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8일 월요일

대의민주주의와 낙동강오리알볼파크

 대의민주주의의 가장 대표적인 단점은 시민의 의사와 대표자의 의사가 불일치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접근하면 NC와 창원의 신축구장 논란에서 시의회 측의 의견은 합리적이다. 인근에 시끄럽고 러시아워 제조기인 야구장이 들어서는 것보다 순효과만 있는 시청 청사가 들어오는 것을 선호하는 시민들의 의견을 창원측 시의원이든 마산측 시의원이든 잘 반영하고 있고, 아예 시청 부지 선정에서 밀린 진해측 시의원들은 무작정 시청을 유치하려는 게 아니라 대신 야구장을 달라고 하니 지역균형개발의 측면에서도 일리가 있다. 시의회에서 이미 통과된, 신축 구장 건설을 약속한 협약안을 지킬 필요가 없다거나 NC소프트의 본사나 연구개발센터를 창원으로 옮겨오라는 등의 주장은 뭐 흔한 지방의회의 떼쓰기로 넘어갈만한 일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이 간과되고 있다. 이렇게 시의회에서 나름대로 대화와 타협을 거치는 건 좋은데 애초에 연간 수십만명이 이용하는 야구장은 지역균형개발의 대상이 아니다. 스포츠 팀을 균형개발의 입장에서 유치한다면 창원보다 강원도 갬블러스나 경기북부 부대찌개스를 만드는 게 먼저일테고 인구 50만 창원, 40만 마산을 거르고 20만도 안되는 진해 지역에 야구장을 지으려면 최소한 진해가 마산-창원 중간에 있는 식으로 접근성이라도 좋아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다. 굳이 혈세 몇천억을 들여 가든파이브랑 귀곡산장 파리날리기 마케팅 경쟁을 하거나 낙동강오리알볼파크 만들 거 아니면 진해에 갈 필요가 없다. 같은 돈 주고 이대호-김태균 대신 채태인을 쓸 필요는 없는 거 아닌가. 애초에 부지 선정 위치타당성 작업에서 창원-마산에 비해 300점 만점에서 100점이나 낮은 낙제점을 받았던 부지이기도 하고, 협약 조건이었던 2016년 3월까지 구장 완공도 불가능한 곳인데 저렇게 되면 당장 NC는 KBO 예치금 100억을 날릴지도 모를(현실적으로는 저 안에 삽만 떠도 예치금을 돌려주긴 할 것 같지만) 판이니 김택진 구단주도 7일도에 데이 러쉬했다가 날린 내 심정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다른 문제도 있다. 신축구장 부지가 결정되어도 금나와라와라 뚝딱하고 구장이 지어질 리 없으니 NC는 리모델링한 마산 구장에서 당분간 경기를 치뤄야 한다. 그런데 창원시 측이 2014년까지 마산구장의 광고권을 연간 6500만원이라는 헐값에 넘기며 NC측의 광고 수입이 없는 상황이 되었다. NC측에서 광고권을 재매입하려고 했으나 연간 65억원 이상을 요구하는데 이어 설상가상 마산구장의 리모델링을 했던 기간만큼 계약도 연장해줘야 할 판이다. 야구장 광고 수입을 적게 15억원 선으로 잡아도 2년 동안 비는 수입만 30억이 넘는데 가뜩이나 쪼들리는 신생 구단 살림 바가지에 체하지 말라고 버들잎까지 띄워주는 격이다. 이쯤되면 계산은 하고 야구단을 유치했는지부터가 의문이다.

 저런 문제들이 다 공론화되서 일사천리 해결되고 NC는 창원에 잘 자리잡아 장사하면 NC나 창원이나 KBO나 서로 좋겠지만 문제가 없는 부분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지경이니 KBO에서 넣는 강한 압박이 이해가 된다. 자체 인구 100만의 창원보다는 못하겠지만 전주가 진해보다 못한 것도 아니고 전북이라는 대기 0순위 후보가 있으니 아쉬울 게 없다. 중간에 끼인 NC는 팬들 성화 신경쓰랴 양측 눈치보랴 좀 난감하겠다만 연고지 이전의 명분도 있겠다 KBO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주는게 나쁠 건 없다. 창원 측도 어차피 진해에밖에 구장 못 지어주겠다면 큰 돈써서 짓고도 두고두고 욕먹을거, 인연이 아니구나 하면서 놓아주는 게 답일수도 있다. 지역 상인들이 주장하던 NC 아구스(에쿠스와 어감이 비슷해 럭셔리하게 들린다고 했다) 대신 창원 아구스 야구단을 만들든지 말든지 그건 알아서 하면 된다. 시의원들 말로는 리모델링한 마산구장이 현 무등구장보다 좋다고 하는데, 무등구장 옆에 신축구장 올라가고 있는 건 그렇다쳐도 그리 좋은 구장이 있다면 야구 대신 짬뽕을 해도 무척 재미있는 지역 특화 스포츠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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