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7일 월요일

비루한 여름 문화생활 (크레마 샤인, 블리자드 게임들, 스팀 여름 세일 득템)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한 '주3일 이상 격렬한 신체활동 실천율'이라는 통계에 의하면, 격렬한 신체활동을 하는 우리나라 남자 중고등학생들의 비율은 2005년부터 작년까지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친구 간에 롤에서 1차전하고 현피로 2차전하는 상황의 증가도 저 통계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보는데, 저렇게 단련된 청소년들과의 온라인 만남은 정신적/신체적으로 나에게 큰 손실을 입힐 거라는 것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와저씨답게 계속 하던 게임이나 하고 책이나 읽으며 올 여름도 안전하게 지내야겠다. 게임을 돌린 컴퓨터는 i5 4670, GTX 770, 램8기가, SSD 시스템이다.

 1.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 판다리아의 안개

  6월 첫째주에 뒤늦게 가로쉬 하드를 클리어하고 계정 끝날 때까지 여러 캐릭 돌려가며 골드 파밍 열심히 하다가 이번 확장팩을 자체 종강했다. 매 확장팩 최종 컨텐츠를 완료한 적이 없어서 이번엔 꼭 하고 싶었는데, 큰재미 느끼며 끝냈다. 세기말에 딱히 더 할 것도 없고 뽕도 뽑았으니 괜찮게 마무리지었다. '전쟁 범죄' 소설 e북으로 나오면 그거나 읽으면서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기다릴 셈이다. 이전 글에서 판다리아의 안개 이야기는 할만큼 한 것 같아서 더 길게 쓰진 않겠다.

 2. 디아블로3 : 영혼을 거두는 자

  오리지널에 실망한 사람이라도 2만원이면 확장팩 패키지를 살 수 있으니 치킨 한 번 거른다고 치고 해보길 추천한다. 예약구매까지 해놓고 와우하느라 바빠서 손도 안대고 있었는데 한번 제대로 손대다 친구들까지 끌어들여 미친듯이 달렸다. 서로 접속하면 인사도 없이 조인부터 해서 거진 한달을 보내니까 약간 시들해지긴 했는데, 곧 2.1 패치 후 래더 시즌이 열리면 또 열심히 할 것 같다. 아이템 파밍 게임에서 벗어날 순 없겠지만 충분히 재미있다. 머리 비우고 템 나올 때까지 다 때려부수고 다니기에 이만한 게임이 또 없다. 확장팩이 원본보다 재밌어진 이유는 크게 세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로 경매장 폐쇄로 자유시장경제에서 원시 소부족(파티 내 거래) 수렵경제로 회귀하며 템파밍의 상대적 박탈감을 줄었다. 둘째, 이에 발맞춰 상위 난이도 진입 장벽을 많이 낮추는 패치를 통해 성취감을 쉽게 느낄 수 있게 했다. 마지막으로 모험모드와 균열 시스템의 등장으로 임의성이 높아져 지루함을 덜 느끼게 했다.

 3. 진삼국무쌍 7 with 맹장전

 중국 대륙에서 판타지 인남캐와 엘프여캐가 뛰노는 게임.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2차설정 동인 게임 시리즈가 아닌가 싶은데 플스2가 아직 현역일 때부터 재밌게 했었다. 뭐 당시는 용산의 기술 미비로 복돌이들이 많지 않아 그럴수도 있었겠지만 위닝도 일판으로 먼저 해야하는데 진삼 시리즈는 그래도 꼬박꼬박 한글화해서 정발해주니 고맙기도 했고 그래서 여태 진삼1, 6 빼놓고는 다 해봤던 것 같다. 7도 비록 음성/자막 모두 영문판이지만(야메떼 하는 걸 듣고 싶으면 일본어 패치는 쉽게 구할 수 있다고 한다) 6월에 스팀에 등록되고 내내 노리다가 이번 세일 때 바로 샀다. 사골무쌍이니 뭐니 해도 기본적으로 평타는 치니 사람들이 사는거란 생각이 든다. 우선 내가 6을 안해봤으니 그 전작들과 가장 다른 점은 역시 스토리 모드가 장수별이 아닌 진영별로 진행된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시나리오의 연출이나 각종 시네마틱 무비같은 걸 여러개 만들 필요가 없으니 퀄리티가 상승했다는 장점이 있지만, 플레이할 수 있는 세력이 줄고 몇몇 전투가 빠진 것은 단점이다. IF 시나리오가 추가되었고 프리 시나리오 모드에서 반대 진영으로 플레이할 수 있으며 PC판은 맹장전 합본이라 볼륨이 늘었으니 오히려 컨텐츠의 절대적인 양은 전작에 비해 크게 커졌지만 관우가 오관참육장을 안하고 유비가 형남 4군을 얻으러 안가는데는 빡침을 금할 길이 없다. 삼국지에서 저 부분이 제일 흥미진진한데 아오 빡쳐. 이 게임도 각종 모으기 요소로 파고 들기 시작하면 끝이 없지만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스토리모드만 다 플레이 해봐도 충분할 것 같다. 얼추 계산해봐도 대충 90개는 넘는 것 같으니 뭐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아참, 패드 진동은 따로 패치를 깔지 않으면 지원하지 않으나(패치를 깔아도 내 경우엔 안됐다) 그래도 패드가 있어야 훨씬 재밌다.

