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10일 수요일

비루한 문화생활 - 위쳐3, 심즈4, 디아블로3 시즌5, 포탈1

 i5 4670, GTX 770 4gb, 램16기가 시스템에서 구동했다. 모든 평점은 20-80 스케일.

 1. 더 위쳐 3 : 와일드 헌트

 전작인 위쳐2에 그다지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억지로 하려면 할 정도이긴 했는데 세이브 한 번 날려먹으니까 조작이 불편하고 전투가 재미없는 액션 RPG를 다시 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위쳐3의 예구도 거르고 블랙프라이데이 세일도 걸렀다. 평은 굉장히 좋으니까 해봐야겠다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아마 그 언젠가는 2016년 블프 때쯤 본편과 시즌패스가 모두 할인을 할 때 정도였을 것이다. 만약 오리진 연말세일 때 한글패치 99% 진척도를 보고 구매한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이 패치 검수가 끝났거나 심즈4가 재밌어서 그걸 하며 기다릴 수 있었다면 이 게임을 사지 않았을 것이다.

위쳐3를 산 것도 큰 맥락에선 오리진의 선물이라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퀴지션의 한글 패치 검수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고, 심즈4는 내겐 그렇게 매력있는 게임이 아니었기 때문에 위쳐3도 구매하게 되었다. 플레이한지 약 1시간이 지난 후엔 불끄기 불켜기 이런 건 왜 있는지 모르겠고 조작 이상한 건 여전하지만 전작보단 낫고 튜토리얼은 훨씬 자연스러워졌으며 그래픽도 훌륭하다고 평을 했으며, 5시간 후에는 아 이거 다음 지역으로 넘어갔더니 적이 강해서 힘드니까 렙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다음날에는 사이드 퀘스트들이 재미있다고 느꼈으며 그러다보니 며칠 후엔 본편 엔딩을 보고 2회차를 할까 익스팬션 패스(사실상의 시즌패스)를 살까 잠깐 고민하다가 이런 게임의 확장팩이라면 마땅히 사야 한다는 결론에 3일 뒤엔 첫번째 확장팩 엔딩까지 보게 되었다.

 발더스 게이트2 이후에 이렇게 재밌게 한 패키지 RPG 게임은 처음이었다. 나는 롤플레잉 게임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얼마나 빨리 그리고 오래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지라고 보는데, 위쳐3의 훌륭한 그래픽, 사운드와 전작보다는 훨씬 나은 (패드 기준)인터페이스는 거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최적화도 잘 되어있는지 게임을 하면서 딱히 프레임 드랍을 느낀 적도 없다.

 메인 스토리, 사이드 스토리 모두 세계관을 잘 담아냈다. 퀘스트마다 진행 방식이 참신하고 그런 건 아니어도 기본적으로 이야기가 재미있고 잘 짜여져있어서 사건들에 담긴 비밀들을 푸는 과정도 즐겁고, 사이드 퀘스트들엔 세계관에 녹아드는 수준의 패러디도 많아서 생각하는 맛도 있다. 미니 게임 비슷하게 권트(보드 게임), 경마, 주먹 대결 정도도 갖춰놨다. 경마는 사실 길막만 잘하면 쉽고, 주먹 대결도 썩 정교하게 만든 것 같진 않아도 챔피언 따는 맛이 있어서 할 만했다. 권트는 하스스톤 일퀘하기도 힘들어서 작정하고 해보진 않았는데, 카드 수집 요소가 있어서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이면 재미있게 할 것 같다. 그 외에도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지역 곳곳마다 맵 밝힐 거리와 사이드 퀘스트들이 널려 있어서 게임의 볼륨도 상당히 크고, 탐험중에 각종 장비와 물약 등의 도안과 제작 재료를 찾아 만들어 쓸 수도 있다. 16가지의 무료 DLC들은 아이템, 의상, 퀘스트, 모션 등이지만 새 게임 플러스 DLC로 2회차 플레이에 특전을 제공하기도 한다.

 단점으로는 우선 전투가 여전히 그냥 그런 정도에 조작감은 평균 이하라는 점부터 말하고 싶다. 계단 내려가고 올라가는 간단한 이동부터 나쁘다. 또 R등급 게임이고 폭력, 섹스에 대한 묘사가 있는데, 선정성은 아래는 안보이게 묘사하는 수준이니 35 정도라면 폭력성의 수위는 신체 절단이 빈번할 정도로 높아 60 정도는 되는데(스카이림을 40, 툼레이더 리부트를 70 정도로 두고 싶다) 그걸 옵션으로 끌 수 없다는 점도 아쉬운 점이다. 게임 내에 성매매도 묘사가 된다는데 그걸 해보진 않았기 때문에 선정성도 더 강할 수 있겠다. 확장팩에선 폭력성이 한층 더 강해진다. 색감이 아몰레드 액정마냥 강한 것도 어찌보면 거슬릴 수 있다.

 전작 스토리를 안다는 가정 아래 진행되는 불친절한 전개도 단점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원작 소설 시리즈를 배경으로 둔 게임의 종결작이다. 삼국연의를 읽지 않아도 삼국지 시리즈를 할 수야 있겠지만 재미는 떨어지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고 본다. 전편에서 인연이 있던 NPC들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방법을 취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그런 방식을 취하기엔 너무 길기도 할 것이며 부족하나마 인물도감도 제공하고 있다. 반대로 국내에도 일부 출간된 원작 소설을 읽었다면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반가운 소품이 나올 정도로 원작 팬에게 배려를 한 점도 존재한다.

