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8일 수요일

2016 원숭어워드

 원숭어워드는 나와 나 못지않게 잉여한 이가 2008년부터 시상한 권위없는 상이며, 한반도의 전통문화인 널뛰기와 엿가락의 정신을 계승해 세부적인 내용은 매해 상이하다.

 이 쓸모less한 상의 성격을 정확히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우선 기본적인 시상기준을 소개해보면, 첫째, 우리를 경찰서로 입던시킬 우려가 있는 이에게 수여하지 않는다. 둘째, 절대 우리를 경찰서로 입던시킬 우려가 있는 이에게 수여하지 않는다. 셋째, 보는 사람이 부끄럽거나 안쓰럽거나 혹은 대단한 일을 진정성있게 한 유명인 또는 단체에게 수여한다. 넷째, 공동수상은 없다. 다섯째, 아쉬운 2등도 기억한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작년 수상내역은 링크(클릭)과 같다. 그럼 올해의 시상을 시작한다.



 1) 올해의 스포츠계 부문 : 아자황(알파고 부역자)



 알파고라는 바둑 프로그램이 프로 2단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것은 대단했으나, 그래도 이세돌을 꺾으리라는 예상을 하기는 어려웠다. 물론 인공지능이 엄청난 발전을 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실생활에서도 '시리야' 한 마디 해보면 느낄 수 있고 딥 블루가 체스 챔피언을 박살낸지 20년이 다되가는 현실이지만 IBM이 그랬듯 무슨 바둑 프로그램이 돈 되는 프로그램도 아닌데 많은 투자를 했겠느냐 하는 의문이 있었던 것이다. 경우의 수가 '비교적' 적은 체스와 다르게 인류 지능의 최정점이라고 여겨지는 종목인 바둑인지라 더 그런 믿음을 갖게 되었다. 알다시피 결과는 알파고의 대승이었고, 인류는 이세돌의 1승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뭐 그런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도 인간이라고 애써 위안을 삼는 사람도 있지만 글쎄 내 생각에 러다이트 운동이 그 사람들이 바보라서 생겼을 것 같지는 않다.

 알파고의 계산 결과를 실제 바둑판 위에 구현한 아자황 박사는 후지와라노 사이 이후 가장 유명한 바둑 대리기사였다. 인류가 존 코너를 응원하는 심정으로 알파고와 겨루는 이세돌을 응원할 때 만약 이세돌이 빡쳐서 더럽게 두지 말라고 바둑판을 엎었으면 알파고가 아니라 이 남자가 맞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훗날 알파고가 스카이넷으로 발전한 후 인류를 멸망시키고 스탭 롤을 띄우게 되면 마지막엔 스페셜 땡스 투 닥터 아자황이라는 메시지를 출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조인간이냐는 의혹에서부터 온 인류의 적의까지 한 몸으로 받아낸 아자황 박사 겸 아마 6단에게 경의를 표한다.

 아쉬운 2등들

전북 현대(심판매수팀) : 승점 9점 삭감이라는 솜방망이 징계에 기가 찼으나 하필이면 그 서울FC한테 정29현 당했으니 세상 참 모를 일이다.

고영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겸 프로섹서) : 소싯적에 만화책 대물 참 재밌게 봤는데 거기 나오는 제비 하류 성님 인생도 이 사람보다는 덜 드라마틱하다.
강정호 (1년 2고소 달성) : 넥센 히어로즈는 강진에 있는 2군 선수만 관리 못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까 1군 선수가 음주운전 두 번 한 것도 까맣게 모르는 클-린한 팀이었다.  
김상현 (공연음란죄의 아이콘) : 범행장소가 장인어른 차라는 게 더욱 기가 막혔다
                           
 2) 올해의 정치, 사회 부문 : 박사모(일용직 모임)

 논어에선 곤란이 닥쳤는데도 배우질 못하는 이런 부류들을 곤이불학이라 하여 노답의 카테고리에 넣었다. 배움에는 때가 있는 것이고 딱히 더 설명할 가치가 있는 부류가 아니므로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아쉬운 2등


