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9일 월요일

한국대표팀 팬으로서 본 2019 농구월드컵 후기

 코드디아부르의 막판 추격을 힘겹게 따돌리며 94년 이후 25년만의 1승(4패)으로 대한민국 농구 국가대표팀의 월드컵이 마무리되었다. 속출하는 부상자 속에 마지막 경기에서 힘겨운 9인 로테이션을 돌리며 투혼을 보여준 선수들에게 농구팬으로서 감사할 뿐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이번 대회에서 국가대표팀이 희망을 보여주었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 작년(링크)에 적은 글에선 라건아 있다고 1승 가능하겠냐고 했던 놈이 1승했음 됐지 이제와선 뭐라하느냐 하는 반문엔 그때는 32개국 체제로 개편된 후에 순위결정전이 없을 거라고 잘못 알고 있었다고 뻔뻔하게 답변하겠다. 그것만 몰랐던 것도 아니다. 3년 300만 달러 받는 귀화선수가 주차요원이 불법정차하지 말라니 밀쳐서 의족 부러뜨릴 줄은 몰랐다. 물론 코트 안에서 삐치는 걸 본 게 한두번이 아니지만 생각해보니 농구월드컵 중에도 그럴 줄은 미처 몰랐다.

 김민구는 봉사활동이나 했지 저런 상전끼고도 조별예선 3패한 다음 중국한테까지 진 건 사실이고 지금 대표팀의 추축을 이루는 세대는 이미 내려오고 있다.  지금 KBL 1,2년차를 보나 대농 졸업반을 보나 빅맨이나 가드나 다 답없어 보이는 건 매한가지다. 그나마 포워드는 가능성이 꽤 있어보이는데 이건 아래서 이야기하겠고..

 하지만 내가 비판하고 싶은 것은 성적이 아닌 김상식 감독의 선수단 운용이다. 국대를 응원한 것은 비시즌을 반납하고 일찍부터 합숙에 임한 선수단의 노력 때문이지 애초부터 성적은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2014년처럼 24개국 중 23등을 하든 이번처럼 32개국 중 2n등을 하든 거기서 거기기도 하고 별로 중요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물론 1승을 한 건 상대가 누구건 축하할 일이지만.

 대회 최약체에 속하는 팀이 얼리 오펜스 대신 전통적인 포스트에 공 넣는 농구를 한 것, 어차피 통할지 안통할지도 모르는 슈터들을 뽑지 않은 것, 보컬리더로 노장 양희종을 데려간 것, 늦은 작전타임 부르자마자 바로 턴오버 나오는 것 등등은 준비한 걸 다 펼칠 수 없는 약팀의 한계이고 감독의 재량이라고 치자. 하지만 최종 엔트리를 다른 나라보다 쓸데없이 일찍 확정한 것부터 굳이.. 왜 그랬었을까 싶은 면이 있다.

 팀 전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손발 맞추던 송교창, 양홍석, 안영준 같은 차세대 장신 포워드들을 죄다 빼버리고 뒤늦게 10월에 맞춰 몸 만들던 베테랑 박찬희, 양희종 또 군사훈련 막 마친 상무 정효근을 데리고 갔으니 첫 경기에 맞춰 몸이 올라올 리 만무하다. 설령 명단을 일찍 확정했더라도 부상이 있었으면 교체할 수 있는데 대회 일주일 전에 어깨 전치 3,4주가 나온 최준용(링크)이나 햄스트링과 허리 부상 문제가 있었던 김종규를 어거지로 끌고간 후에 최준용은 스타팅으로 갈아버려서 부상이 도지고 김종규는 쓰지도 못한 건 감독의 큰 실책이다.

 선수가 할 수 있다고 했다고 진단 나온 선수를 데려가면 감독은 도대체 하는 일이 뭔가? 12인 엔트리에 벌써 2명이 부상, 2명은 몸이 덜 올라왔으면 나머지 선수들에게 부하가 갈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평균 신장이 크지 않은 팀에 하필 또 허훈까지 뽑아 가드를 5명이나 뽑았으니 얘는 이래서 못 뛰고 쟤는 저래서 못 뛰니 뛰는 사람들은 가뜩이나 레벨 높은 팀 상대로 그저 갈갈갈.. 결국 마지막 드록국전에서는 이대성 이정현 아파서 빠지고 김선형은 진작에 퍼져있으니 그 전 경기에선 나오지도 못하던 허훈의 유종의 미 아니였음 자칫 김태술의 창사 참사를 김선형이 드록국 상대로 재현할 뻔 했다.

 오세근, 이종현이 부상 중이라 어쩔 수 없었다? 쓰지도 못할 김종규 데려가서 라건아-이승현만 쓰나, 박정현이나 김경원 데려가서 라건아-이승현만 쓰나 거기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차라리 대학생들한테 아픈 사람들 짐이나 들어달라고 하는 게 더 나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