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6일 토요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 6.2.3 패치맞이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최종 리뷰

 이제 다음 확장팩 '군단'의 티져격인 퀘스트도 할 수 있는 시점이고 더 이상의 메이저 업데이트는 없을거라 보이기에 6.2.3패치뿐만 아니라 판다리아의 안개에서 이어진 드군 전체 스토리도 이전 리뷰(클릭)과 같이 돌아보겠다. '우리는 왜 싸워야 하는가'는 의문으로 시작했던 전작 판다리아의 안개는 온 아제로스와 판다리아를 전쟁으로 몰아넣은 폭군 가로쉬 헬스크림이 얼라이언스와 호드 비주류 연대 앞에 쓰러지고 법정에 세워질 것을 예고하며 마무리되었다.

모든 게 끝난 후 황폐화된 영원꽃 골짜기에도 한 그루 나무가 자라났다
 그러나 공포와 맞서고, 증오를 거두고 자신의 평화를 세상과 나누는 것이 싸울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인게임 엔딩 영상과 달리 이후 스토리는 개판으로 돌아간다. 가로쉬 체포 이후를 다룬 전쟁범죄 소설에서 만물은 살아있을 때만 변화할 수 있다는 바인의 변론과 안두인의 구명에 힘입어 가로쉬는 죽음을 면하게 되지만 결코 반성하지 않았고 평행세계 드레노어로 탈출한 후 또다시 세계를 전란으로 밀어넣으려했으나 아제로스의 역공에 내내 밀리다 나그란드에서 스랄과 캐삭빵을 펼친 끝에 죽임을 당한다. 이전 확장팩 최종보스를 굳이 살려서 온 것치곤 재미도 감동도 없는 최후였다.

 가로쉬의 최후에 판다리아의 안개와 그 미디어믹스에서 그렇게 강조했던 '변화'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 강철 호드의 대족장이자 아제로스를 침공하고 드레노어에서 학살을 벌인 그롬마쉬 헬스크림은 자기의 과오를 반성하고 사과했는가? 지옥불 성채 네임드인 자쿠운에게 잡혀있다가 플레이어의 도움으로 풀려날 때도 그런 묘사는 없었다. 아키몬드를 처치하는데 공헌한 것은 사실이나 싸움이 끝나고 이렐, 듀로탄도 아니라 지가 '드레노어는 이제 자유다!' 외치는 뻔뻔함은 화가 날 지경이었다. 노덕술도 아니고 저런 태세변환은 해도해도 너무했다. 심지어 확장팩 막넴 아키몬드는 쓰러지면서 이 모든 일을 뒤에서 조종했던 굴단을 아제로스로 보내 플레이어를 두 배로 빡치게 만들었다. 너무도 찜찜한 결말이었다.

 컨텐츠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봐야겠다. 작년 9월 6.2.2 패치에서 타나안 밀림 지역이 추가되고 드군 전역에서 날탈을 탈 수 있게 되며 사실상 이 단계에서 메이저 업데이트는 끝난 것 같지만, 패치 이후 군단 출시까지 1년여가 남았기 때문에 시간끌기용 컨텐츠로 6.2.3 패치가 등장하게 되었다. PvE에서는 영웅레벨 이상 아키몬드를 잡으면 퀘스트 시작템이 드랍되고 간단한 다음 확장팩 대비 말걸기퀘 후 숲 감시자 탈것을 얻게 되었고, 용맹점수가 부활해 아이템 레벨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으며 PvP에서는 드군 시즌2가 종료되고 시즌3가 열렸다. 그 외로 주말 이벤트인 시간여행 던전에 대격변 던전들도 추가된 것 정도가 있다. 영양가없는 산소호흡기 패치지만 기간한정 탈것은 중요하기 때문에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숲 감시자 

  '보편적 레이드'가 실현된 리분 이후 확장팩들을 간단하게 표로 비교해보았다.


 보다시피 드군은 가장 컨텐츠가 부실한 확팩이었고 그렇다고 기간이 짧지도 않다. 공격대 인스가 3개밖에 없는 상황에서 확팩 중반 이후 십자군, 줄마트, 영봄같은 파밍 인스를 추가 혹은 리메이크해 주는 대신 영던 위에 신화 난이도 던전을 만들어 용광로 영웅급 템을 드랍하게 했다. 그러나 던전을 새로 만든 것도, 신화 레이드처럼 기존 택틱이 많이 변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피통과 데미지만 올려놓은 수준에 5인 인던에는 이미 도전모드라는 최상위 컨텐츠가 있는데 너무 얄팍한 대처라고 생각한다.

