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7일 월요일

KCC의 전창진 수렴청정 해프닝

 이제 20년 좀 넘은 KBL에서 명장 랭킹을 세워보면 유재학 감독이 제일 먼저 꼽힐 것이고 그 다음이 신선우냐, 전창진이냐 설왕설래가 있을텐데 아무튼 전창진 감독은 지도자가 아닌 주무로 프론트 생활을 시작해서 동부(현 DB)에서 세 번의 우승을 일궈낸 명감독이다. 오랫동안 몸 담았던 동부를 떠나 부산 kt로 갔을 때도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최하위권이었던 kt를 곧바로 정규시즌 2위, 이듬해엔 1위까지 끌어올리며 능력을 증명했다.

 혹자는 전창진의 우승은 김주성 전성기를 갈아마신 혹사액기스빨이 아니냐고 하지만, 그 김주성도 전창진이 떠난 후엔 우승을 한 번도 하지 못했고 유재학도 뭐 양동근-함지훈 없었으면 모르는 거니 농구가 원래 선수빨이 있어야 우승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겠는가? 그럼 전창진이 성적을 내 온 비결이 뭐냐 생각해보면 첫째가 수비전술이고 둘째가 단짠단짠 당근과 채찍으로 선수단을 휘어잡는 리더십이고 셋째가 인맥으로 덕 볼 일을 만들어내는 인싸력이 아닌가 싶은데, 아니러니하게도 승승장구하던 전창진의 발목을 잡은 것도 그 인싸력이었다.

 두번째 감독직을 맡은 kt를 떠나 2015년에 KGC로 떠날 때도 자기 사단들(코치 뿐만 아니라 트레이너와 직원까지)을 함께 데려가며 '전 감독이 예전에도 동부가 짠돌이짓하니 자기 연봉 깎아 트레이너 연봉을 올려줬었는데 이번에도 자기 사람 챙긴다' 그런 미담 기사를 양산할 때까지는 좋았는데, 오프시즌이 한창이던 5월 갑자기 승부조작에 연루됐다는 기사가 뜨더니 기나긴 법정싸움에 들어가게 되며 농구판을 떠나게 된다. 

 아무튼 2018년 12월 현재 기준으로 전창진 감독은 승부조작에 관하여서는 무혐의, 지인들과 바둑이를 했다는 단순도박에 관하여서는 2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은 상태다. 사실 억대 연봉 받는 사람이 지인들이랑 바둑이 좀 했다고 벌금형 맞은 건 좀 과한 감이 있고 벌금액수도 중대한 범죄는 아니니 다시 농구판으로 못 돌아올 건 없을 것 같지만 문제는 그놈의 인싸력이다.

 이미 절친한 친구인 강동희 전 감독이 승부조작으로 영구제명을 당한 전력도 있거니와 전 감독이 KBL에도 돈을 걸었던 지인 토쟁이들한테 사채를 끌어다 돈을 빌려주고, 명색이 통신사팀 감독이었음에도 그들과 통화할 땐 몽골인 명의의 대포폰으로 한 것은 수사에서 확인이 된 데다가 아직 단순도박 사건의 최종심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니 승부조작이 무혐의라도 KBL입장에선 뭔가 찜찜한 것이다.

 지금 전창진 감독이 KBL에서 받은 처분은 엄연히 말하면 징계가 아니다. KBL 구성원이 아니라 감독 선임 단계에서 처분을 받은거라 영구제명도 아닌 무기한 등록불허 처분이었다. 그랬으니 도박죄 대법원 판결 기다리는 동안 봉사활동이라도 하면서 업보스택을 좀 줄이기만 했어도 아마 다음 시즌에는 복귀할 수 있었을텐데 갑자기 KCC 구단의 조급증이 발동해 역풍을 좀 세게 맞게 되었다.

 이번 시즌 부진으로 시즌 중에 추승균 감독을 중도경질한 KCC가 외국인인 오그먼 코치를 대행으로 세우고, 이것도 못 미더웠는지 전창진을 데려다가 수석코치에 앉혀서 상왕노릇을 시키려고 한 것. 그 전에도 KCC에서 원래 일하던 통역 대신 전 감독의 아들을 통역으로 새로 데려온 걸로 봐서 이미 사전 논의는 있었던 것 같다. 이런 건은 구단 고위관계자가 좀 조용히 KBL에 의견을 타진해봤으면 적어도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달라' 이런 취지의 답변이라도 들을 수 있었을텐데 정면승부한답시고 기사 먼저 터뜨리고 KBL에 코치 선임계를 냈으니 일이 더 커졌다.

 KCC가 저렇게 세게 지른 건 1) 그동안 농구계에 KCC가 이것저것 돈을 많이 냈다 2) 현 크블 총재가 모비스 사람이고 지금 KBL 최대 현안이 결손금 채우는거라(전자랜드에 20억 빌려줬다가 못 받고 그 외에도 빵꾸난 돈이 160억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 큰손 KCC한테 입바른 소리하기 힘들다 3) 어차피 농구 인기가 개뿔도 없어서 김민구 징계 때처럼 스폰 좀 하면 조용히 묻을 줄 알았음 이 정도였을텐데 사실 나도 무난하게 올시즌 오그먼 꼭두각시 조종하다가 시즌 끝나면 감독 취임식하겠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전창진을 수석코치로 등록해주냐 불허하냐 가지고 열린 재정위원회 결과는 의외로 불허 결정이었고, KCC는 삐져서 또 추하게 '아 그럼 정식 코칭스탭 명단에는 못 올린다는거지? 그럼 이름 안 올려도 되는 고문으로 쓴다' 이러면서 사실상 재정위원회 결정에 불복을 해버림. 조금만 참고 대법원 판결 기다린 다음에 무죄나 감경 됐을 때 이번 시즌 끝나고 다시 선임계 냈으면 구단 얼굴을 봐서라도 두번이나 빠꾸 먹이지는 않았을거고 나도 이 정도면 크블이 할 만큼 했네 했을텐데 정말로 100% 통과될거라 믿고 있었나보다.

 아무튼 KCC는 지금 외국인 선수가 개판을 쳐도 교체할 생각이 없어보일 정도로(오그먼 대행이 성과를 내는 게 반가울 게 없음) 전창진 승계 프로젝트에 열심이고 KBL도 그렇다고 니들 전창진 쓰지마 절대 안 받아줘 이럴 수는 없으니 뭐 시기가 문제지 전창진이 복귀하긴 할 것 같다. 야구에서 염경엽 감독이 SK감독 절대 안 함 나 그런 사람 아님~ 이러다가 SK단장 찍고 회전문 타서 감독하는 거 보고 KCC가 비슷하게 할 생각이었나 잠깐 생각도 해봤는데 그거랑 이거는 너무 모양새가 차이나지 않나?

 농구가 인기가 오죽 없으면 구단 하나가 저렇게 막나가도 통제할 방법이 없나 싶기도 한데 개인적으로는 올거면 얼른 와서 쫄~딱 망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도 든다. 나도 왕년에 이상민 좋아했어서 KCC에 호감이 있었고 모비스를 너무 싫어해서 그 이상의 극불호팀이 생기게 될 거란 예상은 못했는데-저번 챔결에 DB팬들이 되도 않는 SKBL 소리 할 때도 네 다음 욕설상범하고 넘김- 장판은 지금 돈 많이 낸다고 유세 떨면서 업보스택 계속 쌓은 게 몇 년 돼서 그게 언제 터질지 많이 궁금하다.

2018년 10월 30일 화요일

뉴욕 양키스 2018시즌 총평

 하필 보스턴과의 디비전 시리즈에서 3-1로 패하는 것으로 시즌이 끝났으니 좋았던 시즌이라고 하긴 어렵겠지만, 100승 시즌이었으니 나름 보는 재미는 있었다. 이번 오프시즌부터 달릴 건지, 아니면 한 해 더 쉬어갈지 판단하기가 좀 애매하긴 하다.

 저번 시즌이 끝난 후 스탠튼 트레이드를 필두로 선수단 정리가 좀 있었다.

