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23일 화요일

한상훈 방출 사건에 대한 소고

 언론 보도(클릭)에 따르면 한화 이글스의 내야수 한상훈은 2015년 11월 27일, 소속팀의 2016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보류선수 명단 제외는 곧 계약 해지, 즉 방출을 의미한다. 그런데 실제로 규약 56조에 의해 KBO 소속 모든 팀은 보류선수 명단을 11월 25일까지 총재에게 제출해야 하고, 총재는 명단을 취합해 30일에 공시하니 27일에 명단에서 제외되었다는 것은 KBO 행정이 개판이 아닌 이상 선수에게 방출 사실을 그 날 알렸다고 봄이 타당해보인다. 동시에 한상훈은 육성선수(신고선수)로의 계약을 제의받았다.

 문제는 한상훈은 아직 2년 4억원의 FA 다년계약이 남아있는 선수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잔여계약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남게 된다. 관련 규정을 찾아보면 2015년 KBO 선수 통일 계약서는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제28조 [해약과 보수] 본 계약이 해제된 경우에는 참가활동기간 중 1일당 제3조에 약정된 연봉의 30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 보수로서 지불되고 또한 선수 거주지까지의 여비가 지불된다. 단, 본 계약이 구단의 사정이나 계약에 의한 활동 중 직접 기인한 선수의 상병으로 해약되었을 때는 선수는 연봉 전액을 받을 수 있다.

 이 규정에 따라서 한상훈은 어떠한 선택을 하든 4억원 지급을 보장받을 수 있다. 1) 은퇴를 하든 2) 육성선수 전환 후 4억원 + 육성선수 연봉을 추가로 받든(돌아가는 꼬라지보면 육성선수 연봉을 줬을 것 같진 않지만) 3) 타 팀과 새로 계약해 한화에게 4억, 새 팀에게 연봉을 또 받든 한상훈의 마음이다. 1월 31일까지 계약을 맺지는 못하였으나 한상훈은 미계약 보류선수가 아니라 자유계약선수이기 때문에 다음 시즌을 뛰는데 큰 지장은 없어보인다. 이 중 2) 3)에 대해서 중도 경질된 감독들은 새 팀을 구하면 기존 계약된 연봉은 받지 못했다고 반론하는 측이 있다. 그러나 선수와 코칭스탭에 적용되는 통일계약서 안의 규정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이 적용할 수 없는 문제이다. 뭐가 다른지 아래에 그대로 복붙해놨다.

 선수 통일계약서 제28조 [해약과 보수] 본 계약이 해제된 경우에는 참가활동기간 중 1일당 제3조에 약정된 연봉의 30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 보수로서 지불되고 또한 선수 거주지까지의 여비가 지불된다. 단, 본 계약이 구단의 사정이나 계약에 의한 활동 중 직접 기인한 선수의 상병으로 해약되었을 때는 선수는 연봉 전액을 받을 수 있다.

 감독, 코치 통일계약서 제7조 (갑)이 계약기간 중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제하였을 경우 가. (을)의 잔여기간의 연봉을 지불한다. 단, (을)의 명백한 귀책사유로 (갑)으로부터 징계처분을 받고 그 징계처분이 총재로부터 승인되어 계약해제가 되었을 경우에는 잔여기간의 연봉을 지불하지 않는다. 나. (을)은 계약기간이 끝나야만 다른 구단에 입단할 수 있다.

 즉 방출된 선수는 KBO 규약 60조 2항에 의해 자유계약선수 신분을 얻지만, 경질된 코칭스탭은 원소속 구단의 동의를 얻어야만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 있다. 왜 코칭스탭 계약은 선수에 비해 이 정도로 현저히 불리하느냐는 의문이 있을 수는 있겠다. 중도 사임하고 다른 팀에 부임했던 사람들때문에 이런 규정이 생기지 않았을까 추측하는데 엥 이거 완전 김모 감독들 저격하는.. 아무튼 선수와 감독은 엄연히 다른 규정을 적용받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하다. 이런 통일계약서의 조항들은 당사자간 합의가 있어도 변경이 불가능함이 역시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한화 구단은 현재 자유계약선수 신분인 한상훈 측에게 4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저런 상황에서 구단이 방출은 시켜놓고 연봉 보전은 해주겠다며 육성선수 계약을 제의한게 글쎄 내 생각을 말하면 어차피 줘야할 돈 매몰비용 최소화지 배려라고는 별로 생각이 들진 않는데 그건 각자의 지성과 가치관에 따라 판단할 문제다. 어차피 받는 돈은 똑같다면 나라면 나를 방출한 팀 2군에 있느니 이불 속에 있거나, 다른 팀가서 돈 더 받고 새로운 도전을 할 것 같은데 뭐 '메이저'의 고로처럼 1-2군 교류전에서 1군을 박살내고 자퇴하고 싶을 수도 있고 가슴 속 고향이 한밭 야구장 1루 덕아웃일수도 있으니까 뭐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의 의견도 취존한다. 

