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18일 목요일

넌더리나는 MLB 사무국과 노조의 자강두천

 MLB 선수노조는 2011년 CBA에서 퀄리파잉 오퍼와 슈퍼2 확대를 받고 드래프트 슬롯머니를 내준 것도 모자라 2016년 CBA에서 급기야 국제 자유계약 선수 연령상한제를 받고 국제 드래프트 슬롯머니를 내주는 사다리 걷어차기 무브를 꾸준하게 보여주었다. 젊은 놈들한테 나가는 돈이 줄어들면 구단이 베테랑들에게 지갑을 열 줄 알았던 선수노조의 망상은 대 에이징 커브 시대를 열어제꼈다.

Baseball's 20-Something Sluggers Are Saving The Sport ...

 2018년, 19년 연속으로 30개 구단 평균 연봉이 하락하는 것을 보고도 정신을 덜 차린 선수노조는 노조위원장 토니 클락을 갈아치우긴 커녕 파업 카드나 좀 만지작거리다 말았고, 급기야 클락을 재신임하는 황당한 움직임까지 보여주었다. 그리고 곧 전례없는 판데믹 역병이 전세계를 강타했다. CBA를 대차게 말아먹은 선출 1루수 노조위원장이 대위기 속에서 키를 잡고 있는 셈이다.

 스프링캠프 기간 중 미국의 코로나 발병이 심각해지면서 리그 스케쥴이 전면 중단되었고 이번에도 노조는 임금 삭감과 청구권 포기에 동의하는듯 저 정도면 많이 양보했네 싶을 정도로 노사합의를 맺었으나 구단 측은 무관중 개막이 눈 앞으로 다가오자 기합의안을 뒤엎고 한 번 더 후려치고 그러는 김에 연봉규모별 차등삭감안까지 들고 나왔다. 그러면서 마이너리거 1200여명이 방출되었는데 이 걸로 1개 구단이 절약할 수 있는 돈은 한 달에 5만 달러라고 한다. MLB 최고연봉자 마이크 트라웃의 2020시즌 연봉이 3770만 달러니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온다. 


 마이너리거 방출로만 끝난 것이 아니다. 드래프트도 규모와 슬롯머니 모두 축소(하는 김에 낭낭하게 디퍼도 추가)되었고 마이너리그 팀의 1/4 가량을 줄인다는 계획도 은근슬쩍 진행 중인 것 같다. 그것도 모자라 1994년 파업 이후 꺼내지 않던 매출 연동 샐러리캡까지 제시하는 등(이러면 볼티모어처럼 중계권 장난하는 팀의 매출은 어떻게 집계해야하나?) 하나 하나 뜯어보면 코로나 핑계로 평소에 밑밥 깔던 것들을 다 하고 있다. 울고 싶은 김에 코로나가 뺨을 제대로 쳐 준 격인데 그러면서도 중남미 야구 아카데미를 축소한다는 이야기는 당연히 전혀 들리지 않는다.

 오늘날 야구는 모든 면에서 발전했고 팬들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던 상식도 이제 낡은 것으로 바뀌고 있다. 그런 판에서 돈이 많고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구단과 사무국을 선수노조가 이기기는 힘들다. 그러니까 그럼 뭐 돈과 정보를 가지고 선수노조를 일방적으로 흔드는 구단과 사무국을 나쁜 놈이라고 치자. 그럼 선수노조와 베테랑들은 코로나 위기 속에서 저연차 선수, 마이너리거들을 보호하고 있냐면 전혀 그렇지도 않다.

 이미 장기계약을 맺은 선수들은 또 그놈들대로 연봉 많이 깎였는데 이번 시즌 하든가 말든가 나는 다음 시즌에 제대로 받으면 됨~하고 있다. 텍사스의 굽은 소나무였던 추신수가 뜻밖의 리더십을 발휘해 마이너리거들에게 구휼미를 풀어 나를 감복시키는 경우도 있었지만 극히 일부에 그친다. 이 기회에 자기 영향력을 넓히려는 스캇 보라스와 트롤러 바우어가 충돌하는 등 그냥 개판이다.

 아마도 사무국은 적당히 노조 의견을 들어주는 척하고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를 성공시킬 것이다. 맛보기 시즌에 이어 확대 포스트시즌으로 땡길만큼 땡기고 구조조정도 진행할 이번 시즌을 후세가 어떻게 평가할지는 모르겠다만 옆에서 보고 있으면 그저 넌더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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