 IN : 지안카를로 스탠튼, 브랜든 드루리(시즌 중 햅과 재트레이드), J.A 햅, 닐 워커, 앤드류 맥커친, 루크 보잇, 잭 브리튼, 랜스 린, 어데이니 헤차베리아

 OUT : 체이스 헤들리, 스탈린 카스트로, 브랜든 드루리(시즌 중 햅과 재트레이드), 토드 프레이저, 제이미 가르시아, 맷 홀리데이, 마이클 피네다, 지오반니 갈레고스, 체이슨 쉬리브, 딜런 테이트, 아담 워렌, 타일러 오스틴

 2017 NL MVP 스탠튼을 카스트로를 메인으로 해서 데려왔고, 악성 계약이 된 헤들리를 처리하는데도 성공. 데드라인 전에도 브리튼, 맥커친, 린 그리고 시즌 막바지를 캐리해준 보잇을 영입했다. 염원이던 사치세 리셋도 성공. 영입해서 못 써먹은 드루리, 또 판 워렌 같은 케이스도 있지만 괜찮은 딜을 많이 했다.

 투수조

 선발

 피네다와 몽고메리가 수술로 이탈하며 선발진이 불안했으나 햅, 린 영입으로 잘 채웠다. 사바시아를 단년계약으로 눌러앉힌 것도 좋았다.

 루이스 세베리노 : B+, 32경기에 나와 191.1이닝을 던지며 220탈삼진을 잡아냈고 평균자책점이 3.39이었으니 A급 투수로 보이지만 전반기 20경기 피OPS .580, 후반기 12경기 피OPS .821로 시즌 동안 기복이 있었다. 다행히 9월부터 반등해서 포스트시즌을 맞이했고 선발투수로 나선 와일드카드전에서도 아무튼 4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그러나 보스턴과의 ALDS에서 최악의 피칭을 기록하며 마무리가 '아주' 좋지 않았다.

 다나카 마사히로 : A, 주루하다가 DL 갔다오는 덕에 규정이닝 달성에 실패, 세베리노와 반대로 전반기에 홈런 공장장 모드를 보이며 얘가 이러려고 옵트아웃을 안했나 싶었으나 후반기에 피홈런 억제에 성공하며 반등. 막바지에는 기복을 보이며 불안하게 포스트시즌을 맞았지만 펜웨이파크에서 역투를 펼치며 팀의 시리즈 유일한 1승을 따냈다.

 CC 사바시아 : B+, 베테랑 선발투수로서 훌륭한 활약을 했다. 다만 더이상 가을에 쓸 수 있는 투수는 아니라 250승까지 4승, 3000탈삼진까지 14개가 남았는데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기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소니 그레이 : D, 안 팔리진 않을 것 같다.

 J.A 햅 : A, 이적생으로 와서 후반기를 잘 끌어주었다. 포스트시즌에선 부진했다.

 도밍고 허먼 : C, 희망을 봤다기도 애매하고 이대로 보내기도 애매하다.

 조던 몽고메리 : 부상이 아쉽다. 재활 잘 마치고 오길.


 불펜

 돌아가면서들 아파서 다행.

 아롤디스 채프먼 : A, 좋은 시즌을 보냈다. 시즌 후반에 DL에 갔다오면서 감 못 잡고 포스트시즌 가는 건 아닌가 싶었으나 잘 해주었다.

 델린 베탄시스 : A, 작년 후반기 부진에서 반등했고 5년 연속 100+탈삼진에 성공.

 데이빗 로벗슨 : B+, 폼이 살짝 내려온 느낌, 그래도 팀에 잔류할 수 있길.

 채드 그린 : A, 올해도 잘해주었다.

 잭 브리튼 : B+, 재작년처럼 미친 포스는 아니었지만 잘해주었다.

 조나단 홀더 : B+, 전천후로 쓸 수 있는 투수가 됨.

 체이슨 쉬리브 : C, 결국 시즌 중 트레이드. 가서 잘하길.

 토미 캔리 : D, 올해는 여러모로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다.

 포수

 개리 산체스 : C+, 망한 시즌이 되나 했지만 DL 다녀온 후 새 사람이 되어 활약했다.

 오스틴 로마인 : B, 어깨에 약점을 보였으나 이만하면 괜찮은 백업 포수.

 내야수

 그렉 버드 : D, 야구장 안팎에서 실망스러웠다.

 디디 그레고리우스 : A, 4월엔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라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다만 시즌 후 토미존 수술을 받아 일러야 8월 복귀 예정인데 2019시즌 후 FA라 연장계약이 안되면 논텐더도 생각해봐야하는 상황. 과연 팀에 남을 수 있을지. 적당한 수준에서 연장계약하고 마음 편하게 재활하는 게 윈-윈이 되지 않을까 한다.

 글레이버 토레스 : B+, 스탈린 카스트로를 훌륭하게 대체했다. 클러치 상황에 터진 장타들도 일품. 다만 예상보다 수비 집중력이 아쉬운 모습. 경험이 쌓이면 나아질 수 있을 것 같다.

 미구엘 안두하 : B+, 훌륭한 데뷔시즌을 보냈다. 다만 이 루키를 3루에서 계속 볼 수 있을까는 의문.

 루크 보잇 : A+, 39경기 14홈런, wRC+ 194, 하퍼 벌써 왔니?

 닐 워커 : C+, 나쁘진 않았다.

 브랜든 드루리 : F, 팀이나 선수나 모두 실패한 만남.

 외야수

 애런 저지 : A, 손목에 공을 맞아 골절 부상을 입고 40여 경기를 결장했으나 후반에 돌아와 빠르게 감을 찾았다. 이 팀은 이제 저지의 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런 힉스 : B+, 작년 성적이 플루크가 아니었음을 증명. 은근 자주 아픈 건 여전하다.

 지안카를로 스탠튼 : B, 이적 첫해고 정규시즌엔 괜찮았으니 적응기라 치는데 내년에도 가을에 이따위면 곤란하다. 트레이드 얘기도 솔솔 나온다.

 브렛 가드너 : D, 커리어 로우를 찍었고 예전 같았으면 잡았을 것 같은 타구를 놓치는 장면도 있었다. 1년만이라도 더 보고 싶은 프렌차이즈 선수지만 팀옵션은 행사하지 않을 듯. 클린트 프레이저가 뇌진탕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어서 엘스버리 복귀 여부에 따라 자리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본인이 만족할 만한 계약을 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 안타깝다.

 앤드류 매커친 : B, 바닥칠 때 사와서 쏠쏠하게 잘해줬다.

 자코비 엘스버리 : A+, 제발 이번 시즌처럼 계약 끝날 때까지 누워서 노세요.

2018년 10월 6일 토요일

HP 복합기 잉크 초기불량 교환기

 사실 오픈마켓에서 물건 사는 이유 중 하나는 편의점 제휴 무인택배함에서 수령과 반품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편의성 때문이기도 한데, HP 잉크는 초기 불량이어도 셀러가 아니라 HP 공식 소모품 교환센터로 접수해야 한다고 한다. 귀찮았지만 어쩔 수 없다. 

 원래 HP 소모품 교환센터는 손님 맞을래요의 성지인 용산 터미널 상가에 있었는데, 거긴 호텔로 바뀐지 좀 됐기 때문에 찾아봐야 했다. 문제는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HP 공식 홈페이지에도 소모품 교환센터가 아래 주소로 나와있는데, 이전을 했는지 모르지만 실제로 제품을 보내야 할 곳은 용산 전자랜드에 위치해있다.

잉크/토너 교환센터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 3가 82 한신전자타운 A동 3층 (140-013) 
HP 제품교환센터앞. Tel : 7144-119 (틀린 주소이고 전화를 해보면 받지 않는다)

서울 용산구 청파로 74 전자랜드 전자랜드본관 광장층 C-1호 소모품 교환센터, 02-1577-2300 (맞는 주소) 

 나는 인근에 살고 있기 때문에 직접 가서 교체 받으면 안되겠냐 물어봤지만 실제 잉크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택배를 통해 교환 받는 편이 낫다는 답변을 들었다. 아무튼 착불로 부쳐서 교환 수령 완료.

2대국대지지의 허망한 종결, 또 실패한 허재 감독의 국가대표팀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올해 7월 초 대표팀의 홍콩 원정 경기까지는 유재학 감독이 위원장을 맡은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도 허훈 선발을 거세게 반대하진 않았던 것 같고(허웅, 허훈을 둘 다 데려가는 것엔 난색이었던 듯), 지금 허재 감독의 일부 팬들에게 유재학측 스피커라고 날마다 까이는 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이유는 허훈이 잘했기 때문이 아니라 단일팀 이슈도 있었고 대표팀에게 중요한 대회는 군 면제와 연금이 걸린 아시안게임이지, 어차피 아시아 8등 안에만 들면 본선행 티켓을 얻는 농구월드컵 아시아 예선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던 것도 있다.

