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3일 목요일

김효범과 SK나이츠의 잘못된 만남

 이 링크를 보면 김효범의 인터뷰 기사가 무슨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킨 것처럼 되어있지만 실제 삭제된 서민교 기자와의 인터뷰가 문제가 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올 시즌 SK에서의 김효범은 선수라기에 참담한 수준이었다. 20분 이상 뛴 경기도 없었고, 가비지 타임에 나와서도 공수 양면에서 연신 삽을 들었다. 특별한 부상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하락세일 나이도 아니다. 그러는 와중에 팀은 단독 1위를 달리고 있고, 고액연봉자인 자신은 바뀐 전술에 적응도 못하니 태업 소리가 나올만도 했다. 

 문경은 감독이 김효범을 프로-아마추어 최강전에 출전시켜 감을 찾게 하려고 했지만 대학생들에게도 맥을 못췄다. 길이 없어 보였다. 
 반전의 계기가 된 것은 KCC로의 트레이드였다. SK는 KBL 최장신 센터 알렉산더와 김효범을 KCC로 보내는 대신, 올해 외국인선수 1순위 지명자 심스를 데려왔다. KCC로 이적한 첫 경기에서는 부진했지만 이후 두 경기 연속 20+점을 넣었다. 이적하기 전 17경기에서 기록한 평균 2.2점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SK와 김효범 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던 것일까.


 1.  SK 입단과정

 1) 우선협상기간

  시작부터 이상한 FA 시장이었다. 09-10 시즌이 끝나고 모비스에서 2억 1200만원을 받고 뛰던 김효범은 FA 자격을 획득했다. 김승현 - 오리온스 이면계약 파문이 아직 남아있는 시장에서, 소속팀 우선 협상 기간에 모비스는 김효범에게 3억 8천만원을 제시했고 김효범은 4억 8천만원을 요구하며 시장에 나왔다.

 같은 기간에 SK는 소속팀 주희정, 방성윤, 박성운과 우선협상을 가졌다. 주희정은 4억5천+인센티브 5천에 SK와 도장을 찍었고, 방성윤, 박성운에겐 각각 5억 2천, 9천만원을 제시했으나 두 선수는 5억 7천, 1억을 요구하며 시장에 나왔다. 여기서 이상한 것은 방성윤이 샐러리캡 1인당 상한선인 5억 7천만원을 요구한 것인데, 기량 자체야 부동의 국가대표지만 매년 부상이 있었던 선수기에 5억 2천만원도 후하다는 평이 지배적인 가운데, 과연 어떤 팀이 그 이상의 금액을 지불할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2) 영입의향서 제출기간

 원소속팀과의 계약이 결렬된 선수가, 타 팀과 계약하려면 무조건 KBL을 통해 영입의향서를 받아야 한다. 가령 김효범을 영입하려는 팀들은 반드시 모비스가 제시한 3억 8천만원 이상을 제출해야 하고, 이 중 가장 높은 금액을 쓴 팀이 무조건 김효범을 낙찰받게 된다. 뒷돈이 들어간 이면계약을 막기 위한 방식인데 선수의 팀 선택권을 박탈하는 병맛 쩌는 규정이지만 아무튼 다시 상황으로 돌아가보면, 놀랍게도 SK가 무려 5억 1300만원을 제시하며 김효범을 낙찰받는다. 주희정, 김효범 둘에게 들어가는 돈만 샐러리캡 절반을 넘으니 자연스럽게 다른 선수와는 계약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방성윤은 영입의향서를 받지 못한다.

 3) 방성윤의 사인 앤 트레이드?

 방성윤은 FA 미아가 되었다. SK가 샐러리캡 한도에 다다랐으니 기존 제안액대로 계약할 수도 없고, 타팀의 제안도 받지 못했다. 사실상 방성윤은 적당한 금액에 우선 SK와 계약하고, i. 김효범에 대한 보상선수로 모비스로 가거나 ii. 다른 팀과 트레이드가 되거나 iii. 연봉을 대폭 삭감해 팀에 남는 세가지 경우의 수밖에 없었다. 놀랍게도 세번째 일이 일어났다. 
 5억 7천만원을 요구하던 방성윤은 1억 3천만원이라는 염가(?)에 원소속팀 SK에 남는다.
 새로 부임한 SK 신선우 감독이 규정을 이용해 사실상 뒷돈이 들어간 꼼수를 부린 게 아니냐는 설이 무럭무럭 퍼졌다. 개운치 않은 FA시장이었다.


 2. SK 입단 후 

 주희정-김효범-방성윤-김민수-외국인 선수. 화려한 라인업이지만 그러나 이 사진이 표지에 사용되는 일은 없었다. 매년 그랬듯 방성윤은 아팠고 김민수는 골밑에 들어가지 않았다. 주희정이 공을 잡고 속공을 시작해도 공을 받아줄 동료는 저 뒤에 떨어져 있었다. 더 나쁜 일은 매년 아팠지만, 그때마다 일어나던 방성윤이 다시 일어나지 않고 은퇴를 선택한 것이다. 
시즌이 끝나고 팀은 7위에 머물렀다. 김효범은 모비스에서보다 더 많은 롤을 부여받고 더 훌륭한 스탯을 찍었지만, 연봉 협상에서 1억 5천이나 깍였다. -KBL은 FA계약을 해도 첫해를 제외하면 매년 연봉 협상을 다시 하는 기괴한 규정을 가지고 있다- 이유는 팀 성적 부진이었고, 실상 김효범이 수비에서 구멍인 것은 맞았다. 그러나 김효범 입장에서는 억울하다는 생각을 할 법도 했다. 기사에 따르면 SK의 10-11시즌 팀 공헌도순위는 1위 래더, 2위 주희정, 3위가 김효범이었다. 할만큼 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더구나 같은 고액 연봉자 주희정은 연봉이 동결되었으니 억울할 법도 하다.

