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2일 토요일

팬들의 구단 운영 개입 이제 멈춰야

 한 미 일 3국의 야구장 응원문화는 매우 판이한데, 개인적으로는 귀 아프게 앰프로 소리 질러대고 관중들이 후창하는 걸 경기 내내 하는 KBO 리그식 응원문화를 매우 싫어한다. 그래서 혼자 야구장에 갈 때면 소리 안 들리게 이어폰부터 꽂고 중계 틀어놓는 편이다. 하지만 그건 그냥 개인의 호불호지 한국 응원문화를 고유한 매력이라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구단 측에서 지금처럼 정신 사납게 쿵짝쿵짝 하면서 파울볼로 다친 팬에게 보상을 안해준다 그러면 좀 생각이 달라지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그렇게 경기장에서 반주에 맞춰 목 터지게 팀의 승리를 외치다보면 뭔가 자기도 팀에 기여한다고 느끼는 모양인지 KBO 리그팬들의 구단 운영 간섭은 온라인 여론 -어느 리그에나 있는-에만 미치지 않는다. 다음 몇 장의 사진으로 설명을 갈음한다.






 모든 팬 시위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가령 경기장 밖에서 팀 프론트와 특정 집단의 유착을 질타하거나, 팀이 저지른 불법행위를 비판하는 시위를 하는 것은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렇게 감독이 못한다고 현수막을 걸고, 모셔오라고 시위하고, 짜르라고 시위하고, 짤랐다고 경기장에 불 지르는 일은 그런 종류가 아니다. 요즘은 잘 하지 않지만 선수단 버스 막고 청문회랍시고 왜 그렇게 못하냐고 따져 묻는 짓도 과거엔 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저런 일이 팀에 무슨 좋은 영향을 준다는 말인가? 그리고 저런 일의 책임은 도대체 누가 지는가?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저런 팬 청문회는 존재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시즌이 끝난 뒤 2,3일간 열리는 팬 페스티벌에 참석해 따져 묻는 경우다. 반면 내가 위에 올린 사진들의 대부분은 팀 성적이 나쁘니까 한 명 찍어서 화풀이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저런 자들이 뭔가 반성을 하는가하면 그건 결코 아니다. 저렇게 큰 현수막을 5개나 만들어서 경기 중에 건 작자들이 지금 LG 트윈스를 플레이오프까지 올린 양상문 감독에 대해 뭔가 사과를 하거나 자기반성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또 김성근 감독 데려오라고 저렇게 1인 시위하던 사람들도 한 둘이 아니었는데, 투수들 줄줄이 수술대 올라가고 가을야구는 구경도 못한 지금 자기가 잘못 생각했다고 글이라도 하나 썼다는 이야기도 들은 바 없다.

 거기다가 마지막 사진처럼 다른 팀들 가을잔치하는데 가서 자기팀 감독 짜르라고 시위하는 건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는 짓이다. 물론 본인이야 팀 박살낸 감독을 짜르는게 팀을 위한 충정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랬겠지만, 그런 식으로 치면 김성근 감독 데려오라던 사람들은 뭐 충정이 없었단 말인가? 그 사람들도 2008년 이후 팀이 오랫동안 안되는게 답답해서 김성근 감독 데려오자고 그랬던 거 아닌가. 김성근 감독이 투수를 저렇게 안 쓴 적이 없는데 그럼 그때 환호하던게 성적에 대한 기대 이외에 뭐가 있었나 의문이다.

 작년이나 올해나 한화가 잘 나갈 땐 김 감독에 대한 옹호여론이 들끓었고, 못 나갈 땐 또 비판 여론이 높아졌다. 물론 작년에 쓴 맛을 많이 봤으니까 올해는 좀 덜 끓었다는 차이는 있다. 그렇지만 구단 입장에서 보면 생각도 없던 감독을 데려오래서 데려왔더니 이젠 또 짜르라는 정말 한숨 나오는 상황이다. 안 짜르면 팀을 완전 황폐화시켜놓을거고, 짜르면 이번엔 또 무슨 일로 1인 시위할지 모르는 참 기가 막힌 선례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지금 한화 사정 보면 지금부터 열심히 유망주 모아도 주전 선수들 나이 때문에 언제 팀이 꾸려질지 기약이 없으니까 하루라도 빨리 짤라야 한다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학습효과라는 것이 있고, 자기가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이라면 저런 구단 운영 개입은 하지 않는 것이 옳다. 선수단에 모멸감을 주는 경기 중 현수막 게재도 정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 본질이 화풀이니 실제로는 전혀 필요하지 않지만 - 뭐 배팅연습 중에 걸든가 경기장 밖에서 걸든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팀이 아니다 싶으면 그냥 경기장에 안 가면 그만이다. 텅 빈 사직구장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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