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29일 수요일

비루한 문화생활 - 워크래프트 : 전쟁의 서막

 1. 워크래프트 시리즈를 영화화한 첫번째 작품인 전쟁의 서막이 개봉함으로써 와우저들은 구 워크래프트 스토리, 와우에서의 평행세계 스토리(드레노어의 전쟁군주, 시간의 동굴), 영화 스토리 이렇게 3개의 같은 시간대를 겪어볼 수 있게 되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처럼 워크래프트도 게임과 영화의 스토리가 각자의 길을 간다고 하지만, 이게 책(듀로탄, 전쟁의 서막 모두 크리스티 골든-갓 작)도 같이 출판이 되다보니까 그동안 세계관과 충돌 혹은 혼동이 없지 않아 있다. 난중일기와 원균행장록을 번갈아 읽으면 주화입마에 걸리기 쉬운 것처럼, 아무래도 게이머 입장에서는 아제로스판 동북공정을 겪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2. 이번에도 블리자드는 오크 포장에 실패했다. 자꾸 명예를 아는 착한 오크찡과 피의 욕망에 사로잡혀 무차별적인 학살을 벌이는 나쁜 오크놈들 양자를 조화시켜서 쉴드를 치려고 하는데, 쓰랄이 재창설한 호드 이전의 오키쉬 호드 중에서 제대로 된 놈은 듀로탄 하나밖에 없었고 쟤도 죄없는 드레나이들 마을을 파괴하고 학살하던 일당인 건 똑같다. 그냥 2차 대전쟁 이전 / 3차 대전쟁 이후의 호드를 구분하면 되는걸 매번 오크 미화를 포기하질 못해서 호드의 선지자 쓰랄 백두혈통을 완성한답시고 생물학적 아버지 듀로탄, 정치적 대부 오그림 둠해머를 어떻게든 우상화해서 포장해보려고 애를 쓴 결과가 듀로탄은 임신한 아내 몰래 데려와 아들을 원정출산시킨 부모, 오그림 둠해머는 모자란 식견을 가진 인물로 만들어놓는데 그쳤으니 실망스럽다. 오크들이 폭군 굴단한테 반기를 드는가 싶다가 지옥마법 한 번 보여주면 또 쫄아서 굴단 말 듣는 연출도 나쁜 쪽으로 아주 인상깊었다.

 3. 그러다보니까 또 호드는 '사실 우린 또 oo에게 속았음 ㅋ'하며 자기 똥 자기가 못 치우는 역사를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1) 1차 대전쟁 : 학살은 지들이 신나서 다해놓고 '굴단한테 속았음 ㅋ'-> 나중에 굴단 단물은 잘 빨아먹고 팽 2) 분노의 관문 : 호드 플레이어가 역병 폭탄의 재료를 만들어줬지만 '퓨트리스한테 속았음 ㅋ' -> 얼라이언스가 처리해줌 3) 테라모어 : 호드 플레이어가 가로쉬의 무차별 학살을 도왔지만 '가로쉬한테 속았음 ㅋ' -> 얼라이언스가 오그리마로 와서 폭군 타도 도와줌 4)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 지들이 저주받은 땅 넘어와서 신난다고 학살하다 역으로 쳐발리고서 '사실 우리 강철호드도 피해자고 굴단한테 속았음 ㅋ' 뭐 다 비슷한 이야기고 이젠 익숙하다.

 4. 영화 만듦새로 넘어오면, 게임 시리즈를 플레이해본 경험이 없을 다수 관객이 보기엔 너무 얼기설기한 영화가 아니었을까. 제대로 지명이 써진 지도 한 장이 안나와서 가뜩이나 이 세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설명하지 못하는 가운데(반지의 제왕에서도 반지를 파괴하러 가는 길이 얼마나 빡센지 설명하는데 지도가 큰 도움이 되었다), 오크를 타우렌 등빨로 만들어놔서 더더욱 멸치가 된 인남캐들은 싸우기도 더럽게 못 싸웠고, 내부 분열까지 심해서 별로 감정이입할 요소가 없지 않았을까 싶다. 러브라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알겠지만 별로 재미있지는 않았다. 그럼 와우저들은 재미가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뭐 그 사람들은 CSI : 그늘숲이 나온다고 해도 재미있게 볼 것이기 때문에..

 5. CG랑 스톰윈드 브금 한 5초 나온 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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