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9일 금요일

안녕 AMD : i5 4670으로 대격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세번째 확장팩 대격변에 처음 접속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데스윙에게 박살난 스톰윈드였다. 그때 스톰윈드 시민들의 마음들을 나도 이해할 수 있던 사고가 터졌다. 저가형 870 칩셋 보드를 대체하려 주문한 970 보드가 도착해(데네브에서 비쉐라로 업그레이드를 한 후 보드 전원부의 발열 문제로 추정되는 시스템 프리징이 발생했다는 것은 이전 글에 썼으니 다시 자세히 적지는 않는다.) 컴퓨터를 열고 부품들을 떼냈다. 지금 생각하면 보드를 아예 케이스에서 뺀 상태에서 안전하게 쿨러를 분리했으면 됐을텐데, 별 생각없이 기본 쿨러 뽑듯 약간 힘줘 뽑다 참사가 일어났다. 바다2010 쿨러에 CPU가 딸려 올라왔는데 핀들이 확 휘어져 나온 것이 보였다. 순간 시계를 보니 시간은 5시........ 얼른 선인상가 하트전자 가야되나 생각해봤지만 계산해보니 잘해봐야 CPU값=수리비라 하루도 제대로 못쓴 FX-8350은 쓰레기통으로 향했다. 눈이 내려서 다행이었다.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 있어서.

 이렇게 된 이상 새 보드는 뜯지도 않았으니 환불하고 인텔로 간다. 아침 일찍 용산에 가 i5 4670이랑 asrock H87 performance 보드를 사왔다. 보드는 다나와 최저가에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데, CPU-램은 최저가 낚시가 매우 심한 품목이다. 단품구매 뿐만 아니라 다른 부품을 한두개 같이 사도 마찬가지다. 램은 원래부터 용산 램테크 장난질이 심했으니 제외하더라도 CPU는 애초에 조립비를 받을 것을 전제로 올려놓는 듯하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돈을 내밀며 처음부터 그냥 좋게 저거 샀으면 i5가 아니라 i7에 아수스 보드를 사고도 남았다 생각이 절로 났지만 그런 대형사고가 터질 줄 알았나. 보드도 오버할 생각이 없어서 어정쩡한 포지션인 H87 칩셋 대신 싼 B85를 쓸까하고 보니 아수스, 기가바이트 중급 이상 B85랑 그래도 나름 페이탈리티 라인 막내인 asrock H87 performance랑 가격이 똑같은데 차라리 sata3 슬롯이 두개 많은 후자가 낫지 뭐. 언제쯤이면 asrock의 노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펜티엄2 이후에 인텔 CPU를 써본 적이 없어서 장착은 어떻게 해야되나 매뉴얼을 꼼꼼하게 읽고 동영상까지 본 후에 조립에 들어갔다. AMD처럼 쏙 넣고 지지대 내리면 끝나는 게 아니라 지지대가 생각보다 훨~~~~~씬 빡빡하고 끼익끼익거려서 과장 좀 보태 CPU가 두동강 날 것 같아 내가 제대로 하고 있나 몇번을 다시 확인했다. CPU 대신 보드 소켓에 핀이 있는 구조인데 고장나게 딱 좋게 생겨서 무서워서나중에 서멀도 다시 못바르겠다. 기본 쿨러보단 사제쿨러가 낫겠지 싶어 어제 나를 엿먹인 대역죄인 바다2010의 브리켓을 인텔용으로 다시 조립해 붙여줬다. 실제로 조립해보면 이지클립 대신 손나사로 쿨러와 브리켓을 연결해도 전원부 방열판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조일 공간이 나온다. 물론 편하게 조일 수는 없다.
 다 조립한 후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CPU 온도는 30도인데도 쿨러는 1600rpm 가까이 돌고 있다. 바다가 저소음이긴 해도 1600쯤 돌면 소리가 날 수 밖에 없다. 검색을 해보니 보드 자체 설정의 문제란다. 사일런트 모드로 바꿔놓으니 rpm은 1100대로 낮아졌으나 그렇게 해도 해결되지 않는 사람은 저항을 다는 것이 낫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나머지 조립을 모두 마치고 일단 부팅을 시켜보았다. 그런데 메인보드 제조사가 같아 그런지 일단 정상적으로 부팅이 된다. 드라이버를 잡지는 못하지만 신기했다. 그래도 보드 칩셋이 바뀌면 윈도우를 새로 까는 게 나중을 생각해서라도 낫다. 이더넷 드라이버만 CD를 통해 깔고, 나머지 몇개 필요해보이는 드라이버는 최신 버전을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았다. 아수스와 달리 애즈락은 드라이버 다운로드 센터에서 한글을 지원하지도 않고, 해외 서버라 다운로드 속도도 엄청나게 느리다. CD 한장 분량도 안되는 크기를 받는데 40분 정도는 족히 걸리는 듯 하다. 초기 셋업을 다 한 후 일단 와우에 들어가보았는데, 기존 FX-8350에 970보드가 아닌 870보드를 물려놔서 성능을 제대로 못뽑았다해도 4670이 거의 모든 상황에서 10프레임씩을 더 뽑아준다. 같은 블리자드 게임인 디아블로3에서는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의도적으로 CPU에 모든 부하를 건 상황이 아니더라도 다중 사용 환경에서 사용자의 이용 패턴에 따라 분명 FX-8350이 더 나은 부분도 있긴 하다. 가령 게임을 하면서 각종 드라이버를 다운받고, 스팀-오리진을 동시에 켜서 다른 게임들을 설치하는데 당연히 쿼드코어인 4670이 8350에 비해 CPU 점유율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그런데 그렇다고 굳이 비슷한 가격에 8350을 쓸 이유는 없다. 배틀필드4를 돌리고 싶다면 몰라도 차라리 i7을 사용하는 게 나을 것이다.

 나를 괴롭히던 온갖 증상들(프리징, 구형 하드 AHCI 미인식 등)도 시스템을 바꾸며 모두 사라졌다. 애슬론XP부터 함께한 AMD지만 이제 몇년은 볼 일이 없겠다. 인텔로 넘어오세요. 편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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