 거기에 6월 말 중국 원정에서도 대표팀이 승리하며 허훈이 출전시간도 적고 별 활약도 없었던 것은 다 묻혔다. 중국은 농월 개최국이라 출전권이 있고 빡겜할 이유도 없어서 저우치, 딩안유항이 빠져 풀전력은 아니었다지만 그렇게 치면 우리도 오세근, 이종현, 김종규에 김선형, 양희종도 빠졌는데 원정에서 이긴 거라 아무튼 잘한 거 아닌가? 거기다 허훈은 이전 평가전이었던 한일전(!)에서 괜찮게 활약해서 까방권 1일권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 홍콩 원정에서 박찬희, 이대성이 부상으로 각각 결장, 조기퇴장하며 허훈이 30분을 넘게 뛰며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데 있다. 15득점 3어시스트 기록이 보여주듯 공격은 좋았고 리딩 가드롤이었으니 턴오버 3개도 흠이 되진 않지만, 직업선수도 아닌 홍콩 가드 상대로 뻥뻥 뚫리고 외곽에선 3점 샤워 쳐맞고 단신가드답지 않게 스피드에서도 이점이 별로 없었다. 무엇보다 경기가 국대 역사상 홍콩 상대로 이런 졸전을 펼친 적이 또 있긴 한가 싶을 정도로 졸전이었다. 라틀리프가 없었으면 정말 볼 만 했을 것이다.

 설상가상 허재 감독이 경기 전날 술을 먹고 경기 당일 점심 때나 되어서 로비로 나온 것, 농구협회의 행정력이 처참했던 것(이건 항상 있는 일이니 이 포스팅에선 더 언급하지 않음)까지 팟캐스트를 통해 알려지며 여론은 더 싸늘해졌다. 그리고 다음 스케쥴이 통일농구 - 윌리엄 존스컵 - 아시안게임이었고 우리는 다른 나라와 달리 존스컵에 대학올스타나 국대 B팀을 보내지 않고 아시안게임까지 같은 엔트리로 나갈 것을 예고했기 때문에 최종 엔트리를 결정해야만 했다.

 여기서 유재학 위원장은 허훈을 최종명단에서 제외하자고 하고 허재 감독이 거부하면서 북한에 가서까지 다툼까지 있었던 게 기자를 통해 알려졌다. 결국 MVP 두경민을 거르면서까지 허훈 선발을 관철한 허 감독이 반드시 결과를 내야하는 외통수에 몰려버린 셈이다. 그럼 그렇게까지 특정 선수를 데려갈 이유가 무엇인지 축구 U23 김학범 감독이 조목조목 설명하였듯 허 감독이 설명하였는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도 않으며 설명을 대회 뒤로 미뤄버렸다.

 그러면 윌리엄 존스컵 3위는 뒤로 하고 메인 무대인 아시안게임에서 (두경민을 거르고 뽑은)허훈이 감독의 선택이 옳았음을 플레이로 보여줬어야 했는데 그러긴커녕 8강부터 토너먼트가 끝날 때까지 1초도 출전하지 못했다. 3번째 가드니 중요한 경기에서 쓰지 않을 수 있다고 유야무야 넘기기엔 그동안 허훈은 국대 고정픽이었다는 것이 문제다. 사이즈가 작아 피지컬 좋은 상대를 수비할 수 없고, 그렇다고 국대의 핵인 라틀리프에게 기가 막힌 엔트리 패스를 꽂아넣는다기도 애매하고, 대회에서 스피드로 짧게나마 게임 체인저 역할을 보여주지도 못했고, 외곽슛도 국대 수준에선 좋게 말해 그냥 그런 3번째 가드-정확히 말하면 최준용에 이어 4번째 가드-를 감독이 우격다짐해서 뽑아갔으면 그 활용법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완전히 실패했다.

 이제 허 감독에게 남은 최후의 카드는 귀국 인터뷰에서 허훈이 필요해서 뽑았으나 내가 전술을 잘못 짰다 설명하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하는 것이었다. 이미 유재학 위원장과는 루비콘 강을 건넜고 기자들에게는 해놓은 말이 있으니 그거 외에 답이 있을 수 없었다. 그랬으면 허 감독 팬들이 어떻게든 눈물의 쉴드를 치면서 2017 아시안컵을 돌이켜보라 허재 붐은 다시 온다 그럴 수 있었을텐데, 그 중요한 자리에서 내년 2월까지 최선을 다할거다(=감독 임기 채울거다)하니 하기도 싫었을 경기력향상위원장 탈출 명분이 생긴 유재학 감독이 위원들이랑 같이 전원 총사퇴를 해버렸다. 겸사겸사 허웅, 허훈도 국대 명단에서 제외해버리고 허일영도 부상이라고 뺀 것마저 허씨는 나가라면서 멕이려는 건가 싶게 보이는 부분.



 물론 그 과정에서 유 위원장 측과 허 감독 측의 교감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계유정난 때 철퇴맞은 김종서마냥 난데없이 크게 맞은 허재 감독도 부랴부랴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이미 사태는 글렀다. 아직도 일부 팬들은 격렬하게 사약을 거부해보지만 이미 관뚜껑은 덮혔고 묻힌 곳도 흉지라 관짝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 사건의 다른 한 축인 유재학 감독이 몰락해도 허재 감독이 재평가 되긴 쉽지 않을 것이다. 허재 감독이 실패했다고 김동광 감독을 재평가하지 않듯 대중의 판단이 이미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 야구대표팀 선동열 감독이 국정감사에 불려가느니 마느니 하는 걸 보면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일수도.

 허재호가 AG 우승에 실패한 게 비단 허훈을 뽑아서는 아니다. 그 자리에 두경민이 있었고 오세근 김종규가 건재했었어도 오랜 세대교체가 끝난 중국, 하다디 바라미의 황혼기인 이란을 잡았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그게 MVP 대신 신인왕 2등을 데려갈 이유는 못되니 선발이라도 순리대로 했어야 팬들도 아쉬운 판정에 당했느니 졌잘싸였느니 정신승리하며 대표팀을 지지했을텐데 애초에 허웅, 허훈 둘을 동시에 데려가려고 포지션까지 바꿔 표기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으니 한 줌 감독 팬을 제외하곤 한 마음 한 뜻으로 감독 까느라 바빴다.

 그동안 우리는 다른 나라들처럼 대회의 중요도에 따라 대표팀을 A팀 B팀으로 나눠 보내지도 않았고, 허씨 형제의 경쟁자들은 발탁하지 않아 국제대회 경험을 쌓지 못한 것도 내년 농구 월드컵을 생각하면 큰 문제이다. 성적도 실패하고 미래도 준비 못한 허재호 2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요소는 그다지 없어 보인다. 텐진참사 때는 레바논, 대만한테 졌어도 떠밀린 감독이고... 부상 선수도 많고... 감독이 선수선발 전권을 가지지도 못했고.. 그런 쉴드나 쳐줬지 이번엔 과정부터 혼탁한 자업자득이라 더 이야기 하기도 싫다. 명분도 잃었고, 실리도 거두지 못했다.

2018년 9월 10일 월요일

LG X401 짧은 사용기

 유지비가 마이너스로 풀리고 있어서 남는 회선으로 타봤다. 써 본 소감은 더하고 뺄 것도 없이 인터넷, 카톡, DMB(HD DMB도 지원함)되는 전화기다. X400의 하위버전인데 모델명은 X401로 지어놓은 것도 굉장히 근본리스하고 전체적으로 팔려고 만들었다기 보다는 창고에 쌓여있는 재고 부품을 재활용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을까 하는 인상. 일단 롬부터 X400에서 반토막난 16기가라(착탈식이라 외장 메모리 슬롯은 있음) 사용에 상당한 제한이 있는 건 알고 써야한다. 와이파이도 5기가 대역은 못 잡는 구형 칩을 박아놨을 정도.

 안그래도 교품기간 동안 센터 갈 일 많은 LG폰에 재고 부품 떨이용 폰이다보니 QC도 구려서 자체검수도 꼼꼼하게 해야한다. 액정 흰 멍, 불량화소 문제가 자주 보고되고 있는 모양이고 내 경우에도 폰 화면 한복판에 불량화소가 있어서 센터에서 교체를 받았다. 문제는 새 액정 색감이 누-우렇다는 건데 원래 액정도 물 빠진 색감인 건 마찬가지였으니 사소하다면 사소하다.

 아 또 중요한 문제가 있는데 T전화 통화녹음이 되지 않는다. 처음엔 안드로이드 기본 버전 때문인가 싶었는데 똑같이 7.0 누가 달고 나온 G6는 잘 되니 이유를 알 수가 없다. T전화앱 대신 기본 앱으로 깔려있던 후후 유플러스 앱을 기본 전화앱으로 썼을 때는 녹음 잘 돼서 그냥 이걸 쓰기로 했다. 

