숨을 내쉬고 집게 손가락으로 불똥을 튕겼다. 

 9월 5일, 일어나자마자 습관대로 몸에서 니코틴을 요구한다.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다. 오후에 가까운 보건소 금연 클리닉에 갔더니 거주지나 직장 보건소에 가야한다고 한다. 이런 건 당연히 미리 물어봐야 하는건데 마음이 급하니 이런 기본적인 것도 못 챙기게 된다. 시간이 애매해 택시를 타고 소재 보건소에 갔다. 6시까지 한다는데 5시에 도착했으니 늦지는 않을 것 같다. 로비에서 금연 클리닉은 어디냐고 물었더니 금연클리닉은 보건소가 아닌 문화센터에 있다고 한다. 버스로 두 정거장이니까 그리 멀지는 않은 거리지만 짜증은 난다. 내일 다시 올까 생각해봤지만 토요일이다. 그냥 갔다.

 클리닉에 들어가보니 5시 30분이 넘었다. 시간이 빠듯해서 뭐 금연용품이나 받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절차를 다 밟았다. 꽤나 긴 설문지 작성도 하고, 이산화탄소 측정도 하고(하루 종일 담배를 안피웠는데 일반 흡연자 수준으로 나왔다!) 뭐 설명도 듣고 기타 등등 하고 나니 이런 것들을 준다.


 니코틴 패치, 손 지압기, 민트 사탕, 민트 껌이다. 패치는 일부러 쓰지 않았고, 지압기는 저런 걸 믿지를 않아 건드리지도 않았지만 껌과 사탕은 정말 엄청나게 먹었다. 뭐 단순한 금전 지출로 따지면 껌값이 담배값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일주일 동안 습관적 흡연 충동을 견디는 게 몹시 어려웠다. 모닝땡, 식후땡, 이동 전후, 화장실 가기 전, 샤워하기 전, 일 한 타임 하고, 야구 잠자기 전 뭐 어떻게 보면 장기적/지속적인 흡연자의 흡연 패턴이란 게 그런 식으로 정해져 있고 그래서 하루의 흡연량은 놀랍도록 일정한데 그렇게 일상으로 체화된 패턴 자체를 뒤집어야 한다는 게 결코 쉬울 수가 없다. 만약 주변 사람들이 흡연자라면 정말 견디기 어려울 것 같은데 다행히 난 장래희망이 세계 제일의 은둔형 인간이라 그런 점에서 유리했음에도 괴로웠다. 참기만 한다면 모를까 순간 순간마다 생각이 나는 건 뭐 어떻게 막을 수가 없지 않은가. 운동을 한 다음에 담배 피우던 습관때문에 참기가 어려워 운동도 안하다 어제 다시 시작했다. 짜증은 원래 많았지만 생각보다 감정 기복이 일주일 동안 심했다. 상담사가 강조를 하는 이유가 있었다. 

 반대로 뭐 금연으로 인한 일시적 두통, 불면증, 변비 같은 건 미리 각오한 일이라서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불면이 좀 심해서 그 동안 두 번 정도 수면 유도제를 먹었던 것 같다. 두통은 원래 패시브로 달고 있었고, 변비는 뭐 위염으로 하도 고생해서 그것보단 견디기 쉬웠다. 아 맞다. 예상하지 못했는데 귀찮았던 건 보건소에서 문자하고 전화하는 거 정도가 있었다. 

 아무튼 지금까진 잘 참았고, 이제 운동 다시 해가면서 생활 패턴 안정에 힘써야겠다. 다음 주 정도가 되면 기침이 그렇게 나온다고 하는데 솔직히 난 순수하게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은 그리 크지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음주가 큰 위기라곤 하지만 술 안 좋아해서 피하는 게 크게 어려울 것 같진 않고 오히려 지금 걱정되는 건 탄산음료 및 주스 소비량을 어떻게 줄이는가다. 껌도 그렇고 음료도 그렇고 너무 자주 마시게 된다. 

