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3일 금요일

비루한 문화생활 - 스타워즈 제다이 : 오더의 몰락

 하스웰 i5 4670, RX580에서 상옵으로 그럭저럭 플레이했다. 최적화탓인지 사양문제인지 프레임드랍이 심각해지는 구간이 여럿 있었다.

 시퀄 트릴로지가 스타워즈 본가의 셔터를 내려줬지만 사극에 여말선초가 있듯 스타워즈 세계관엔 아직 에피소드 3과 4 사이가 남아있다. 공화국이 망하고 새로운 희망이 등장하기 전 시간대에서는 상상력을 펼칠 여지가 많기 때문인 것 같다. 오더 66에서 살아남은 파다완 칼 케스티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 액션 어드벤쳐 게임의 배경도 역시 3과 4사이다.

 구 공화국은 죽었으나 반란군은 아직 등장하지 않은 세상에서 게임은 제국의 폭정을 잘 묘사하고 있다. 승자가 제국이었던만큼 일종의 홀로코스트인 오더 66의 진실도 왜곡되어 있고 진실을 아는 플레이어들은 부들부들하며 죄 없이 숨어사는 주인공의 입장에 충분히 감정이입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주인공이 능력을 다시 되찾는 계기, 다른 제다이 마스터처럼 일당백이지 않은 이유 등도 억지스럽지 않고 결말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적어도 하이퍼스페이스 카미카제는 안 나옴- 짜여져 있다. 또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는 게임은 아니지만 저마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것도 칭찬할 만한 점이다.

 게임의 연출도 뛰어나다. 영화에서 한번씩 봤던 장면들을 체험해 볼 수 있으며 주인공이 포스를 다루기 때문에 추락과 점프가 반복되어도 배틀필드 시리즈처럼 에이 아무리 게임이라도 이건 좀.. 하는 위화감이 없으며 조작이 좀 어색한 부분이 있어도 전투템포가 빠르고 광선검이 번쩍번쩍 위잉위잉해서 재미있다.

 전투 시스템을 보면 포스로 적을 밀고 땡기고 느려지게 하면서 광선검 쌍검/한손검을 전환해가며 적을 공격하는 것까지는 평범하나 방어시스템이 블록/패리/회피로 나뉜다. 적들도 가드 게이지를 소모해가며 내 공격을 방어하고, 가끔 블록/패리가 불가능한 패턴 공격을 날리기 때문에 게임 후반까지 가도 아무 생각없이 잡몹들을 잡을 수는 없다. 알맞은 타이밍에 블록 버튼을 누르는 '패리'와, 막을 수 없는 공격을 피하는 회피가 중요하고, 철권에서 10단 콤보 막는 기분으로 보스전에선 연속 공격에 맞춰 딱 딱 패리를 넣어 가드 게이지를 녹여 블록을 무너뜨린 다음 딜을 넣는 재미가 상당하다.

 그러나 게임의 볼륨에는 하자가 있다. 곳곳에 수집요소들을 우겨넣고 스토리 진행에 따라 능력을 해금한 후 다시 돌아와야 되는 구간도 있고 웨이포인트도 없을 뿐더러 억지스러운 퍼즐로(아니 공이 저기 왜있음?) 플레잉 타임을 늘리려고 한 노력은 보인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자유도도 사이드퀘스트도 하나 없는 선형적 구성이니만큼 임무를 하러 저기까지 간다 -> 가면서 적들을 처지하며 맵을 밝힌다 -> 그 와중에 지름길도 뚫는다 -> 임무를 마친 후 다시 돌아온다의 반복인데다 후반가면 그 억지 퍼즐도 보이지 않는다. 선택지에 따라 엔딩이라도 달랐으면 그래도 좀 얘기가 달랐을지 모르겠는데-물론 주인공이 다른 길을 선택했을시 바뀌는 미래는 게임에 설득력있게 표현되긴함- 그런 것도 없으니 굳이 다회차 플레이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장대한 스타워즈 세계관을 탐험할 수 있는 게임이라 후반부터는 스토리에 몰입해서 재미있게 했고 마지막 보스 때는 연출때문에 메타크리틱 80점 넘은 이유가 있네 할 정도는 됐지만 1,2주면 엔딩 볼 수 있으니 그냥 오리진 액세스 한 달 넣고 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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