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30일 수요일

2015 원숭어워드

 원숭어워드는 나와 나 못지않게 잉여한 이가 2008년부터 시상한 권위없는 상이며, 한반도의 전통문화인 널뛰기와 엿가락의 정신을 계승해 세부적인 내용은 매해 상이하다.

 이 쓸모less한 상의 성격을 정확히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우선 기본적인 시상기준을 소개해보면, 첫째, 우리를 경찰서로 입던시킬 우려가 있는 이에게 수여하지 않는다. 둘째, 절대 우리를 경찰서로 입던시킬 우려가 있는 이에게 수여하지 않는다. 셋째, 보는 사람이 부끄럽거나 안쓰럽거나 혹은 대단한 일을 진정성있게 한 유명인 또는 단체에게 수여한다. 넷째, 공동수상은 없다. 다섯째, 아쉬운 2등도 기억한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작년 수상 내역은 링크(클릭)과 같다. 그럼 올해의 시상을 시작한다.



 1) 올해의 스포츠계 부문 : 김성근 (프로야구 감독)


 김성근 감독은 올 한해 한국 스포츠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이었다. 오랫동안 암흑기에서 벗어나려는 한화 야구단의 고공비행에 시청률과 관중도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자기 말을 자기가 반박하며 둔 초강수 약빨이 7월을 넘기지 못하자 닉네임에 야신 쓰던 친구들은 결국 닉세탁을 하기 시작했다. 시즌 끝날 때까지 내일을 팔아 오늘을 샀지만 승률 5할에도 미치지 못했다. 남들 찬바람 맞으며 힘들게 야구를 할 때, 쉼없이 달려온 한화 이글스 선수단은 핫코초 미떼를 마시며 쉴 수 있었다.

 하지만 시청률, 관중수는 크게 증가했고 모기업의 홍보효과(혹은 이미지 세탁)에 도움이 되었다는데 고무되었는지 팀의 투자 기조는 변하지 않아 올해도 FA 2명을 영입하고 내부 FA대상자도 잔류시키는데 성공했다. 근 3년동안 13명과 FA 계약을 맺으며 보상금을 제외한 계약 총액만 465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지출을 감수했다. 당연히 올해 중반에 이어 내년 팀연봉 총액에서도 1위가 확실시된다. 선수 영입에만 돈을 쓴 것도 아니라 2군 시설도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그동안 심각하게 투자를 안했던 팀이기 때문에 저런 점은 긍정적이다. 크보 상위권 팀들의 전력누수가 커 좋은 성적을 낼 외부적 요건도 갖춰져 있다.

 아쉬운 2등들

제가.. 또 무슨 말을 했죠?
장성우(프로야구 선수)
전창진(농구계 영구제명, 승부조작 무혐의)
바다의 왕자 네비도보이
 2) 올해의 정치, 사회 부문 : 메갈리아 (분리주의 커뮤니티)


 드디어 남혐은 생활에서, 여혐은 글에서 생긴다는 오랜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남혐 역시 조직을 가지고 널리 창궐할 환경이 마련되었다. 성상품화에 대한 관점만 놓고 봐도 내 구멍은 안되고 저 구멍은 취향의 영역이라는 Not In My Hole형 동성애 픽션 매니아부터 Not In Anybody's Hole형 유교 미러링 엄/근/진지스트까지 넓은 스펙트럼의 군상들이 어울리는 모습이다. 일견 아이와 사갈이 같이 뛰노는 종교적 유토피아를 연상케하지만, 반대로 자국 이성에 대한 혐오 외엔 공통분모를 찾기 힘들다. 저 커뮤니티를 급진적 페미니즘 커뮤니티가 아닌 분리주의로 지칭한 것은 그것 때문이다. '갓치'의 깃발 아래 개개인들은 상호간 비판을 피하여 느슨한 연대를 이루지만 외부에는 완전한 포섭 혹은 구축을 강요한다. 