 단점 : 낮은 성능, 내장 메모리 16기가의 압박, 후진 카메라, QC 등등..

 장점 : 그 모든 것을 상쇄하는 유지비 마이너스

2018년 8월 15일 수요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 격전의 아제로스 사전 패치 답사기

 군단은 열리자마자 만렙만 찍고 쭉 안했었는데 소격아 월드 이벤트하면 탈것 준다고 해서 일주일 계정 넣고 이벤트랑 공찾 정도까지 거의 다 돌아보았다. 거의라고 쓴 이유는 세기말이고 얼라이언스는 유저가 없어서 주말에 하루 종일 공찾을 돌려도 열리지 않는 구역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와우 주요 콘텐츠를 즐긴 게 아니고 하다못해 쐐기돌 던전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포스팅은 한없이 인상비평에 가깝다.

 1. 장점

 1) 모든 서버의 일반서버화

 사람들이 전쟁서버를 한 건 PvP를 좋아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아즈호드, 하이잘 얼라로 가지 않으면 콘텐츠를 즐기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이젠 PvP를 켜고 끔에 따라 위상이 갈리기 때문에 2:2 점먹팟에서 만나면 180점 이상 이하도 아닌 애들이 모여서 매크로로 꼴값 떠는 꼴을 더 보지 않을 수 있어서 만족한다. 물론 PvP를 즐기는 이들에게도 혜택이 있다. 그거 켜면 추가 보상도 준다는 것. 와 정말 재밌겠네 ^o^

 2) 디아블로3에서 따온 요소들 

 전역 퀘스트와 쐐기돌 던전(이건 내가 해본 건 아니지만)은 하루 종일 공대 모아서 레이드를 할 수 없는 라이트 유저들에게도 좋은 시스템이다. 전역 퀘스트는 보상이 직관적이고, 한 필드에도 여러 개 있어 동선이 간편하며, 파티를 맺을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기존 지역별 일퀘들보다 진보했다고 볼 수 있다.

 3) 업데이트 주기

 지금 생각해도 드군이 참 어처구니없는 확장팩이었던 게 티어 나오는 공격대 인스라곤 2개 밖에 안 만들어놓고 확장팩이 끝나버렸다. 그렇게 욕을 먹고 군단도 그대로 만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욕을 먹어서인지 군단은 꾸준히 대규모 패치를 해왔던 것 같다.

 4) 월드 이벤트

 각 확장팩 끝나갈 때마다 월드 이벤트는 있었던 것 같고 소드군, 소군단 때는 확장팩 최종 보스였던 가로쉬, 아키몬드를 영웅 난이도로 잡아야 이벤트 탈것을 줬던 것 같은데 이번엔 레이드에 갈 수 없는 유저들도 스토리를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수월하게 탈것을 얻을 수 있었다.

 5) 레벨 스케일링

 퀘스트를 하며 스토리 좀 보고 있으면 레벨업한다고 퀘스트는 회색되고 경험치를 안 주니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야 했었는데, 이젠 구 확장팩 지역은 레벨 스케일링 기능으로 끝까지 보고 넘어갈 수 있게 됐다는 게 좋았다. 특히 퀘스트는 노잼이고 인던만 돌 만한 불성 구간을 통째로 패스하고 리분으로 넘어갈 수 있는 건 갓패치.

 2. 단점

 1) 플레이 시간 늘리기

 드군까지는 캐릭터 몇 개씩 만렙 찍으면서 전문기술도 만숙 찍었는데, 군단은 유물력 시스템 나오고 농장 시스템 없어지며 어마어마하게 하드해서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확장팩 끝물도 이런 끝물이 없는데 날탈퀘 같은 건 골드로 패스하게 해주지 거기에 동맹종족이라고 확고 퀘스트까지 추가해 놓은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벼림 시스템으로는 부족했던 것인가.

 2) 스토리

 너무 스케일이 거대해져서 따라가기 힘들었다. 원래는 너희가 잡을 수 없지만 ~~로 ㅇㅇ해서 xx해졌기 때문에 때려잡은 네임드가 도대체 몇 마리인지 모르겠다.

 3) 유저 이탈

 아무리 끝물이라도 주말에 마지막 공찾 정도는 열릴 줄 알았는데 빠르면 1시간, 늦으면 3시간이더라. 하.. 얼라망겜.. 

 어쨌든 와우는 확장팩을 거듭해오며 여러 시도를 했으며, 이제 게임은 정점에서 많이 내려왔지만 군단 정도면 많은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게임의 수명을 연착륙 시키는 데까지는 성공한 확장팩이라고 본다.  짧게나마 재미있었다.

2018년 5월 16일 수요일

리카르도 라틀리프 귀화에 대한 소고.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이제 한국인이고 '라건아'로 개명 예정이지만 아직 개명 절차가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라틀리프로 적는다. 결론만 이야기하면 라틀리프 귀화는 별 실익이 없을 확률이 높고, 2013년 헤인즈를 귀화시키는 게 최선이었으며 그게 불발됐을 때 아예 KBL에 안 올 높은 수준의 선수를 파트타임 귀화를 시키거나 아예 귀화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옳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물론 농구협회가 멍청해서 귀화선수 거주 규정도 모르고 헤인즈 귀화시키려다 어 아시안 게임 못 뛰어? 그러면서 포기한 거라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은 적어도 세계선수권에서는 헤인즈가 우리 대표팀에서 뛸 수 있었다. 당시 유재학호가 매 경기 명승부를 펼치며 아시아 선수권을 뚫은 거라 세계의 벽에 도전하기 위해 귀화를 한다는 명분도 있었고, 당시 헤인즈는 현 라틀리프보다 나이도 많아 리그에서 국내선수 신분으로 뛸 시간도 짧았으니 여러모로 각이 나왔다.

 반면 지금은 라틀리프 귀화로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별로 없다. 어차피 농구 월드컵(구 세계선수권) 아시아 쿼터도 3장에서 7장으로 늘었고 거기다가 개최국 중국은 따로 한 장 받아갔는데 라틀리프 없다고 아시아 8등에 못 들까? 또 라틀리프가 있다고 세계선수권 1승이 가능하긴 할까? 물론 상대적으로 출전국이 크게 많아진 만큼 약한 조에 소속되면 가능성이야 없지 않겠지만 20점차로 지나 30점차로 지나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라틀리프가 대표팀에 합류하자마자 잘 돌던 공이 라틀리프 몰빵으로 변한 건 아직 호흡도 안 맞고 차차 적응할 일이라 둘째치고 더욱 더 큰 문제는 국내 프로리그 밸런스가 크게 깨진다는 것에 있다.

 라틀리프를 보유한 구단은 구단대로 샐러리캡에 여러 제한이 생기고 자신들이 라틀리프 국대 수당까지 챙겨줘야하니 불만, 못 뽑은 구단은 라틀리프 뽑은 팀은 사실상 외인을 3명 쓰는 거니 불만, 국대 선수들은 오세근 김종규 이종현 이런 국내 빅맨들이 부상 중에도 쩔뚝쩔뚝 거리면서 와서 수당 6만원 받아가는데 몇 천 만원 받아가는 사람이 있으면 비교가 안될래야 안 될 수가 없다. 다행히 천운이 따라서 이번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 라틀리프가 출전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왔으니 올해 금메달을 따서 리그 주축 선수들 병역면제 받아야 본전이고 22년 중국 아시안게임엔 아담스 만나고 26년이면 라틀리프 나이가 은퇴 직전이겠네.

 리그의 수준이 높은 것과 수준 높은 선수가 리그에 뛰는 것은 다르다. 故 크리스 월리엄스나 피트 마이클스처럼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가 한 명이랑 국내선수 4명이 뛰는 것보다 2라운드 퇴출감 외국인 선수가 5명 뛰는 것이 더 수준 높은 리그일 수 있다. 또 외국인 선수가 2명 출전하는 건 1명 출전하는 것보다 경기 수준을 높일 수 있겠지만 그게 재미있는 것도 아니다. 수준 높은 리그를 보고 싶으면 그냥 TV를 켜서 NBA를 보면 되고, 동네 농구엔 동네 농구만의 재미도 느낄 수 있어야 된다고 본다. 하지만 최소한의 전력 평준화와 경기 수준 유지를 위해 결국 KBL 외인 제도는 조건없는 자유계약 2명 보유 1명 출전이 최선이고 개인적인 선호는 거기에 2쿼터 외인 출전 금지나 단신 외인 출전이 좋다고 본다. 

