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4일 토요일

금연 일주일차 & 보건소 금연클리닉 방문 후기

 담배값 오르는 게 반가운 일은 아니지만 생각해보면 오랫만에 담배값이 오르는 것 같긴 하다. 이젠 좀 모아놔야겠다 싶어서 마트 간 김에 디스플러스 한 보루 사왔다. 그런데 스무보루를 사놔도 1년 못 버틸 것 같은데 사놓는 것도 한계가 있는거고 건강에 좋지도 않은 거 오른 채로 피우기도 싫고 해서 금연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사놓은 한보루만 다 피우고 보건소에 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담배가 바닥을 보일수록 스트레스를 받았다. 두세갑 남았을 때 부터는 밤마다 악몽에 시달렸다. 마지막 한 갑을 뜯었을 때는 그야말로 미칠 지경이었다. 한 대 피운 직후에야 아 ㅅㅂ 끊지 뭐 싶지만 한시간쯤 지나면 입질이 온다.

 다섯 까치가 남았다. 마지막으로 이것만 피우고 버리자. 쉽지가 않다. 잠이 안 오니 새벽녘까지 깨어있으며 계속 피웠다. 세 까치가 되고 쌍대가 되고 돗대가 되었지만 내일부터 못 피운다고 생각하니 그대로 버리지 못했다. 군대가서 훈련소에서 4주 강제 금연하고 TMO 타고 자대 갈 때 관리병이 준 디스 한 까치가 떠올랐다. 심판의 그 날에 오른편에 설 의인이다. 마지막 연기를 뿜기 전에 회상할 사람으로 충분했다. 마지막 들숨을 내쉬고 집게 손가락으로 불똥을 튕겼다. 

 9월 5일, 일어나자마자 습관대로 몸에서 니코틴을 요구한다.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다. 오후에 가까운 보건소 금연 클리닉에 갔더니 거주지나 직장 보건소에 가야한다고 한다. 이런 건 당연히 미리 물어봐야 하는건데 마음이 급하니 이런 기본적인 것도 못 챙기게 된다. 시간이 애매해 택시를 타고 소재 보건소에 갔다. 6시까지 한다는데 5시에 도착했으니 늦지는 않을 것 같다. 로비에서 금연 클리닉은 어디냐고 물었더니 금연클리닉은 보건소가 아닌 문화센터에 있다고 한다. 버스로 두 정거장이니까 그리 멀지는 않은 거리지만 짜증은 난다. 내일 다시 올까 생각해봤지만 토요일이다. 그냥 갔다.

 클리닉에 들어가보니 5시 30분이 넘었다. 시간이 빠듯해서 뭐 금연용품이나 받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절차를 다 밟았다. 꽤나 긴 설문지 작성도 하고, 이산화탄소 측정도 하고(하루 종일 담배를 안피웠는데 일반 흡연자 수준으로 나왔다!) 뭐 설명도 듣고 기타 등등 하고 나니 이런 것들을 준다.


 니코틴 패치, 손 지압기, 민트 사탕, 민트 껌이다. 패치는 일부러 쓰지 않았고, 지압기는 저런 걸 믿지를 않아 건드리지도 않았지만 껌과 사탕은 정말 엄청나게 먹었다. 뭐 단순한 금전 지출로 따지면 껌값이 담배값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일주일 동안 습관적 흡연 충동을 견디는 게 몹시 어려웠다. 모닝땡, 식후땡, 이동 전후, 화장실 가기 전, 샤워하기 전, 일 한 타임 하고, 야구 잠자기 전 뭐 어떻게 보면 장기적/지속적인 흡연자의 흡연 패턴이란 게 그런 식으로 정해져 있고 그래서 하루의 흡연량은 놀랍도록 일정한데 그렇게 일상으로 체화된 패턴 자체를 뒤집어야 한다는 게 결코 쉬울 수가 없다. 만약 주변 사람들이 흡연자라면 정말 견디기 어려울 것 같은데 다행히 난 장래희망이 세계 제일의 은둔형 인간이라 그런 점에서 유리했음에도 괴로웠다. 참기만 한다면 모를까 순간 순간마다 생각이 나는 건 뭐 어떻게 막을 수가 없지 않은가. 운동을 한 다음에 담배 피우던 습관때문에 참기가 어려워 운동도 안하다 어제 다시 시작했다. 짜증은 원래 많았지만 생각보다 감정 기복이 일주일 동안 심했다. 상담사가 강조를 하는 이유가 있었다. 

 반대로 뭐 금연으로 인한 일시적 두통, 불면증, 변비 같은 건 미리 각오한 일이라서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불면이 좀 심해서 그 동안 두 번 정도 수면 유도제를 먹었던 것 같다. 두통은 원래 패시브로 달고 있었고, 변비는 뭐 위염으로 하도 고생해서 그것보단 견디기 쉬웠다. 아 맞다. 예상하지 못했는데 귀찮았던 건 보건소에서 문자하고 전화하는 거 정도가 있었다. 

 아무튼 지금까진 잘 참았고, 이제 운동 다시 해가면서 생활 패턴 안정에 힘써야겠다. 다음 주 정도가 되면 기침이 그렇게 나온다고 하는데 솔직히 난 순수하게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은 그리 크지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음주가 큰 위기라곤 하지만 술 안 좋아해서 피하는 게 크게 어려울 것 같진 않고 오히려 지금 걱정되는 건 탄산음료 및 주스 소비량을 어떻게 줄이는가다. 껌도 그렇고 음료도 그렇고 너무 자주 마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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