강남역 살인마 (정신병자 겸 여혐러) : 다른 글에서 얘기했듯 정신병에도 사회의 주류 가치관이 투영될 수 있다고 본다 

 3) 올해의 연예계 부문 : 변기乙 (가수)



 모든 사람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 한다. 설령 섹스를 하고 금전을 받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프로-섹서라고 해도 마찬가지임은 당연하다. 하지만 개도 홈그라운드에선 반은 먹고 가는 법인데, 업무시간 중 다수가 근무하는 자기 직장에서 손님에게 강간당했다는 것도 이상한데 동종업계자들의 줄고소가 이어지는 게 무슨 '최초고소자의 용기에 힘입은 결과'로 보기에는 뭔가 석연찮기는 했다. 결론적으로는 강간사건은 모두 무혐의로 종결되었고 화장실에서 남들과 다른 생리활동을 벌였다는 임팩트 자체는 뇌리에 강렬하게 남았다.

 이 인물은 영원한 변기의 아이콘으로 남을 수 있었지만 연말 진정한 변기甲이 등장하며 변기계 2인자로 남게 된 비운의 인물이다. 사람에 따라 성매매에 대한 태도는 다르겠지만 난 미혼인 자가 성매매를 하는 것에 대해 그렇게 큰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돈도 많은 사람이 서비스를 제공 받고 돈 안주고 튄 것은 더러운 행동이고, 장소는 행동보다 더 더럽다고 생각한다. 저 사람 팬들 유난스럽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서 이름은 피휘한다. 어우 드러워; 아 물론 직업 윤리를 위반하고 고객에게 합의금을 더 뜯어내려고 한 프로섹서들도 더럽기는 매한가지다.


 아쉬운 2등들


장동민은 2년 연속 수상에 아쉽게 실패했지만 언제든지 미친 소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4) 올해의 문화예술계 부문 : 조영남 (전국민 반면교사)



 조영남은 원래부터 이상한 소리 하기로 유명한 사람이라 일단 저 사람 얼굴이 보이는 순간 채널을 돌리곤 하지만, 이번에는 매번 하던 개소리가 아니라 예술작품 대리제작 사건으로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에 무사히 뉴스 하나를 다 볼 수 있었다. 대충 요약하자면 자기가 만들었다고 평균 700만원 정도에 팔아먹던 예술작품이 실은 무명 화가 작품이고 그 위에 끄적끄적 좀 하고 자기 낙관 박아서 팔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인데, 본인은 미술계 관행으로 포장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현대미술은 구체적인 제작 행위보다 아이디어가 더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겠는데, 서머너즈워 크리스마스 팩도 11만원씩 하는 세상에서 그림 한 장을 10만원에 납품받아 700만원에 지가 만들었다고 파는 건 지나친 창조경제다. 적어도 1할은 떼줘야지 너무한 거 아닌가.


 아쉬운 2등들

지지율 4%가 사필귀정 사필따리 사필따
이문열 저 사람은 질서정연하게 집회하면 아리랑 축전이라고 하고 지한테 좀 뭐라 하면 홍위병이라고 그러고 맨날 보수 자폭하라 자결하라 말만 하지 다음 선거하면 또 그 깃발 아래 가서 앉아있는 콘크리트의 표본같은 존재인데 저 짧은 소갈머리로 그 정도 글을 쓸 수 있다는 건 정말 신필이라는 거 아닌가


 5) 올해의 경제계 부문 : 재용 더 킹 리(세계정부 싯켄)



 백번 양보해서 갤럭시노트7 1차 리콜 때까지는 기업 이미지 훼손을 피할 수는 없었겠으나 앞으로 조심하면 되는 해프닝 쯤으로 생각했는데, 아무리  귤이 회수를 지나면 탱자가 된다지만 리콜 사건 후 교환받은 폰이 국내에서 터지면 블랙컨슈머고, 미국에서 터지면 재조사 대상이 되는 이후의 대처가 갤럭시노트7만큼이나 폭발적인 사건이었다.

