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30일 수요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클래식 :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하스웰 i5 4670, GTX770으로 잘 하다가 VGA 급사로 RX 580으로 바꾸고 잘 돌렸다. 라데온 특유의 스터터링도 내가 못 본건지 없는건지 클래식에선 못 느꼈다.

 원래 와우 클래식의 의의와 흥행에 모두 비관적이었다. 2019년에 하기엔 오리지널 당시 시스템은 불편하기 짝이 없으며 추억보정 필터를 끼고 봐도 덜 만들어진 게임이라는 게 확연하기 때문이다. 북미야 워낙 유저가 많아 프리섭도 사람이 넘쳐흘렀다니 잘 돌아가겠지만 국내에선 처음 한 두 달은 호기심에 다시 해보겠지만 신규 유입이 있으면 얼마나 있을 것이고 단물도 금방 빠지리라는 게 내 생각이었다.

 또 상당수 유저가 격변의 아제로스에서 클래식으로 빠지고나면 판다 말기에도 공찾 잘 안 열리던 얼라 인구는 또 얼마나 망할 것인가 이제 공찾이 아니라 무작영던도 안 열리겠네? 그런 생각도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내 생각과는 달리 격아는 이미 더 망할 것도 없고 MMORPG를 해보고 싶어하는 신규 유저도 은근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남들보다 좀 늦게 시작해 라그나로스 장패드 이벤트에 맞춰 간신히 만렙을 찍고, 며칠 4대 인던에서 놀다가 현타와서 혈장 나오기 직전에 -격-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텅텅 빈 -격-에 비해 클래식은 두 달 된 지금도 사람이 많아 보인다.

 최근 켜켜히 쌓인 확장팩에 대한 비판은 나중에 격아 리뷰에서 하고, 클래식만 이야기해보면 그런 의미에서 일단은 모두가 동일한 선에서 출발하고 사람도 바글바글한 클래식은 그 인구 자체가 훌륭한 콘텐츠다. 마법 3번 땡기면 물 마시면서 쉬어야하고 퀘몹 리젠 속도보다 사람이 많아 파티맺고 다른 파티랑 눈치 게임하고 대륙 건너편에서  배타고 오는 탱커 인던 앞에서 기다리고 백골마 살 골드가 없어 40 넘어서도 치타상 켜고.. 채광은 몇 번을 캐야하고 이런 모든 게 다 즐거웠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아 이게 MMORPG구나 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나는 아직도 오리지널 당시 돌았던 첫 폐광을 어제 일처럼 이야기할 수 있다. 몇 번을 죽어가며 돌았고 내가 도적이라 대포를 쏘는 대신 문을 땄고 다 돌고난 후 창문을 보니 베란다 너머가 희끗해지고 있었고 담배를 한 대 무니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따위 사소한 일까지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다. 그런 추억팔이를 40일 정도는 할 수 있었으니 계정비가 아깝지 않았다...까지 쓰니까 옛날에 골팟 돌면서 쌓아두었던 토큰으로 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