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7일 목요일

최근 한 게임들 : 하스스톤, 디아블로3, 디비니티 : 드래곤 커맨더, 더 위쳐 2

 1. 하스스톤 : 워크래프트의 영웅들

 워크래프트 어드벤쳐가 엎어졌고, 스타크래프트 고스트도 날아갔고, 블리자드 올스타즈는 언제 나올지 모르겠지만 다행히 하스스톤은 배틀넷 앱과 함께 클로즈 베타를 시작했다. 클베라지만 많은 초대장이 뿌려졌고, 현금으로 인게임 아이템들을 구입할 수 있으니 정식 출시도 머지 않은 듯하다. 블리즈컨 끝나고 바로 오픈베타가 열리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타 TCG 게임과 하스스톤을 비교해보면, 이 게임의 빠른 진행, 직관적인 카드, 단순한 플레이 방식을 들 수 있다. 이제 막 열린 게임이니 덱의 종류가 부족해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가장 단순한 형태의 예외도 직업별 비밀(함정) 카드 외에는 찾기 어렵다. 매직 더 개더링이나 유희왕 계열이 도타처럼 정교하고 복잡하다면 하스스톤은 단순하고 예외가 없는 편인 lol에 비교할 수 있겠다. 얻기 힘든 직업별 카드도 중요하지만 보편적으로 쓸 수 있는 공용카드를 제작을 통해 비교적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돈 없으면 아예 시작도 못하는 본격 자본주의 장르인 TCG에서 이 정도면 무과금 유저도 할만하다. 게다가 일퀘와 승리 보상을 통해 캐쉬질 없이도 진입할 수 있는 투기장 시스템으로 누구나 동등한 조건에서 게임을 할 수 있다. 이 정도 배려를 둔 게임에서 무과금으로 못해먹겠다 싶으면 그냥 취향에 안맞는 게임이라 생각하고 턴을 넘기는 것이 낫다.

 추가로 배틀넷 친구와의 대화 외엔 간단한 인삿말 매크로만 있지 채팅 시스템이 없다는 점은 극찬받아 마땅하다. 단언컨대 채팅은 부분유료화 게임에서 가장 불필요한 컨텐츠다.

 2. 디아블로3 1.08 버전

 처음 디아블로3가 출시되고 가장 큰 문제점은 일단 만렙이 되어 불지옥에 진입하면 어마어마한 장벽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근접 캐릭터는 딜을 하기도 전에 순삭되기 일쑤였고, 원거리 캐릭터도 이게 핵 앤 슬래쉬 게임인지 탄막 슈팅 게임인지 모를 정도로 난이도가 높았다. 어렵게 몇날며칠 파밍을 해서 액트1을 쉽게 클리어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춰도 액트2 가자마자 순삭되고, 그렇게 액트2에서 개고생을 해가며 3로 넘어가도 처음 등장하는 몹에게 한 대 맞고 울다지쳐 잠이 드는 신기한 게임이었다. 오기가 생겨 너프전에 깬다 그러며 기어코 클리어하긴 했지만 두 번 할 엄두도 안났고, PvP 컨텐츠도 한참 늦어져 골드들을 정리하고 쳐다보지도 않는 게임이 되었다.

 그 후 개념 패치들을 했다는 말은 들었지만, 심시티도 패치해봐야 버그밖에 안생기던데 이것도 똑같겠지 생각에 안하다가 하스스톤하려고 배틀넷 베타 앱 깐 김에 한번 실행해봤는데, 어 이거 생각보다 괜찮네? 자세한 점은 패치 로그를 보면 나와있을 테지만 대략 정리하면

 1) 정복자 레벨이 생겨 만렙 후에도 추가적으로 각종 보너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2) 괴물 강화 시스템으로 난이도와 보상을 비례하게 조절할 수 있다.
 3) 좋은 스탯을 가지는 계정 귀속 제작템을 만들어 파밍에 도움이 되게 하였다.
 4) 디아블로2의 우버 디아블로와 비슷한 퀘스트를 통한 악세서리 제작 시스템이 생겼다.
 5) PvP 컨텐츠를 추가했지만 이건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에겐 아웃 오브 안중

 정도인데 이런 패치의 결과로 할만한 게임이 되었다. 패키지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쳐박아놨다가도 언제든 다시 꺼내 할 수 있다는 것이니 한번쯤은 다시 해볼 만 하다.