 그런 폭발사건만으로도 충분히 원숭어워드 경제계 강자 꼴데를 제치고 원숭어워드 경제계 부문에 오를 수 있었겠지만, 연말 정국을 뒤흔든 게이트 청문회에서의 그룹 총수 킹재용의 모습도 주목해야 한다. 대통령과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묻는 질문에 창조경제에 대해 30~40분 정도 이야기했다고 답변하는 와중 대통령은 그렇게 오랜 시간 이야기를 할 지식이 없다고 반문을 들은 것이다. 동영상을 보는 나는 저 장면에서 웃음이 터지고 말았는데, 킹재용은 끝까지 버텨냈다. 역시 갓-성을 지휘하는 사람의 그릇은 웃음보에서도 다르다 그런 생각이 든다.



 아쉬운 2등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국가가 정신을 못차릴 때 통제 받지 않는 자본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잘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 
정운호 이 분은 자기 한 몸을 불살라 온나라의 부정부패를 일소하는데 기여한 분이기에 무타구치 렌야급의 대한민국 국가유공자라고 본다

 6) 올해의 지식인 : 최경희 (전 이화여자대학교 총장)



 물론 근래 대학가 트렌드가 학내 민주적 절차 같은 걸 따르자고 하면 '그대는 어찌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가' 하는 자들에게 질타당하는 것이긴 하나, 합의 절차가 괜히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제 백마 타고 온 초인이 모든 것을 개혁해 줄 거라는 믿음은 버릴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1인한테 집중된 권력이 도대체 왜 개혁에 쓰이겠는가 저런 특혜에나 쓰이지. 이제는 전 총장이 된 이 인물은 지딴에는 학교를 위한답시고 이것 저것 했나본데 결론은 최고 권력자의 딸을 학교에 부정입학 시키고, 재학 중에도 온갖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김활란, 장상과 더불어 역대 이대 총장 중 최고 지명도를 지니게 된 인물이다. 그런데 장상 전 총장은 딱히 죄까지 지은 건 없고 그냥 꼼수로 총리 한 번 하려다가 낙마한 거니까 김활란, 최경희 투톱으로 해도 큰 지장은 없을 것 같다.

 4년제 학사 학위를 학위조무사로 염가 판매하려는 시도에 반발해 시작되었던 이대생들의 집단 행동이 세상에 없던 의혹을 새로 폭로하였다거나 그 자체가 페미니즘 운동이었다는 해석엔 동의하지 않지만, 그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정유라라는 인물과 그의 특혜의혹이 우리 사회에 널리 알려지는 것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음모론 제기하며 다른 사람 시신 있는 영안실에 잠입하려다 걸린 이 교수도 올해의 지식인에 빼놓을 수 없다

 7) 올해의 설레발 : AMD RX480 



 컴덕후 겜덕후들이 신제품 나오기 전에 설레발 떠는거야 항상 있는 일이다. 아캄 나이트나 트리 오브 세이비어 같은 역대급 망겜도 출시되기 직전까지는 GOTY 맡아놓은 것처럼 설레발 떠는 이들이 있지 않았던가. 하지만 올해 RX480 설레발은 여태까지 이 정도 설레발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심각했다. PC 견적 질문글만 올라오면 블리자드 게임이고 뭐고 저거 나오면 사라고, 아니면 엄청난 금전적 손실을 볼 것처럼 한 3달 분위기를 조성한 후, 기대에 걸맞지 않았던 레퍼런스 제품이 나왔지만 사파이어는 다르다 라데온 레퍼런스는 사파이어다 더 기다려봐라 그러더니만 정작 사파이어 나온 후에도 그렇게 설레발 떨던 사람 중에 480 사고 인증하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뭐 설마 기다리다가 망부석이 되서 그런 건 아닐테고 저때 저렇게 설레발 쳐서 컴퓨터 잘 모르는 사람 낚던 놈들은 반성문이라도 쓰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2등들


