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끝난 후 황폐화된 영원꽃 골짜기에도 한 그루 나무가 자라났다 |
가로쉬의 최후에 판다리아의 안개와 그 미디어믹스에서 그렇게 강조했던 '변화'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 강철 호드의 대족장이자 아제로스를 침공하고 드레노어에서 학살을 벌인 그롬마쉬 헬스크림은 자기의 과오를 반성하고 사과했는가? 지옥불 성채 네임드인 자쿠운에게 잡혀있다가 플레이어의 도움으로 풀려날 때도 그런 묘사는 없었다. 아키몬드를 처치하는데 공헌한 것은 사실이나 싸움이 끝나고 이렐, 듀로탄도 아니라 지가 '드레노어는 이제 자유다!' 외치는 뻔뻔함은 화가 날 지경이었다. 노덕술도 아니고 저런 태세변환은 해도해도 너무했다. 심지어 확장팩 막넴 아키몬드는 쓰러지면서 이 모든 일을 뒤에서 조종했던 굴단을 아제로스로 보내 플레이어를 두 배로 빡치게 만들었다. 너무도 찜찜한 결말이었다.
숲 감시자 |
'보편적 레이드'가 실현된 리분 이후 확장팩들을 간단하게 표로 비교해보았다.
보다시피 드군은 가장 컨텐츠가 부실한 확팩이었고 그렇다고 기간이 짧지도 않다. 공격대 인스가 3개밖에 없는 상황에서 확팩 중반 이후 십자군, 줄마트, 영봄같은 파밍 인스를 추가 혹은 리메이크해 주는 대신 영던 위에 신화 난이도 던전을 만들어 용광로 영웅급 템을 드랍하게 했다. 그러나 던전을 새로 만든 것도, 신화 레이드처럼 기존 택틱이 많이 변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피통과 데미지만 올려놓은 수준에 5인 인던에는 이미 도전모드라는 최상위 컨텐츠가 있는데 너무 얄팍한 대처라고 생각한다.
6.2.3 패치는 그렇게 6.2에서 급조한 컨텐츠를 사람들이 안하니 강제로 시키는 수준에 불과하고 용맹점수 획득 방법은 그 얄팍함의 정수와도 같다. 템 하나를 2단계까지 다 업그레이드하는데 500점이 들고 한 주에 신화던전 8개를 모두 돌면 총 2400점, 무작영던 일일 100점, 성채 공찾 지구당 150점으로 총 750점, 용광로-높망 공찾 지구당 75점 이런 순이다. 멀쩡한 아이템 테이블에 벼림, 보석홈, 3차스탯까지 넣어서 템 파밍기간 늘리는 것도 모자라 이젠 상위던전에서 먹은 템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한참 아래 던전을 가야하는 셈이다. 공찾과 신화던전을 살리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제대로 된 게임 디자인이라고 볼 수 없다. 정상적인 파밍 동선이 아닐 뿐더러 기존 확장팩까진 공찾 아닌 상위 난이도에서도 용맹점수를 잘만 줬기 때문이다. 그렇게해서 공찾이라도 잘 열리면 또 모르겠는데, 얼라이언스는 용광로 초반 이후로는 와요일 리셋 직후에 공찾이 안 열리게 되었고(호드는 열림) 주말 저녁에도 40분을 넘게 공찾을 기다리기도 한다.
억지로 이 패치의 긍정적인 면을 찾자면 다음 확팩 전까지만 얻을 수 있는 탈것인 숲 감시자의 퀄리티가 오공 때 준 코르크론 전투늑대보다는 괜찮다는 것, 지옥불 성채 등장 후 6개월이 지나면서 글로벌팟 다니는 사람들이 더 할 게 없었는데 이제 성채 신화도 글로벌로 갈 수 있게 되어서 다시 동기부여를 해준 것 정도를 꼽을 수 있다. PvP 새 시즌이 열린것도 딱히 패치된 게 없으니 시간벌기 이상의 의미는 없다. 조선소 임무가 실패할 때 배가 침몰할 확률도 크게 낮아진 것 같은데 어거지로 플레이타임 늘린 얄팍한 수법이 플레이어들에게 짜증만 줬다는걸 이번 확팩 동안 인지해서 정말 다행이다. 어차피 조선소는 전설퀘하고 계귀 반지 정도 먹고나면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지만 짜증나는 망한 컨텐츠보단 그냥 망한 컨텐츠가 낫다.
이제 드레노어의 전쟁군주를 정리하자면, 이건 버린 확팩이고 군단을 하루라도 빨리 내주는 게 모두를 위한 길이다. 망한 스토리는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소설도 내고 만화도 내고 하겠지만 리붓 외엔 답이 없고 차라리 이후 구성에 주력하는게 나을 것이다. 컨텐츠도 지옥불성채 등장 후 3개월쯤 지나 나온 6.2.2에서 한 20일 일퀘해서 날탈 타라는 걸로 또 3개월 버티고 6.2.3에서 하위 인던가서 점수모아 상위던전템 강화하는걸로 6개월 더 견디라는 것에 불과했다.
이 간지나는 트레일러를 볼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망할거라곤 예상치 못했다 |
그래도 아키몬드랑 만노로스 나온대서 뭐 불타는 군단 2,3인자니까 재밌겠지 고어핀드도 나오고 킬로그도 있고 악당 어벤져스같네 ㅇㅇ 했지만 막상 지옥불 성채를 열어보니 던전 컨셉도 뭔가 지리멸렬하고 시체 창고 대방출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마지막 인던 디자인을 저렇게밖에 못 했다는 게 참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막상 해보면 재미가 없는 건 아니니까 레이드는 이번에도 기본은 했다고 치면 드군에서 건질 건 지나치게 번잡하던 시스템을 한 번 간소화시키고 개인룻 글로벌 공격대를 활성화해서 게임 수명을 늘린 두 개 밖에 없었다. 귀요미 이렐까지 껴서 세 개로 쳐도 인정할 수 있다.
나같은 유저가 아무리 이야기한다고 해도 절대 해주진 않겠지만 지금 시골섭 열세진영은 이젠 시골이라기도 뭐하고 만재도 수준까지 사람이 떨어져서 인벤 섭게에 한달 동안 진영 글이 두 개 올라올 지경인데, 이런 암울한 세기말에 계정비 따박따박 다 받아먹을거면 저 사람들 구제라도 좀 해주는게 최소한의 상도의라고 본다. 인간적으로 데스윙이랑 줄진 정도는 연합서버로 합쳐줘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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