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0일 금요일

자의식 과잉의 시대

 비상교육에서 나온 한국사 검정 교과서에서는 3.1 운동을 기술하며 전국 218개 군 중 211개 군에서 1,500여 건의 시위가 일어났다고 되어 있는데 대강의 참가 인원도 기술되어 있지 않아 자료를 찾아보았다. 조선총독부의 자료에 따르면 약 106만명이 참가했다하며 역사학자 박은식은 약 20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1919년 조선 인구가 1700만명 정도라는 다른 통계와 함께보면 박은식의 셈을 따라도 8명 중 한 명도 참가하지 않았다. 4.19 혁명도 자료는 없지만 대략 10만명으로 참가 인원을 추산하고 있는데, 2013년 관악구 인구가 50만명 정도 되고 명동 하루 유동인구가 100만명을 넘게 잡으니 저 숫자가 많은지 적은지는 각자 생각할 일이지만 당신이 참여하거나 찬동하지 않았다고 현재진행중인 일이 의미 없는 게 아니라는 반증은 될 수 있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많은 사람들의 많은 글을 보게 되는데, 과거에는 세상이 자기 본위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미친 자들이 거리에서 아무리 목놓아 개소리를 해도 그냥 지나가면 그만이었지만 이젠 클릭 한번, 터치 한번만 잘못해도 눈 썩는 글을 높은 빈도로 볼 수가 있다. 왜 굳이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커뮤니티에서 정신병 인증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의식 과잉 환자들에겐 관심병도 같이 따라붙는 모양이라 멍청한 지 머릿속을 남에게 오픈시켜야만 만족하는 듯하고 저런 병은 병세가 심해지면 심해졌지 차도가 있는 게 아닌터라 이젠 화면 안이 아닌 현실에서도 병자들이 횡행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물론 대낮에 남들 앞에서 할 짓이 아닌 건 알아 주로 남들 안 볼 때 헛짓거리를 하지만, 관심병 특성상 내가 미친 짓거리를 했어요라고 널리 알리고 싶어하기에 곧 덜미가 잡혀 후회의 시간을 맞이하곤 한다. 

 굳이 사이버 세계가 아니더라도 많은 정보의 홍수를 접하다보면 멍해져서 현실감과 판단력이 모호해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책을 읽어도 오랫동안 잡고 있자면 비판없이 무작정 수용하고 있다고 느껴 흠칫할 때가 있다. 객관적 사실이 존재한다는 것이 그 사실을 내게 전달한 사람의 의도도 객관적이라는 증명이 되지는 못하는데, 아무리 생각할 능력이 없어도 타자에게 생각을 맡길 땐 타자의 의도대로 내가 행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건 알 법도 하다. 또 나에겐 중요한 일도 타인에게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아는 것도 너무나 상식적인 일이다. 그럴 때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것도 유아기에나 할 법한 일이지만 사람의 본성이기도 한데, 그게 남들에게 자랑할 일은 아니라는 건 알아야 한다. 광장에서 들은 주장을 광장에서 반박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폭력은 최후의 수단으로 쓰고 생각부터 좀 하라는 이야기다.

 미친자들을 보면서도 와 설마 저 이상의 미친 짓을 하진 않겠지 하는 사회통념과 경험칙에 기준한 어떤 선이 있다. '저것들도 사람새끼인데 설마'하면서 인간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믿음을 가지고 있는 셈인데, 요새는 그 선을 과감히 포기해야하나 생각하고 있다. 못난 놈들은 지들 얼굴만 봐도 좋다고 헤헤거린다고 미친자들은 지들끼리 모여있으면 그게 정상인줄 알고 더 미쳐 날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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