 여기까지 왔으면 구단이나 선수가 뭐라고 하든지 돈은 줘야하는 건 빼박캔트 ㅂㅂㅂㄱ고 일시불로 줘야하나 분납해도 되나까지만 정리하고 끝내는게 정상이지만 사건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한상훈 측이 “한화에선 (잔여연봉문제를) 해결해준 것이 없다. 언론을 통해서만 해결해줄 것이라 얘기했지만, 실제로는 아니었다. 한화와 계약해야만 해결해준다고 했다. 타 구단으로 간다고 해도 잔여연봉을 줄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계약 위반이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한화 이글스는 지난 3년동안 FA 계약에 465억원을 지출했다. 넘어간 보상금 60억 1천만원을 더하면 500억이 훌쩍 넘는 통 큰 투자다. 한상훈을 방출한 11월 25일 이후 일주일 동안 김태균, 조인성, 정우람, 심수창과 계약하는데만 191억원을 썼다. 그런 부자팀이 방출한 선수 연봉을 2년 동안 분할 지급한다는 것도, 다른 팀 유니폼을 입을수도 있는 선수에게 돈을 주는 거니까 어색하긴 해도 구단의 해명대로 회계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전 소속팀과 새로 계약을 맺지 않으면 잔여연봉을 줄 수 없다는 것은 협상과정이 매끄럽지 않아 생길 수 있는 게 아니라 전문적인 에이전트를 둘 수 없는 현행 규정을 악용해 선수를 속이고 협잡을 하는 것이다. 방출된지 3개월이 다 되어가는 선수가 아직 전 소속구단에게 잔여연봉을 어떻게 지급할지 직접 듣지 못했다는 것도 어이가 없는데 타 구단으로 가면 줄 수 없다는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구단이 한 일이라고 믿기지가 않을 정도로 치졸한 일이라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야 정상이다. 그렇지만 한화는 새 감독 부임 후 선수단 규모가 커지자 육성선수 전환으로 보류선수 명단 관리하려다 구설수에 오른게 처음이 아니기 때문에 해명을 반드시 듣고 싶다. 

 최영환 롯데 이적 사건은 자업자득이니 뭐라 할 것도 없지만 작년 초에도 이런 말도 안되는 갑질(클릭)을 해놓고도 사과는 커녕 해명 한 마디 없었고 이번 일과도 일맥상통하는 일인터라 의심을 거두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화가 저런 짓을 대놓고 저지른 덕분에 이듬해 보류명단에서 제외된 선수는 1년간 원소속팀과 계약하지 못하는 규정 개약을 이끌어낸 성과도 있지만, 2017 보류명단부터나 적용된다고 한다.

 따지고보면 한상훈이 첫번째 FA 기간 중 방출자도 아니다. 위재영이 2007년 SK에서 방출된 것이 최초인데, 그때 잔여연봉 이야기가 이렇게 해결 안되서 난리가 났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이번 사건에선 기사는 계속 나오고 있지만 어떤 기사를 봐도 한화가 직접 한상훈에게 잔여연봉 지급에 대해 설명했다는 이야기가 없다. KBO가 정한 프로야구의 활동기간은 2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다. 내가 한화구단 월급날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선수의 연봉은 그 10개월 동안 매월 정해진 날에 분납해서 지급하게 되어있다. 한상훈이 연봉을 받아놓고 안 받았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은 이상 2월분이 들어왔거나 들어와야 한다. 줘야할 돈을 주겠다는 당연한 이야기, 선수가 일시불을 요구한다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말을 언론에 대고 할 시간이 있으면 직접 선수에게 언제 어떻게 줄 것인지 이야기할 시간도 있지 않았겠는가? 

 현재도 선수협이 주시하고 있고, KBO도 한상훈에게 연봉을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확인을 하였으나 선수 입에서 '한화와 계약해야만 (잔여연봉을) 해결해준다고 했다' '"다른 팀으로 이적할 경우 남은 연봉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말만 들었다.'는 말이 나온 이상 KBO와 선수협이 모두 적극 개입하고 해당 발언이 실제로 있었는지, 누가 했는지 밝혀내서 결과에 따라 응당한 처분을 내려야 마땅하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이미 2001년에 만들어놓고도 시행만 15년 동안 미루고 있는 에이전트 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프로 선수들이 계약에 관한 모든 규정을 직접 숙지하기 어려운 이상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통로가 있어야 한다.물론 구단은 이번 사건에 대해 '오해다'할 거고 정치인이 나서지 않는 이상 KBO나 선수협이 조사는 커녕 꿀먹은 병아리마냥 그냥 있을거고 에이전트 제도는 영원히 시기상조라고 넘어갈 것임은 잘 알고 있다. 그냥 당위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이 글에서 빠뜨린 게 있다. 그래서 잔여연봉을 일시불로 지급해야 하는지, 아니면 기존 계약대로 분할지급할 수 있는지 살펴보면 크보에서 (계약시 특약이 없는 이상) 규약상 방출시 잔여연봉을 일시지급해야 한다는 규정은 찾지 못했다.  예전에 OOTP할때 다년계약 선수 방출하면 일시불로 줬던 것 같은데 그게 MLB 규약인지는 모르겠다. NBA는 디트로이트가 조쉬 스미스 방출할때 계약은 2년 남았는데 무슨 룰에 의해 5년간 분할지급하겠다는 경우도 있고 각 리그별로 또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다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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