 6.2.3 패치는 그렇게 6.2에서 급조한 컨텐츠를 사람들이 안하니 강제로 시키는 수준에 불과하고 용맹점수 획득 방법은 그 얄팍함의 정수와도 같다. 템 하나를 2단계까지 다 업그레이드하는데 500점이 들고 한 주에 신화던전 8개를 모두 돌면 총 2400점, 무작영던 일일 100점, 성채 공찾 지구당 150점으로 총 750점, 용광로-높망 공찾 지구당 75점 이런 순이다. 멀쩡한 아이템 테이블에 벼림, 보석홈, 3차스탯까지 넣어서 템 파밍기간 늘리는 것도 모자라 이젠 상위던전에서 먹은 템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한참 아래 던전을 가야하는 셈이다. 공찾과 신화던전을 살리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제대로 된 게임 디자인이라고 볼 수 없다. 정상적인 파밍 동선이 아닐 뿐더러 기존 확장팩까진 공찾 아닌 상위 난이도에서도 용맹점수를 잘만 줬기 때문이다. 그렇게해서 공찾이라도 잘 열리면 또 모르겠는데, 얼라이언스는 용광로 초반 이후로는 와요일 리셋 직후에 공찾이 안 열리게 되었고(호드는 열림) 주말 저녁에도 40분을 넘게 공찾을 기다리기도 한다.

 억지로 이 패치의 긍정적인 면을 찾자면 다음 확팩 전까지만 얻을 수 있는 탈것인 숲 감시자의 퀄리티가 오공 때 준 코르크론 전투늑대보다는 괜찮다는 것, 지옥불 성채 등장 후 6개월이 지나면서 글로벌팟 다니는 사람들이 더 할 게 없었는데 이제 성채 신화도 글로벌로 갈 수 있게 되어서 다시 동기부여를 해준 것 정도를 꼽을 수 있다. PvP 새 시즌이 열린것도 딱히 패치된 게 없으니 시간벌기 이상의 의미는 없다. 조선소 임무가 실패할 때 배가 침몰할 확률도 크게 낮아진 것 같은데 어거지로 플레이타임 늘린 얄팍한 수법이 플레이어들에게 짜증만 줬다는걸 이번 확팩 동안 인지해서 정말 다행이다. 어차피 조선소는 전설퀘하고 계귀 반지 정도 먹고나면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지만 짜증나는 망한 컨텐츠보단 그냥 망한 컨텐츠가 낫다.

 이제 드레노어의 전쟁군주를 정리하자면, 이건 버린 확팩이고 군단을 하루라도 빨리 내주는 게 모두를 위한 길이다. 망한 스토리는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소설도 내고 만화도 내고 하겠지만 리붓 외엔 답이 없고 차라리 이후 구성에 주력하는게 나을 것이다. 컨텐츠도 지옥불성채 등장 후 3개월쯤 지나 나온 6.2.2에서 한 20일 일퀘해서 날탈 타라는 걸로 또 3개월 버티고 6.2.3에서 하위 인던가서 점수모아 상위던전템 강화하는걸로 6개월 더 견디라는 것에 불과했다.

이 간지나는 트레일러를 볼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망할거라곤 예상치 못했다

 날탈이나 용점(휘장)은 불성 때부터 만렙이면 얻을 수 있는 것이었는데 저걸 세기말 추가 컨텐츠라고 패치해놓을 정도로 할 게 없는 확팩에 좋은 평가를 하기 어렵다. 높망 프리시즌까지는 드군이 너무 재미있다는 리뷰를 남기기도 했고 용광로 시즌도 레이드가 재미있어서 괜찮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높망은 '티어도 없는 던전인데 그럭저럭 할만하다 오 신화는 더 재밌어' 용광로는 '첫 티어 던전인데 전투 연출 쩌는듯 그롬 나오는 인던은 얼마나 더 쩔까' 그런 식으로 다음 스토리와 인스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었지 거기서 일퀘 지역이랑 인스 하나 딱 나오고 자 마감합니다 ㅅㄱㅇ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도 아키몬드랑 만노로스 나온대서 뭐 불타는 군단 2,3인자니까 재밌겠지 고어핀드도 나오고 킬로그도 있고 악당 어벤져스같네 ㅇㅇ 했지만 막상 지옥불 성채를 열어보니 던전 컨셉도 뭔가 지리멸렬하고 시체 창고 대방출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마지막 인던 디자인을 저렇게밖에 못 했다는 게 참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막상 해보면 재미가 없는 건 아니니까 레이드는 이번에도 기본은 했다고 치면 드군에서 건질 건 지나치게 번잡하던 시스템을 한 번 간소화시키고 개인룻 글로벌 공격대를 활성화해서 게임 수명을 늘린 두 개 밖에 없었다. 귀요미 이렐까지 껴서 세 개로 쳐도 인정할 수 있다.

 나같은 유저가 아무리 이야기한다고 해도 절대 해주진 않겠지만 지금 시골섭 열세진영은 이젠 시골이라기도 뭐하고 만재도 수준까지 사람이 떨어져서 인벤 섭게에 한달 동안 진영 글이 두 개 올라올 지경인데, 이런 암울한 세기말에 계정비 따박따박 다 받아먹을거면 저 사람들 구제라도 좀 해주는게 최소한의 상도의라고 본다. 인간적으로 데스윙이랑 줄진 정도는 연합서버로 합쳐줘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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