 여기서 외인 비중을 줄이면 김민섭이 47점 넣는 프로아마최강전이 되는데, 그게 재밌냐는 의견이 있지만, 놀랍게도 프로아마 최강전은 평일 낮에 진행해도 웬만한 리그 경기보다 사람이 더 많이 들어왔고 김민섭이 47득점 할 때 의외로 사람들이 재밌어 했던 것도 맞다. 결국 리그 흥행을 위해서는 국내선수 비중을 높여야 하고, 국대에서도 실익없는 특별귀화는 받지 말았어야 했다. 이미 다 지난 일이지만.

2018년 4월 22일 일요일

SK 나이츠 17-18시즌 총평

IN : 애런 헤인즈, 안영준, 최성원, 정재홍

OUT : 제임스 싱글턴, 송창무, 김민섭, 정준원, 이정석, 오용준

 시즌 중 선수 앞길을 열어주는 차원에서 박형철을 모비스로 보내고 류영환을 받아오는 트레이드가 있었다.

 가드

 테리코 화이트 : B+, 전반기엔 기복왕이었으나 후반기 반등에 성공했고 결국 봄농구에선 팀의 1옵션을 맡아 플레이오프 MVP까지 획득.

 김선형 : B, 개막 2번째 경기에서 당한 부상으로 정규시즌은 대부분 날려먹었으나 봄농구에서 활약했다. 정규시즌 최종전 클러치타임 때 에밋을 상대로 결정적인 스틸을 성공시켰고,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는 4쿼터와 연장을 지배했다. 다만 경기체력 문제가 있어 챔결에선 벤치에서 출전했으며 야투와 수비에서 힘들어했던 것도 사실.

 최준용 : B+, 김선형이 없을 때 리딩을 맡으며 슛도 들어가기 시작했다. 올스타전에서 경기 외적으로 활약하기도. 하지만 국대 소집과 팀사정상 충분한 치료 시간을 갖지 못한 무릎 부상이 계속 도지며 다시 슛이 주춤해지고, 김선형이 복귀하고나선 공격코트에서 헤매는  모습도 있었다.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선 폭풍파울 적립에 이어 부상까지 당하며 걱정을 샀으나 챔피언결정전에선 2차전을 제외하면 새깅을 비웃는 3점을 한두개씩은 꽂아줬다. 상대 멘탈에 스크래치를 내는 액션도 일품.

 최원혁 : A, 정규시즌에 많은 출장시간을 갖지 못했고 4강 플레이오프에서도 거의 뛰지 못한 이 백업 가드에게 A를 준 것은 당연히 챔피언결정전에서 디온테 버튼을 신계에서 인간계로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물론 최원혁은 15-16시즌 김선형의 출장정지 공백을 나름 잘 메워줬고 이번 시즌에도 초반 연승을 달리던 창원 LG 상대로 출전해 김시래를 꽁꽁 틀어막긴 했지만 덩치 큰 가드를 수비하는 것은 힘들어 했던 인상인데 챔결 1차전 38점, 2차전 39점을 때려박으며 SK를 벙찌게 만들던 버튼의 마크맨으로 3차전부터 나오자 딱 봐도 자기보다 훨씬 굵고 큰 버튼을 너무나도 잘 막아냈다. 그만큼 파울이 폭풍적립되긴 했지만 안영준이 버튼을 상대로 파울은 파울대로 주면서 힘들어했던 것을 생각하면 버튼을 3차전부터 평득 22점 이하로 묶은 것은 최원혁의 공이 7할.

 이현석 : B, 시즌 동안은 벤치에서 나와서 수비하고 3점 던지는 역할이었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선 극도로 부진한 변기훈 대신 출전해 3점 하나씩 잘 넣어주었다.

 정재홍 : C+, 경기력이 올라오면서 잘한 경기들도 있었지만 2억을 넘게 주고 영입한 선수로는 아쉬웠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자유투 대타는 훌륭했다.

 변기훈 : D, 부활 기사 그만 보고 싶다.

 포워드

 애런 헤인즈 : A, 가장 중요한 순간에 함꼐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다치기 전까지 모든 걸 다 해주고 떠남.

 김민수 : A+, 영구결번 확정시즌. 올해 무릎통증이 없어지며 시즌 동안 수비에선 상대팀 외인 빅맨을 맡아 고생하면서도 두자릿수 득점에 성공했고 리바운드는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수비왕을 받았어도 될 시즌임에도 송교창에 밀려 수비5걸에도 들지 못한 것은 아쉬움을 넘어 황당했다. 봄농구에서는 공격이 다소 부진하나 싶었으나 6차전 4쿼터에 세탁까지 완료. 가끔 본헤드 플레이가 나오긴 했으나 그건 세금같은거고 올스타전 덩크왕은 덤.

 안영준 : A+, 4순위로 굴러 들어온 복덩이. 유재학 감독의 자질론 흔들기를 인재학페이스로 정면 돌파, 4강에선 KCC의 에이스 에밋을 잘 수비했고 결승에서도 자기 몫을 다 했다. 드래프트되기 전에는 레이업 말고 득점이 없다는 평이었는데 그 레이업이 확실한 속공 마무리가 되는 수준이었고, 3점도 들어가든 안 들어가든 기회가 있으면 던지다보니 플레이오프 들어서는 무기가 되었다. DB에게 28점차 역전당한 경기가 경기 끝나기 10초전 안영준이 자유투 2개를 모두 놓치고 버튼에게 3점 맞으면서 연장에 간 것인데 그때 신인은 그럴 수 있다고 까지 않은 걸 이자까지 붙여 돌려준 선수. 사실 안영준보다 김국찬을 픽하길 바랬는데 내가 농알못이라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됨.

 센터

 제임스 메이스 : B, 헤인즈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급하게 대체 선수로 들어와 우승에 큰 공헌을 했다. SK에서의 데뷔전이었던 4강 1차전에선 공을 3점 라인에서 잡든 안에서 잡든 일단 잡으면 쏘고, 들어간 공이 나오질 않길래 망했다 싶었는데 중국에서 장착해 온 3점을 바탕으로 가공할 만한 득점력을 보여주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초반에는 인사이드에서 벤슨에게 말려서 니갱망의 표본을 보여주었으나 나중엔 외곽에서 공을 잡고 벤슨이 안 따라나오면 3점, 따라오면 돌파로 크게 활약했다. DB도 외곽수비가 약한 벤슨을 위해 국내선수를 메이스에게 붙여봤지만 자기 득점할 건 다 했다. 다만 보드장악력이 생각보다 더 부실했고 1차전에서 자기 마음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으니 박스아웃 안해버리는 게 너무 화가 나서 A를 주진 못하겠다.

 최부경 : B, 무릎 부상 때문에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고군분투하며 고생했다. 미들을 장착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과는 좀 애매.

2018년 4월 19일 목요일

I was there



2008.03.22 :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KCC를 상대로 승리하고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날. 당시 2층 브랜드존이었던 싸이월드석에 앉아서 봤던 것 같다. 방성윤이 외곽을 폭격하며 생각보다 경기를 쉽게 가져갔다. 팀을 응원한지 3시즌 만에 봄농구를 볼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 우승에 10년이 더 필요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2013.04.01 : 정규시즌을 1위로 마치고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날. 이상범 감독이 이끄는 안양 인삼공사와의 대결이었는데 이 날은 늘 그렇듯 애런 헤인즈가 북치고 장구치고 떠먹여줘서 승리했다. 4강은 무난하게 뚫어놓고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38분 동안 이기고 있다가 나머지 2분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 후 영혼이 나간채 학생체육관 흡연장에서 담배를 뻑 뻑 피우던 것도 기억난다. 스윕패를 당한 것도 그말싫.




2018.04.19 : 원주 DB 프로미와의 17-18시즌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승리하고 팀의 두번째 우승, 연고지를 서울로 이전한 후 처음으로 우승한 날. 기쁨을 세상 문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2018년 4월 5일 목요일

뉴욕 양키스 2017시즌 총평

 2018 시즌이 개막했는데 이제와서 지난 시즌 총평을 적는 것이 별 의미가 있진 않겠지만 그래도 아직 기억이 남아있을 때 적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간략하게나마 적어보려고 한다.

 오프시즌과 트레이드 데드라인 전에 꽤 많은 선수 이동이 있었다.