2014년 10월 2일 목요일

비루한 가을 문화생활 (피파15, 데빌메이크라이 DmC, 씬시티2, 위키드, 크리스 제리코 자서전)

 장점보단 단점 위주로 이야기한다.

 1. 피파15 (PC)

 엔진을 갈아엎은 신작이 다 그렇듯 조금 하다보면 눈이 금방 익숙해져서 뭐 딱히 그래픽이 좋은 것도 모르겠네, 모션이 그렇게 자연스럽지도 않네 싶지만 다시 피파14를 보면 내가 이런 게임을 했나 싶을 정도로 간사해지는 내 모습을 체험할 수 있었다. 발매 직후엔 온갖 희한한 버그가 다 있어서 조롱을 듣기도 했으나 내 경우엔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전환될 때 살짝 그래픽이 깨지는 것 외에 플레이에 지장을 주는 버그는 없었다. 아마 심각한 버그들은 불법복제 방지 장치가 잘못 작동하는 경우로 추정된다.

 이 게임의 정수를 느끼려면 얼티밋 모드를 해야겠지만 귀찮아서 안해봤고, PC판 온라인 이용자는 그렇게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새벽에 K리그팀으로 서치를 돌렸더니 한참이 지나도 방이 잡히지 않았다. 비슷한 수준의 팀끼리 매칭시켜주기 때문인 것 같은데 뭐 해외 강팀을 고르면 서치가 안잡힐 정도는 당연히 아니겠고.

 현재 선수 커리어 모드로만 대충 50시간 정도 한 듯 한데, 위닝 시리즈의 비컴 어 레전드 모드와 비교해보면 위닝이 경기 평점을 통해 경험치를 얻거나 훈련을 통해 능력을 육성시킬 수 있다면 피파는 경기에서 행동 성공 숫자를 카운트해 일정 숫자가 될 때마다 능력치가 올라가는 멍청한 방식에 따로 훈련도 없어서 문제가 된다. 감독 AI도 한심스러워서 선발 출전/결장 외엔 교체 출전 조차도 없고, 계약기간도 따로 없어서 이적, 임대 요청을 하지 않는 한 천년만년 기본 주급을 받고 염가봉사 클럽 지박령이 되고 만다. 이적 요청을 하더라도 위닝처럼 다수의 팀에서 온 오퍼들을 한번에 검토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한 번에 한 팀씩이랑 협상이 되는... 아, 부족한 점은 이것만은 아니지만 더 자세하게 말하기도 귀찮다. 물론 그렇다고 저 모드 하나 때문에 이미 관짝에 들어간 위닝을 권하는 것은 아니다. 피카츄 배구가 DOA 익스트림 비치 발리볼보다 나은 점이 하나 정도는 있다고 DOA 거르고 피카츄 배구를 사라는 이야기는 못하겠다.

 전통적으로 피파 시리즈의 장점이 다양한 리그의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번 작에도 기본적으로 K리그의 승강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같은 건 탑재되지 않았다. 아시안컵이나 네이션스컵도 없는 것 같다.

 안 좋은 점을 많이 쓰긴 했는데, 그래도 새 엔진을 탑재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장점이 있는 신작이다. 만약 그래도 아직은 위닝이다 라거나 피파온라인 짱짱맨 이런 사람이 아닌 이상 사서 후회할 것 같지는 않다. 유저 한글 패치가 존재한다.

 2. 데빌메이크라이 DmC + 버질의 몰락 (PC)

 우선 이 게임은 데메크 시리즈 본가와 관계없는 리부트 시리즈라고 한다. 처음에는 인물 설정이 확 바뀌었기 때문에 그런 줄 알았는데 하다보니 별개의 시리즈가 맞긴 한 것 같다. 전통적인 스타일리쉬 액션은 건재하지만 본가 시리즈가 퍼즐 요소가 강했다면 이 친구는 퍼즐이 쏙 빠진 대신 슈퍼 마리오처럼 끊임없는 점프와 공중 이동을 요구해 패드 잡은 손에 땀이 마를 새가 없었다.