  그들이 저지른 여러 사건 사고에도 불구하고 메갈리아 유저들의 양태가 페미니즘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크게 훼손했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저 사이트가 있기 전부터 10년, 15년 전부터 페미니즘 운동은 수없이 폄하당해와서 어차피 더 떨어질 평판도 없기 때문이다. 저들의 폭력적인 행동이 입으로 말하는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다면 몰라도 지가 안 배운 걸 니네땜에 페미니즘이 싫어졌다고 메갈리아 탓을 하는 것은 방금 공부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말해서 안한다 식의 졸렬한 방어 기제에 불과하다. 게다가 어느 정도의 충돌은 필요한 일이고 그 미러링이라는 행위에도 의의와 효용은 있었다고 본다. 메갈리아가 한 일이 파괴적 혐오재생산과 리트윗 뿐만인 것도 아니다. 범죄 사이트 폐쇄청원, 성금 모금, 몰카 근절 광고 게재 등 필요하고 돈과 품이 드는 일들 역시 해왔다. 가끔은 증오로도 옳은 일을 할 수 있다. 

 아쉬운 2등들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은 김치를 먹지 않으면 네살짜리 애도 폭행하는 김치 패권주의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양모씨(전직 김치워리어 겸 어린이집 교사) 

내가 본 여혐종자 중 가장 희한하게 인증을 한 인물
 3) 올해의 연예계 부문 : 장동민 (코미디언)


 여성혐오 담론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다크 히-어로이다. 과거 질낮은 비하 발언들이 공개되며 사람들의 각기 다른 여러 의견들을 볼 수 있었다. 물론 미친 소리로 인기끄는 걸 좋다고 쉴드치는 건 대개 같이 미친 놈들이라 귀담아들을 이야기는 별로 없었다. 

 아쉬운 2등 
장윤정이 차를 얼마에 샀고 얼마를 할인받았는지가 방송에 왜 나오는진 모르겠지만 역시 종편은 거기 시청자들의 알 권리를 자-알 충족시켜주는 채널인 것 같다. 장윤정(가수, 재산탕진 피해자)
연예인 두 명 싸운 것에 전국민이 몇날며칠을 댓글싸움하게 한 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싸움 상대방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그 사람은 임팩트 있는 말을 남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원(가수)

 4) 올해의 문화예술계 부문 : 동녘(출판사)


 어디선가 "나의 xx쨩은 그렇지 않아!"가 들려왔다. 저 낯부끄러운 대사를 외친 것은 작가도 역자도 심지어 덕후도 아니라 출판사였다. 2015년에도 수많은 공개편지들이 나무와 바이트 낭비를 일삼았지만 그 중에 최고봉은 동녘 출판사가 아이유에게 보낸 공개편지였다. 아이유가 가사를 쓴 '제제'라는 곡에 묘사된 청자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주인공 제제를 잘못 해석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물론 우리는 다수설의 해석에 찬동하지 않는 사람을 사문난적으로 몰아 귀양을 보내거나 죽이고, 드라마에 묘사된 조상이 마음에 안들면 종친회가 가처분 신청을 내는 풍습을 가지고 있으니까 낯설지는 않은 상황이었지만 어 제제한테도 종친회가 있었나 싶은 경우는 또 처음이었다.

 나는 아이유가 그동안 로리타 컨셉을 자주 썼다고 생각하고, 일부 희한한 성향을 가진 삼촌팬 아재들이 저런 거 좋아해서 그러는 것 같다고 추측하며, 그런 거 안해도 경쟁력 충만한 가수가 저렇게 이상한 영역을 팔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탁구왕 출신 국회의원이 소주 광고 모델 연령을 만 24세 이상으로 높이려는 법안을 추진하는 걸 부당한 권리제한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문학작품에서 모티브를 딴 대중가요에 대해 출판사가 직접 해석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라고 본다. 애초에 출판사에게 그럴 권위가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문열 삼국지에 오역있다고 다른 출판사가 공개편지 쓰는 거 본 적이 있는가? 동녘 출판사는 결국 공개편지 발표 며칠 후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아무튼 책은 잘 팔렸다고 한다.

