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2일 화요일

현 시점 대선후보들에 대한 좀 더 긴 평가

 1. 문재인

 동의하지 않는 이도 있겠지만 나는 문재인 후보의 과거 삶에 합격점 이상의 점수를 주고 있다. 거기다 소속 정당은 DJ 이후 최초로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원내 최다석 정당이다. 또 후보의 정책을 만들어내는 싱크탱크의 규모와 질 모두 문재인 후보 측이 가장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의 발언을 통해 리더의 살아온 길 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길을 갈 것인지도 가늠해 볼 수 있다. 공안몰이, 블랙리스트 때문에 인권 의식이 2002년 대선에 비해 두 발자국 후퇴하고, 수치를 모르는 극단주의자들이 다수 출몰한 지금, 문재인 후보의 동성애 발언은 여러 가지 사정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실망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최소한 홍준표 후보의 원색적인 '후미에'를 에둘러 비켜갈 수 있는 방법은 있었기 때문이다.

 2. 홍준표

 미세먼지 대책과 2,000cc 미만 유류세 50% 감면이 공존할 수 있는 정책은 아니다. 만사를 저렇게 아무 생각없이 질러대도 25% 가까이 득표할 것이다.

 3. 안철수

 아름다운 일주일을 보내고 멸망했다. 악당에 투표하는 사람은 있어도 찐따에 투표하는 사람은 드물다. 안철수 후보는 그동안 자기가 문재인 후보보다 나은 대안임을 꾸준히 어필해왔다. 안희정으로 문재인을 막을 수 없다는 게 기정사실화 되고나서 反문표들이 곧바로 안철수 후보에게 결집한 것은 그동안 써왔던 전략이 유효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문제는 그 반문표들은 문재인이 싫어서 안철수에게 모여있던 것이지, 안철수가 좋아서 모여있던 것은 아니었다. 일단 문재인과 맞서 승산이 있으면 저 정도 지지율은 나온다는 것은 반기문 - 황교안 - 안희정이 증명해 준 바 있다. 그런만큼 표들의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해 후보가 보수-진보 사이에서 삐끗하기라도 하면 비 온 후의 벚꽃처럼 우수수 떨어져 나갈 것임은 자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안철수 후보는 'A도 겪어봤고 B도 겪어봤지만 다 실패하지 않았냐'는 특유의 스탠드를 구사하는 게 옳았다. 하지만 그걸 구체적인 정책에도 가져다 쓰면 안 됐다. 시범사업만 8조가 드는 사업인데 왜 꼭 저렇게 해야하는지 설명이 제대로 안 되는 순간 5년을 베타테스트로 날리겠네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다. 4차 산업혁명 말만 하지 말고 이 중에서 코딩 한 줄 해 본 사람이 저밖에 더 있습니까 식으로 어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네거티브 공방전과 병설형 단설 유치원 파문은 안 후보의 참신함을 모두 다 날려버렸고, 국회의원직 사퇴나 공동정부론은 전혀 파급력이 없었다. 자기가 사퇴하는 게 아니라 박지원 대표의 정계 은퇴를 걸었으면 조금은 효과가 있었을 것이지만 당 장악력이 없으니 불가능하긴 했을 것이다. 지지율이 급락하니 급기야 총선을 앞두고 서로를 향해 날선 공방을 벌이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영입한 것은 실착 정도를 넘어 한심할 지경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의 역사 인식이다. 이념에 연연하지 않는 것도 자기가 확고한 이념을 가지고 있어야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의대생 시절에 V3까지 만드느라 고생하고, CEO 하느라 바쁘고, 교수 하느라 공부 열심히 한 건 알겠는데 리더가 되려면 역사 공부 준비도 더 해야했다. 기본이 안 되어있으니까 임시정부 법통 논란이 계속 튀어나오는 것이다. 이 사람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바로잡을 기회는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생각해봤는데, 애초에 호남 중진 사채를 끌어다 쓴 순간 어떻게 해도 힘들었을 것 같다.

 4. 유승민

 유승민 후보의 토론 스킬은 많은 칭찬을 받았지만, 어디 한군데 꽂히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은 리더의 모습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전술핵 재배치, 사드 배치, 벤처 창업과 중소기업 지원 모두 비슷한 태도로 일관했다. 군소후보가 다른 후보의 헛점을 지적하는데 성공했다면 물고 늘어지는 것보다는 알겠습니다 하면서 자기 장점을 어필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또한 원조친박이었지만 경제정책에는 끝까지 반대했다는 하나마나한 이야기보단, 그 자리를 더 일찍 박차고 나오지 못한 그 시절을 반성했어야 했다. 생각해보면 유승민 후보의 정치 인생은 매번 저랬다. 원내대표 시절 남이 쫓아내기까지 자기 자리를 던지지 못했고, 자기 라인이 다 짤려나갈 동안 탈당도 백의종군 선언도 하지 못했다. 간신히 김무성 전 대표의 무공천에 힘입어 대통령 '존영' 걸고 선거했고, 탄핵정국 속에서도 정치적 후원자인 김무성 전 대표의 재탈당 권유도 처음엔 거절했다. 대구 유세에서 한 시민에게 (전 대통령과) 한 배를 탔으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는 일갈을 들을 만하다 생각한다. 하지만 본인은 정말로 선을 그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5. 심상정

 나름의 색깔을 확실하게 들고 나왔고 성과도 있었다.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를 지지율에서 미세하게나마 제치고 있는 것. 당선 확률은 희박하겠지만 소수자들의 의견을 반영할 창구가 꼭 필요하므로 소신 투표하는 이들의 표를 받는 것이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세훈, 한명숙 둘 다 싫다고 노회찬 찍었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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