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11일 토요일

제로페이/서울사랑상품권 후기 - 원순이형은 나가있어

 나는 평소에 꿀은 빨 수 있을 때 빨아야 한다, 그리고 꿀이 아니면 빨지 않는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따라서 명절마다 10%씩 할인해서 파는 온누리상품권 등의 존재도 알고 있었지만 내가 전통시장을 갈 일이 없기 때문에 살 일이 없었다(전통시장에 가는 것도 피곤한데 지류상품권이라니 끔찍하다). 비슷하게 제로페이가 나왔을 때도 도대체 소비자 입장에서 카드혜택 포기하고 저걸 쓸 이유가 뭐가 있냐 싶었다.

 이건 내가 지역화폐를 찬성하냐 찬성하지 않느냐의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 지역화폐를 찬성하더라도 다른 요인이 없지 않는 한 카드보다 사용하기 불편하고 혜택도 없는데 굳이 사서 쓸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홍보는 소득공제율 40%로 하더니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30%만 된다고 한 기사를 보았을 때는 또 시작했네 이런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홍보도 예를 들면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면 할인 이런 거 적어놓고 서울시향 티켓을 끊을 때는 인터파크 예매 시스템 쓴다고 제로페이로 결제 못하는데 현장에서 SPO매거진 살 때 제로페이로 사면 300원 깎아줄게 이건데 그거 할인받자고 계좌 트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사실 하나 하나 뜯어보면 제로페이에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소상공인의 결제 수수료 부담이 낮고, QR코드 결제방식도 요즘같은 시국에 남한테 폰 안 줘도 돼서 좋다. 하지만 뭐 기존 카드는 소상공인 결제 수수료가 문제였나? 매출 드러나는게 문제였지. QR코드도 진작 앱으로 있던 기능을 새로 깔기 귀찮아서 안 쓴거였다.

3월 23일부터 서울사랑상품권 총 20%소비자혜택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위기에 힘입어 박 시장은 큰 결단을 내렸다. 제로페이를 기반으로 하는 서울사랑상품권을 15% 할인해서 팔고 사용금액의 5%는 캐시백까지 해준다고 한다. 이럼 이야기가 다르다. 3선하는 동안 이런 통 큰 모습은 처음이다. 당장 저거 쓰려면 뭐 깔아야하는지부터 검색에 들어갔다. 체크페이라는 앱을 사용하란다. 바로 ㄱㄱ했다. 앱을 깔고 은행계좌를 연동하고 상품권 구매하는 것까지는 어렵지 않았다. 결제도 어려울 건 없는 것 같다. 근데 어디서 써야하나?


 소비자평가 모바일 사이트, 따뜻한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 제로페이 ...

 일단 이렇게 생긴 스티커가 매장에 붙어있는 곳은 가능하다고 한다. 홈페이지에서도 검색에 들어갔는데 지도가 나오지 않아 불편했다. 네이버 지도에 들어가 제로페이 가맹점으로 검색하니 지도에 매장들이 찍힌다. 편하다. 반대로 카카오 지도는 되지 않는다. 1차적인 이유는 제로페이와 네이버 페이가 연동이 되어있기 때문인 듯 하다.

 이러면 그 매장에 가서 다 쓸 수 있냐하면 그건 그렇지 않다. 네이버 지도/제로페이 모바일상품권 홈페이지에 모두 올라와있어도 결제가 안되는 매장이 굉장히 많다. 구체적으로 내가 어디에서 썼고, 거절당했는지를 보면 13군데에서 바로 결제성공, 1군데에서 신청은 했는데 아직 QR코드가 안왔다는 답변을 듣고 추후에 다시 방문했을 땐 있어서 결제성공, 다른 1군데는 처음엔 안된다고 했는데 찾는 사람이 몇 명 생기니 며칠 후에 QR코드판 꺼내놔서 결제성공, 12군데는 결제가 안된다고 했다. 그럼 가맹점 15개에서 썼고 12개에서 결제거부 당했다는 이야기인데 이게 과연 믿고 쓸 수 있는 결제수단인가?

 심지어 연이은 결제거부에 매장 방문 전에 전화로 물어보고 갔을 정도인데도 한 군데에서는 결제가 완료되고 영수증을 제시했음에도 제로페이는 입금되면 이렇게 뜨는데 내가 결제한 건 그게 안됐다느니 어쨌다느니 하면서 한참을 날 잡아놓은 경우도 있었다. 업주 입장에서는 그냥 제로페이랑 제로페이 기반 모바일상품권을 다른 메뉴에서 봐야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내 입장에선 돈 나간 영수증을 몇 번을 다시 켜서 보여주고 결제내역까지 보여준 다음에도 안믿어서 영수증 캡쳐해서 업주 문자로 보내고 문제있으면 연락하세요까지 해야되는데 이러면 어디 쓰고 싶겠는가? 또 편의점과 파리바게뜨에서 사용가능하다고 하는데 어떤 편의점은 그냥 제로페이는 되고 제로페이 모바일상품권은 안되는 경우까지 있다. 

 체감상으로 매장 문에 제로페이 스티커와 (지역)사랑상품권 스티커가 다 붙어있으면 결제성공률 100%, 제로페이 스티커만 붙어있으면 80%, 아무것도 안 붙어있고 홈페이지에만 가맹점으로 나오면 반타작도 안되는 처참한 실정이다. 쓰는 사람 갑자기 늘어서 앱 버벅이고 새벽에 원래 점검 30분쯤 하는거 긴급점검한다고 4시간하고 이러다가 아무 공지도 없이 몇 시간을 내가 사는 곳 상품권이 갑자기 구입메뉴에서 사라지고 사용액 많다고 캐시백 이벤트 조기종료(그것도 4월 7일 23:59로 조기종료한다-> 4월 7일 중에도 종료공지 뜨면 그때부턴 캐시백 안된다 -> 그냥 23:59까진 해준다 이렇게 하루에 공지가 3번 바뀜) 이랬던 건 뭐 사람 몰려서 그럴 수 있다고 쳐서 까지 않겠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