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7일 수요일

현재진행형 좌충우돌 컴퓨터 프리징 해결기

 2008년 봄에 전역을 하니 월급 통장에 60만원 정도 돈이 모여있었다. 특별히 PX를 싫어해서는 아니고, PX에 못가게 하던 내무부조리 덕이 제일 컸다. 3만원 이상 지출에 별 취미가 없어서 뭘 할까 잠깐 고민한 끝에 양친에게 건 건강검진이나 한번 받아봐라 권유했지만, 건강보험이 이미 기초적인 검진을 제공하고 있었다. 그럼 컴퓨터나 사야지 하며 며칠 견적을 짜서 브리즈번 4200, 기가바이트 ga-m56s-s3, 라데온 3850을 주축으로 가성비킹 시스템을 맞췄다. 그렇게 2년 정도 쓰다가 어느날 갑자기 DVD를 잘 못 읽고, 읽어도 시스템이 현저하게 느려지는 증상이 생겼다. 옛날에도 중고로 RW를 산지 한달만에 문제가 생겨서 서비스 센터에 다녀온 기억이 있었지만 그땐 아예 못 읽으면 못 읽었지 시스템에까지 영향을 끼치진 않았다. 사실 DVD는 별로 쓸 일이 없으니 나중에 가야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시간이 더 지나서 본격적으로 시스템에 갑자기 프리징이 왔다. 블루스크린이 뜨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갑작스럽게 화면 그대로 멈춰버리는 증상이었다. 포맷을 해봐도 그때뿐이고 DVD 잘 안 읽혀서 윈도우 한번 까는데 한나절이 넘게 걸렸으니 더 시도하기도 고역이었다. 중딩 때 보드에 램 추가하고 전원키자마자 이유없이 보드에 쇼트가 나서 다 태워먹은 적이 있어 -당시 썼던 컴이 세진 컴퓨터 제품이었는데 회사가 망해서 AS는 안녕이었다- 하드웨어는 건들기 싫었지만 해줄 사람 없으면 배워서 해야지. 이유를 찾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하드디스크 배드섹터 문제일 것 같다며 마침 남는 레고르 CPU 하나 가져가라고 해서 얻어왔다. 근데 왠걸 어떻게 뺐는지 CPU 핀이 휜 게 아닌가. 아무튼 거센 비난을 해주고 하드 새로 하나 사서 거기다가 윈도우를 깔아봤더니 프리징이 좀 없어진 것 같았다. 마침 다른 친구가 라데온 4850 안쓰는 거라고 줘서 이 기회에 업그레이드나 해보자 하고 CPU도 데네브 955로 바꿔버렸다. 바이오스 업그레이드로 지원이 가능해 보드 교체없이 CPU만 바꿨는데 신나게 와우를 하다보니 어 30분마다 그냥 컴퓨터가 뚝 꺼진다. 블루스크린이라도 뜨면 로그나 볼텐데 그냥 꺼지니 분석도 안된다.