 아쉬운 2등
사건의 전모가 좀 더 빨리 밝혀질 수 있었다면 매우 유력한 수상후보였을 것이다
정명훈(클래식 음악가)
 5) 올해의 경제계 부문 : ㄲㄷ(외국계 기업)


 이 분야의 전통적 강자이다. 올해는 호수 옆 건물 뿐만이 아니라 총수일가 간에도 균열이 갔다. 가족들간에 서로 CCTV를 철거하라고 요구하는 걸 보니 작년 야구단 CCTV 사태는 저기선 그렇게 낯선 일이 아니었던 것 같다.

 아쉬운 2등

(짤은 패러디) e스포츠에는 '망했어요'라는 오랜 격언이 있다

 6) 올해의 지식인 : ㄱㄴ대 가혹행위 교수(교수 겸 모 정당 자문위원)


 역시 쟁쟁한 후보들이 경쟁했지만 제자에게 갑질을 하다 못해 감금, 단체폭행, 강제노동, 금품갈취는 물론 인분까지 먹인 저 교수야말로 올 한해를 빛낸 최고의 지식인임에 누구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 윤일병 폭행치사 사건 때도 느낀건데 주동자 본인은 원래 그런 사람이라 저 지경이라 쳐도 같이 부화뇌동한 놈들은 도대체 뭐 믿고 같이 날뛰었는지 좀 궁금하긴 했다.

 아쉬운 2등

OGN 해설자까지 언급한 암사자 닉값 사건 해설 링크(클릭)


 7) 올해의 설레발 : 일본 야구 국가대표팀

세계제일이 보인다!
 프리미어12 일본 야구대표팀은 공동 주최국 어드밴티지를 잔뜩 받아 경기 일정과 이동에서 많은 편의를 받았다. 심지어 자국 경기에서 자국 심판을 선심에 배정하기도 하며 근본없는 대회 인증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 조별예선에서 한국에 완승을 거둔 일본 대표팀은 대만에선 클럽에서 파티를 벌이고 4강에서 한국과 재대결을 앞두고는 결승전 선발 내정 기사를 내는 등 특유의 설레발을 제대로 충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9회초 3-0으로 지고 있는 한국의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 크보 비호감의 아이콘 오재원이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서는데....



 한편 일본 축구대표팀도 2015 아시안컵에서 비슷한 행동을 하고 귀가했다.


 아쉬운 2등 


주지사까지 저렇게 설레발치다가 텍사스주 2팀 모두 역전패로 ALDS에서 탈락
 8) 올해의 유행어 : 헬조선


 '금수저', '너, 로맨틱, 성공적', '언니 저 마음에 안들죠', '살려야 한다', '맨스플레인', '~전해라', '노오오력','열정 페이','아몰랑', '빼애애액', '죽창', '못잃어', '역차별'등 듣기만 해도 혈압오르는 말들이 많았으나 헬조선의 임팩트에 미치지 못하였다.  

 아쉬운 2등

디씨위키 올해의 항목

  9) 공로상 : 제니퍼 애니스톤(배우)


 오랫동안 원숭어워드 그 자체였던 분이다. 올해는 이상한 소리도 안하고 잘 만나던 남자친구랑도 결혼했고 좋은 일도 많이 했고 무엇보다 숙원이었던 임신에도 성공했기에 나도 기뻐 이 상을 바친다. 누나 보고있지 쌍둥이니까 외쳐 22

 10) 올해의 채고존엄상 : ???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원숭어워드는 우리를 경찰서로 소환할 인물에게 시상하지 않기 때문에 올해 최고의 등신이 누구인지는 각자 저 상자 안을 들여다보자. 난 진짜 쟤는 포기했고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GG G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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