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3일 월요일

승복하고 반성하라

 과반이 넘는 지지를 받고 선출된 국가수반이 임기 내내 정체 모를 사인의 지령을 따라 그의 이익을 도모하다 급기야 파면까지 당했다.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하기는 커녕 은폐하기 바쁜 것도 탄핵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있는데, 내 생각에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했으면 더 빨리 파면을 당했을 것이다. 이러한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에 개탄스러운 일이 어디 한 두가지였겠냐만은, 특히 심판절차 중 두문불출하던 전 대통령이 외부에 의사를 드러내는 방식은 너무도 졸렬해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다음 세가지 망동이 특히 경악스러웠다. 첫번째로 사법기관 출석은 물론 언론과의 질의응답도 하지 않다가 자기 입맛에 맞는 인터넷 방송에 출연한 것, 두번째로 자기 팬클럽에 국가수반 명의로 감사의 편지를 전달한 것, 마지막으로 파면 당하고 이 핑계 저 핑계로 퇴거를 미루다가 주말을 다 보내고서야 자택으로 돌아가고 지지자들이 도열해 있으니 개선장군마냥 한바탕 쇼를 한 것들인데 모두 지도자로서 최소한의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면 저런 행동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 국민들이 기대했던 최소한의 사과와 승복의 메시지는 보이지 않았다. 본인은 2004년 탄핵 사태, 수도이전 사태부터 통진당 위헌정당해산까지 번번이 헌재의 결정에 승복할 것을 강조해왔음에도 정작 자기가 심판의 대상이 되자 조사에 협조는 커녕 나라는 내팽개치고 선고 지연에만 연연했다. 결정이 난 지금도 전혀 반성은 하고 있지 않아보인다. 파면된 다음날 새벽에 소복에 보따리 하나 들고 나와서 기도원이라도 들어가면 향후는 도모할 수 있었을텐데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는 차라리 저렇게 혜경궁 홍씨가 아니라 경빈 박씨의 길을 가서 그나마 있던 동정표를 활활 불태우는 것이 다행이다 싶다. 

 물론 전 대통령 스스로는 뭔가 억울할 수도 있다. 변호를 맡긴 대리인단이 법정에서 국기를 펼치는 퍼포먼스나 하면서 막말이나 하고 있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건 저 따위 변호인단을 구성한 본인의 사정이다. 앨 고어는 플로리다주에서 석연찮은 개표 사건을 겪고도 법원의 결정에 승복하였고,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한 게 발각되어 국정원장이 감옥에 간 지난 대선에서도 문재인 전 후보는 대선 결과에 승복하였다. 또 전 대통령 본인부터 지난 2007년 당내 경선에서 패배를 승복하고 화합을 주문해 큰 반향을 얻기도 하였다. 그때는 승복하고 지금은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제 도모할 미래가 없기 때문에 책임을 방기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밖에 없다.

 큰 갈등이 있은 후 패배의 책임을 져야할 사람이 결과에 승복하지 아니한 결과가 바로 지난 토요일 탄핵반대집회의 사망자들이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의 수호자여야 할 대통령이 그에 반할 때 저지할 수 있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이다. 탄핵 찬반 여론은 늘 8:2 정도였고,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는 여론은 9할을 넘어섰다. 국론이 양분되었던 것은 사실이나, 그 양 극단의 크기는 엄청나게 차이가 났다는 이야기고 탄핵 결정 후에는 역대급으로 국론이 통일되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간혹 미국의 탄핵 제도를 운운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번 사안에서는 그나마 헌법적 검토를 하는 헌법재판소를 거치는 것이 미국처럼 국회에서 바로 탄핵을 결정하는 것보다 피소추인에게 유리하면 유리했지 불리하지는 않다. 형사절차를 준용하는 것과 형사재판의 차이도 구분 못하는 이야기는 언급할 가치도 없는 일이다. 

 물론 개개인의 양심은 상이하니만큼 도저히 탄핵 결정을 인정하지 못하는 극소수 일부가 존재할 수는 있다. 그래서 전 대통령이 용단을 내려 즉각 승복하고 광신도들을 달래는 자세가 중요했다. 지금 상황에서 만약 충돌 사태가 일어나 전 대통령 대리인단이 주장하던 대로 '서울 아스팔트길 전부 피와 눈물로 덮일 것'이라면, 그 피가 누구의 피인지가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폭동의 결과로 3명의 피가 안국역 앞에 흘렀던 것이 그를 증명한다.  

 그것도 모자라 여당 서울시당의 부대변인인 현직 구의원이 단톡방에서 경찰에 화염병을 던지고 사상자를 발생케하여 계엄령을 선포했어야 했다는 선동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을 전제로 돌아가나 저런 RO를 연상케하는 내란선동까지 품을 수는 없다. 국민은 커녕 기르던 개도 나 몰라라 방기하고 떠난 자에게 너무 큰 것을 바라는 것일지는 몰라도 이제는 승복 선언을 하고 저들을 달랠 때도 된 것 같다. 어차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아서 더 늦으면 그때는 나라를 위해 뭔가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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