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19일 목요일

일간 김성근을 보는 피곤함

 투혼이라는 이름의 유령이 프로야구판을 배회하고 있다. 한동안 위세를 떨치던 그 유령은 가을바람 불고 조금 잠잠해지나 싶었지만, 올해도 또 나타나 프로야구판 하향평준화에 힘쓰고 있다. 다행인 것은 더 이상 저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가 알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불행한 것은 아직도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내년까지 한 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을 거라는 예상이다.

 많은 야구팬들이 자기 팀에 김성근 감독을 데려오라고 요구하던 이유는 그가 야구계 안팎에서 대단히 존경받는 인격자이거나 한국야구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리더여서가 아니라, 좋은 성적을 내는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누가 김 감독이 투수 혹사, 구설수, 프론트와 기싸움 많은 감독인걸 모른단 말인가? 그런데도 한화팬들이 1인 시위까지 해가며 김성근 감독 데려오라고 한 건 성적을 내서 5886899 암흑기를 끊어달라는 것 외 다른 이유가 없다. 물론 지금 시점에서 보면 팬심이 자기 팀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사고사례로 KBO 역사에 남겠지만, 어디 야구판에서 팬이 좋은 의도랍시고 한 일이 망한 게 한둘인가. 파울볼만 떨어지면 100미터 밖에서 젖먹이 안고 쫓아온다는 21세기의 황구첨정 '아주라'도 내가 어릴 땐 좋은 문화라고 그랬다. 따지고보면 김성근 감독을 자기 팀에 데려오라고 하던 사람이 한둘이었나, 그 사람들은 그저 한화팬들에 비해 운이 좋았을 뿐이다.

이런 사진 올라올 때만 해도 다 좋아하지 않았나
 반대로 지금 김성근 감독이 욕먹는 여론만 들리고 온갖 과거사들이 모조리 발굴되는 것도 성적이 안 나오기 때문이지 예전과 다른 야구를 해서는 아니다. 올해 한화의 극심한 부진도 시즌 전 IF가 모조리 다 워스트로 발현되고 선수들이 퍼져서 저 모양이 된거지 운용 자체는 작년이랑 특별하게 다를 것도 없다. 이 기사1(링크), 기사2(링크), 한 팬의 수작업(링크)를 참조해 2015,16시즌 퀵후크 1위인 한화, 2015년 기준 퀵후크 2위팀 SK,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2010년 SK와의 간략한 비교를 해봤다.


 보다시피 별로 차이가 없다. 김광현, 카도쿠라, 글로버, 송은범있던 2010년 전반기 선발 방어율 1위팀이 저렇게 퀵후크를 했다는 말이다. 그냥 SK시절은 1위를 달렸으니까 침묵하고, 작년에 성적이 잘 나올때도 불펜을 3연투 4연투 굴려도 '패배의식을 씻어내기 위한 투혼'으로 포장을 하고, 올해는 팀타율과 팀승률이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고 있으니까 그때 묵시적으로라도 동조하던 사람들이 김성근OUT 이모티콘 붙이고 와서 아우성치는거지 혹시라도 작년에 가을야구 맛이라도 봤었으면 지금도 혹사 얘기 나오면 성적 내줬더니 고마운 줄 모른다고 되려 큰소리치는 작자 여럿 있었을 것을 확신한다.

출처 : http://mlbpark.donga.com/mlbpark/b.php?m=search&p=1&b=kbotown2&id=2450654

 지금 한화의 성적이 이 모양인 게 온전히 감독 탓은 아니나 저런 윈나우 사채볼을 땡기고도 꼴찌면 김성근 감독의 한화 커리어는 그냥 망한 것이다. 그것도 혼자서 망한 게 아니라, 팀의 미래도 같이 망했으니 최악의 감독이다. 거기다 대고 '지금 한화의 부진이 전부 김성근 탓은 아니죠' 이러는건 틀리지도 않지만 쓸모있는 말도 아니다. 또 예전엔 '김성근 야구'가 틀렸다고 말하고 싶으면 이기고 이야기하라는 말도 수없이 들었는데, 그럼 이젠 반대로 한화 성적이 압도적인 꼴찌니까 '김성근 야구관'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김 감독이 다음 프로구단에 재취업될 때까지 아무 얘기도 안할 것인가? 평생 야구 이야기를 못할테니 거참 답답하겠다.

