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14일 화요일

포켓몬스터 썬/문 코리안리그2016-17 WINTER 후기

 어릴 때부터 겜돌이였지만 주변에 애니메이션 오타쿠들도 많아서 2000년대 초반까지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행사 꽤 많이 가봤었다. 그때야 킨텍스 생기기 전이라 코엑스, 여의도, 올림픽공원 간혹 대학교 대강당 이 정도에서 행사를 했었고 갈만한 거리였기 때문에 자주 갔던 것인데 지금 기억을 돌이켜보면 아니메 오타쿠들 행사는 대부분 전시나 부스 판매 위주니까 별 문제가 없었다만, 게임 행사는 아무래도 시연에 참여하거나 대회를 여는 게 많았고 질서 유지 안되서 짜증났던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2014년에도 롤드컵 결승(-당시 관전기(클릭)-) 보러 갔다가 4만명을 게이트 하나로 입장시키는 정신나간 운영을 당하고 오프 보이콧 하고 있었는데, 최근 3DS 끝물에 사서 포켓몬스터 하다보니까 한 번 구경해봐야지 하면서 코리안리그2016-17 WINTER 에 가봤다. 이 대회에서 입상하면 월드 챔피언십 2017 한국 대표 선발전에 참가할 수 있는 시드를 준다고 한다. 처음 가보는 곳이니 사전에 공지사항과 규정집을 읽고 영등포로 출발했다.

 갔다와서 느낀 것을 먼저 이야기하면 이 나라에서 겜돌이들 행사는 20년 동안 나아진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 행사를 영등포 롯백 문화홀에서 했는데, 장소야 뭐 요즘 포켓몬스터랑 꼴데가 자주 엮이고 있고 다른 곳 대관이 힘들어서 좁은 곳에 해도 그럴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다른 운영은 심각한 것이 무슨 사전 안내를 저렇게밖에 안하는지 모르겠다. 하나씩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면

 1) 우선 참가 부문이 주니어/시니어/마스터로 나눠져있는데 저 기준이 뭔지 공지사항에도 규정집에도 안적혀있으니 아 주니어/시니어는 딱 봐도 연령이겠고 마스터는 시드자 같은건가? 싶었다. 그런데 50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려서 접수 창구 앞에 가니까 엥 시니어가 연령 제한이 있네 그럼 전 참가 못하는건가요 물어보니 마스터로 참가하시라고 한다. 그런데 마스터 접수 창구 앞엔 또 벤자민 버튼은 아닌 것 같은 레알 어린이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고 소수 접수처 인력으론 통제가 안되었다. 사전에 배틀팀을 짜래서 미리 짜왔는데 나는 무슨 문제인지 미리 팀 짜놓은 애들이 배틀팀, 박스에 다 없고 정리하려면 대회 참가를 취소해야해서 그냥 참가에 의의를 두고 즉석에서 다시 팀을 만들었다.

 2) 입장해서 왼쪽 줄을 서면 대회 참가, 오른쪽 줄을 서면 팝업 스토어인 건 안내가 없어도 알겠는데 앞서 이야기했듯 대회 참가 부문이 3개에 좁은 장소에 사람이 많다보니까 줄이 무슨 지렁이 게임처럼 되어있어서 어떻게 게임을 하라는건지 알 수가 없다. 진행요원에게 물어 물어 줄을 서 있으니까 비어있는 테이블에 가라고 안내를 받았다. 그런데 한 판 끝나니까 시합 카드에 사인하고 그냥 일어나던데, 눈치를 보아하니 다시 왼쪽 줄로 가서 진행요원이 자기 마음대로 랜덤 매칭 해주는대로 앉아서 게임하고 이렇게 8판을 해야하는 모양이다. 음.. 도박묵시록 카이지 가위바위보편 이래 이렇게 공정한 매칭이 있으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3) 사전 규정집을 보면 충전기를 지참하라고 되어있는데, 옆 테이블 사람이 시합 중간에 배터리 로우 빨간불이 들어와서 진행요원에게 충전기는 어디서 꽂냐고 문의를 하니 콘센트가 없다고 한다. 물론 이런 대회에선 보조 배터리 같은 걸 지참하는 것이 더 현명하긴 했겠지만 지들이 가져오라고 해놓고 막상 콘센트 없다는 건 또 뭐야? 얘기 들어보니까 부산 예선 때는 콘센트가 있었다고 한다.

 4) 워낙 붐비다보니 바닥에 각종 분실물, 주저앉아 있는 어린이들이 꽤 있었는데 어린이야 내가 어떻게 할 수 없고 분실물들은 진행요원들에게 맡겼는데 방송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뭐 한명이라도 찾아갔는지도 모르겠다.

 5) 진행요원이라고 해도 다 알바들이라 뭐 물어보면 정확한 답변을 듣기가 어려웠는데 이거야 뭐 이 행사만의 특징은 아니라서

 나만 이런 생각을 하나 궁금해서 다른 사람들 후기를 읽어봤다. 그런데 다들 여러 번 참가한 사람들이라 그런지 저런 운영에도 익숙한 모양. 예나 지금이나 겜돌이 행사는 거르는 게 정답이고 혹시라도 다음에 배포 이벤트 갈 일 있으면 사람 다 빠진 오후에 가서 배포만 받아와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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