 SK의 입장은 다음과 같았다. i. 첫해 연봉은 FA프리미엄이다 ii. 팀 공헌도가 팀내 3번째인 것은 맞지만 연봉에 걸맞는 활약이 아니었다 iii. 주희정의 연봉을 삭감하지 않은 이유는, 09-10 시즌에 샐러리캡 제한으로 연봉 손해를 본 것을 보전해준 것이다.

 양측의 의견을 모두 종합해보아도 김효범 측 의견에도 일리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후 의욕을 잃은 김효범은 11-12 시즌 공격에선 신나게 난사를 했고, 수비에선상대 3번을 아주 날뛰게 해주며 SK의 9위 등극 1등 공신이 되었고, 김선형의 등장으로 팀내 롤도 크게 줄며 또 연봉이 깎였다. 이번엔 노쇠화가 시작된 주희정도 사이좋게 연봉을 폭풍삭감 당했다. 이때 연봉협상 과정에서 F욕을 내뱉었다 하는 이야기도 있는데 뭐 그건 어차피 귀화한다 약속하며 KBL 와놓고 군대 못 가겠다고 안지키는 검은머리 외국인 마인드니 자기 동네 추임새 나왔다고 넘어가고..

 3. 大亡의 12-13 시즌

 SK의 팀 전술이 크게 바뀌었다. 2번을 보던 김선형을 주전 포인트 가드로 돌리고, 자연스레 주희정이 백업 가드가 되었다. 동시에 최부경의 입단과 박상오의 FA  영입으로 포워드진이 두터워짐에 따라, 문경은 감독은 전통적인 2가드 2포워드 1센터 대신 4포워드 (정확히 말하면 김민수-최부경을 2빅맨으로 세우고 헤인즈가 앞선에 서서 상대 가드부터 골밑까지 압박하는 방식) 체제를 선택했다. 헤인즈가 센터 롤을 소화하지 않으므로 수비 전술도 대인 방어가 아닌 3-2 드롭존을 중심으로 한 지역 방어가 되었다. 헤인즈의 체력 방전이 우려되긴 하지만 빠른 팀이 되었다. 높이를 앞세운 전술이나 드랍존 수비의 특성상 상대 포인트가드의 3점이 좋거나, 코너로 패스를 잘 빼주면 반드시 오픈찬스가 나기 마련이라 양궁농구에 약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있었으나, 상대 센터에 공이 가면 헤인즈 - 최부경 - 김민수가 달려들어 생각보다 잘 막았고, 다른 팀 슈터들은 오픈 외곽슛도 생각보다 잘 넣지 못했다. 가령 27일 인삼 이정현은 SK 상대로 3점 11개를 던지고도 하나도 못 넣기도 했다. 

 그 와중에 김효범은 계륵이 되었다. 김선형-박상오-김민수-최부경-헤인즈의 주전이 막강한 가운데 리딩이 안되니 주희정 대신 백업 포인트가드를 맡길 수도 없고, 상대 포워드 수비가 안되니 김동우의 벤치 롤을 소화할 수도 없고, 종종 2가드를 돌릴 때도 권용웅 변기훈과 경쟁해야 하는데 오픈찬스에서도 슛이 안들어가니 도무지 스팟슈터로도 써먹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종종 가비지 타임에 들어가도 상대 스파이가 아닌지 의심되는 수준이었고, 폼을 끌어올리라고 프로 아마 최강전에 출전시켰으나 2라운드 탈락에 대학생들에게도 말리니 그야말로 사면초가였다.

 당초 문경은 감독은 시즌을 길게 보고 김효범을 트레이드 시키는 대신에, 컨디션이 완전히 올라온 후 롤을 맡길 구상이었으나, 마침 이한권이 부상당해 그렇잖아도 선수없는 KCC 허재 감독이 적극적으로 트레이드 요청을 해와 KCC로 보내게 된다.  첫경기 KT 전에서 신나게 난사를 하며 3득점에 그친 김효범은, 이후 오리온스 전에서 23득점 LG 전에서 26득점으로 완전히 살아난 모습을 보였다.

4. 총평 

 부진의 원인을 위에서도 썼지만, 간략히 정리해보면 1) FA계약 자체가 기량에 비해 심하게 오버페이였고 2) 당연히 돈값은 하지 못했으며 3) 연봉마저 계속 깎이니 의욕 잃고 어차피 자리도 없겠다 본격 먹튀될 걸 선수 급했던 허재 감독이 살렸다 정도일텐데, KCC야 김효범 마음 편하게 뛰기엔 좋은 환경이니 훨씬 낫지 않을까 싶다.

 다만 분명 문제의 원인 중 부수적인 것엔 다년 계약을 불허하고, 선수의 팀 선택권을 완전 박탈하는 현행 FA제도에도 있다고 본다. (김효범 케이스는 팀 선택권이 박탈된 케이스는 아니겠지만) 이면 계약을 막으려는 여러 가지 제약 규정이 오히려 자유계약이라는 FA 제도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는 구단이 모기업에 종속된 한국 프로스포츠의 고질적인 병폐니 개선하기엔 요원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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