 4. 데빌 메이 크라이 DmC + 발더스 게이트2 EE

 사긴 샀는데 디아3랑 진삼하느라 별로 잡을 시간이 없다. 발더스2 EE의 경우엔 1 EE를 유저들이 한글화해줬다고 본사에선 아예 자체 한글화 패치 계획도 없는 모양인데 이미 2 오리지널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살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게임 자체가 갈아엎어진 것도 아니라 구매 욕구도 그다지 없었고..

 5. 크레마 샤인 사용후기

 책갈피에 껴 둔 은행잎이나 종이 페이지의 질감 따위를 모르는 건 아니고 옥탑방에 책 더 쌓기가 힘들어서 아이패드로 많이 책을 봤지만 1년 반쯤 쓰다보니 눈이 더 썩어가고 있는 걸 느꼈기에 대안이 필요했다. 떨이 중인 구형 크레마 터치냐, 훨씬 비싸지만 불이 들어오는 샤인이냐 한 이틀 고민하다 샤인을 골랐다. 샤인 정도면 해외 구매나 중고나라 잠복을 하지 않는 이상 성능이 좋은 축에 든다고 한다. 이제 한달 반쯤 썼는데 그 동안 느낀 걸 간략하게 적었다. 우선 장점을 이야기해보면 가벼움을 먼저 꼽을 수 있다. 한근 넘는 아이패드에 비해 샤인은 185g 정도니 큰 차이다. 일반 소설책보다 가볍고 어지간한 잡지랑 비슷한 무게다. 가독성에 대해선 처음에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생각보다 빠릿하고 훌륭하다. 전자잉크를 사용하니만큼 LCD에 비해 눈도 편하거니와 단점으로 지적되는 잔상/깜빡임 현상도 별 문제로 느껴지진 않는다. 버튼 하나로 켤 수 있는 프론트 라이트 기능도 독서용으로 만족스러웠다. 또 하나 배터리를 적게 먹어서 잦은 충전이 필요없다는 점도 좋다. 

 단점으로는  일단 색깔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자. 일반 도서를 읽을 때는 신경 쓰이지 않는 부분이지만 고화질 만화를 읽을 땐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약간의 딜레이도 느껴진다. 라이트 기능을 쓸 때 커튼처럼 밑에서 빛이 새는 현상이 있다. 주로 페이지 매수 표시 부분인 문서 하단에 한정되기에 독서에 큰 문제는 없다. 치명적인 문제는 따로 있는데, 크레마 진영에 가입한 인터넷 서점의 구입 컨텐츠만 기본적으로 이용가능해서(yes24, 알라딘, 반디앤루니스 등) 리디북스, 네이버 북스, 인터파크 e북 등을 이용하려면 루팅을 통해 그 앱들을 깔아야 하는데, 이 앱을 깔려면 저 앱을 깔아야하고, 저 앱을 깔려면 또 어디서 apk파일을 찾아와야되고 그런 것까진 어쩔 수 없다지만 전자잉크 특성상 저런 경우의 가독성은 심히 안좋아서 깊은 짜증이 몰려왔다. 루팅을 마친 후에도 문제인게 가뜩이나 파편화된 안드로이드 앱들이 따로 특정 단말기 화면을 배려해서 만들어주는 것 같지도 않고 안정성도 심히 후져져서 책 읽다가 기기가 멈추는 경우가 꽤 생긴다.

 결국 그냥 예스24만 쓰고 다른데서 샀던 건 그냥 아이패드로 계속 읽기로 했는데, 그렇게 순정으로 쓴다면 장점 많은 좋은 단말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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