 IN : 맷 홀리데이, 아롤디스 채프먼, 크리스 카터, 최지만, 토드 프레지어, 데이비드 로벗슨, 토미 캔리, 하이메 가르시아, 소니 그레이

 OUT : 브라이언 맥캔, 더스틴 애클리, 네이선 이오발디, 닉 구디, 롭 레프스나이더, 블레이크 러더포드, 타일러 클리파드, 더스틴 파울러, 제임스 카프릴리언, 호르헤 마테오

 시즌 전 반년 렌탈로 팔았던 채프먼을 다시 데려오고, 베테랑 지명타자로 맷 홀리데이, 2016시즌 NL 홈런(그리고 공갈)왕 크리스 카터를 데려왔다. 트레이드 데드라인 이전에는 소니 그레이, T 프레지어, 데이비드 로벗슨, 토미 캔리를 데려오며 확실한 전력보강도 했다. 팀내 상위 유망주 유망주 카프릴리언과 마테오, 러더포드를 잃은 것은 아쉽지만 탑 유망주 출혈을 최소화한 것도 사실. 산체스 때문에 입지가 좁아진 브라이언 맥캔도 시즌 전에 휴스턴으로 트레이드함으로써 교통 정리도 마쳤다.

 투수조

 선발

 팔려간 밀러, 흔들린 베탄시스를 대신 채드 그린, 돌아온 로벗슨, 채프먼이 좋은 필승조를 이뤘다. 선발진은 브레이킹 시즌을 보낸 세베리노, 회춘한 사바시아, 신인왕 투표 6위에 오른 조던 몽고메리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시즌 동안 1점차 승부에 약했던 것은 투수진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루이스 세베리노 : A+, 모두 모자를 벗어라. 에이스가 등장했다.

 다나카 마사히로 : B, 원정경기에서 엄청나게 두들겨 맞았으며 전반기 피홈런 행진을 볼 때마다 얘가 옵트아웃을 안 하려고 이러나 이런 충성심이 있었나 싶었으나 포스트시즌에 가서는 엄청난 피칭으로 수호신의 위용을 보여주었다.

 CC 사바시아 : B+, 베테랑 선발투수로서 훌륭한 활약을 했다.

 소니 그레이 : B, 기대에 비해 인상적이지 않았다.

 조던 몽고메리 : B+, 신인왕 투표 6위에 올랐다. 마지막 경기에서 10승 도전에 실패한 것은 아쉽다.

 마이클 피네다 : C, 부상으로 인한 시즌아웃. 미네소타 가서 잘해라.

 불펜

 아롤디스 채프먼 : B+, 부상으로 DL에 다녀오는등 고액계약 첫 해에 특출난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SNS로 포스트시즌에서 큰 실수를 한 지라디 감독을 까던 건 덤, 다만 결국 마무리 투수에 복귀했고 가을야구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준 점을 감안했다.

 델린 베탄시스 : C+, 후반에 급격하게 무너졌다. 다년간의 혹사 때문일까.

 채드 그린 : A, 아담 워렌의 롤을 잘 이어받았다.

 데이빗 로벗슨 : A, 돌아온 전직 양키스 마무리.

 아담 워렌 : B+, 늘 고마운 선수.

 체이슨 쉬리브 : C+, 보이는 것보다 불안하다.

 토미 캔리 : B+, 이적생으로 훌륭한 활약.

 포수

 개리 산체스 : B, 훌륭한 타격, 강한 어깨, 절망적이었던 블로킹.

 오스틴 로마인 : B, 괜찮은 백업 포수였다.

 내야수

 크리스 카터 : D, 직전 시즌 홈런왕의 쓸쓸한 방출행.

 그렉 버드 : C, 시범경기와 포스트시즌에서의 맹활약했으나 정규시즌에선 많이 헤맸고 자주 아팠다.

 체이스 헤들리 : C+, 필딩은 반등했으나 송구가 많이 날렸다. 토드 프레지어가 온 후로는 결국 지명타자로 옮기게 되었다.

 토드 프레지어 : B, 오자마자 완전히 팀에 녹아들었다. 새 팀 메츠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길.

 디디 그레고리우스 : A, 공수 양면에서 작년보다 더 뛰어난 활약을 했다.

 스탈린 카스트로 : B, 간간히 터지는 본헤드 플레이도 여전하고 부상도 있었다.

 로날드 토레예스 : C+, 괜찮은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지만 포스트시즌에서 치명적인 본헤드 주루플레이를 한 인상이 지워지지 않는다.

 외야수

 애런 저지 : A+, 일시적인 부진은 있었으나 역대 단일시즌 신인 홈런 1위, MVP 2위. 작년 최고의 히트상품이었다. 포스트시즌에서의 삼진 신기록도 타석 내용을 보면 어느 정도 감안이 되는 대목.

 애런 힉스 : B+, 드디어 터졌나? 은근 이 친구도 잔부상이 잦아서 확신할 수는 없다.

 브렛 가드너 : B, 반등에 성공.

 자코비 엘스버리 : C+, 잘하다가 아프다가 다시 오면 헤매는 것의 반복.

 클린트 프레지어 : C, 빅리그에 얼굴을 비췄다 정도 의미.


2018년 3월 13일 화요일

박사모 잔당들의 위헌타령에 관한 소고

 어느새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지 벌써 1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추종자들은 탄핵심판이 인용되자 "헌법재판소로 쳐들어 가야 한다"느니 "경찰차를 넘어가 헌법재판소를 불태우자"하며 폭도들을 선동해 경찰버스를 탈취했고, 그 과정에서 사람이 죽었음에도 별다른 반성을 하지 않았다. 파면된 박근혜 본인도 사망한 추종자의 명복을 빌거나, 폭도들의 자제를 촉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에 폭도들은 주말마다 광화문 일대 교통에 불편을 끼치며 심지어 불을 지르고 경찰관에게 부상을 입히는 쪽으로 발전한 실정이다. 그것으로만 끝나면 차라리 다행이나, 설상가상 이젠 자기들만의 확증편향 월드에서 쓰레기통 뚜껑을 열고 나와 헌법 해석의 새로운 지평을 열려는 시도가 있어서 그들의 몇가지 레퍼토리를 검토해보려고 한다.

 0. 국회의 탄핵소추 과정에서 법사위 조사를 거치지 않은 것, 신문기사와 공소장을 증거로 제시한 것이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 - 국회에서 탄핵소추의 발의가 있을 때에는 본회의에서 합의로 법사위에 회부하여 조사하게 할 수 있고, 그렇게 하지 않고 곧바로 표결에 붙일 수도 있다. 법사위 회부는 강제 조항이 아니고 국회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또 신문기사와 공소장을 증거로 제시한 것을 살펴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도 증거자료 9건 중 3건이 신문 기사이었고 당시는 그것이 법적 쟁점조차 아니었다. 우리는 미국처럼 국회에서 표결을 통해 탄핵결정을 집행하는 게 아니며, 헌법재판소에게 심리를 맡기고 있기 때문에 수사권이 아니라 일반적 조사권만을 가진 국회가 박의 헌법, 법률 위반을 의심의 여지가 없을 때까지 명명백백히 다툰 뒤에 헌재에 넘겨야 할 이유는 없다. 헌재가 다룰 수 있을 정도로 행위를 특정하면 족하다.

 박사모 잔당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절차에 흠결을 내려고 하는 이유 외에 찾을 수가 없다. 탄핵소추안의 탄핵 사유를 일일이 다 표결에 붙이든 일괄하여 붙이든 그것은 국회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지 법에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국회의 재량을 존중하는 헌재의 스탠스는 미디어법 날치기 권한쟁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 8인 재판관에 의한 선고가 9인으로 구성된 재판부로부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는지 여부 - 일부 박사모 잔당들은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이 한 헌법소원사건에서 "국회가 임기만료로 퇴임한 조대현 전 재판관의 후임자를 1년 4개월간 공석으로 방치한 것은 위헌"이라고 했다는 것을 빌미로 탄핵심판이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이 퇴임한 상태에서 진행됐고, 나아가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의 임기만료 이전에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린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황교안 권한대행이 새 헌법재판소장을 지명한 후에 탄핵심판을 계속해야 했다는 무리한 주장까지 펼친다.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전문(2016헌나1)에서 이 주장에 관해 명확한 답변을 했다. '결정을 할 때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고, 재판관 7인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홉 명의 재판관이 모두 참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은, 현재와 같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할 수 있는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결국 심리를 하지 말라는 주장으로서, 탄핵소추로 인한 대통령의 권한정지상태라는 헌정위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는 결과가 됩니다. 여덟 명의 재판관으로 이 사건을 심리하여 결정하는 데 헌법과 법률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이상 헌법재판소로서는 헌정위기 상황을 계속해서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한 것.

