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29일 수요일

2015년 롤챔스 개편안을 바라보며

 10월 28일 케스파-온게임넷-라이엇 게임즈 3사가 링크를 통해 2015시즌 한국 프로 e스포츠 리그 운영 계획안 전문을 발표했다. 전체적으로는 현행 체제보단 나은 방향을 설정한 듯한 인상이었지만 이해 당사자들의 득실을 살펴보면 라이엇은 소폭 손해 감수, 기업은 개이득, 방송사는 상당 손해, 선수는 미지수..라고 생각된다. 제도가 어떻게 바뀌는지, 그로 인해 무슨 변화가 있나 짚어보겠다.

사실 전문을 다 봐도 아리까리하다.
 1) ■ LoL 챔피언스: 토너먼트 방식에서 리그제로 변경 : 2015시즌 상반기 / 하반기 2개 리그 진행 (각 리그 4개월) : 2015시즌 8개 팀 참가 - 과거 LoL 챔피언스 성적 고려 상위 7개 팀에 시드 제공 - 1개 팀 시드의 경우, 별도의 선발전 진행을 통해 선발 : 향후 리그 참가팀 수 확대를 위한 노력 지속

 롤챔스는 지금까지 연 3회 개최되고, 16강 4개조 조별예선 이후 조별 2팀이 진출하는 8강부터는 토너먼트로 이루어져왔다. 스타1 시절 개인리그와 같은 방식인데 스폰서 입장에서는 후원할 필요를 느끼기 힘든 구조였다. 방송 노출이 극히 적기 때문인데 한 대회는 두달 동안 진행되지만 결승에 진출한 팀이 TV에 노출되는 날짜는 6일, 조별예선에서 탈락한 팀의 노출은 3일에 불과했다. 반면 풀리그는 8개팀 중 꼴찌를 해서 플레이오프에 진출을 하지 못해도 적어도 7일은 방송에 나오게 된다. 풀리그는 분명 토너먼트보다 시청자 입장에서 흥미가 떨어질 것이고, 방송사 입장에서도 시청률 하락으로 인해 손해를 볼 것이다. 그러나 스폰서와 선수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방식이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풀리그 도입을 환영한다.

풀리그는 노잼이라 토너먼트하자고 이기적인 생각했던 시기가 나에게도 있었다 
 그러나 그 방식을 들여다보면 너무 기업팀 위주다. 롤챔스는 서킷 포인트를 주는 리그이므로 참가 자격은 최대한 넓게 부여되어야 한다. 16팀 참가 시절엔 전시즌에 참가한 8팀에게 시드가 있었고, 나머지 8자리는 예선을 통해 정해졌다. 마찬가지로 8개팀이 참가하는 리그라면 4개팀에게 시드를 부여하고, 4자리를 예선으로 채우는 것이 합당하다. 무려 7팀에게 시드를 주고, 한 자리만 비워두는 것은 지나치다. 거기다 승격/강등도 없이 계속 7팀이 시드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롤드컵 참가 서킷 포인트를 줘야할 지역 리그가 스타1 시절의 프로리그와 가깝게 '닫힌 리그'가 되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물론 케스파는 협회니까 회비 내는 기업 친구들에게 하나라도 더 챙겨줘야 하겠지만 사실상의 리그 종신 참가권을 퍼주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

 2) ■ KeSPA LoL팀 2팀 체제에서 단일팀 체제로 변경 : 2015시즌 LoL 챔피언스 참가팀은 각 구단 단일팀으로 출전 : 2015시즌 팀별 엔트리 의무 10인으로 변경 (10인 중 5인 출전)
    ■ KeSPA LoL팀 대상의 ‘2군 리그’신설 : LoL팀 의무 엔트리 10인은 LoL 챔피언스와 2군 리그에 출전 가능

 기존에도 형제팀 체제는 의무가 아니었다. 구 MIG가 (현 CJ 양팀)가 형제팀을 운영하며 좋은 효율을 보이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따라한 것 뿐이었다. 설령 형제팀을 운영하더라도 한 팀에 몰빵을 하건, 양 팀의 전력 균형을 이루게 하건 그건 팀의 자유다. 그런 재량이면 족하지, 7+1팀 체제에서 저런 1,2군 분리는 거대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1차적으로 구단과 코칭스탭의 입김이 엄청나게 강해진다. 기존 형제팀 체제가 5명(+식스맨)과 5명(+")이 얼마나 더 좋은 성적을 내는지의 경쟁이었다면 이젠 출전 단계에서부터 10명이 5개의 의자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경쟁에서 밀려서 다른 팀을 알아보고 싶어도 리그 참가팀 수는 반토막났고, 그나마 있는 예선 쿼터는 1/8로 줄은 현실에서 운신의 폭은 좁다. 해외로 나가고 싶어도 이미 각 지역리그마다 외국인 쿼터가 있는 상태다.