 하드디스크 교체로 문제를 해결했고 전원 다운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할 때라 엇나간 추측이긴 하지만 나름 근거가 있는 추론이었다. 데네브는 브리즈번보다, 4850은 3850보다 고발열-고전력 VGA니까 발열을 잡아보자 싶어서 친구에게 양해를 구해 4850을 팔아 고기를 사주는 것으로 갈음하고, 저전력-저발열 라데온 5770을 구입했고 보드 안 뜯어내고 달 수 있는 저가 사제 쿨러를 데네브에 장착해 발열을 잡으려고 했다. 그런데 프리징은 없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파워가 문제였구나 싶었다. 태왕 파워 쓸 때였는데, 파워를 들고 용산에 가서 점검을 받았다. (여담이지만 태왕 파워 만드는 회사에서 나름 중고가 파워인 안텍 제품도 유통한다는 걸 그때 알았고 메인보드 유통 업체와는 다르게 문의가 적은지 AS창구에 직원이 한명밖에 없어 신기하기도 했다) 이상이 없댄다. 가는 김에 DVD도 들고 용산 삼성 서비스센터에 갔더니 DVD도 이상이 없다고 했다. 이제 결론이 났다. 보드가 문제였다. 지금이었다면 보드부터 들고 갔을텐데, 기가바이트 오래 쓰면서 별 문제를 겪은 적이 없었고 그때는 보드 뜯기가 너무 귀찮아 너무 늦게 들고간 감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보드 고장만 문제였을수도 있고, 지금 내가 겪는 것처럼 상위 CPU 호환 문제가 있었을수도 있겠다. 기가바이트 유통사인 제이씨현에 찾아갔더니 뚝딱 점검을 하고 보드 고장이 맞다며 리퍼 제품을 줬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한번 고장난 보드 또 안 그러라는 법도 없고 데네브는 AM3 기반이고, 저 보드는 데네브를 사용할 순 있다지만 AM2이라 성능은 다 못 뽑을테니 리퍼받은 김에 팔아버리고 AM3 보드를 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AM3 보드를 구경하다보니 마침 AM3+보드가 나오기 시작하는 때였다. 가격을 보니 애즈락 AM3+보드와 아수스-기가바이트 AM3 보드 가격이 1,2만원 차이밖에 안났다. 나중에 불도저로 업그레이드를 할지도 모르니 AM3+를 사자 생각했다. 내가 맞춰준 동생 컴퓨터가 애즈락 보드를 쓰다가 고장난 적이 있긴 해도 그때는 뽑기운이 안 좋았을 뿐이라고 여겨 별로 꺼려지지도 않았다. (애즈락 보드들에 대해선 차후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센터만 다섯번을 갔다) 차후 업그레이드를 대비해 파워도 슈플 600W로 바꿨다. 물론 좋은 파워이긴 하지만 연속된 용산 나들이가 내 멘탈을 붕괴시켜 한 충동구매였고 이 파워 AS기간이 5년인가 그럴텐데 그때까지 600W까지 쓸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 (2020년 추가 - 2013년의 나는 몰랐지만 저 슈퍼플라워는 내 하드를 2개나 죽였다)

 그런데 내가 간과한 일이 있었다. AM3 보드부터는 DDR2램이 아니라 3를 써서 램도 바꿔야 했다. 다행히 램값 쌀때라 DDR2 중고가 DDR3 신품보다 비싸서 그건 잘 해결됐지만 램 팔러 용산 또 가야했다. 아오 그래도 보드를 바꾸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서 행복했다. 

 그리고 또 한 2년여가 지난 지금, 램을 8기가까지 늘리고, 라데온 7850을 달고, SSD를 달아 잘 쓰다 비슷한 상황이 다시 찾아왔다. 괜히 와우 프레임 좀 늘려보려고 FX-8350을 달았더니 프리징과 블루스크린(0x0000000a, 0x0000006b, 0x0000001e 등 온갖 것들)이 다시 생겼다. 발열 문제라 짐작하고 지난 글에서 케이스를 바꿔봤지만 빈도가 덜할 뿐 프리징 자체는 일어났다. 그런데 주목할만한 점으로 와우를 오랫동안 켠 상태에서 이것저것 인터넷 브라우저를 켠다거나 동영상을 본다거나 하는 다중 작업에서 주로 프리징이 일어난다. 몇가지 체크를 해봤다.

 첫째, CPU 초기불량 : CPU는 초기불량이 드물다. 마지막 순간까지 보류. 
 둘째, CPU 발열 문제 : 바다 2010을 달았고 케이스도 괜찮아 온도에 이상이 없다. 
 셋째, 보드 문제 : 다른 이상으로 리퍼를 받아서 확률이 적다. 보류. 
 넷째, 케이블 이상 :  모든 SATA 케이블을 다 교체했으나 변함없음.
 다섯째, VGA 문제 : 작업시 55도를 넘지 않아 별 이상이 없어보였으나 와우를 하면 이러니 VGA 문제일 확률이 없지는 않은 것 같다. 