그때도 유난스러웠지만 지금은 역대급 흑역사가 되어버렸다

 아직도 저 사람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긴 한다만 성적이 잘 나와도 잘못된 게 있을 수 있는거고 그 반대도 있을 수 있는데 팀 성적에 따라 비판하는 사람이 어그로에서 선지자를 왔다갔다하는 흐름을 이해할 수 없다. 김성근 감독의 야구가 사채볼을 넘어 도태볼에 이르른 것은 그냥 필연적인 -다행스럽긴 한- 흐름인 것이고, 저런 막장 야구도 성적 앞에선 투혼으로 포장하며 열광하다 성적 떨어지면 별 일도 아닌 것까지 다 들고나와서 물어뜯는 행태 자체가 매우 피곤하다. 저런 짓거리하면 망한다는 걸 만천하에 알린 것이 김성근 감독이지만, 그 태산에 가렸을 뿐이지 충분히 심각한 감독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너무 타겟이 한쪽으로만 몰리는 감이 있는터라 그 점도 우려스럽다. 감독 임기 끝나도 야구단 계속 운영해야할 프론트가 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저렇게 감독이 폭주할 때마다 개입해야할 이유다. 팬들이야 저렇게 성적에 따라 움직여도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들이지만 프론트는 그렇지 않다.

2016년 5월 2일 월요일

참여정부는 입학사정관제의 꿈을 꿨는가

 참여정부는 분권과 시스템 구축에 많은 힘을 기울였다. 거기에 따른 공도 있고 과도 있지만 그 중 교육정책은 정부나 대학, 학생 모두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설프게 자율을 부여했다가 대차게 망한 면이 많다. 하지만 지금 시행되고 있는 학생부 종합 전형, 구 입학사정관제의 부작용까지 참여정부 탓이라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우선 입학사정관제는 고교등급제와 논술강화로 인한 본고사 부활 논란이 한바탕 파란을 일으키고, 3불 정책을 일부 우회하는 범위 내에서 대학의 자율권을 보장해준다는 취지로 고안된 것이다. 당시 구체적으로 어떠한 배경이 있었는지는 몇가지 기사를 첨부한다.

전국 대학 입학처장 “3불정책 지켜져야” - 한겨레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8&aid=0000082893

CEOㆍ교육학자 "교육부 3不정책 폐지해야" - 매경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9&aid=0000401889

사립대 `논술·면접 선발` 잇따를듯 - 문화일보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1&aid=0000105282

도전받는 교육부의 '3不 정책' -한국일보 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38&aid=0000282359

 "3불정책에 대해서는 법제화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3불정책 중에 고교입학제나 기여입학제는 현재 입시문화에서는 허용해도 선택하기 쉽지 않다. 본고사와 관련해서는 현재도 대통령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본고사 금지 조항이 들어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이 똑같다. 대학관련 제도를 입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대학이 입학자율권을 발동해서 입학사정관이 다른 입학 조건이 같으면 권한을 발동해 뽑을 수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입시가 워낙 치열하다보니 대학이 할 수 있겠는가." -2005년 7월 20일 김진표 교육부총리

 그리고 이 입학사정관제는 당시 여야가 모두 찬성한 상태에서 시범 도입을 해보게 되고 2006년 연말에 6~10개학교를 선정할 예정으로 2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당시 야당도 찬성했다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한나라당은 이와 관련해서 특성화된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을 보장하는 자율형 사립학교 도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이미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또한 대학의 학생평가 자율성과 더불어서 질적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입학 사정관제 도입을 위해서 2007년 정부 예산안에 입학사정관 시범실시 예산을 배정한 바 있다는 점도 여러분에게 말씀드린다." -2007년 1월 16일 이주영 한나라당 수석정조위원장

 결국 2007년 가톨릭대, 건국대, 경북대, 경희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인하대, 중앙대, 한양대 이렇게 10개 대학을 선정해 2008 대입 수시 2차부터 시범 도입을 한다. 그러나 시범인만큼 서울대는 정원외 농어촌학생 특별전형, 특수교육 대상자 특별전형에 그쳤고 중앙대는 20명을 뽑는 등 어디까지나 제도 마련을 위한 테스트 차원이었다. 2009년 입시부터는 뭐 MB정부 때지만 이것도 참여정부의 영향이라고 치면 16개 대학에서 321명을 선발했으니 한 학교에 20명 꼴인데 많은 인원이라고 보기는 힘들지 않은가? 입학사정관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개입한 후이다.