 2군 리그는 아무래도 나이스게임TV를 배려한 것 같은데 어차피 사람들 잘 안볼거 큰 의미를 둘 수가 없다. 그나마 긍정적으로 바라보자면 현재 형제팀보다 성적이 안좋은 팀 선수들이 당장 짤리지는 않을 관용을 받았다.. 그런 의미는 있겠다.

2부 리그도 아닌 2군 리그의 인기가 폭망일 것은 너무 명약관화하다.

 3) ■ 2015 시즌 시범경기 혹은 시드 선발전 신설 고려 : 2014 LoL 챔피언스 윈터 시즌을 대체하여 2015년 시즌 시범 경기 혹은 시드 선발전 개최 검토

 뭐 이건 다들 겨울나야 하니 잘 치뤘으면 좋겠다.

 4) 나머지들

 가. 아주부를 통해 진행중인 KeSPA 프로게이머 스트리밍 방송 사업 확대 및 이벤트 지원 - 스트리밍에 참여하는 KeSPA 프로게이머의 실질적 수입 확대 보장 :
 케스파가 왜 프로게이머들이 방송하는 플랫폼을 정해주는지, 또 왜 하필 비인기 플랫폼을 쓰는지 궁금하지만 그래도 뭐 협회장이 신뢰가 가니까 뭔가 계약금을 많이 챙겨준다거나 하는 그런 이유가 있을 거라고 넘어가본다.

 나. 2015시즌 프로게이머 최저 연봉제 제도 도입 - 국내 타 프로스포츠 비교 시 손색없는 최저 연봉제 기준 도입 통해서 안정적인 선수 생활 유도, LoL 챔피언스 참가 LoL 프로팀 시즌 단위 선수 계약 진행 - 2015시즌에 시범 시행 후, 2016시즌부터 의무 시행 - 최소 1년 단위 계약을 통한 선수들의 안정적 직업 활동 보장 :



 2015년 프로야구 최저연봉이 2700만원, K리그 2000만원, KBL 3800만원, WKBL 3000만원, WK리그 1500만원 수준이다. 말그대로 신인 최저 연봉이고 계약금 없는 리그도 상위 지명자에겐 더 주도록 되어있지만 뭐 저 수준 비슷하게라도 최저연봉을 보장해주면 그야말로 혁신아닌가? 뭐 개인리그 8강가도 연봉 500만원 받던 선수도 있는데 거기다 지금까지 관행이던 단기 알바 계약이 아닌 계약기간 보장이라니 믿어지질 않아서 이건 좀 두고 봐야겠다.

 다.  LoL 챔피언스 참가팀 운영 지원 - 후원사가 없는 참가팀의 후원사 영입 지원 및 운영비 지원 :

 이게 참가 8팀 전체에게 운영비를 지원한다는건지 아니면 비기업팀에게만 준다는 건지 몰라서 판단은 보류하겠는데, 만약 전자라면 당연히 두 팔 벌려 대환영한다. 아주 고마운 일이다. 진짜 그렇게 하면 롤드컵 결승전 가서 개빡쳐서 오프 보이콧하기로 한 거 철회하고 티셔츠말고 더 비싼 거 다음에 페이스북 가입해서 좋아요라도 눌러주고 싶다. 반면 혹시라도 후자라면 뭐 8개팀 중에 비기업팀은 잘해야 하나일텐데 아무 의미없는 일이고.

 소결

 리그의 정체성을 사실상 변경하는 걸 감수해 (오픈리그->프로리그) 기업팀들의 반발을 무마해가며, 선수들의 진입장벽을 높히고 내부 경쟁을 명문화한 급부로 선수 대우도 크게 좋게 하는 것이 이번 개편안의 핵심같다. 중간에서 라이엇과 케스파가 많이 노력도 했을 것이다. 다만 온게임넷은 평균 시청률 쪽에서는 손해를 볼테니 다른 컨텐츠를 발굴할 필요를 느낄 것 같다. 선수 입장에서는 아직 좋은 건 미정이고, 안좋은 건 확정이라 적극적으로 의사수렴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해보인다. 최악의 가정으로 드래프트 및 커리지 리그 실시 + 팀의 계약기간 외 선수 보유권 + 최저 연봉제 불발이 합해져 '판과 돈이 더 작아진' 스타1 시절이 다시 돌아오는 것은 막아야 할 것이다. 좋은 기회가 있으면 나가는 것도 방법일테고.

??? : 아직도 닭장에서 게임하니?
 나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 시청자 입장에선 8개팀이 좀 작아보이는 것도 있고 더 궁금한 것도 많은데 아직 주어진 정보로 판단하기엔 너무 이른 것 같다. 다만 이미 너무 큰 이득을 가져간 쪽이 생겨서 나머지 협상이 잘 풀릴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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