 테스트에 들어갔다. 7850을 떼고 여자친구꺼 지포스 GTX 460을 달았다.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 역시 와우는 지포스가 더 빠릿하다...........는 지금 중요한 게 아니고 컴퓨터가 블루스크린/프리징 되지는 않았으나 1시간 이상 사용시 와우와 하스스톤, 브라우저를 동시에 켰을 때 커서를 옮기기도 힘들 정도로 엄청난 버벅거림이 느껴졌다. 같은 상황에서 발열이 50도선에서 머무르는 라데온을 썼을 때는 컴퓨터가 프리징되고, 70도를 오가는 지포스는 버벅거린다는 차이는 있으나 우선 이상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 중요하다. VGA는 용의선상에서 지워도 될 것 같다. 와우나 하스스톤이 지금 사양에서 그렇게 무거운 게임이 아니다. 버벅거림이 있을 때 CPU 점유율은 40%도 넘지 않았고 램도 50% 정도밖에 사용하고 있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fx 8350을 지원할 수 있도록 바이오스 업데이트도 했다. 그냥 보드의 한계인가?

ASROCK 870icafe r2.0 사진. 요새 나오는 보드에 비하면 전원부가 부실한 편이다.




















 우선 구글링을 통해 나랑 같은 CPU와 보드를 쓰는 사람 중 문제가 일어난 사람이 있는지 검색을 해보았다. 글이 딱 하나 보였는데 역시 비슷한 프리징 증세였고, 답변은 없었지만 자문자답으로 990fx 칩셋 메인보드로 바꿨더니 괜찮아졌다는 말이 있었다.

 커뮤니티에도 자세한 상황을 적어 질문을 올렸더니 메인보드 전원부가 발열을 감당하지 못하는 거라는 답변이 달렸다. 870번대 저가형 칩셋을 쓰는만큼 설계전력 95w 데네브를 쓰는데는 지장이 없었어도 125w 전력-발열괴수 fx 8350엔 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그럼 CPU와 VGA의 온도를 체크하며 프리징을 재현해보기로 했다. 케이스 전면/상부 팬을 정지시켰다. 20분이 지나도 CPU는 60도, VGA는 70도 선에서 멈췄으나 블루스크린이 일어났고, 메모리 덤프 과정에서 아예 시스템이 다운되어 멈춰버렸고 메인보드 방열판이 손도 데기 힘들 정도로 뜨거워졌다. 원인은 메인보드의 발열이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스팀 세일 안녕..' 눈물을 흘리며 970번대 칩셋을 사용하는 보드를 새로 주문했다. 여자친구가 아무말 없이 돈을 보태주어서 위안이 되었다. 엉엉 

새로 산 ASUS M5A97 EVO R2.0. 좀 더 튼실해보인다.





















 이번에도 퀵비 내기는 싫었고, 용산 가기도 싫어서 택배로 주문한터라 제품은 내일 도착할테니 프리징이 완벽히 해결될 것인지는 모르겠다. 6핀 전원 하나 들어가고 팬이 두개지만 저발열 저소음인 7850은 잘 뻗고, 6핀 전원 두 개 들어가는 팬 하나짜리 고발열 고소음 GTX 460은 견디는 이유도 잘 모르겠다. 추측컨대 7850이 팩토리 오버클럭 제품인 탓도 있겠고 라데온은 묻지마 프리징 겪은 사람이 꽤 될 정도로 까탈스럽고 지포스는 죽기 직전까지 묵묵히 일하는 놈이라 그럴 거라는 예상만 할 뿐이다. 

 인텔 i4670 + ASUS H87-PRO STCOM이 현금결제하면 퀵비 포함 40만원이면 사고 남는데 보드값이라도 건지려다 결론적으로 지출한게 CPU 20만원, 보드 12만원, 케이스 5만원, 쿨러 3만원 퀵비 빼고도 40만원 똑같이 들었으니 내가 미친 게 틀림없다. 오늘 밤도 이렇게 울다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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