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9일 목요일

세탁에 실패한 자들을 향한 컨트롤 비트

 며칠전 퇴근시간에 지옥철을 갈아타러 환승역으로 가는 중 생겼던 일이다. 스크린도어 밖의 정거장은 타려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문이 열리자 나가려는 사람과 들어오려는 승객-아줌마들-들의 충돌로 인해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여기서 지하철 기관사가 크나큰 오판을 저지른다. 문을 닫는다는 안내 방송 덕택에 정거장은 더더욱 난리가 났다. 무작정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과 서둘러 나가려는 사람들이 충돌하며 통로가 막혀 몇명 다칠 법한 위기가 찾아왔다. 빽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아줌마들은 정신을 차렸고 나도 무사히 나올 수 있었다. 김동리의 소설 '흥남 철수'의 한 대목을 빌어 설명하자면 "그들은 모두 이 배를 타지 못하면 그대로 죽는 것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그 아줌마들과 그에 부화뇌동한 정거장 중공군들은 그저 생각이 없을 뿐이지,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려는 악의가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약 당시 누군가 다쳐 책임을 져야 한다면 안내 방송으로 상황을 악화시킨 기관사가 모든 덤태기를 쓸 확률이 높다. 이렇듯 생각없이 사는 자들은 자기는 의도하지 않았을지 몰라도 주위에 똥탕을 튀기게 마련이고, 여러 사람이 고생을 하게 된다. 고초를 한번 겪으면 생각을 좀 하면서 살게되면 좋겠지만 개가 똥을 참지 못하듯 생각 안하던 습관은 쉽게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렇게 변함없는 멍청이들을 모아보았다.


 1. 기성용 (축구선수, SNS전도사)

 소싯적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지(링크)'라는 임팩트있는 데뷔로 이 바닥의 기대주로 떠오른 기성용은 플레이 메이킹 능력 못지 않게 똥탕 메이킹 능력도 탁월한 선수이다. 그동안 SNS를 통해 꽤나 많은 이슈를 만들어낸 모양이지만 그의 The Shot은 역시 더욱 강렬했다. 1차로 '리더는 묵직해야 한다(링크)'는 트윗을 하고선 교회 목사님 말씀이었다며 어물쩍 넘어갔지만, 2차로 티팬티 매니아 칼럼니스트에게 비밀 페이스북 계정 발굴을 당한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최강희 당시 국대 감독에게 신나게 컨트롤 비트를 날린 것이 조목조목 기사화(링크) 된 것이다. 매니지먼트사가 되도 않는 언플을 신나게 날리긴 했으나 자기네들이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 소리였는지 비교적 일찍 저자세로 엎드렸다. 감독-선수간의 불화는 피할 수 없는 일이고 뒷담화도 할 수도 있다. 다만 술자리에서나 할 법한 이야기를 저렇게 신랄한 기록으로 남기면 참기 힘든 폭격을 맞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이 사건은 기성용에 대한 엄중경고로 일단락을 지었고, 징계의 경중에 대해선 팬들마다 생각이 갈리겠으나 대한축구협회가 잘한 일이 없지는 않았다.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SNS 금지령을 내리는 대신 SNS 특강(링크) 자리를 마련했다. 음주사고가 터지면 음주를 금지시키고, 폭력사건은 은폐하며, 성폭력 사건이 생기면 피해자를 사회와 격리하는 우리나라의 오랜 풍습에 걸맞지 않은 좋은 대처였다. 결혼이 기성용의 성품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변화하는 척은 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세탁 가능성 : 반반

 2. 김동수 (前 프로게이머, 현재 팀 에일리언웨어 감독)

 김동수하면 생각나는 것은 역시 스타리그 2회 우승도 있지만 게임큐 시절 송병석과 아이들 사건이 먼저 떠오른다.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임요환 선수의 (전략적인) 플레이는 한 대 치고 싶은 스타일이다' '임요환은 게이머 사이에서 왕따다' 로 요약되는 주옥같은 찌질거림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선수 은퇴 후에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하던 허세쩌는 관전평이라거나 스타2 초창기 기사도 연승전을 날로 삼키려 하던 것도 뭐 그다운 일이었다. 그러나 e스포츠의 중심이 스타에서 lol로 넘어가고나서 인터넷 방송 나이스게임TV에서 일하게 된 김동수는 동네 바보형 컨셉을 밀고가며 과거 이미지를 세탁하는 듯 했다. 이어서 델코리아의 스폰을 받고 에일리언웨어 팀의 감독을 맡게 되었을 때도 그의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닭장이라고 불리는 게임팀의 숙소 생활은 너무나 혹독하다. 성적이 나오지 않더라도 인성을 중요하게 여기며 스트리밍 방송 등을 통해 인기있는 팀을 만들겠다는 의도는 의미가 있었다. 고정적인 스폰서도 있으니 팀만 매끄럽게 굴러가면 선수 개인으로서도 나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감독이 김동수라는 것을 잠깐 잊어버린 내 불찰이었다. 롤인벤에 올라온(지금은 고소드립에 삭제가 되었다) 최초 폭로문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요컨대 1) 프로게이머 아카데미 방송을 통해 게임단을 데뷔시키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2) 아카데미에 참가한 아마추어 게이머들에게 팀을 짜주겠다는 것도 지켜지지 않았으며 예선 일정이 촉박하니 팀을 짜달라는 참가자에게 돌아온 것은 '기다리기 싫으면 나가' 3) 6월 14일, 갑자기 첫면담을 6일 15일 15시로 잡아놓고 잠수 후 19시에 돌아온 다음에 '너희들의 열정을 테스트해보기 위함이었다. 그때까지 못 기다린 애들은 out 그러나 롤챔스 예선에 통과한 애들은 안왔어도 OK' 4) 물론 열정에는 통과했으나 예선은 통과못한 애들도 같이 팽
 저럴거면 그냥 예선 통과한 팀 스폰이나 할 것이지 전국민 오디션은 왜 하나 궁금한 것이 정상이겠지만 어차피 저 사람이 하는 일치고 이해되는 게 더 드무니 애써 노력할 필요도 없다.