 초반은 사실 별 재미를 못 느껴 아 이렇게 또 게임 쇼핑에 실패했는가 싶었지만 중반부를 넘어가며 스토리와 연출에 급 탄력이 생겨 재미있게 했다. 딱히 나쁜 점을 짚어보면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만나게 되는 보스들이 별로 세보이지가 않는다는거 정도.

 DLC인 버질의 몰락은 개발에 별로 돈 안 들인 티가 많이 나지만 별로 비싸지도 않으니 해봐도 괜찮을 것 같다.


 3. 씬시티2 : 다크히어로의 부활 (영화)

 원제는 Sin City : A dame to kill for 니까 목숨을 걸 만한 여자라는 뜻이겠지만 뜬금없이 '다크히어로의 부활'로 부제를 붙여놓으니 한결 더 망작처럼 느껴진다. 미국에서 흥행 참패한 걸 보고 망할 걸 예상은 했다만 1편을 워낙 재미있게 봐서 이번에도 개봉날에 3D로 관람을 했는데 영화 시작할 시간이 다 되어도 나말고 사람이 들어오지 않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하지원이 주연한 영화 '폰'을 한 지방 극장에서 대여섯명의 다른 관객과 함께 본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당시 기집애들이 어찌나 귀 찢어지게 소리를 지르던지 돌비 서라운드의 새 장을 느꼈었다. 다행히 영화가 시작하니 관객은 나 포함 네 명이 되어서 이제 둘만 남았네 그러면서 살인인형이 찾아오지도 않았다.

 그냥 망할 만한 영화였다. 전작의 인물들은 나름의 정의와 절박함을 가지고 거기에 목숨을 거는 자들이었다면 이번엔 영화 촬영하는 동안 죄다 와우인벤 사사게나 뽐뿌 휴대폰포럼을 했는지 항상 감정 과잉 상태에 빠져 있었고, 그걸 해소하는 방식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 사이트식의 무차별 똥발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똥을 던지거나 맞으면 흥미로울지는 안해본 내가 알수가 없지만 지켜본 경험상 전혀 재미가 없다. 특히 제시카 알바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보는 내내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후진 연출, 망한 시나리오 양자의 결합이 매우 확고해 이 영화가 왜 이 모양인지 보여주는 총화와도 같았다.

 조셉 고든래빗, 에바 그린이 각각 캐리한 시나리오 두 개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냥 거기까지였다. 전작과 너무 오랜 갭이 있어 내가 1편을 기억 속에서 너무 미화시킨채 2편을 본 게 아닌가 의문이 들어 돌아오자마자 1편을 다시 틀어보았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듯 수작은 수작이고 망작은 망작이었다. 개봉 2주만에 굿다운로드에 나온 건 필연적인 결과다.

 4. 위키드 (뮤지컬)

 박혜나 - 김소현 조합으로 봤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2층 좌석이라 더 가까이 못본게 아쉬웠다. 보고 나와서 재작년에 미친것처럼 비싸고 같은 정도로 재미없던 라보엠 대신 위키드 내한을 갔었으면 내 인생이 10% 정도는 더 풍요로웠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깔 게 없어서 더 적을 게 없다.

 5. 크리스 제리코 자서전

 라이언스 테일이란 이름의 책이다. 유명한 프로레슬링 뉴스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이 직접 번역과 감수를 맡아서 굉장히 깔끔하게 읽힌다. 예전에 성민수 해설위원이 하디 보이즈 자서전을 번역 출판한 이래 참 오랫만에 나온 레슬링 서적이라 이것도 예약 구입했다. 크리스 제리코의 말빨도 좋고 인생사도 재밌는데다 작가가 잘 포장도 했을거고, 역자가 애정있게 잘 옮기기까지 했으니 더 길지 않은 게 아쉽다. 

2014년 9월 3일 수요일

WWE 2K15 PC판 떡밥 정리

 찾다가 답답해서 내가 정리했다.