 3. 디비니티 : 드래곤 커맨더

 스샷만 보곤 괜찮을 것 같아서 과감히 질렀다. 두근두근하며 싱글 플레이를 시작해서 스타크래프트2의 싱글플레이를 연상시키는 내정 메뉴에 들어간 것까지도 좋았다. 그러나 첫 전투를 시작하니 스타크래프트2가 아닌 토탈 어나이얼레이션이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2 수준의 -세부묘사는 그보다도 못한- 그래픽이 보였다. 그것만 실망스러웠다면 모르겠지만 전투 자체가 재미없다. 플레이어는 유닛 생산과 공격에서 벗어나 드래곤으로 변신해 전투에 개입할 수 있지만, 자동 락인이 지원되지 않는 드래곤 조종 인터페이스마저 후지니 별로 더 하고 싶지가 않았다. 이 게임은 하는 사람이 얼마 없는지 제대로 된 공략이나 리뷰조차 찾기 힘든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4. 더 위쳐 2 : 왕들의 암살자

 다행히도 디비니티 : 드래곤 커맨더보다는 나은 게임이지만, 더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스팀에서 설치하고 실행하면 스크립트 에러를 뱉고 들어가지지 않는다. 구글에서 검색을 통해 특정 파일을 붙여넣기하는 방식을 거치면 제대로 플레이할 수 있지만 저런 큰 버그를 안 고쳐놓고 있으면 좋은 말 하기가 힘들다.

 다른 면은 그냥저냥 괜찮은 게임이지만 이 게임도 전투에 대해서 좀 짚고 넘어가야겠다. 기본적으로 전투가 강화된 페이블 같은 느낌인데, 전투 비중이 큰 만큼 장르는 다르지만 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와 한번 비교를 해보자. 처음 보스를 만나면 위쳐2나 데메크나 둘 다 친절하게 걔는 약점이 어디에요 이야기를 해주든지 묘사를 해주든지 한다는 건 똑같다. 그러나 데메크는 확실히 약점에 대해 표시든 판정이든 부각시켜주고, 이 게임은 뭐 피격 판정이 흐리멍텅한지 나는 거기 친다고 치는데 계속 어긋난다. 플레이어가 개발자가 의도하지 않은 행동을 할 때도 뭔가 이상하다. 가령 싸우고 있던 장소 주변 오프젝트가 무너져내리며 이동을 해야할때 컷씬이 나온다면, 데메크는 누가 봐도 여기로 가라고 강조를 해주는데 이 게임은 어디로 가야할지 애매하게 그냥 뭐 건물이 무너지는 모습만 보여준다. 그 후 이동하다 이유도 모르고 끔살을 당한 후에야 아 다른데로 가라는 이야기겠구나 하며 보스전을 다시 시작하게 되는데, 타격감이 신통치도 않은데 레벨 디자인도 마음에 안드니 이래서 쌀 말고 밀가루 주식인 사람들이 만든 액션RPG 하기 전엔 큰 기대를 말아야겠다고 다시 되뇌여본다.

 전술했듯 다른 면에서는 불만을 느끼지 못했다. 레벨 디자인을 까긴 했지만 스팀 세일과 함께라면 괜찮은 게임이고 사실 PC 게임에서 비슷한 장르에서 이만큼 만든 것도 찾기도 어렵다. 한글패치 제작팀이 공식적으로 제작사 인증을 받았는데, 재미없었다면 굳이 그런 수고를 하진 않았을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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