 첫번째 확장팩인 하츠 오브 스톤은 전투 난이도 확 올려서 플레이타임 어거지로 늘리는 면이 분명히 있긴 한데, 등장하는 메인 악역의 캐릭터성이 굉장하고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본편 못지않게 재미있게 했다.

 정리하자면 이 게임은 2015년 최다 GOTY를 받을 만 했고, 오랫동안 다른 RPG 게임을 평가하는 레퍼런스가 될 것이다. 이런 작품을 할 수 있어서 기뻤다. 개발비가 380억원 정도에 마케팅비를 합쳐도 천억원 미만이라는 이야기를 봤는데 폴란드가 인건비가 싸긴 한 모양이다. 본편 80점, 첫번째 확장팩 70점. 공식 한국어화.

 2. 심즈 4

 심즈 시리즈는 3편을 빼고 다 해봤었는데, 이 시리즈는 항상 계정 해킹을 당해 다 털리고 캐릭 몸만 있는 리니지1보다 막막하게 느껴진다. 뭘 해야할지도 잘 모르겠고 게임하면서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는다. 내 실제 생활도 귀찮은 일 투성이인데 게임에서까지 밥 준비하고 씻고 청소하고 운동하긴 싫었다. 더구나 하우징 시스템은 내게 너무 괴로웠다. 게임 만듦새를 떠나 취향에 극심하게 맞지 않았다. 25점. 공식 한국어화.

 3. 디아블로3 시즌5

 지금 디아블로3 초기를 생각해보면 그냥 깝깝한게 왜 저따위로밖에 만들지 못했던걸까 궁금하다. 서버는 허구헌날 터지고 맨날 도살자런 하는 것도 지겹고 도살자 껌으로 잡는 스펙을 맞춰도 액트2 넘어가자마자 말벌한테 두대 맞으면 죽는 탄막 슈팅 게임을 만들어놨으니
아득바득 불지옥 디아 잡고나니 도저히 다시 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여기까지였으면 디아3는 커맨드 앤 컨커4같은 취급을 받고 쿨타임 찰 때마다 까였겠지만 블리자드는 EA와 다르게 이 게임을 버리지 않았다. 제이 윌슨을 디렉터에서 자르는 결단을 내리고 꾸준히 패치를 해가며 외양간을 고쳐나가다보니 확장팩 출시 직전 버전인 2.0.1부터 제법 괜찮은 게임이 되었다. 그리고 대규모 패치 주기와 연동해 시즌제를 도입했고 어느새 시즌5를 맞이했다.

 이번 시즌5에서도 많은 것이 추가되었지만, 가장 큰 패치는 그동안 안쓰이던 직업별 세트 아이템들이 리뉴얼되어 대거 관짝을 박차고 나왔고, 그와 연관된 도전과제격으로 세트 한 종마다 각기 세트 던전을 만들었다. 시간이 정말 많이 걸리겠지만 모든 세트 던전을 전부 클리어하면 보상으로 날개까지 줘서 업적게이들이 또 신선놀음 할 수 있게 되었다. 더이상 시즌 전용 아이템이 있지는 않지만 초상화나 보관함 추가 슬롯 등 시즌 전용 보상은  존재한다. 조건이 크게 어렵지도 않다. 라이트 유저들을 배려해 만렙이 된 후 게임 컨텐츠를 두루 익힐 수 있게 고안된 단계를 밟으면 직업 세트 아이템 풀셋을 주는 것도 칭찬할만하다.

 이 게임이 핵 앤 슬래쉬 게임의 한계를 벗어날 순 없을 것이다. 캐릭터 아이템 파밍 대충 끝나면 재미없고 급졸려지는 게임이라는 건 여전하나 꾸준한 패치와 시즌제가 그러한 단점을 많이 상쇄시켜 준다. 어차피 패키지 게임이라 한 번 사면 계속 할 수 있는거니 시즌 리셋되면 와서 좀 하다가 질리면 또 다음 시즌까지 안하면 그만이다. 영혼을 거두는 자도 어느새 출시 2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쯤되면 얘네들이 왜 두번째 확장팩은 안 팔고 계속 패치만 하고 있나 궁금하다. 이제 좀 있으면 오버워치도 나오고, 와우 새 확팩도 나온다. 다음 블리즈컨쯤엔 슬슬 디아 새 확장팩도 발표해주면 좋겠다.

 4. 포탈1

 나는 내가 퍼즐게임, 인디게임적 요소 그런 거 매우 싫어하는 걸 잘 알고는 있지만 하도 재밌다 명작이다해서 그래 이건 밸브에서 만든거지 인디게임은 아니잖아 하며 속는 셈 치고 1,2 합본을 사봤다. 5시간 정도 걸려 1을 깬 후 결론만 이야기해서 생각만큼 재미없지는 않았지만 굳이 할 필요까진 없었다. 일단 내 취향이 아니라 큰 재미를 느끼진 못했고, 요즘 하기엔 그래픽이 후진 감이 있지만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는 대충 알 것 같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만든 게임이라는데는 동의한다. 2는 잠깐 켜보기만 했는데 연출과 시나리오가 1보다 훨씬 나아진 걸 알 수 있었다. 30점, 공식 한국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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