 1. 최초 떡밥


 한국에서 게임을 유통하기 위해선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관장하는 게등위(게임물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WWE 2K15 PC버전의 등급 분류 요청이 발견되었다. 단순 오류라기엔 누락된 다른 플랫폼도 없고 무엇보다 등급분류번호에서 NP가 상징하는 것이 온라인/PC 게임이기에 신빙성 있는 떡밥이라고 볼 수 있었다. 동시에 그리스의 쇼핑몰에서도 본 제품의 PC판 예약 판매 페이지가 발견되었다. 링크

 2. 등급결정 결과

 그런데 올해 5월부터 19세 이용가가 아닌 PC/온라인/콘솔 게임(모바일은 마켓에서 자체 심의 가능)은  민간기구인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GCRB)에서 등급분류를 하고 게등위에 보고하므로 GCRB 홈페이지에서 결과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PC를 포함한 모든 플랫폼에서 15세 이용가로 분류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등급분류를 받으려면 심의를 받고, 일정한 수수료를 내야하기 때문에 존재 자체는 있는 걸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3. 문의

 본 작품을 유통하는 H2인터렉티브에 PC판 발매 가능성을 묻는 메일을 보냈는데, 예상했던대로 '안녕하세요.(주)에이치투인터렉티브 입니다. WWE2K15에 관한 출시 정보등의 자세한 사항등의 정확한 안내는 추후 보도자료 또는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라는 짤막한 답변이 왔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존재 자체를 부인하진 않은거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그냥 매크로 답변이다. 이전에 수업 들었던 형법 교수님이 전) 게등위 위원이라 이 기회에 물어보고 관련 이슈 잡아서 졸업논문 쓸까 잠깐 생각했는데 '헤헤 교수님 이 게임 좀 알아봐주세요'하기엔 내가 너무 미친 사람으로 보일까봐 차마 못했다. 덕후 티를 굳이 내고 다닐 필요는 없으니까 ㅇㅇ 

 4. 해외 



 블로그 뉴스 연합인 블리쳐 리포트의 WWE 선임기자 라이언 딜버트 같은 경우엔 한국 심의결과가 단순 오기가 아니냐 할 정도로 양웹에선 루머 쪽에 힘을 싣고 있지만 뭐 저 정도면 존재 자체는 있어보이지 않는가? 혹시 북미 ESRB와 유럽 PEGI에서 등급분류 결과가 있는지(=일반적인 판매 경로를 거쳐 유통될 것인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확인결과 양자 모두 모든 플랫폼에서 등급분류 결과가 검색되지 않았다. WWE 2K15은 북미 기준 10월 28일에 발매 예정이라 아직 예약구매 사이트들에서도 등급 미분류 상태로 표기되어 있다. 반면 10월 7일 발매 예정인 NBA 2K15의 경우엔 모든 플랫폼에서 E등급을 받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부분은 WWE 2K15와 비슷한 시기에 출시되는 드래곤 에이지 신작도 아직 미분류 상태라 PC판 발매 정보 유출을 우려해 일부러 분류를 늦게 받는 거라 보긴 어려우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5. 예상

 예전처럼 전반적인 대작 시장이 진리의 콘솔, 찬밥 PC같은 분위기는 아니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같은 회사의 NBA2K15라거나 EA의 FIFA 15처럼 PC판도 구세대 엔진을 쓰는 게 아니라 차세대 콘솔 수준에 맞춰 동시에 발매하기도 하고, 동시발매는 아니더라도 GTA 5같은 경우에도 PC판이 차세대 콘솔판과 같이 나오기도 한다. 거기다 WWE가 기반시설 투자로 인해 경영실적 악화로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시기가 문제지 기대는 해도 될 것 같다. 아무리 PC에 복돌이가 많아도, 콘솔로 뽕 다 뽑으면 내줄수도 있겠다 정도. 

 9/23 추가


  오늘자 WWE 네트워크에서 진행된 로스터 공개 행사 화면에 PC버전이 공개되었으니 남은 건 차세대기랑 동시발매 여부(PS3-엑박360보다 차세대기가 늦게 출시됨)이지 나오는 건 확실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