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9일 수요일

비루한 문화생활 - 아캄 나이트, 공허의 유산, 아날로그 어 헤이트 스토리

 i5 4670, GTX 770 4GB, 램 16기가 시스템에서 구동했다. 평점은 20-80 스케일을 응용했다.

 1. 배트맨 : 아캄 나이트

 이전 작들이 재미있었고 시리즈가 이번에 마무리되기에 큰 기대를 했다. 그러나 사전공지없이 발매당일 새벽 한국 출시일이 3주 미뤄진 것을 시작으로, PC판 발적화 문제로 무기한 재출시 연기가 또 있었고 넉달이나 프리로드는 풀릴 줄을 몰랐다. 거듭된 패치와 재출시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처음 상태가 막장이었는지 시리즈 첫 작품인 아캄 어사일럼에서도 지원하던 SLI를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갈피를 잡았다. 게임을 플레이한 시간과 상관없이 일정 기간 동안 환불을 해주기로 하면서 PC판은 출구전략을 마련한 형국이다.

 초반에는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으나 아캄 시리즈답게 중반 이후 확 몰입시킬 수 있을 연출과 떡밥 투척이 좋았다. 처절하게 싸우는 배트맨과 개성적인 빌런들의(너무 자기들만의 개성을 추구해 악당 단일화에 실패한 것은 스토리에서 단점이기도 하다) 면모도 잘 묘사된 부분. 등급이 올랐기 때문에 내심 걱정을 했는데, 크게 잔인한 부분이 없었고 난이도도 적절하다. 대폭 추가된 사이드 퀘스트 덕에 도시 이동 중 전투가 많아졌다는 것도 버려지는 공간이 적다는 이야기니까 좋아진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단점으로는 1) 데스랠리 시리즈도 아닌데 차 운전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보스전도 배트모빌, 추격도 배트모빌, 퍼즐도 배트모빌, 심지어 건물 지하에도 의문의 서킷 트랙이 있을 정도로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다. 2) 시리즈의 전통인 노잼 보스전은 몇 개 있지도 않은데 배트모빌까지 끼얹어져 더더욱 재미없어졌고 연출도 나쁘다 3) 사이드 퀘스트가 너무 중구난방격에 보스전, 배트모빌까지 껴있어서 노잼 더블-더블 4) 리들러 퀘스트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파고들기 요소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만들겠지만 엔딩에까지 영향을 미치는게 싫었다 5) 스포일러가 되니 말하긴 힘들지만 후반 스토리를 감안하면 도시에 억지스러운 부분이 너무 많았다 정도.

 재출시가 될 때까지 기다렸고 비디오램과 램 모두 충분히 가지고 있어서인진 몰라도 나같은 경우 60프레임 중간 옵션으로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프레임 드랍, 램 누수 문제는 겪지 않았다. 다만 그래픽카드 드라이버를 최신으로 업데이트하라는 메시지가 게임을 구동할 때마다 계속 떴고, 지포스 익스피리언스에서 최적 사양을 맞추면 하옵으로 자동 설정하려고 했다.

  운전면허 장내기능 교육받는 시간보다 긴 운전을 제외하면 괜찮은 게임이나 PC판 사전 구매자들에게 통수를 쳤고 출시 연기기간이 길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 전작들은 모두 시즌패스까지 샀지만 이번에는 얄미워서라도 사지 않을 생각이다. 45점. 공식 자막 한국어화가 되어 있다.

 2. 스타크래프트 2 : 공허의 유산

 스타크래프트 1에서부터 이어져 온 '케리건 사가'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자날 1시즌에 다이아 찍고 마스터 티어가 도입될 거라는 소식에 이제 은퇴하겠다 ㅂㅂ 하면서 튄 이래 더이상 멀티는 하지 않지만 이 시리즈는 세계관 구축에도 공을 많이 들여 캠페인하면서 스토리 보는 맛도 상당하다. 물론 싱글만 하기에 3만 6천원은 좀 세긴한데.. 볼륨도 상당한 편이고 무엇보다 할인할 때까지 스포일러를 안당할 자신이 없었다.