 7인 이상 출석에 6인 이상 인용하면 탄핵심판 인용이 가능한 이상 박근혜 파면을 8:0으로 인용하든 9:0 혹은 8:1로 인용하든 아무런 상관이 없음은 물론, 학계에서도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2017년 1월 31일 퇴임한 것에 대해 현직 헌법학 교수 16명 중 9명이 선출직이 아니라 임명직인 황교안 대행의 헌재소장 임명이 불가(링크)하고, 가능하다고 한 7명 중 3명이 임명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이상 헌재의 입장이 무리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고로 9인의 재판부를 채우지 못한다고 하여도 7인 이상으로 재판부가 구성된 이상 박근혜 파면이 무리하다 볼 수는 없다. 물론 박사모 잔당들 입장에선 황 권한대행이 새 헌법재판소장으로 유 모 변호사, 김 모 변호사같은 이들을 지명해 부결되든 말든 청문회에서 온갖 행패를 부리며 시간을 질질 끌어 하루라도 파면을 늦추고 싶은 생각이었겠지만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다.

 2. 헌법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과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가 모순되는지 여부 - 정상적인 사람이 들으면 아니 무슨 대통령이 신성불가침의 존재인가 통치권의 안정을 위한 불소추특권과 도저히 안되겠다 할 때 하는 파면이 모순되게? 싶겠지만 실제로 박사모들이 모순이라고 주장하는 바이다. 대통령의 탄핵소추는 삼권분립에 기한 입법부와 사법부의 행정부에 대한 견제이고,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은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국가 원수로 재직중인 동안에만 '형사상' 특권을 부여해 공소시효의 진행을 정지시킴에 불과하다. 국가 원수가 헌법과 법률을 어겼을 때 탄핵으로 파면한 후 형사처벌을 하는 것을 두고 국회의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은 형사소추라고 볼 여지도 없다. 탄핵소추는 형사재판 과정을 준용하는 것 뿐이고 형사소추가 아니며, 그 효과는 파면에 그치지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지도 않는다. 그들에게 신성불가침의 존재라도 헌법은 그렇게 정하지 않았다.

 3.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이 수사에 미치는지 여부 - 헌법학계 다수설의 입장은 체포와 구속 등의 강제수사는 불가능하다는 쪽이나 다수설의 입장에서도 임의수사까지 불가능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알다시피 박은 2016년 11월 4일 2차 담화에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으며 특검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밝혔고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다만 이는 박이 끝까지 헌법수호의지가 없었음을 증명하는 것이지, 그 행동 자체가 형사상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또 대통령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이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도 형사소송법의 규정을 근거로 들었기 때문에 그 자체가 법 위반으로 처벌의 대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앞서 이야기했듯 탄핵소추는 형사소추가 아니기 때문에 파면된 박이 지금 받고 있는 형사재판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은 전혀 관계가 없으며 파면되기 전에도 박이 강제수사를 받은 적은 없다.

 4. 박근혜가 검찰, 특검의 대면조사는 물론 청와대 압수수색에 협조하지 않은 것이 국회의 탄핵소추안에 포함되지 않은 탄핵 사유가 되었다는 주장 검토 -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탄핵소추안에 적힌 사유를 처음부터 하나씩 검토했다. 다만 탄핵소추 사유가 1개든 1000개든 하나라도 인정되면 그것이 탄핵을 할 만큼 결정적인 사유인지를 따지고, 결정적인 사유로 인정되면 그 밖의 참작할 사유는 없는지를 추가로 고려할 뿐이다. 

 문책성 인사로 1급 공무원 여섯명으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은 행위에 대해선 최순실의 사익 추구에 방해가 되었기 때문에 인사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둘째로 압력을 행사해 세계일보 사장을 해임한 것에 관해서도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세월호사건에 관한 생명권 보호의무와 직책성실의무 위반도 추상적 의무규정의 위반을 이유로 탄핵소추를 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수행의 성실성 여부가 그 자체로 소추사유가 될 수 없다고 한 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동일한 입장이다. 

 박의 파면 이유는 최순실에 대한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남용이었다. 정호성을 시켜 각종 공무상 비밀이 담긴 문건을 전달한 것, 최순실에게 청탁을 받고 안종범으로 하여금 모 회사의 대기업 납품을 성사시킨 것, 공직 후보자를 추천받았는데 그 중 일부가 최순실의 이권 추구를 도운 것,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아 최순실과 함께 재단을 운영한 것, 취업청탁을 받은 것 등 헌재는 구체적인 행위를 모두 적시했다. 그리고 그 정도가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하냐에 대한 검토는 최순실의 국정개입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제기를 비난하였기에 국회 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의 감시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게 하였다. 또 최순실의 사익 추구를 지원했으며 임기 내내 지속적으로 이러한 행위가 이루어졌고 사실을 은폐하여 지시에 따른 문고리 3인방 등이 부패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중대한 사태에 이르렀다고도 밝혔다. '검찰, 특검, 헌재의 조사를 거부한 것을 탄핵사유로 삼는 월권을 저질렀다'는 주장은, 박에게 헌법수호의지가 없음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나머지 탄핵소추 사유 역시 이미 하나가 인정된 만큼 더 검토할 실익도 없었다. 

 형사, 민사, 행정소송을 막론하고 증거조사와 재판에 협조했냐 아니느냐가 승소와 패소의 주요 쟁점은 아니지만, 판결 내용에서는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것이다. 가령 박사모 잔당들이 헌법재판소를 불태우자면서 경찰버스를 탈취해 폭동을 벌이다가 사람을 죽게 하여서 재판을 받았을 때,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반성은 커녕 잘한 일이었다 주장한다면 그것이 양형에는 영향이 있겠지만 유무죄를 가르지는 핵심 원인도 아니고, 법원이 월권으로 공소장 외 다른 범죄를 판단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2차 담화에서 약속한 수사 협조를 뒤엎고 모든 조사를 거부한 것이 탄핵의 사유라고 우기는 것은 옳지 않다.

 5. 박근혜와 최순실의 죄책 여부 검토 - 이미 공범들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복역 중에 있는 와중에 무슨 주장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당연히 공범의 죄책은 다른 공범에도 미치고, 변호인단을 해임하고 재판을 거부하는 등 구속기간 만료를 위해 그만큼 추한 시간벌기를 하지 않았으면 진작 판결이 나왔을 것이다. 박이 나서지 않았으면 최순실이 정호성에게 기밀 문건을 받고, 기업의 출연금을 받을 수 있을 방법이 없다. 

 6. 박사모 잔당들의 주장대로 탄핵심판의 기준이 고무줄인지 여부 검토 - 이미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헌재는 가이드라인을 그었다.  '대통령이 헌법상 부여받은 권한과 지위를 남용하여 뇌물수수, 공금의 횡령 등 부정부패행위를 하는 경우, 공익실현의 의무가 있는 대통령으로서 명백하게 국익을 해하는 활동을 하는 경우,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하여 국회 등 다른 헌법기관의 권한을 침해하는 경우, 국가조직을 이용하여 국민을 탄압하는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 선거의 영역에서 국가조직을 이용하여 부정선거운동을 하거나 선거의 조작을 꾀하는 경우에는, 대통령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국정을 성실하게 수행하리라는 믿음이 상실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그에게 국정을 맡길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대통령의 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 한하여,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 정당화되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지지발언이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위반하였으나 국가조직을 이용하여 관권개입을 시도하지 않았고, 기자회견의 자리에서 답변의 형식으로 이뤄졌으며,  의회제나 선거제도에 대한 적극적인 위반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파면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라고 볼 수 없다고 밝히며 헌법수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라 촉구하는 데 그쳤고, 박은 권한과 지위를 남용해 앞서 언급한 4에 해당하는 행위를 자행했으니 파면된 것이다.  

 7. 평창 올림픽에서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기업에게 후원을 부탁한 행위가 K스포츠재단, 더블루K가 기업에게 금품을 요구한 행위와 같은지 여부 검토 - 내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국가행사라도 대통령이 사기업에게 공개적으로 후원을 부탁하는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얼마나 붙잡고 늘어질 게 없으면 지원 특별법까지 제정한 동계 올림픽에 공개적으로 후원을 부탁한 것과 밀실에 기업 관계자 불러다놓고 듣도 보도 못한 재단에 돈 내라고 한 것을 동일하다고 보는지 정말 한심하다. 조직도만 한 번 봐도 평창올림픽 조직위엔 문체부 장관, 강원도지사, 대한체육회장 등이 부위원장으로 있는 등 공적인 기관이지만, 저 이상한 재단들은 도대체 이 나라 대통령과 무슨 공식적인 관계가 있기에 남 몰래 불러다놓고 금품을 요구한 것인가? 거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심지어 재단에 돈이 그대로 있기 때문에 뇌물을 받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반푼이들도 보았는데, 금송아지를 받아서 100년을 보관하든 바로 팔든 뇌물은 뇌물이니 억지 부릴 것 없다.

