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26일 일요일

커리 - 워니 논쟁에 대한 생각

 커리가 KBL 현 외국인선수 1인 출전제 하에서 팀을 우승시키기 어렵다 혹은 KBL에서는 커리보다 워니가 낫다는 논쟁은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왜 토론이라는 게 의미가 없는 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선정하기 손색이 없다. KBL 관련 유튜브 댓글은 이미 영상과 별 상관도 없는 비아냥으로 도배가 되어 가고 있고 날마다 의미없는 if 타령 보다보니 지쳐서 몇 글자 정리해두려고 한다.

 1. KBL 국내 빅맨의 희소성

 

 왜 2미터 이상 국내 빅맨이 희귀한지는 이 2021년 기준 병무청 신검 통계 한 장으로 간단하게 설명이 된다. 팀마다 2미터 이상 국내 빅맨을 두 명씩은 쓰는 것 같은 CBL과 KBL은 많이 다르다. 규격 외의 선수인 커리는 경기를 터뜨리겠지만 9개팀 외국인 빅맨을 막아야 하는 커리 팀 빅맨들은 길어야 3라운드 지나면 몸이 터진다. 역대급 KBL 빅맨이 될 거라는 기대를 받았던 이종현은 포워드 외국인 선수를 뽑은 팀 사정상 시즌 반을 외국인 빅맨을 막다가 아킬레스 파열을 당한 후 기대의 반의 반도 못한 채 저물어 가고 있고 장단신제 폐지 후 186cm 비대칭 병기인 섀넌 쇼터를 쓰던 전자랜드는 쇼터 출전시간에 압도적인 효율을 뽑아냈지만 국내 빅맨 줄부상으로 결국 쇼터를 교체해야만 했다. 물론 커리도 압도적인 기량으로 경기마다 상대 수비수 앵클 브레이킹 보여주겠다만 가드-포워드 자원이 빅맨보단 훨씬 풍부하다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2. FIBA룰에서의 빅맨의 중요성

 수비자 3초룰이 없는 FIBA룰 아래서 수비코트에서 지역방어 + 페인트 존 아래서 집 짓고 기다리고 있는 빅맨의 위력은 늘 생각보다 위력적이다. FIBA룰로 치러지는 국제대회를 보고 있으면 포지션을 떠나 20득점 이상이 그렇게 잘 나오지 않는다. 물론 대표팀이라는 특성상 한 선수가 볼을 몰아받는 경우가 드물고 커리는 패러다임을 바꾼 선수라 기본적인 볼륨은 증가하겠지만 룰을 바꾸지 않는 이상 인간의 한계는 있다.


 3. 국내/외국인 선수에게 다른 파울 판정

 소위 운영의 묘라고 하는 서로 다른 파울콜도 외국인 선수의 발을 잡는다. 17-18 챔피언 결정전에서 디온테 버튼을 수비하던 최원혁은 국내 선수를 그렇게 막았다면 1쿼터에 파울트러블 걸려 벤치에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았다. 물론 커리는 KBL 수준에서 거친 더블팀 붙는다고 막을 수 있는 레벨의 선수가 아니고 점퍼의 확률은 수비수가 제어하기 힘들다는 것이 농구를 보는 기본적인 통념이다만 상대 외국인 빅맨은 튕겨나온 공 잡고 다음 포제션에서 더 확률 높은 골밑 공격을 올려놓고 앤드원을 외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요소들 때문에 현재 외국인 선수 1인 출전제 하에서 외인 쿼터를 190cm 안되는 1번으로 채우고 우승에 도전하는 건 대단히 무모한 선택이다. 골스에서 버린 와이즈먼은 KBL와서 리그를 폭격하겠지만 커리가 오는 팀은 국내 빅맨이 폭격당해서 시즌이 터진다는 게 커리에 대한 비하라는 것은 도무지 동의하기 어렵다. 어차피 오지 않을테니 증명은 불가능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