 "과외해서 남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창의력이 없어진다" "입학사정관제를 하면 주요 대학에서 논술, 입시보다 면담으로 선발한다" "특정 지역, 특정 도시의 과외 받고 성적 좋은 사람만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에 다니면서 인정받는 시대는 마감하겠다" "우리 사회도 대학가지 않아도 자기 꿈을 펼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다 대학을 가야만 좋은 거라 여기고, 안 간다고 해서 웅크릴 필요 없다"고 주장하고 "또 대학도 논술도 없고, 시험도 없는 100% 면담만으로 가는 시대가 곧 올 것" -2009년 7월 24일 이명박 대통령

"내년부터 상당한 부분 대학들이 그렇게 가고 제 임기 말쯤 가면 아마 상당한 대학들이 거의 100% 가까운 입시사정을 그렇게 하지 않겠느냐 하는 그런 기대를 하고 있기 때문에" -2009년 7월 27일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 연설

 곧바로 10 대입에서 입학사정관제 선발 비율은 97개 대학 24,622명 (총 모집인원대비 6.5%), 11 대입에서는 118개 대학 37,628명(9.9%), 13대입에선 입학사정관제 선도대학 30개 중 신입생의 24.5%가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되었다. 서울대는 80%, 한양대는 40.9%에 달했고 정부지원금도 391억원까지 늘었다.

 저렇게 폭발적으로 증가한 입학사정관제가 성공적이었는지 어땠는지는 각자 판단할 일이지만 2010년 이후 월 소득 100만원 이하 가구에서 교육비 지출이 23,489원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그 중에서도 학원 및 보습교육에 투자하는 돈이 가장 크게 감소했으니 정부의 의지가 사교육 지옥을 막아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경제도 일단 죽여야 살릴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소득층이 자녀교육을 포기했다고 생각하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어 집권한 박근혜 정부는 그 대부분의 사람들과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는지 입시 간소화와 사교육 부담 경감을 목표로 입학사정관제 폐지를 밝혔다.

 -교육부 고위관계자는 27일 "입학사정관제 폐해가 적지 않은 만큼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방침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스펙쌓기에 몰리면서 학습 부담과 사교육비가 급증하고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http://www.nocutnews.co.kr/news/1017986#csidxf35d1a84a9b7119a90e10e56b402c3f
  
 그러나 여전히 정책은 시행되어 '대입전형에서 수시가 차지하는 비율이 69.9%에 이르고, 전체 대입전형 중에서 학생부교과전형은 39.7%, 학생부종합전형은 20.3%에 이른다. 하지만 서울의 주요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은 압도적으로 높다. 따라서 지금 대입제도의 대세는 학생부종합전형이다.' ( http://www.g-enews.com/ko-kr/news/article/news_all/201602041349528794697_1/article.html ) 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실정. 학생부 종합 전형은 입학사정관제의 개량형이니 폐지되긴 커녕 확고해진 셈이다.



 2008년 시범도입부터 2013년까지 6년 동안의 변화이다. 2012 대입은 글 쓰다보니까 찾기 귀찮아서 자료를 찾아보지 않았지만 큰 지장은 없을 것이다.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이 입학사정관 강화를 천명하자마자 시행하는 대학, 선발 인원 모두 엄청나게 증가한 것을 볼 수 있고 즉 정권 차원의 의지가 확고했던 사업이었는 것을 잘 증명하고 있다. 저게 참여정부 탓이라면 그럼 논술로 사실상의 본고사를 부활시킨려던 상위권 대학들을 강제로 찍어누르고 아무 대안도 마련해주지 않았어야 하나 아님 반대로 본고사를 부활시켜 봤어야 되나? 나중에 이명박 정부에서 총리까지 지낸 서울대 총장을 필두로 연일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했던 대학과 언론들을 나만 기억하는 것은 아닐텐데, 대안을 탐색하고 3불 정책을 유지하는 선에서 저 정도 테스트면 서로 납득할 수 있는 실험이었다고 본다.

 따라서 입학사정관제 시범도입이 로스쿨이랑 같이 묶여 참여정부 교육정책 흑역사 목록에 올릴 정도는 아니며, 굳이 따져보면 가장 중요한 목적은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 보장을 위한 절충안이었던 입학사정관 제도가 사교육비 절감 효과가 있다는 희한한 주장을 하며 매년 몇백억씩 쏟아부은 다음 정권의 실책이라 보는 게 합당하지 않은가?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가 구축한 시스템이라면 경끼를 일으키며 번복하려 했던 것은 둘째치고 보수 언론조차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첫 손가락에 꼽는 것이 입학사정관제일 정도인데, 그 제도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추진한 정책임을 애써 도외시할 필요가 무엇이 있는가. 하물며 거기서 더 나아가 참여정부 스노우볼이 굴려져서 입학사정관제가 갑자기 활성화되었고 그 결과로 신분제 고착화를 야기했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탑골공원식 2만원짜리 논리 비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