 이상으로 박사모 잔당들의 대표적 레퍼터리 몇 가지를 검토해보았다. 저들의 주장은 사실 어차피 박근혜를 석방하라는 자신들의 결론에 근거를 끼워맞춘거라 사실 별로 살펴볼 가치도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진짜 검토해보니까 정말 가치가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사법부도 못 믿고 언론도 못 믿고 정부도 못 믿고 박근혜 풀어주자는 작자 말은 또 철썩같이 믿는 음모론자들이라 현실을 현실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지부조화가 온지 오래라 죽는 그 날까지 생각 바꾸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젠 전혀 불쌍하지도 않고 주말마다 차량통제 되는 것도 지겹다. 

2018년 3월 8일 목요일

전원이 안 켜지는 모니터 사설 수리 후기

 오래된 LG IPS 24인치 모니터를 쓰고 있는데 갑자기 컴퓨터 전원을 올려도 모니터가 켜지지 않아서 살펴보니 전원이 아예 들어오지 않았다. 따로 어댑터가 있는 게 아닌 전원 케이블 직결 모델이라 케이블을 바꿔보고, 다른 컴퓨터에 연결도 해보는 와중 대기 전원이 한 번 들어오긴 했으나 그렇다고 화면이 나오는 건 아니고 금새 다시 꺼졌다.

 생각해보니 꽤 전부터 모니터 꺼져 있을 때 지이이잉 하는 소리가 들렸던 것도 같다. 뭐 콘덴서가 오래 돼서 그랬던 거겠지.. 새로 하나 살까 하다가 어차피 선인상가 코앞인데 마침 CPU 핀 펴주고 LCD 사설 수리 해주는 걸로 유명한 사설업체가 생각나고 한 번 가보고 싶어서 전화해보고 출발. 가보니 모니터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전원이 안 켜져서요 하니 더이상 묻지도 않고 수리중인 제품이 있어 좀 걸린다고 한 시간 후에 오라길래 밥 먹고 가니 고쳐져 있었다. 

 파워보드랑 인버터에 문제가 있었다는데 잘 나오면 됐기 때문에 더 물어보고 그러진 않았다. 가격은 3만 5천원, 동일증상으로 문제가 생기면 3,4개월 정도는 무상으로 애프터 서비스 해준다고. 

2018년 2월 22일 목요일

mdt.co.uk 에서 음반 직구

 지속가능한 덕질이라는 측면에서 수입반보단 라이센스반을 사야 몇 푼이나마 국내 관계자에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되도록 라이센스반을 구입하지만, 굳이 수입반까지 국내 쇼핑몰에서 살 이유는 없는 것 같다. 물론 배송이 빠르고 안전하다는 장점은 있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사실 뭐 정식 경로를 통해 수입되는 음반 가격이 해외 쇼핑몰이랑 비교해봐서도 비싼 건 아닌데 mdt.co.uk 여기가 너무 심하게 싸기 때문에 한 번 주문해 보았다.


 달러 기준으로는 61.47달러로 결제되었다. 국내 쇼핑몰(알라딘, 예스24)에서는 절판으로 나오는 앨범도 있지만 같은 레이블 비슷한 앨범 가격 책정으로 계산해보면 대략 97500원, 또 다른 유명 해외 음반 쇼핑몰 prestoclassical.co.uk에선 동일 견적으로 송료 포함 86.2달러, US 아마존에서도 101달러 정도에서 판매하고 있으니 국내 가격이 비싼 건 아니고 그냥 저 사이트가 싼 것. 물론 실제로는 국내 쇼핑몰에서는 할인 쿠폰이라거나 카드 혜택들을 주고 있으니 가격 차이는 더 적다. 하지만 궁금했기 때문에 일단 주문해 봄.

 이 쇼핑몰에서 국제 배송료는 음반 한 장 한 장에 따로 부과되고, 논-EU 지역에서 트래킹이 가능한 배송 서비스를 받으려면 6유로짜리 배송옵션을 추가해야 한다. 반대로 말하면 내 음반들은 트래킹도 안되는 국제 우편으로 온다는 얘기다.

 주문은 8일에 했었는데 저 차이코프스키 협주곡 앨범이 일시품절이라고 메일이 오더니 14일에 발송 -> 12월 27일에 수령받았다. 뽁뽁이가 허접하게 한 겹(!) 감겨있는 앨범들에 그냥 CD 케이스 크기 종이박스로 산 넘고 바다 건너 배송되었고 덕분에 음반 케이스 내부 이빨들이 나가 있는 음반도 두 장.


 나는 이런 상태에 별로 신경을 안 쓰지만 신경쓰는 사람이라면 그냥 국내 쇼핑몰에서 사는 것이 여러모로 나을 듯.

2018년 1월 26일 금요일

보일러 온수 얼어서 안 나온 경험담

 T.S.엘리엇은 세상이 끝나는 방식은 쾅하는 포성이 아니라 훌쩍임과 같이 온다고 했다. 이보다 더 한겨울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온수가 안 나오는 것을 잘 묘사할 수 있는 표현이 세상에 다시 있을까 의문이다. 그것도 간밤에 온수 쪽으로 수도를 똑 똑 틀어놓았는데도 그렇다면 말이다. 쫄쫄 틀어놔야 하는 집도 있는 것을 명심하자.

 만약 당신의 수도꼭지에서 냉수도 나오지 않거나 심지어 수도계량기까지 깨졌다면 이미 매티스의 시간이고, 할 수 있는 건 수도사업소와 업체에 전화하는 것 밖에 없겠지만 난방과 냉수 배출은 잘 되는 가운데 온수만 나오지 않는다면 아직 틸러슨의 시간이다.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추울 때는 보일러나 수도 동파되는 집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업체를 불러도 온다는 보장이 없다. 침착하게 행동하자.

 요즘 보일러는 기본적으로 동파 방지 기능이 있어서 추우면 자동으로 동작해서 자체 동파를 막는다지만, 온수배출관에 고여있다가 어는 물을 어떻게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기온이 너무 내려가면 수도를 온수 쪽으로 확 제끼고 물이 쫄쫄 흐르게 해놓아 동파를 예방하는 것이 우선이다. 앞서도 이야기했듯 똑 똑 틀어놔도 얼었기 때문에 수도와 가스 요금이 더 나오더라도 물줄기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틀어야 하는 집도 있다.

 그렇게 하지 못해 온수배출관이 얼어 붙어 온수가 나오지 않는다면 먼저 보일러 매뉴얼을 찾아서 온수배출관을 찾아봐야 한다.


 우리 집 보일러의 배관도를 찾아보니 다음과 같았다. 우선 보일러 전원 코드를 빼고, 온수 쪽으로 수도꼭지를 크게 틀어놓은 후 세번째 있는 온수출탕, 즉 온수배출관을 드라이기로 지지기 시작했다. 원래는 단열재를 벗기고 배관에 뜨거운 바람을 골고루 쏴줘야 한다는데 솔직히 그렇게까지 했다가는 단열재 다시 씌울 뒷일이 너무 귀찮을 것 같아서 일단 단열재가 덮혀 있지 않은 보일러 - 배관 연결부 / 단열재 없이 바깥에 노출된 부분 / 꺾인 부분 위주로 20분 정도 쏴주니 쏴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업소용 드라이기를 사놓은 선견지명에 감사하며 온수를 만끽했다.

 만약 이렇게 해도 안되면 어쩔 수 없이 열선 사와서 단열재 벗기고 관을 녹인 후 다시 새 단열재 덮든가, 녹을 때까지 전열기를 틀어놓는 방법밖에 없는 듯 하다. 혹자는 심하게 추운 날엔 열선을 감아놓으면 괜찮지 않겠냐는데, 일단 관리도 어려울 뿐더러 2016년 한 해에 수도관에 열선 감아놓았다가 난 화재만 298건이라니 밤낮으로 보일러 배관 살필 것도 아니라 솔직히 하기가 꺼려진다. 싸구려 열선 쇼트나는 게 예고를 하고 그러는 것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