 자유의 날개 캠페인이 선택을 통한 분기, 군단의 심장은 진화로 대변되는 RPG 요소를 강조했다면 본작은 스토리상 흑막이 모두 드러나고 목표가 확고해짐에 따라 분열되었던 프로토스가 거대한 악과 싸우기 위해 뭉치는 대통합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이런 전개 방식에 종족의 미래를 이끄는 하나의 영도자 외 다른 '산' 영웅의 목소리는 높기 어렵다. 다른 영웅들도 저마다 종족의 미래를 위해 기여하지만 전작들에 비해 직접 전장에 뛰어드는 비중은 그리 많지 않다. 수장 격인 아르타니스부터 잘 얼굴 안비추는데 정치는 발레리안이 하고 소규모 정예부대인 레이너 특공대를 이끄는 레이너, 후계자는 두고 있지만 혼자서도 군단인 케리건과 댈람 내 통합의 상징인 아르타니스의 위치가 사뭇 다르니까 납득할 수 있는 설정이다.

  따라서 영웅이 이끄는 소규모 특수 임무는 그리 많지 않고 전형적인 선 방어 후 목표물 점거, 적 전멸을 요구하는 전형적인 RTS 미션이 많다. 진행방식이 단순하고 아기자기한 맛이 떨어지기는 하나 세계관에는 잘 어울린다. 블리자드 게임답게 업적 시스템과 난이도 변경이 있어 파고들기 요소도 충분하다. 멀티는 나야 안하지만 뭐 믿고 하는 거 아닌가? DLC로 추가 임무들을 발매할 계획이라고 하고 여기서 본작에서 비중이 없었던 캐릭터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아마 다 살 것 같다. 재미있었다. 멀티플레이를 한다는 가정 아래 75점. 이번 캠페인만 놓고 보면 50점. 공식 한국어화.

 3. 아날로그 : 어 헤이트 스토리

 예전부터 야겜을 굳이 미연시라고 표현하는 위선자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정말로 미연시와 야겜이 구분되는 장르라면 같은 게임에도 섹스가 나오는 버전이 있고 안나오는 버전이 있는데 왜 나오는 버전만 한글화 되고 다운받아 가는가? 그와 비슷하게 비주얼 노벨이라고 하면 사실 설명만 들어선 야겜이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지만, 이 아날로그 : 어 헤이트 스토리는 스팀에서 연령 확인없이 팔고 있는 인디 게임이라 노란머리 검은머리 여자애들을 사귈 수도 있고 각종 코스튬을 입힐 수 있고 섹스 이야기가 아예 안나오는 것은 또 아니긴해도 주인공이 AI와 관계를 할 도리는 없으니 야겜이 아니라고는 할 수 있겠다.

 섹슈얼 코드가 들어가지 않으면 망할 장르일 거다는 것이 저 장르에 대한 내 생각이지만, 이 게임은 딱히 남들 앞에서 못보는 CG 같은 것도 없이 세계관과 스토리만으로 일러스트 몇 장에 글자가 가득한 세계에 플레이어를 몰입시켜 모니터 안을 미소녀 동산 대신 불지옥 난이도 남존여비 시월드로 능히 바꿔줄 수 있다. 이유를 알 수 없이 탑승원들이 죽고 우주를 떠도는 우주선을 조사하러 간 플레이어가 컴퓨터에 기록된 자료들을 조사한다는 도입부부터 참 깔끔하게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문서에서 캐릭터가 상당히 많이 등장하고, 각각의 생각도 잘 묘사되어 글로만 묘사되는 상황을 머리에 그리는 게 그리 어렵지도 않았다. 인디 게임이라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처음부터 바랄수도 없는 거지만 게임의 스케일이 크다고 볼 수는 없다. 진행방식이 단순해 3시간 정도 플레이하니 수집요소를 다 얻지는 못하였으나 엔딩은 모든 종류를 볼 수 있었다. 읽을거리들이 많다고 한들 AAA급 게임에서 나오는 문서 아이템 분량엔 비할 게 못된다. 일러스트도 덕후력이 흘러넘치는 편이 아니라 비주얼을 중시하거나 대작 위주로 플레이하는 유저에게는 추천하기 어렵다.

 전반적으로 흥미로운 게임이었다. 이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중세 한반도 인권에 대한 편견을 심어줄 것이라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데 본작에서 묘사되는 여성인권 지옥도는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과거 미개한 문화지 딱히 동아시아 유교문화에 체계적 근거를 둔 특수한 문화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인물들이 한국식 이름을 사용하고 양반이라거나 과부의 절개같은 개념이 등장하긴 하나 양반은 문관 시험을 위해 고전과 수학 공부를 하는 장면이 나오고 과부의 재가도 되며 기생마저 한자로 글 잘 쓰고 있는데 부정적으로 과장해서 묘사할 거였으면 저렇게 순한 맛 조선으로 표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55점. 공식 한국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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