 앞으로의 세탁 가능성 : 실론즈 5인팀이 MVP 오존 이길 확률

 3. 랜스 암스트롱 (前 싸이클 선수, 현재 약쟁이류 본좌)

 궁형을 받은 사마천은 사기를 썼으나, 고환암을 앓은 이 약쟁이는 사기를 쳤다. 뚜르 드 프랑스 7연패로 유명한 저 자는 단순 약쟁이가 아니라 몸통이자 밀본이었다. 팀 동료들에게 약물을 유통 및 복용 강요까지 했다. 그 동안의 악행이 낱낱이 밝혀지며 미국인이 싫어하는 스포츠스타 1위(링크)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3위가 불륜왕 우즈, 5위가 월드메타피스라는 것만 봐도 암스트롱의 위엄이 느껴진다. (여담이지만 이 리스트 2위에 오른 만티 테오도 참 재밌는 친구다 링크) 거기다 암스트롱은 동료에 의해 도핑 스캔들이 폭로된 뒤에도 정신을 못차리고 반도핑기구에 권리침해 소송을 걸었다가 기각 판결을 받고 기록삭제 처분을 받아들여야 했다. 어차피 이후 어떤 삶을 살아도 세탁이 불가능할 악질 약쟁이지만 뽀록나기 전엔 딱히 큰 사고는 안친 저 자를 리스트에 넣은 이유는 감히 지 주제도 모르고 ML 124승을 거둔 대투수 찬빈..아니 박사장님을 디스(링크)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2004년 암스트롱의 약물 의혹을 보도했다가 30만 파운드 상당의 배상 판결을 받은 영국의 선데이타임즈는 일종의 승리자라 할 수 있다. 암스트롱은 선데이 타임즈 측에 50만 파운드 상당을 토해내는데 합의했다. 아무쪼록 박사장님도 페북을 시작해서 '오늘 기분이 참 암스트롱같네요' 맞디스를 걸어줬으면 한다.

 앞으로의 세탁 가능성 : 0%

 4. 르브론 제임스 (농구 선수)

 '대다나다' 밖에 할 말이 없다. 이 친구가 코트 위에서 펼치는 이타적인 플레이와 코트 밖에서의 미친짓을 보면 같은 사람인가 의심이 될 정도다. 마이애미 히트로 이적할 때 디시즌 쇼로 엄청난 비난을 받고, 그 해 파이널에서 댈러스에게 패하자 리얼월드 드립을 쳐 사서 욕을 먹었다. 백투백 우승을 이루고 헤이터들을 실력으로 잠재울 절호의 기회였지만 르브론은 이제 때가 됐다는 듯 또 한번 클러치 빅샷을 날렸다. 경찰의 신호 통제를 받으며 역주행으로 달려 친구 제이지의 콘서트에 참석했던 것이다. 그것뿐이라면 묻힐 수 있었겠지만 그걸 지 트윗에 자랑이랍시고 올려놓고 팬들의 십자 포화가 이어지자 한다는 말이 “Whenever you’re happy and in a great place in anything, someone or something will try to put a virus in it to make it all unravel,”

 워크 에식과 인성은 전혀 관계없을 수도 있다는 좋은 예로 오랫동안 르브론의 이름이 오르내릴 법하다. 아마도 르브론의 이미지 세탁은 은퇴 후로 미뤄질 것 같다.

 앞으로의 세탁 가능성 : 하워드의 자유투 성공률

 5. 진갑용(야구선수)

 진갑용 외에도 알렉스 로드리게스, 데이빗 오티즈, 라이언 브론 등 숱한 약쟁이 겸 찌질이들은 많다. 굳이 저 선수를 픽한 것은 그의 지극한 후배 사랑 때문이다. 2002년 후배 김상훈을 아시안게임에 보내기 위해 소변에 약을 탔다는 미친 소리로 약장수 포텐을 선보인 진갑용에게 KBO가 내린 징계는 없었다. 근거 규정이 없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만수와 박경완 양대산맥이 있으니 진갑용이 올타임 플레이어에 들어갈 레벨은 아니지만 조용히 야구만 했더라면 약쟁이지만 훌륭한 포수였다 또는 훌륭한 포수였지만 약쟁이인게 아쉽다 정도로는 기억될 수 있었겠지만 더럽게 성질을 부려대니 약쟁이 주제에 ㅉㅉ 말이 안나올수가 없다. 최준석, 박지훈, 이택근, 유희관 그런 선수들이야 어리니 꼰대질 좀 해도 한국의 전통문화를 감안해 쌍욕할 걸 그냥 욕으로 바꿔주는 정도의 감경사유가 될 수 있지만, 더 웃긴 건 자기보다 선배인 박경완, 구대성에게 깝친 것은 물론 김성근 감독을 째려본 적도 있다(링크).

 앞으로의 세탁 가능성 : 애초에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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