저 짓거리 해놓고 픽미픽미 할 때는 사람새끼들인가 싶었는데 투표하는 사람들도 바보는 아니었다
마이티 넘버 9. 캡콤이 록맨 시리즈를 버린 이유가 있었구나 ㅇㅇ 

 8) 올해의 유행어 : 자괴감




  '자괴감'은 단연 올 한 해 최고의 유행어였다.  

 아쉬운 2등들

 모르는데 어떻게 가요, 그 어려운 걸 해냅니다 뭐 그런 유행어들도 존재했지만 자괴감 앞에 나댈 상대가 없었다.

 9) 올해의 SNS 부문 : 티파니(가수)



 도쿄 공연 마친 가수가 자기 SNS에 감사인사 남기면서 일장기 아이콘 쓰는거야 광복절 전날이고 당일이고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다음에 사람들이 뭐라고 하니까 굳이 사진에 욱일기 문양 박아서 올린 건 아무래도 좀 모자라 보였다. 무슨 신념이 있어서 정치적 스탠스를 드러낸 거였으면 사안별로 동의할 수도 있는거고 아닐 수도 있다. 가령 아이돌그룹 중국멤버들이 중국 땅은 한 뼘도 좁아질 수 없다고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깽판치는 거 편들고 앉아있으면 거기 동의는 못하지만 그래도 그게 그들 딴에는 정의라고 하는 거 아니겠는가? 그런데 일장기 아이콘 쓰지 말라니까 거기다 대고 욱일기 문양 올리는 건 도대체 무슨 목적이 있는 것인가. 물론 티파니는 국적이 한국인 것도 아니고, 돈도 외국에서 더 벌테지만 굳이 저렇게 욕을 사서 먹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인스타그램 사랑매니아 유상무도 2016년 옹달샘의 자부심을 지켰다.
레진코믹스X트위터 페미니스트 콜라보레이션 사건 자체나 거기에 반발하던 사람들이나 지들끼리는 사상의 대결이라고 생각하는데 하는 짓거리는 똑같은 부류라 싸우는 거 보는 재미는 있었다

 10) 올해의 채고존엄상 : ???



 2006년 MBC 연기대상 대상이 <주몽>의 송일국이었다는 것을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듯, 원숭어워드 채고존엄상이 누구일지 맞추는 것도 쉬운 일일 것이다. 이 인물은 사교집단 출신 일가와 그 단물에 기생하는 공직자들에게 빨대 꽂힌 꼭두각시에 불과하였으며, 한 국가의 대표자로서 응당 갖춰야 할 모든 자질이 결여된 사람이었다. 지금의 자리에까지 오르는 과정부터 오르고 난 이후에까지 항상 반대편에 선 사람들을 배척하고 솎아냈으며, 타협없는 독선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왕조 시대의 폭군이나 했을 법한 유아퇴행적 독재를 목도하고서도 권력유지를 위해 그런 행위들을 신뢰와 원칙이라 포장하고, 대표자로서 국민 앞에서 질의응답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지능 수준을 두고 절제의 리더십이라거니 하는 소리나 하고 앉아있던 언론과 정치세력이 첫번째 책임을 져야겠으나, 저 인물을 선택한 국민 역시 일부분의 책임이 있음이 명백하기에 국민이 대단하다 그런 뽕에 취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우리가 싼 똥 우리가 치우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자체는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누적 천만명의 사람들의 매주 토요일 시간을 빼앗은 공에 힘입어 2년 연속 이 인물에게 시상한다. 원숭어워드는 타의에 의한 경찰서 출석은 물론이고 마티즈, 컵라면 협찬도 단호하게 거부하기 때문에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 인물을 위해 과거의 짤을 헌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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